|
우아한 노년 (Aging with Grace)
[데이비드 스노든 David A. Snowdon(1952 – )]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는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역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86년부터 같은 학교에서 수녀 연구를 시작했다. 1990년에는 캔터키 대학교 의료원의 샌더스-브라운 노화 연구소(http://www.uky.edu/coa/)로 옮겨 신경학과 교수로 지내면서 수녀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로서 북미와 유럽의 여러 학술회의에서 강연을 해오고 있으며 ,<미국 의학 협회지>와 <노인 학회지> 등의 주요 의학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옮긴이 유은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병리학을 전공했으며 서울 아산병원 병리과에 근무하면서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 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현재 의사이자 과학 저술가 ,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의사들 죽음을 말하다> 가 있으며 , 번역서로는 <진화의학의 이해> <유전자 시대의 적들> <천재들의 뇌> <여의사의 역사> <병리학의 역사>등이 있다.
[들어가는 말]
1957년에는 수녀님들 가운데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수녀님은 한 분도 없었고 자동차도 훨씬 적었다. 검은색과 흰색의 모직물로 된 수녀 복을 입으신 수녀님 두 분은 어머니와 함께 앞자리에 앉으셨고 세분은 마치 울타리의 말뚝처럼 뒷자리에 앉아 계셨다.
그로부터 거의 40년이 지나서 나는 내 평생의 업으로 수녀님들을 연구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가장 복잡한 과학적 탐구 분야 중의 하나인 알츠하이머병에 관해 수녀님들로부터 어떤 비밀을 알게 될지 궁금해 하고 있다.
수녀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떤 수녀님들은 우아하게 늙어서 80세 내지 90세 심지어는 100세를 넘기고도 기억력을 잃지 않은 채 가르치고 봉사하는 삶을 사는데, 어떤 분들은 비슷한 삶을 살고도 기억을 잃어서 가장 가까운 친지까지 알아보지 못하고 결국에는 바깥세상과 단절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될까?
우리는 지금까지 알게 된 사실들을 통해 85세 이상 미국인의 45퍼센트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에 관해 알려진 일부 기초 과학적 학설들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노화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연구에 의하면, 알츠하이머병은 피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희망적인 단서가 밝혀지고 있다. 내가 노트르담 교육 수도회와 동독한 친분을 쌓아 가는 동안 678명의 수녀님들이 이 연구에 당신들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참여해 주셨다. 특히 미국 내 일곱 군데의 노트르담 수녀원의 수녀님들과는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내가 위스콘신 주의 밀워키 근교에 있는 100여 년 전에 세워진 수녀원 엘름그로브에서 마리아 수녀님을 만난 것은 1991년의 일이었다. 그 당시 마리아 수녀님은 78세였으며 그 수녀원의 제봉사로 일하시다가 은퇴하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다.
마리아 수녀님은 제일 먼저 수녀 연구에 참여한 밀워키 수녀님들 중의 한 분이셨다.
우리 연구 팀의 일원이셨던 다른 수녀님 한 분은 기억력에 관한 가장 자세한 검사인 ‘지연 단어 회상(Delayed Word Recall)검사를 맡아서 해주셨다. 검사자인 마를린 맨니 수녀님은 마리아 수녀님께 다음과 같은 단어가 적혀 있는 카드 10장을 보여 주면서 카드를 넘길 때마다 단어를 소리 내어 세 번 반복해서 읽게 했다.
“다리, 치즈, 천막, 모터, 꽃 / 우표, 컵, 왕, 숲, 메뉴”
이러한 학습 단계를 거친 후에 마를린 수녀님은 마리아 수녀님의 마음을 분산시키기 위해 5분 동안 다른 검사를 수행했다. 그런 다음 다시 마리아 수녀님이 좀 전의 단어 10개를 되도록 많이 기억해 내도록 하고 이 과정을 비디오테이프에 기록했다.
마리아 수녀님은 10개의 단어 가운데 4개만을 기억하셨는데 이것은 정상적인 단기 기억에 능력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마리아 수녀님은 1년 후 80세가 되셨을 때, 두 번째로 같은 검사를 받으셨다. “열 개의 단어를 기억해서 제게 말씀해 주세요. “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은데....“ 마리아 수녀님은 검사를 하시는 수녀님을 진지하게 쳐다보시면서 말끝을 맺지 못하셨다.
이런 마리아 수녀님의 반응은 전형적인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의 모습이었다. 그 후 마리아 수녀님은 82세에 마지막 검사를 받으셨는데 그때에는 엘름그로브 수녀원에서 근처의 마리아 가톨릭 양로원으로 옮기신 후였다.
올해가 몇 년이지요? “천구백 몇 년인지도 생각이 나질 않네. 어떻게 되지? 이런 건 자면서도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괜찮아요, 그럼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언제일까요?” “그건 아마……. 잘 모르겠는데.” “그럼 몇 월이지요?” 마를린 수녀님이 5월 이라고 기록했다. “3월인가? 기억이 안 나니 창피해 죽겠네.” “괜찮아요, 수녀님. 지금 잘하고 계시는 거예요. 그럼 이번엔 시계를 보지 마시고 지금이 몇 시쯤인지 아시겠어요?” “아침이잖아.” “몇 시지요?” “아침 일찍 인데……. 여덟시쯤 되지 않았을까?” 마를린 수녀님은 오후 2시 28분이라고 적었다. “우리가 사는 주는 어디에요?” 마리아 수녀님이 멈칫하셨다. “뭐더라, 잘 모르겠네.” “우리가 사는 도시는요?” “메퀸? 메퀸이 맞지? 잘 모르겠다.” 마리아 수녀님은 전에 위스콘신 주 메퀸에 있는 수녀원에서 지내셨다. 그러나 지난 12년 동안은 밀워키에 살고 계셨다. 검사가 다 끝나갈 무렵, 마를린 수녀님이 문장을 지어 보라고 하자 마리아 수녀님은 “ 여기 있는 것이 너무 좋아”라고 적으셨다. 그런데 ‘여기’ 가 어디인지를 모르셨던 것이다.
나는 마리아 수녀님이 마지막 검사를 받으신 직후인 1995년에 마리아 가톨릭 양로원으로 수녀님을 만나러 갔었다. 6층 복도를 걸어가는데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며 휠체어에 앉아 계시는 노인 몇 분이 계셨다. 수녀님들과 같은 층에서 지내는 일반인들이었다. 80대로 보이는 한 노인이 구걸하듯이 폴란드 말로 나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웃으며 곁을 지나면서 어깨를 어루만져 드렸다. 마리아 수녀님 방에 다다르니 수녀님은 검은색과 희색으로 된 수녀 복 정장을 입으시고 손을 배 위에 가지런히 모으신 채 꼼짝 않고 누워 계셨다.
나는 수녀님의 연약한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 그리고 “마리아 수녀님” 하고 속삭였다. “수녀님, 저 스노든입니다. 조금 있으면 곧 떠나게 되어 수녀님께 인사드리러 왔어요.” 수녀님이 눈을 뜨시고는 친근한 미소를 지으시고 아무 말씀 없이 고개를 끄덕이시며 인사하셨다.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정신적 황폐화를 겪게 될 것을 미리 각오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수녀님께 무엇인가 말하고 싶었고 또 말할 필요가 있었지만 내가 하는 말 때문에 상황이 나빠지는 것이 염려되었다. 나는 수녀님의 손을 부드럽게 꼭 잡아드렸다. 수녀님은 내 손을 내려다보셨고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 했던 것도 금세 잊어버리신 듯했다. 수녀님은 천천히 나를 올려다보시더니 또다시 평화로운 미소를 지으셨다.
나는 또한 죽기 전까지 내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고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태양이 떠오르는 황홀함과 새로 돋아나는 풀의 향기, 가을밤의 청량함,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을 느끼고 싶다. 나는 내 인생에서 내가 해야 할 바를 완수하고 이 세상에서 작으나마 무엇인가 했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면 오랫동안 모든 것을 기억 하고 싶다.
마리아 수녀님은 돌아가실 무렵, 나에게 당신의 가장 두려움을 털어놓으셨다. “난 갈 준비가 다 되었어. 또 가고 싶고……. 내내 그걸 기다려왔지. 그런데 이제는 하나님이 나를 잊어버리셨을까 두려워.” 하나님은 마리아 수녀님을 결코 잊지 않으셨다. 수녀님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찾아 뵌 지 9개월 후에 평온하게 돌아가셨고 그렇게 돌아가셔서 나는 마음이 놓인다.
1 굿카운슬힐로 가는 길
“ 당신이 먼저 자신을 다 내준다면 그분들도 당신에게 모든 것을 다 보여 주실 것입니다. “ <카르멘 보그 수녀>
60대 초반 카르멘 수녀님은 커다란 안경을 쓰고 계셨는데 수천 명의 아이들을 가르치신 분답게 지적이고 인내심이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 왜, 하필이면 수녀들을 연구하고 싶으신 것이지요?
1950년대에 수녀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특히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로 인해 전반적인 유방암 발병률이 면밀히 조사되었다.
그 결과 수녀와 마찬가지로 미혼 여성도 유방암에 걸린 위험이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 여기에는 임신과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수녀원에는 장식이 전혀 없는 붉은 벽돌 건물 네 채가 있었고 복도는 마치 미로 같았다. 그러나 그곳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이 질서 정연하고 차분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현관에서 왼편으로는 높은 창문으로부터 햇빛이 들어오고 편안한 소파와 흔들의자가 있는 교제 실이 있다. 벽에 붙여 놓은 사이드테이블 위에는 구리 램프와 초록색 식물, <가톨릭 다이제스트>와 <타임>을 복사한 것, 페퍼민트가 담긴 유리병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기도실 문 옆 게시판에는 알리는 글이나 주의사항이 적힌 자그마한 쪽지들이 붙어 있었다.
“성 베드로 성당에 계시는 요셉 버클리 씨가 목요일에 수술을 받으십니다. 그분과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수녀님의 방에는 침대, 옷장, 작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천을 씌운 손ㄴ미용 의자가 하나씩 잇을 뿐이었고 바닥에는 단출하게 타일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모든 벽은 온통 종교화, 가족사진, 책, 기념품들로 가득 덮여 있었다. 마치 욕실에서부터 홀까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는, 유별나게 깔끔한 대학생의 기숙사 방 같았다.
나는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80대의 수녀님,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편지를 쓰는 수녀님, 도서관에서 회고록을 쓰는 수녀님들을 만나면서 정신적 활동이 어떻게 기억력 감퇴를 막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기도 했다. 나는 또 물리 치료실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시던 일고여덟 분의 수녀님들도 만났다. 한 분은 러닝머신 위에서 뛰고 계셨고 두 분은 1.5킬로그램짜리 아령을 들어 올리고 계셨으며 다른 분은 무릎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수건으로 덮은 채 운동용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계셨다. 아마 나는 그때 분명히 운동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혹은 정성이 담긴 점심 식사로 닭고기 수프, 연한 커피, 녹색 콩 요리, 독일식 초콜릿 케이크를 먹으며 내가 역학자로서 처음 연구했던 식이 연구를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나는 또한 수녀님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 성당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는 다른 사람의 보조를 받으며 지내는 수녀님들이 미사를 드리는 방이 있었다. 그곳에 미사를 드리러 오는 수녀님들 가운데 몇 분은 따로 떨어져 있는 성 요셉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이었다. 그분들은 뇌졸중이나 알츠하이머병으로 거동이 아주 불편한 분들이었다. 그중에는 한 단어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사제에게 대답하려고 애를 썼다. 묵주를 돌리기만 하는 분도 있었다. 어쨌든 건강하고 거동이 자유로운 분들과 아프고 불편한 분들이 나란히 앉아 계셨다.
어느 날인가는 거동이 어느 정도 가능한 수녀님 여섯 분이 휴게실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옛날 영화를 보고 계셨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물었다. “무엇을 보교 계세요?” “ 응, 그냥…….” 명랑한 목소리로 어느 수녀님이 대답하셨다. 나는 잠깐 동안 수녀님들과 함께 그 영활르 보면서 말했다. “루실볼이 헨리 폰다와 결혼했나 봐요.” 그러자 몇 분이 중얼거리셨다. “응, 저이가 루실이야?” “ 저 남자가 헨리 폰다래.” “성당에서 하는 결혼식이네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금세 이 말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깨닫고 갑자기 당황하고 말았다. 이분들은 수십 년을 수녀로 지내셨고 당연히 그것이 혼인 미사라는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녀님 한 분이 “고마워요, 말해줘서…….”라고 하셔서 우리는 웃고 말았다. 그러나 그 말을 한 수녀님 얼굴에는 장난기가 전혀 없었고 진정으로 고마워하는 표정이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수녀님에게 물었다. “지금 농담하시는 거지요?” 그러나 그 수녀님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무표정하게 말씀하셨다. “아니야 정말 난 몰랐어.”
교수 회의에서 동료 교수 한 사람이 짓궂게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가설을 좇는 연구’라고 하였다.
바로 그때 나는 큰 행운을 만나게 되었다.
만카토 수녀원의 복도를 거닐다가 반쯤 열린 어떤 문을 발견한 순간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찾아왔던 것이다.
전에 왔을 때 닫혀 있던 그 문은 유물 보관실로 연결되어 있었고 나는 그 안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다. 벽에는 책꽂이가 즐비했으며 유리로 된 책장에는 200년 동안 변해 온 수녀회의 복장을 한 눈에 보여주었다. 작은 동굴 크기의 그 유물 보관실은 노트르담 교육 수도회의 역사를 담은 일종의 미니 박물관이었다. 그런데 내가 진짜 관심을 가진 것은 그 유물 보관실 너머에 있는 사무실이었다. 그 사무실의 책임자는 만카토 수녀회의 기록 보관원인 마조리 마이어 수녀님이셨다. 나는 수녀님과 인사를 나누고, 밖에서 보기에 은행 금고처럼 생긴 바로 옆에 붙은 방이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물어 보았다. 수녀님은 그 금고 안에는 수녀회의 역사적 기록물이 보관되어 있다고 하시면서 구경을 시켜 주셨다.
나는 만카토에서 구리를 찾지는 못했지만 황금을 발견한 것이다.
2. 마지막까지 서 계시는 수녀님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상점을 운영하셨어. 우리는 수녀님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해다 놓곤 했지. 수년들은 언제나 행복해 보였어. 그래서 나도 수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 -니콜라 웰터 수녀
5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살다 보면 자연히 심장병을 앓게 된다고 믿었다. 즉, 하버드 대학교의 역학자인 랄프 파벤바거와 영국의 과학자 제레미모리스에 의해 심장병의 발병률은 직업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 밝혀지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파펜바거는 센프란시스코의 부두인들의 생활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하루 종일 사무를 보는 사람들에 비해 배에서 수하물을 부리는 인부들은 심장병의 발병 위험이 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역학자들은 노화와 질병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풀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우리 몸의 내부 세계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으며 노화로 인해 각 장기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도 알아내지 못했다.
제 7일 안식일 예수재림교(안식교)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나의 마지막 연구는 바로 이런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그 연구는 1976년에 19,578명의 안식교 여자 신도들이 작성한 생활 습관과 식이에 관한 설문지, 그리고 그 후 연구 대상자들의 6년간의 사망 기록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 연구 결과 자연적인 폐경이 늦어질수록 오래 산다는 것이 밝혀졌다. 폐경이 1년 늦어지면 수명이 6개월씩 연장되었다.
다른 어느 장기보다도 난소의 기능이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초경으로 인체 시계가 작동하기 시작하고 폐경으로 그 시계가 멈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폐경이 시작되는 시기는 생물학적 시계가 얼마나 빨리 작동하는지를 나타내고 이것은 다른 장기의 노화에 대한 표지가 되기도 한다.
난소는 파수꾼의 역할을 하는 장기로서, 적절하고 건강한 생식기능이란 단지 전반적인 건강 상태의 척도일 뿐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게다가 난소의 시계가 작동을 시작하고 멈추는 것은 상부 기관인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의해서 조절되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보관되어 있는 기록에 의하면 수녀님의 약 85퍼센트가 학사학위를 받았으며 45퍼센트는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20세기 초에 태어난 여성은 물론이고 다른 어떤 연령 그룹에서도 놀라운 통계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19세기 초에 영국 과학자들이 교육과 건강 사이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발견했고 이는 후에 통계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다.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일수록 결핵에서부터 심장병에 이르기까지 여러 질병에 걸릴 위험이 낮았다. 심지어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도 잦은 것으로 보였다.
커피를 다 마시기 전에 니콜렛 수녀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드렸다. “수녀님은 어째서 같은 해에 수녀가 된 다른 수녀님들보다 더 건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내 나름대로 운동을 했지요.” 수녀님이 답하셨다. “어떤 운동인데요?” “하루에도 몇 킬로미터씩 걷는답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하셨는데요. “ “일흔 살 때부터.” 니콜렛 수녀님도 다른 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위험한 나이였다. 다른 수녀님들은 가장 흔하게는 뇌졸중과 심장병으로 돌아가시는 일이 많았지만 수녀님은 이 두 병을 잘 피하셨다. 운동은 심혈관의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믿을만한 방법이고 어느 나이에나 운동을 하면 도움을 받는다.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고 뇌세포에 영양분이 되는 화학물질이 증가하여 우울증과 뇌조직의 손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3 수녀를 연구하다
“우리 수녀회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세워졌습니다. 과연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보다 더 힘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리타 슈발베 수녀-
만카토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수녀님들의 교육 수준과, 노화의 두 가지 척도 사이의 관련성을 조사하는 일이었다.
우리들 대부분은 일상적인 활동을 혼자서 해낼 수만 있다면 오래 살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수녀님들 사이에서 아주 극적인 차이를 목격했다. 어떤 분은 혼자서 식사를 할 수 없는데 같은 나이인 다른 수녀님은 여전히 하루 종일 일을 하고 계셨다. 그래서 나는 그러한 차이가 왜 생기는지를 알고 싶었다.
우리는 만카토의 문서 보관소에 있는 1900년대 초부터의 기록을 토대로, 만약 생존해 있다면 1986년에 75세가 넘는 수녀님 306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 사신 분은 우리가 연구를 시작하기 직전에 96세 로 돌아가신 수녀님이었다. 살아 계시는 수녀님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은 94세였다. 나는 이분들의 학업 기록을 모으면서 살아 계시는 수녀님들의 지능 상태를 측정했고, 매일 간호사의 도움을 받았는지, 또는 식사하고 옷을 입고 목욕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을 받았는지도 조사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대학을 나온 수녀님들은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또 양로 시설이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더 높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학력이 낮은 수녀님들은 사망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 능력도 나이가 들수록 훨씬 더 제한된다는 내용이었다.
1987년에는 한 개인의 교육 수준과 소위 적절한 기능을 유지하며 생존하는 것이 서로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이 데이터에는 매우 심각한 변수가 작용 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만을 다닌 사람은 담배를 더 많이 피우고 돈은 잘 벌지 못하며 정상적인 수준 이하의 의료혜택을 받고 허름한 주거 환경에서 살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노트르담 교육 수도회의 수녀님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적인 연구에서 과거의 연구 결과와 같은 결과를 얻은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수년미들은 대학을 다닌 것과는 상관없이 생활양식이 비슷하고 수입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모두가 담배를 피우지 않고 의료혜택, 주거, 식생활도 결국은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수녀회에 보관된 풍부한 기록에 의하면 교육을 더 많이 받은 수녀님들이 어느 연령에서나 사망률이 더 낮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시 말하자면 교육은 일찍부터 보호 효과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그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것은 우아하게 노년을 맞는다는 것이 단순히 건강과 관련된 행위, 수입, 의료 혜택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강연을 마치고 나는 잠시 동안 수녀님들과 시간을 보냈다. 회의실에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다 떠난 후, 리타 슈발베 수녀님이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처음 만카토 수녀원을 방문했을 때 슈발베 수녀님이 다른 수녀님들에게 나를 소개시켜 준 후로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수녀님이 말씀 하셨다. “강연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잘 알겠어요. 그렇지만 수녀님들 중 몇 분은 강연 내용에 당황스러워했다는 것을 말해 두어야겠어요. “당황하셨다고요?” 내가 물었다. “가정 봉사 수년미들이었어요. 대학에 가지 못했던 …….”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가정 봉사 수년미들은 수녀원 살림을 맡아 많은 일을 하신다고 알고 있었다. 나이 드신 가정봉사 수녀님들에게는 초등학교 교육, 대개는 교실이 하나뿐인 시골 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리타 수녀님은 지적했다. 그러한 수녀님들 가운데 두 분이 내 강연 중에 나오는 통계 수치를 듣고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고 수녀회 간부에게 말했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오래 살지도 못하고 만년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몰라서 걱정을 했던 것이다.
교육과 성공적인 노화 사이의 밀접한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아직도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연구 내용이 발표될 때마다 청중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1988년 미국 노인학회 연례 학술 대회에 제출된 만카토의 연구 결과는 포스터 발표를 하도록 결정되었다.
미네소타로 돌아온 후 모티머(미니애플리스 재향군인회 의료원의 노인 연구소장)와 나는 꾸준히 대화를 나누며 수녀 연구에 알츠하이머병 연구를 어떤 방식으로 포함시킬 것인지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모티머는 ‘뇌의 예비능’이라는 가설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것은 수녀를 대상으로 하는 내 연구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이었다, 뇌의 예비능이라는 개념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장애 정도가 단순히 알츠하이머병으로 뇌가 얼마나 심하게 손상을 받았느냐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오히려 임신 기간과 성장 과정에서 뇌의 발달이 뇌 구조의 강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이론에 의하면 뇌가 강하면 강할수록 예비능이 높아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조직이 심각한 구조적 손상이 발생해도 증상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티머는 이렇게 더 강한 뇌를 처리 능력이 더 뛰어난 효율적인 뇌라고 묘사했다. 연구자들이 표현 하는 대로 말하자면 이러한 뇌는 유연성 또는 적응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효율적인 뇌에서는 신경 세포 사이에 새로운 연결이 형성되어 어느 정도까지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손상을 입은 부위의 주변을 메워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4 가장 위대한 선물
우리는 수녀가 되면서 자식을 갖지 않겠다는 어려운 선택을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뇌를 기증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수수께낄ㄹ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 생명의 선물을 줄 수 있습니다. -리타 슈발베 수녀-
가족 중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이 없다고 해서 그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노화는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커다란 위험 요인이며, 90세가 되면 약 반수가 결국 이 병에 걸립니다. 그리고 다행히 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해도 언젠가는 이 병에 걸린 수녀님을 돌보아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
나는 이 연구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뇌를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과감하게 말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게 되면 매년 지능검사와 신체검사를 받게 되며 사후에 뇌 조직을 기증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죽음과도 같은 침묵……., 얼마간 침묵이 계속되더니 조금씩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방 뒤쪽에서 속삭이는 소리도 들렸다.
“그럼, 물론 내 뇌를 기증할 수 있지. “클라리사 수녀님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
밸런타인데이가 되자, 나는 모든 수녀님들에게 카드를 써서 직접 전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수녀원의 양로원 한쪽에 전통적인 검은색과 희색의 수녀복 정장을 입으시고 휠체어에 약간 구부린 채 앉아 계신 85세의 한 수녀님에게 카드를 드렸다. 그 수녀님은 전혀 거동하실 수 없어 보였다, 말씀을 하셔도 서로 관련이 없는 단어 몇 개만을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수녀님은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나를 올려다보시며 또렷하게 말씀하셨다. “아니야, 여기가 노화 연구소지.” 그러고 나서 웃으시더니 갑자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서 혼잣말을 중얼거리셨다.
우리의 연구에 적합한 1027명의 수녀님 가운데 모두 678명이 뇌 기증 프로그램에 등록하셨다. 이것은 참여율이 66퍼센트나 되는 것이었고 이로써 우리가 소망했던 대로 수녀 연구가 알츠하이머병과 노화에 관한 지식을 넓힐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음이 확실해졌다.
1991년 6월 26일 밤 9시 40분, 굿카운슬힐의 안젤루스 실링 수녀님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이 수녀님은 89세이셨고 정신 건강도 양호하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어 처음으로 뇌를 기증하게 되셨다. 우연히도 안젤루스 수녀님이 돌아가신 그날 나는 만카토 수녀원에 있었다.
다음날 아침 8시에 병리의사가 안젤루스 수녀님의 두개골을 절개하고 뇌를 꺼낸 후 무개를 재고는 포르말린 용액이 담긴 1갤런짜리 통에 담았다. 몇 주 동안 뇌 조직은 그 포르말린 용액 속에서 고정되어 안정된 상태가 될 것이다. 병리의사는 두피를 다시 꿰매고 나서 안젤루스 수녀님의 시신을 장의사에게 보냈다.
5 두 수녀 이야기
새로운 땅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공포에 질릴 정도로 믿기질 않았어. 연약한 내 자신에 대한 연민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지. -돌로레스 라우흐 수녀-
노트르담 교육 수도회에서 수녀님 각자가 자신의 자서전을 쓰는 전통은 미국 수녀회의 첫 원장이었던 캐롤라인 프리스 수녀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북미 수녀회 의장이었던 마더 메리 스타니 슬라우스 코스트카 수녀님이 1930년 9월 22일에 모든 수녀원에 편지를 보내, 수련 수녀들은 모두 서원 식을 갖기 전에 자서전을 적어 내도록 하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없다. 그 편지에는 또한 수녀들이 어떻게 자서전을 써야 하는지도 적혀 있었다.
「자서전은 이백 자 내지 삼백 자 내외로 적고 종이 한 장을 넘지 않도록 한다. 출생지, 가문, 유년 시절에 관해 재미있었고 교훈적이었던 이야기, 다녔던 학교, 수녀원에 들어오는 데 영향을 주었던 일, 종교 생활 그리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들을 포함시킬 것」
수녀 연구에 관한 강연을 할 때, 나는 마리아 수녀님의 지능검사 모습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리아 수녀님의 모습은 청중들 모두에게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한 인간의 진정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면 마리아 수녀님이 시간과 장소에 관한 단기적인 기억력은 점차 잃어가고 있지만 머리와 마음속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분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는 불완전했지만 인간다움은 그대로 간직하고 계셨다.
마리아 수녀님과 돌로레스 수녀님은 미국에 도착해서 첫해를 밀워키의 수녀원에서 지냈다.
성적표를 보면 두 분은 머리가 아주 좋아서 80점에서 90점 정도로 거의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두 분의 성격은 극적인 대조를 보였으며 점점 서로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돌로레스, 너는 어디를 가나 늘 뛰어다녔지. “ 마리아 수녀님이 회상했다. “마리아는 아주아주 조용했어. 침착하고 개인적이었지.” 돌로레스 수녀님은 그렇게 기억하고 계셨다.
자서전 역시 큰 차이가 있었다. 마리아 수녀님은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에 대한 의무감을 피력하는 것으로 글을 끝마치고 있었다. “사랑하는 동료들과 친절한 선배 수녀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우리는 가톨릭 젊은이들의 영혼의 영생을 돕기 위해 교사가 되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돌로레스 수녀님은 한 편의 시처럼 글을 마무리했는데 다음과 같다. “이전까지의 삶이 주의 은총에 의지하는 삶이었다면 앞으로의 삶은 이 은총에 감사하며 사는 삶이 될 것이다.” 1938년 8월 두 수녀님은 첫 서원 식을 가졌다. 이어서 “파랑새”, 즉 교사로서의 자격을 얻었다. 그러고 나서 두 분은 헤어졌고 그 후 50년 동안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처음부터 마리아 수녀님은 병치레가 잦았다.
그녀가 주님께 복종을 서원한 것은 의심 없이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이었지만 미국에서 보낸 첫날, 마리아 수녀님은 신경 쇠약을 경험했으며 어찌 되었든지 그 일이 심한 우울증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엘름그로브의 숲 속에 있는 별관에서는 정신 질환을 조금이라도 앓고 있는 수녀님들은 모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마리아 수녀님은 그곳에서 두 달을 지냈으며 독일 수녀님 한 분이 마리아 수녀님이 마음의 문을 열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내가 마리아 수녀님을 만났던 1991년에 수녀님은 엘름그로브의 양로원에서 지내고 계셨다. 나는 단어를 네 개 밖에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던 수녀님의 첫 지능 검사 때 처음으로 수녀님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마리아 수녀님은 상태가 약간 좋아져서 노년을 잘 보내시는 듯했고 너무나 재기 발랄하고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후 몇 년 안에 수녀님이 다시 빠르게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놀라고 슬펐다.
마지막에는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셨다.
나는 돌로레스 수녀님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그분의 삶이 마리아 수녀님과 얼마나 달랐는지를 알고는 매우 놀랐다.
새로운 조국이 된 미국에서(독일태생)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돌로레스 수녀님은 ㄱ오부와 교사라는 직업에 온몸을 던져 몰두했다. 그러나 그분은 역시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하나밖에 없는 오빠가 러시아 전선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돌로레스는 기운을 잃었지만 그런 상황을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돌로레스 수녀님은 계속 능력을 발휘하면서 주님께서 항상 자신을 지켜 주시리라는 믿음을 더욱 강하게 가졌다.
그 후 20년 동안 돌로레스 수녀님은 아이들을 가르치셨고 결국 위스콘신에 흩어져 있던 수녀회 학교의 교장까지 되었다. 대부분의 수녀님들처럼 1년에 9개월 동안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여름 방학에는 대학교에 다녀서 1045년 29세 때에는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44세인 1960년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47세에는 밀워키의 마운트메리 대학교 초등교육학과의 교수가 되었다.
돌로레스 수녀님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다시 대학교에서 지리학을 공부해 51세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55세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6월 어느 날, 66세의 돌로레스 수녀님은 로마에 있는 수녀회의 세계 본부에서 열리는 종교 개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프리카에서 일하는 수녀회 총장인 메리 마거릿 요하닝 수녀님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아프리카에 가야 하는데…….” 돌로레스 수녀님이 ㅊ오장 수녀님 옆을 지나치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중얼거렸다.
“아프리카에 가고 싶으세요? “
“나는 나이가 너무 많아, 너무 늦었어!”라며…….“ 그러나 수녀님은 상상 속에서 희미했던 불빛이 점점 밝아지는 것을 보았다. 수녀님은 주님께서 자신의 48년 전 고백성사에 대한 답을 주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돌로레스 수녀님은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케냐로 가라는 전갈을 받았다.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신이 났었지.“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돌로레스 수녀님은 마리아 수녀님이 재봉사 일을 그만 두고 은퇴하신지 2년이 지난 1984년에 케냐에 도착했다.
1992년에 76세의 돌로레스 수녀님은 안식년을 맞아 마운트메리 대학교로 돌아와서 컴퓨터를 배우고 계셨다. 그해에 수녀 연구에 동참하셨고 첫 지능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셨다.
1996년에 80세의 돌로레스 수녀님은 케냐를 떠났다.
수녀님은 다시 돌아오신 후 두 번째 지능검사에서 거의 완벽한 점수를 받았다. 너무나 대조적으로 1996년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쇠약해진 마리아 수녀님은 폐렴에 걸린 후 며칠 만에 돌아가셨다.
나이를 먹으면 마음도 지치고, 오래 살면 반드시 치매에 걸린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이것은 전해져 내려오는 말에 불과하다. 나이를 많이 먹을수록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데 마리아 수녀님이 70세가 되어서 이 병에 걸린 것은 이로써 설명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돌로레스 수녀님의 마음은 80세가 넘어도 지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운명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역학자들은 마리아 수녀님과 돌로레스 수녀님의 나란한 삶과 같은 일회적 사건에 대해서는 깊은 회의를 가지고 있다. 개개인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력은 있지만 보편적인 사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 병은 더욱더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다. 그리고 그 뿌리는 어린 시절과 깊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규모가 큰 집단을 조사하는 것만이 이 병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밝혀낼 수 있다.
유전적 요인을 추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마리아 수녀님과 돌로레스 수녀님의 부모님들은 모두 알츠하이머병을 앓지 않았으나 그것은 그분들이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들이 일부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수십 개의 유전자, 어쩌면 더 많은 유전자가 상보적으로 작용해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두 분이 여자라는 점은 분명히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수명이 길지만 이것만으로는 여성의 알츠하이머병의 위험률을 설명하지 못한다.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남성의 평균 수명보다 오래 사는 많은 남성들이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다른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일반 여성에게 출산력과 폐경 후의 에스트로겐 사용의 차이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러한 요인도 역시 마리아 수녀님과 돌로레스 수녀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마리아 수녀님과 돌로레스 수녀님 사이에 가장 분명한 차이는 교육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행된 대부분의 대규모 연구에서도 낮은 교육 정도와 알츠하이머병의 관계가 밝혀졌다. 두 수녀님이 20대 초반까지는 거의 같은 교육을 받았지만 미국에 온 후로는 분명히 달랐다. 마리아 수녀님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말다 했고 대부분을 재봉사로 보냈다. 대학원을 졸업하려는 희망은 여러 차례 병을 앓으면서 무산되었다. 돌로레스 수녀님은 차근차근 학문의 길을 밟아서 초등학교 선생님에서 교장을 거쳐 대학 교수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 학사학위, 두 개의 석사 학위, 그리고 박사학위 하나를 땄다. 이렇게 분명한 교육의 차이는 그들의 삶의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지만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에는 영향을 미쳤다 해도 아주 미미했을 것이다.
두 수녀님의 또 다른 차이는 가정교육과 환경이었다. ~~~ 독일에 살고 있는 마리아 수녀님의 조카를 돌로레스 수녀님이 만났다.
마리아 수녀님의 젊은 시절은 자서전에 적혀 있는 것보다 더 어두웠다고 한다. 그는 마리아에 대한 설명이 적힌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마리아 자신은 항상 어린 시절이 어려웠고 아버지가 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아버지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신경 쇠약으로 집에 돌아온 후에는 더욱 심했다고 했습니다.
노인의 경우 건강한 사람보다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우울증이 더 빈번히 발생한다. (믿을만한 연구에 의하면 15~40퍼센트의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우울증과 알츠하이머병과의 관련성은 불분명하다. 우울증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인자인가? 아니면 우울증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상실감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인가? 몇몇 주요 연구에서는 우울증이 알츠하이머병에 앞서 나타나고 분명한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인자라고 한다. 네 가지 연구에서 나온 결과를 합해서 보면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기 전에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던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1.8배 높았다.
6 놀라운 뇌
대단한 일이 될 거야. 내가 캔터키에서 태어났는데 내 뇌가 그곳으로 돌아가게 되었군. -시카고 교구의 카를렌 로버츠 수녀-
샌더스-브라운 노화 연구소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대부분 퇴근한 후였지만 나는 다음 주가 마감인 연구 계획서를 끝내느라 남아 있었다.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아래층에 있는 마키스베리 실험실로 향했다.
그때 이미 우리는 미국 노트르담 교육 수도회의 일곱 군데 교구로부터 수백 개의 뇌를 받았지만 내게 이 소포가 도착한 것은 결코 일상적인 일이 될 수 없었다.
정신이 칼처럼 예리했던 수녀님의 뇌에는 병의 흔적이 없었지만 치매에 걸린 수년미의 뇌는 손상이 심했고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예상과 아주 잘 들어맞았다. 그러나 가끔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던 수년미의 중에 뇌에서는 알츠하이머병병의 뇌 손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와는 반대로 살아 있는 동안에는 정신적 이상이 없었는데도 뇌 조직에서는 심한 알츠하이머병의 소견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점진적으로 기능을 상실하는 알츠하이머병의 증상과 그러한 증상을 일으키는 뇌의 손상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이 수녀 연구의 핵심이다.
치매란 라틴어로 ‘정신이 나갔다’는 뜻이다. 알츠하이머병은 흔히 세 종류의 증상이 있으면 진단이 가능하다. 즉, 단기 암기력의 이상, (언어와 같은)또 다른 인지 영역의 이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옷을 입는 것과 같은) 사회적 또는 일상적 기능의 장애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치매의 원인으로는 최소한 60가지가 알려져 있다.
가령 치료되지 않은 매독 균과 같은 세균에 의한 감염, (에이즈 등의) 바이러스 감염,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이나 그 변종인 광우병과 같은)프리온이라고 하는 새로 발견된 감염 매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비타민B12결핍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영양 질환과 대사 질환도 약물에 의한 부작용, 독성 물질, 종양, 뇌졸중, 그리고 심한 외상(권투로 인한 치매를 데멘티아푸질리스티카라고 한다)과 마찬가지로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헌틴턴병, 파킨슨병 또는 알츠하이머병 등 의 퇴행성 질환에 의해서 치매가 초래되기도 한다.
암에서 당뇨병, 인플루엔자에서 폐렴, 통풍에서 천식에 이르기까지 같은 질병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지금은 잘 알려져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질병이 빠르게 진행돼서 심한 증상을 보이는가 하면 다른 사람에게서는 증상이 나타나는 데 수년, 심지어는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공통점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병이 서서히 진행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은 알아보기가 어렵다. 처음에는 사람과 물건의 이름을 기억하거나 그날 아침에 비가 내렸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고 일상생활의 단순한 사실을 기억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물론 이런 유형의 단기 암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가끔씩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는 이러한 기억력의 이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잦아지고 심해진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하거나 몇 분 전에 일어난 일을 기억할 수 없다는 듯 계속해서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 한다. 그리고 어떤 일에 대해 추리하고 계획을 세우며 구성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데, 어떤 사람은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나 여러 차례 다녀본 곳을 걸어가는 것도 어려워진다.
살아 있는 사람으로부터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는 혈액 검사나 뇌 스캔 등의 검사 방법은 없다.
병이 진행되면 언어 구사능력이 계속해서 퇴보한다. 어떤 물건이나 경험을 적절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게 된다. 읽고 쓰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친구나 가족의 얼굴을 알아보는 데 문제가 생기고 심지어는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과 가재도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날짜를 기억하지 못 할 뿐 아니라 계절이나 연도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가장 알기 어려운 증상은 감정과 관련된 것으로 기분의 기복이 심해지고 우울증과 허탈감, 망상, 편집증 또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대개 진단을 받고 8~10년이 지나 마지막 단계가 되면 환자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대소변을 가릴 수 없게 되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게 된다. 공식적으로는 폐렴, 낙상의 후유증이나 다발성 장기 기능장애로 사망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사망 후 뇌 부검을 통해 분명히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진단을 확인할 수 있다.
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가장 흔히 관찰되는 두 가지 공통점이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처음 기술한 플라크와 섬유 농축 체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건강한 여성의 뇌는 무게가 1,100~1,400그램인데 대부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는 눈에 띄게 작아서 병이 진행되면서 뇌 조직이 파괴되어 1,000그램 이하로 위축된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현미경으로 보면 플라크 때문에 마치 천 조각에 먼지 같은 검은 얼룩 반점이 묻은 것 같다. 플라크는 뇌에서 용액 상태로 존재하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 그 이유는 모르지만 베타-아밀로이드가 뭉쳐서 플라크라고 하는 단단한 침전물이 만들어진다.
알츠하이머병에서 관찰되는 섬유 농축 체는 어두운 불꽃이나 올챙이 모양을 하고 있다. 섬유 농축 체는 타우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건강한 신경세포에서는 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이 세포의 튼튼한 골격인 노끈 같은 구조의 미세소관을 형성한다. 미세소관은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소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신경세포의 몸체로부터 축색돌기라고 불리는 긴 꼬리를 따라 영양소와 화학적 신호를 내려 보내 다른 세포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어 미세소관을 엉키게 한다. 따라서 신호 전달 체계가 파괴되어 세포는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활동하지도 못한다. 그렇게 해서 이상이 생긴 신경 세포는 일찍 죽게 된다.
1991년에 독일 학자인 하이코 브라크와 에바 브라크는 섬유 농축 체의 위치를 가지고 알츠하이머병을 6단계로 나누어 정의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0단계는 섬유농축체가 없거나 아주 드믄 경우이고, 뇌의 사고 영역에서 섬유농축체 수적 증가와 분포 확장에 따라 1단계에서 6단계까지 등급을 나누었다.
알츠하이머병이 제1단계에서 가장 심한 단계인 5,6ㄷ나계까지 진행하는 데에는 아마도 5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섬유농축체는 처음에 기억력에 가장 중요한 부위인 뇌의 기저부 가까이에 위치한 내후각뇌피질의 표면을 덮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리고 나서 섬유 농축체는 뇌의 더 높은 부분이나 깊은 곳으로 확산되어 해마와 그 주변 조직으로 침윤한다.
내후각뇌피질(브라크 1단계와 2ㄷ나계)에서 해마(브라크 3단계와 4단계)를 거쳐 신피질(브라크 5단계와 6단계)로 차례차례 섬유농축체가 퍼져나가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에서 정신과 신체 그리고 사회 간의 소실이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양상과도 잘 맞는다.
분명히 마리아 수녀님의 검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적인 유형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브라크 5단계 또는 6단계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리아 수녀님은 겨우 2단계였다. 그분의 뇌에서 발견된 섬유 농축체의 수를 전에 분석이 끝난 다른 수녀님들의 것과 비교해보니 약 20퍼센트 안에 들었는데 이는 수녀님들의 75퍼센트 이상이 더 많은 섬유 농축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수녀 연구를 비롯한 다른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마리아 수녀님의 경우가 이상한 것이 아니고 브라크 2단계처럼 아주 이른 시기에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회의에 참가한 사람은 누구나 우울증과 알츠하이머병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우리는 마리아 수녀님이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함께 작용해서 비록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소견은 미약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도록 한 것으로 추정했다.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 해마가 위축되고 작아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만성 우울증 환자에서도 해마는 약간 위축되는 것 같다고 한다.
수녀 연구에서 얻은 다른 데이터와 관련시키면서 브라크 단계와 알츠하이머병 증상의 관련성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제 1단계와 2단계의 수녀님들 중에서는 22퍼센트에서 치매가 발생했으며 3 단계와 4단계에서는 그 빈도가 43퍼센트로 뛰었고 4ㄷ나계와 6단계에서는 70퍼센트의 수녀님들이 치매 증상을 보였다.
버나뎃 수녀님은 85세였던 1990년 중반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몇 개월 후 마커스베리와 릴리가 회의실에 모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마커스베리가 먼저 병리학적 소견을 말했다. 뇌의 무게는 1,020그램으로 간신히 정상범위에 들었다. 맨눈으로 보아서도 뇌졸중의 증거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사망 원인인 심장마비가 일어났을 때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뇌 조직을 현미경으로 분석했을 때 알츠하이머병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섬유농축체는 후두엽에서 전두엽까지 해마와 신피질을 따라 산재해 있었다. 마커스베리는 이것이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소견이 가장 심한 브라크6단계라고 했다.
그래요 수년미의 지능에는 이상이 없었어요. 수녀님은 지능검사나 신체검사에서 정상 점수를 기록했다.
수녀님은 81세, 83세, 84세에 검사를 받았으며 점수도 높았고 전혀 지능 이상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검사 때마다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보면 아주 인상적인데 버나뎃 수녀님은 벽시계나 손목시계를 보지 않고 정확한 시간에서 4분 전후로 시간을 말씀하셨다.
“어쩌면 이런 사실이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 연구원 한 사람이 말했다. ”초기의 자기 공명 스캔 사진을 보세요. 이상하게도 회색질의 양이 많지요. “ 정말로 버나뎃 수녀님은 신경 세포체로 구성된 신피질의 회색질의 양이 우리가 조사한 수녀님들의 90퍼센트보다 많았다. 버나뎃 수녀님은 아주 극단적인 예였다. 신피질에 플라크와 섬유농축체가 많았지만 뇌 기능은 놀라울 정도로 잘 유지되었던 것 같다.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신피질이 쉽게 파괴되지 않았다.
7 젊은 날의 자서전
내가 지금은 ‘성령의 좁은 길’위에서 기다리며 방황하고 있지만 3주 후면 가난과 순결과 복종의 성스러운 서원을 통해 주님을 붙잡고 따르게 될 것입니다. -엠마 수녀-
그는 요점을 정리하려는 듯 나에게 물었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적은가요?”
도나휴가 말을 계속했다. “교회에서 지적인 도전을 할 수 없는 천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지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근거가 있나요?”
수녀님들은 누구나 서원식이 있기 며칠 전 스무 살이라는 나이에 자서전을 썼습니다. 우리는 어휘가 풍부하고 아주 까다로운 문장으로 한 구절 한 구절 많은 생각을 담아 글을 쓰셨던 분이, 60년이 지난 바로 지금 도나휴 쇼에 나오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나휴는 프로듀서에게 받았던 종이를 흔들면서 말했다. “박사님이 수녀님의 자서전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수녀님이 스무 살이던 1928년에 쓰셨군요.” 그는 수녀가 되겠다는 생각이 어떻게 싹트고 자랐는지를 묘사한 도로시 수녀님의 자서전 첫 부분을 재빨리 요약했다. “이 글을 수녀님이 쓰신 거군요.” 그는 효과를 내기 위해 운율을 살려 여기저기 끊어 가면서 큰 소리로 글을 읽어 내려갔다.
「나는 미사를 드리며 순교를 위해 기도한다. 이렇게 매일 미사를 드리며 나를 성령께 봉헌하면 주님께서 나의 청원을 어여삐 여기실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신앙생활이란 일종의 순교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스무살이라는 나이에 이런 글을 쓰셨다니…….”
만카토 수녀원에서 자서전을 발견하자마자 모티머와 나는 그 글들이 일종의 화석과도 같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즉, 그 글들 속에는 수녀님들의 어릴 때 지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과거의 편린이 기적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이 조각들을 맞추어 의미 있는 형태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뚜렷한 아이디어가 없었다.
밀워키 수녀원에 있는 그들만을 대상으로 그 가운데 93개의 글이 1931년과 1939년 사이에 서원 식을 치른 수녀님들 자신이 직접 손으로 쓴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라이너는 이 93명의 수녀님을 알츠하이머병의 임상 증상을 보이는 그룹과 증상을 보이지 않는 대조군으로 나누었다. 다음에 할 일은 이 두 그룹 사이의 차이점을 분석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우선 우리는 단음절 단어와 다음절 단어의 사용에 대해 조사했다. 밀워키 수녀원의 수년미들이 자서전에서 사용한 모든 단어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컴퓨터로 이를 분석했더니. 건강한 대조군은 ‘particularly, privileged, quarantined와 같은 다음절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보인 수녀님들은 girls, boys, sick와 같은 단음절 단어를 더 자주 사용했다.
이것은 건강한 수녀님들은 어렸을 때 어휘력이 풍부했고 어린아이로서는 무척 다양한 종류의 글을 읽었으리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 개념밀도가 낮다는 사실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사람을 예건하는 데 이렇게도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이유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어째서 개념 밀도가 높으면 엠마 수녀님처럼 알츠하이머병이 잘 걸리지 않는지를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유년 시절에 개념 밀도가 낮다는 것은 이미 어떤 식으로든 뇌가 위태로운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것은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소견의 등급에 관한 브라크의 연구가 뒷받침해 준다.
「일흔 네 살 생일을 보내고 나서부터는 가끔씩 내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은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인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는 형용사와 부사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단순하게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는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단순하고 서술적인 문장을 써 본 적이 없습니다. 내 글은 복잡하고 장황하며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마치 사회학 예비 박사나 언어심리학자의 글처럼 심오합니다. 나는 바로 이 순간에도 내 글을 어떻게 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문장을 어렵게 쓰는 것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 자신이 점점 더 개념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데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막 떠오르는 내 생각을 다른 것과 구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 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고 백오십 살까지는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든 칼슨,<뉴욕 타임스>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
1996년 2월 21일에 우리의 논문이 저명한 <미국 의학 협회지>에 발표되자 우리는 여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었는데, 대중은 물론 동료들 가운데서도 심하게 따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가 자서전의 감성적인 내용을 간과하는 잠재적인 중요한 실수를 했다고 하였다. 아마도 그 사람의 뜻은 감정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 더 잘 살아 간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실제로 그것은 라디아 그라이너와 내가 세웠던 가설의 하나였다. 개념 밀도가 낮은 사람은 소위 단순 나열형인 경향이 있어서, 감성이 풍부하고 감각이 예민한 개념밀도가 높은 사람과는 대조가 된다. 그러나 감정 표현과 인지 기능 사이에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 추가 연구로 밝혀졌다. 그래도 문체의 차이는 너무 컸기 때문에 후속 연구에서 다시 그 문제로 돌아가게 되었다.
두 번째 비판은 언어학적인 관찰 결과에 대한 것이었는데 우리가 사용했던 언어심리학적 측정 방법이 원래는 문장을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다른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었다는 정확한 지적이었다. 어려운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은 고도의 언어학적 능력을 나타내는 것일 수는 있지만 복잡한 문장을 쓸 수 있는 능력은 그 반대를 나타낸다고 주장했다.<뉴욕타임스>의 편집자에게 보낸 재치 있는 편지와 마찬가지로 이 지적은 중요한 차이점을 놓치고 말았다. 답신에서도 썼지만 우리의 연구에서 분류한 개념이 높거나 낮은 그룹의 글에서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 문법적으로 정확했고 생각을 분명히 표현했으며 설득력도 있었다. 하지만 개념 밀도가 높은 그룹의 글이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이 복잡한 생각과 사건을 함께 엮었기 때문에 생생하고 시적인 글이었다.
결국 우리는 도나휴 토크 쇼에서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또 우리의 연구에 가장 빈번히 물어 오는 질문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관찰한 사실과 지능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아이큐와 알츠하이머병의 관계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지 등이다.
무엇보다도 수녀님들이 어렸던 그 시절에는 지능을 측정할 만한 표준 측정 방법이 없었다. 아이큐 검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녀원의 기록은 고등학교 수준의 지능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놀랍게도 개념 밀도는 영어, 라틴어, 대수학, 기하학 등의 교과목 성적과는 상관이 없었다. 이러한 사실은 구두 지능이나 분석지능은 개념 밀도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오히려 개념 밀도는 인지, 기록, 기억 유추와 같은 뇌의 성질을 나타내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다.
수잔의 설명에 의하면 개념 밀도는 최소한 어휘력과 독해력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학습 방법에 의해 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어휘력과 독해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그것을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수잔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이제 뇌가 평생 동안 변하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뇌 성장의 대부분이 아주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출생 후 영아기와 유아기에 뇌는 급속도로 성장한다. 사춘기가 되기 전에 뇌는 제 모양을 갖추게 되고 신경 세포 사이에 수많은 연결이 형성된다. 이렇게 뇌가 발달하는 데에는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뇌의 용량을 늘리고 방향을 잡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 우리는 마커스베리가 했던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특히 부모들은 갖난 아기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틀어주어야 하는지, 비싼 교육용 장난감을 사주어야 하는지, 텔레비전을 보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지, 또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가르쳐야 하는지 등등을 물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켐프 박사가 마커스베리에게 말했던 것처럼 간단하게 대답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세요.” 그러면 듣는 사람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점을 내가 확인해 주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해한다.
내가 방에 들어가자 수녀님의 얼굴이 환해지셨다. 수녀님은 하얀 털실로 짠 담요로 다리를 덮으시고는 창 가까이에 앉아 계셨다. 수녀님은 하얀 털실로 짠 담요로 다리를 덮으시고는 창 가까이에 앉아 계셨다. 무릎 위에는 신문이 접혀진 채 놓여 있었다. “신문 읽고 계셨어요?” “아, 오늘 아침에 읽었지. 지금은 낱말 맞추기를 하는 중이야.” 수녀님은 <뉴욕 타임스>를 펼치고서는 까만 펜으로 거의 다 채워 넣은 낱말 맞추기를 보여 주셨다. “이걸 하면 나쁜 일이 생기지 않지.” “언제나 잘 맞추시나 봐요.” “그럼, 잘 맞추지.” “어떻게 그런 재주를 가지고 계세요?” “내가 어렸을 때 인디애나에서 자란 걸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만 우리 집안은 독일과 프랑스계였어. 매년 크리스마스 선물에 관해서 두 분이 이야기 하실 때에는 우리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언제나 독일어로 말씀하셨지. 그래서 나는 다섯 살 때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혼자서 독일어를 공부했지.”
수녀님은 1997년 11월 3일에 89세로 돌아가셨다. 사망원인은 심장마비였다. 우리가 실시한 지능검사에서는 전혀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돌보던 간호사에 의하면 돌아가시는 날도 정신은 명료하셨다고 한다. 뇌 부검 결과, 아주 소량의 섬유 농축체가 해마에서만 관찰되었고 신피질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도로시 수녀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낱말 맞추기를 하며 즐겁게 보내신 것이 나로서는 정말 기쁜 일이었다.
8 암흑의 해독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아요? 그건 내가 예수님을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오. 하지만 나는 결국 알게 되었지요. 내가 주님을 기억하지 못하게 될지라도 주님께서 나를 기억하시리라는 것을……. -로라 수녀-
루이스 수녀님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를 따라오시더니 개인적으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다. 루이스 수녀님은 내가 수녀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 알게 되었는데 그 당시 90세였지만 튼튼한 발걸음이나 예리한 판단력은 여전히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으셨다.
앤은 루이스 수녀님의 친동생으로 두 분은 수십 년 전에 같은 수녀원에서 서원식을 치렀다.
루이스 수녀님은 앤보다 서너 살이 더 많았지만 여전히 수녀원 은퇴자 숙소에 계셨다. 하지만 앤 수녀님은 몇 차례 가벼운 뇌졸중 증상으로 휠체어를 타시다가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 센터로 옮기셨다.
“의사 선생님이 작년에 앤이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했는데 겨울 내내 좀 나아졌다 나빠졌다 하고 있답니다. 이제는 병이 나으려나. 생각했는데 요새는 내가 오후에 찾아가면 그날 아침에 나를 만났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어렸을 적 어머니, 아버지 예기를 하면 75년 전 일이지만 세세한 것까지 기억하고 있는데……., 박사 생각에 앤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 같아요?”
앤 수녀님의 지능 검사는 지난 5년간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앤 수녀님의 DNA 검사 결과예요. 19번 염색체에 APOE-4유전자가 한쪽밖에 없어요.” 내가 알츠하이머병의 유전학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알려드리자 루이스 수녀님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셨다.
「사람 몸속의 DNA는 수 만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2001년에 추정하기로는 약 3만 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유전자 하나하나는 특정한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하는 정보를 담고 있다. 어떤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결국 병을 유발하게 된다. 1992년이 되어서야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혈액과 조직 속에 있으면서 콜레스테롤과 다른 종류의 지방을 이동시키는데 관여하는 아포지 단백 E(APOE)라는 단백질에 관해서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해 듀크 대학 병원의 연구 팀이 어느 특정 APOE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APOE에는 2,3,4형이 있는데 이들 유전자는 APOE유전자의 아형이다. 듀크대학 연구팀의 보고에 의하면 APOE-4 유전자를 부모의 어느 한쪽으로부터 받은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정상인의 세 배라고 하며 부모로부터 각각 APOE-4 유전자를 받은 사람은 APOE-4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의 발생률이 여덟 배나 높다고 한다.」
나는 루이스 수녀님에게 그때만 해도 신약이라고 할 수 있었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도네피질 또는 상품명 그대로 아리셉트에 대해 앤 수녀님의 주치의와 의논해 보도록 권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나는 우리가 나눈 대화가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생겼다. 이전에는 수녀 연구 참여자의 APOE-4 유전자 검사 결과를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음날 나는 앞으로 피치 못할 의학적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절대로 그런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1997년에 나는 신경학자인 엘런 로지스를 만나기 위해 듀크 대학교를 방문했다.
몇 년 전 로지스가 수녀 연구에서 619명의 수녀님들을 대상으로 APOE-4 유전자 분석을 해 준 적이 있었다. 백인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전체의 20퍼센트에 해당하는 125명의 수녀님들이 한 개의 APOE-4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으며 단지 2.6퍼센트(16명)만이 두 개의 APOE-4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수행된 다른 많은 연구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들에 의하면 APOE-4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지만 우리 연구에서는 심지어 두 개의 APOE-4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수녀님들도 모두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APOE-4 유전자를 두 개 가지고 있는 16명의 수녀님 가운데 4명이 90세가 넘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4명 가운데 3명은 주요 인지 능력 측정법의 하나인 간이 정신상태 검사에서 인지 능력의 이상을 보였다.
조기에 발병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전형적으로 65세 이전에 나타나고 늦게 발병하는 알츠하이머병보다 가족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병 증례의 약 5~10퍼센트를 차지하며 다운증후군 환자에게서 많이 발병한다. 조기 발병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50세에는 거의 예외 없이 플라크와 섬유농축체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다운증후군 환자는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있기 때문에 그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길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되었다.
9 들리세요, 수녀님?
문을 두드렸을 때, 나는 수녀님이 어떻게 하실지 어떤 기분이실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방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물어보아야 할지 아니면 그저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야 할지, 주님께서 인도해 주십사 기도드렸다. -마를린 맨니 수녀-
결론적으로 우리는 많은 수녀님들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뇌 손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매에 걸리지 않은 것은 가벼운 뇌졸중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199년에 우리는 이 문제를 좀 더 분명히 하기 위해 241명의 수녀님의 뇌를 분석했다. 이분들은 연령이 76세에서 103세였으며 이 중 118명이 치매에 걸리셨다. 치매에 걸린 수녀님들의 부검에서 43퍼센트는 알츠하이머병의 소견만을 보였고 34퍼센트는 알츠하이머병과 뇌졸중 소견을 모두 보였으며 2.5페센트만이 혈관성 치매였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상당수에서 치매의 증상이 나타나도록 하는 데에는 가벼운 뇌졸중이 철도의 선로 전환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또한 뇌졸중이 일어나지 않은 사람의 뇌는 어느 정도까지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변을 상쇄할 수 있으며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할 수도 있다는 것도 강력히 시사한다.
알츠하이머병의 플라크와 섬유농축체의 형성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아직 모르고 있는 현재 상태에서는 뇌졸중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면서 나는 이제 뇌졸중 예방 전도사가 되어버렸다. 고혈압이 다른 어느 원인보다도 더 흔히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 혈압약, 운동, 과일과 채소가 풍부하고 지방이 적은 식사는 뇌졸중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비만인 사람들에게는 조금만 치중을 줄여도 혈압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해준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낮추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체중을 빼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낮아진다. 이는 당뇨병에 걸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발작과 뇌졸중의 위험이 2~4배 정도 높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미 당뇨병에 걸렸다면 주치의와 영양사와 의논해서 혈당량을 정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담배 피우는 것도 뇌졸중을 일으키는 주범의 하나이다. 금연을 하지 못할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을 늘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한다. 나는 또 사람들에게 뇌졸중의 증상을 잘 알고 있으라고 말해 준다. 뇌졸중의 증상은 몸의 어느 한쪽이 저리고 약해지며 의식이 혼미해지고 말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시력 장애, 어지럼증이 생기며 균형 감각을 잃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심한 두통을 앓는다. 따라서 의심이 되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TIA의 경우에도 반드시 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TIA의 증상은 단지 몇 분 동안만 나타날 수 있지만 더 큰 뇌졸중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일단 뇌졸중이 발생하면 그 후에는 시간을 다투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긍극적으로 뇌 손상을 초래하는 연속적인 반응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은 뇌졸중이 발생하고 3시간 안에 사용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뇌졸중은 뇌 발작이다. 따라서 심장발작과 마찬가지로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비록 플라크와 섬유농축체가 뇌에 침윤하기 시작했다 하더라도 신속한 처치로 소중한 뇌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
10 일용할 양식
스노든 박사의 염산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해 듣고 난 후로는 수녀님들이 셀러드바에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메리 아로이시우스 비저 수녀 -
노벨상을 받은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은 암에서부터 정신착란에 이르기까지 여러 질병은 말할 것도 없고, 감기 치료제로 비타민 C를 많이 복용할 것을 권했다.
1981년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서 영국 과학자 리처드 피토는 오렌지 색소인 베타카로틴이 채소와 과일의 주요 항암 성분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당근, 시금치, 참외와 같은 평범한 음식이 건강식품으로 각왕을 받게 되었다. 비타민 C, E, 베타카로틴의 공통점은 다른 물질과 함께 모두 황산화제라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에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소모 현상인 산화성 스트레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철이 녹슬고 오래된 플라시틱이 약해지고 금이 가는 것과 똑같은 과정이 우리 몸의 조직과 장기에서도 일어난다. 우리가 숨을 쉴 때마다 세포에 산소가 공급되고 대사가 일어나 자유 라디칼이라는 불안정한 산소 분자가 만들어진다. 자유 라디칼은 주변에 있는 분자와 반응하여 대개의 경우 파괴된다. 산화는 노화와 질병을 설명하는 중심적 통합 이론의 하나이다.
건강한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뇌 조직에서는 산화 정도가 심했다. 플라크의 성분인 아밀로이드도 자유 라디칼을 만드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신경 세포의 손상을 가중 시킨다. 그리고 조직 손상은 결국 더 많은 자유 라디칼을 만들어 뇌 조직의 위축과 사멸을 초래하는 일련의 파괴적 반응이 시작된다.
우리 몸은 자류 라디칼을 흡수하는 물질을 스스로 만들어서 손상을 맡으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황산화성 음식 섭취나 비타민의 복용을 늘려서 이러한 몸의 청소 과정을 도울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설득력 있는 이론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20년 이상의 연구 결과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만큼 분명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1993년에 나는 영양학에 관심이 있는 켄터키 대학교의 노인병 학자인 크리스틴 툴리와 새로운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툴리는 수녀님들을 대상으로 미량 영양소의 혈중 농도를 측정해서 이것이 그분들의 지능 상태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밝히고 싶어 했다.
우리는 채취한 혈액에서 비타민 E와 카로티노이드라는 일반적인 항산화 물질의 혈중 농도를 측정하도록 했다. (카로티노이드는 베타카로틴과 같은 색소로 식물이 태양의 자외선에 의해 손상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 준다) 이것은 항산화물질과 노화에 관한 인체실험으로서는 최초의 연구였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다섯 종류의 카로티노이드 중에 어느 하나도 인지 기능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관련이 없었다. 더욱 실망스러웠던 것은 비타민 E와도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그 당시 비타민 E는 항산화성 때문에 신경보호제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데이터 가운데 한 항목이 눈에 띄었다. 리코펜이라는 이름의 카로티노이드가 만카토 수녀님들의 신체 기능과 강한 연관성이 있었다. 혈중 리코펜 농도가 가장 낮은 수녀님들은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일어서고, 용변을 보고, 음식을 먹는 등의 일상 행위를 할 때 더 빈번하게 도움을 받아야 했다. 리코펜은 토마토, 구아바, 수박, 적색 포도 등의 몇 가지 식물에서 발견되는 붉은 색소다. 우리 몸은 이 색소에 해당하는 물질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몇 가지 음식에서 리코펜을 취해야 한다. 게다가 리코펜은 어느 정도의 지방과 함께 먹어야 가장 잘 흡수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리코펜 알약은 토마토로 만든 스파게티 소스에 들어있는 리코펜과 그 효능에 있어서 같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요리를 하면 파괴되는 비타민과는 달리, 실제로 리코펜은 요리를 하지 않은 토마토보다 요리한 토마토에서 더 많이 얻을 수 있다.(이런 점에서 보면 페페로니와 넘쳐 나는 치즈를 먹지 않는다면 피자도 건강에 좋은 면이 있다).
수녀님들이 혈액 채취를 한지 6년 반이 지나서 우리는 혈중 리코펜 수치가 높은 수녀님들 중에서는 70퍼센트가 살아 계신 반면 리코펜 수치가 낮은 그룹에서는 13퍼센트만이 살아 계신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조사한 나머지 18종류의 영양소는 수명과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
이 사실이 상당히 흥미롭기는 했지만 리코펜과 건강이 관련이 있다는 정도의 말을 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증거는 얻지 못했다. 리코펜이 실제로 질병이나 죽음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는 없었다.
질병과 기능 장애로 인한 산화성 스트레스가 심해서 혈중의 리코펜이 몽땅 소진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리코펜의 강력한 항산화성은 어떤 원인이라기보다는 건강의 척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1997년에 발표된 알츠하이머병의 연구로 비타민 E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85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추가로 비타민 E를 주었더니 가짜 약을 먹은 대조군보다 건강 상태가 더 좋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세부 사항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2년 동안의 관찰 결과 비타민 E 제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요양소나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늦추었을 뿐 지능이나 신체 기능, 그리고 수명과는 분명한 관련이 없었다.
당시에 <미국 의학 협회지>에는 약초 제제인 은행나무에 관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은행나무 잎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이것으로 특허를 받은 은행잎 추출물은 혈액 순환 향상을 위해 프랑스와 독일에서 널리 처방되었다. 이 논문은 은행나무가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전을 막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으며 몇몇 증례에서는 인지 기능이 좋아지기도 했다는 이전의 보고를 확인하는 임상실험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논문은 데이터 수집이 불완전했기 때문에 비판을 받았으며 의학협회지의 편집인들 사이에서는 그처럼 흔히 사용하지 않는 물질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은행나무에 대한 발견이 비타민 E의 실험보다 더 믿을 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은행나무를 대체의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은행나무를 환자에게 처방하는 의사는 극히 소수였다. 그렇다고 해서 은행나무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사용되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왜냐하면 표준화된 은행나무 추출물은 처방 없어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녀 연구를 시작한 지 9년이 되어서 우리는 마침내 알츠하이머병의 뇌 손상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영양소를 수녀님들에게서 발견했다. 이 연구는 우리가 얻어낸 결과일 뿐만 아니라 내 전공 분야인 역학을 밝게 비춰주는 길이기도 해서 나에게는 소중하다.
캐서리나 슈뢰더라는 18세기의 어느 네덜란드 산파가 처음으로 산모의 나쁜 영양 상태가 영아의 신경학적 손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슈뢰더는 선구적인 역학자와도 같이 50년 동안 3100명의 영아에 대해서 자세하게 기록했다. 그 아이들 중에 여섯 명이 지금 우리가 신경관 결손이라고 부르는 뇌와 척수의 심한 기형을 보였으며 이들은 모두 극심한 흉년을 겪은 가난한 가정에서 출생한 아이들이었다. 1965년이 되어서야 신경관 결손이 비타민 B의 일종인 엽산의 결핍과 관련이 있다고 밝혀졌다. 엽산은 시금치와 케일 같은 진초록 엽상 채소와 콩, 호두, 감귤류 열매, 간에 풍부하다. 그해 영국 리버플의 학자들이 영국 의학 잡지인<란셋>에 이정표가 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뇌와 척수의 기형을 보인 아기를 출산한 산모들 중 66퍼센트가 엽산이 결핍되어 있었으나 정상아를 분만한 산모들 중에는 17퍼센트만이 엽산 결핍이었다.
이미 신경관 결손 기형아를 분만한 경험이 있는 여성이 다시 임신했을 때, 엽산을 추가로 복용하게 했더니 같은 기형을 가진 아이를 갖게 될 위험률이 70퍼센트나 낮아졌다.
이런 놀라운 결과로 인해, 모든 임산부는 엽산 재제를 먹도록 하는 대대적인 대중 보건 캠페인이 촉발되었다. 미국 식품의학청은 1996년에 더욱 강화된 보호책으로, 아침 식사용 시리얼, 빵, 파스타 등의 곡물 제품에 엽산을 첨가할 것을 의무화 했다.
그런데 이것이 나이든 수녀님들의 인지 능력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낮은 엽산 농도와 기형 출산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가 <란셋>에 발표된 지 2년이 지난 후에, 엽산 결핍이 치매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암시하는 보고가 다른 의학 잡지에 실렸다.
1997년에 노인 1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엽산 결핍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볼 수 있는 뇌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작지만 중요한 이 연구에 대해 거의 20년 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1996년에 <미국 의학 협회지>의 편집자로부터 낮은 엽산 수치와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에 관한 논문을 심사해 달라는 부탁 전화를 받았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기억과 노화 연구 프로젝트(OPTIMA)의 연구자들은 혈중 엽산치가 낮으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뇌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 논문을 보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우리 만카토 수녀원의 수녀님들의 혈액 샘플이 떠올랐다.
나는 즉시 그것을 분석해보고는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우리의 데이터가 옥스퍼드 그룹이 조사한 결과와 멋지게 들어맞았던 것이다.
우리는 혈액의 엽산 농도와 뇌 부검 결과를 비교해 보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혈중 엽산의 농도가 높을수록 뇌 위축의 정도가 덜했다.
한번은 내가 마론 그로스에게 영양 생화학자로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먹으라고 권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비타민과 기타 영양소는 섭취하는 용량과 섭취하는 사람의 유전적 소인에 따라 아주 다르게 작용할 수 있는 강력한 생물학적 물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비타민 E는 위장 문제와 출혈을 야기할 수 있는데 이것은 특히 노인들에게 위험하다.
그로스는 자신의 영양 프로그램은 아주 간단하다고 했다. 우선 과일과 야채가 풍부한 식사를 하고, 종합 비타민을 하루에 한 알씩 먹으며 이틀에 한 번 비타민 E(200IU)를 추가로 먹는다고 했다. 또한 심장병의 가족력이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아스피린도 먹는다고 했다.
신경과 의사인 마커스베리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상당히 많은 양의 비타민 E와 비타민 C, 그리고 엽산을 먹으라고 권한다.
나 자신도 비타민 E(30IU), 비타민 C(60mg), 엽산(400mcg)등 일일 권장량을 충족시키는 종합 비타민을 하루에 한 알씩 먹는다. 그리고 이틀에 한 번 두 알을 먹어서 일반적인 권장량보다 약 50퍼센트 정도 더 많이 섭취한다.
11 기분 좋게 그리고 감사하며
매년 세 차례 철학 시험을 보았고 열 시간의 교생 실습을 해야 했지만 노트르담 대학에서 보낸 시간은 매 순간 흥미진진했다. -주느비에브 쿤켈 수녀-
1990년대 초 우리가 처음 수녀님들의 자서전을 연구하는 동안, 공동 연구자인 라디아 그라이너와 나는 이 자서전들이 일정한 요구에 맞춰 쓴 것임에도 불구하고 개성이 뚜렷해서 무척 놀랐다. 우리는 특히 단순 나열형 이라고 불렀던 수녀님들과, 아주 상세히 생생한 감정을 불어넣어 자서전을 쓴 ‘고충실도형’ 수녀님들 사이의 차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는 그 당시에 감성과 연관을 지어 자서전을 코드화 하려고 시도했지만 개념 밀도가 알츠하이머병과 명백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자 그 데이터를 한쪽에 밀어 두었다.
우리 몸은 감정적으로나 신체상에 위협을 느낄 때면 잘 알려진 대로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때에는 다른 어떤 신체적 변화보다도 혈압을 높이는 화학물질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그러한 위협이 사라지면 우리 몸은 대대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항상 위험한 상태에서 지내고 있거나 약한 위협에도 강한 반응을 보여 쉽게 위험한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투쟁-도피 반응이 아주 강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우리 몸은 그 상태를 보상할 수 없게 된다. 습관적으로 화를 내거나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심장병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울증은 심장병과 뇌졸중의 위험 요인이다.
이런 관련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수녀님들의 감정 표현이 수명과 관련이 있는지를 검사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이와 비슷한 연구가 미네소타 주의 로체스터에 있는 유명한 메이오 클리닉에서 진행 중이었는데 그 결과가 2000년 초에 발표되었다. 메이오 클리닉의 학자들은 1960년대 초에 시행한 표준 인성 검사에서 낙관론자 또는 비관론자로 분류된 839명의 사람들을 추적하여 조사하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30년 후에 보니 낙관론자로 분류되었던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살아 있었다. 학자들은 당연히 마음과 몸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낙관론자들은 우울증에 잘 빠지지 않는 것 같았다. 또 비관론자들은 우울증을 즉시 치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는 낙관론자들의 경우에는 면역 체계가 훨씬 더 활발하게 작용하는 등 어떤 생물학적인 메커니즘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1998년 한 연구에서는 긍정적인 감정은 실제로 부정적인 감정에 의해서 촉발된 심혈 관계의 스트레스를 상쇄할지도 모른다고 강력하게 추정하고 있다.
나는 밀워키 교구와 볼티모어 교구에서 서원식을 가졌던 180명 수년미들의 친필 자서전을 모았다. 우리는 코드화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함께 감정 경험을 나타내는 모든 단어를 찾아냈다. 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단어들을 긍정, 부정, 중성으로 분류했다. 이런 연구는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위험이 따르는 연구 분야이다. 코드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독자적으로 일했으며 조사 양식은 엄격했다. 우리는 그들의 분석이 일치하고 또 다른 사람이 확인을 한 경우에만 그 결과를 데이터베이스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무작위로 코드를 매겼다. 어느 누구도 이 연구와 관련된 수녀님들의 건강 상태를 알지 못했다.
결국 9만 단어를 분석하여 그 가운데 1598개의 단어만이 감정 경험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이 단어 가운데 84퍼센트는 긍정적인 경험(행복, 사랑, 희망, 감사, 만족)을 표현하는 것이었고, 14퍼센트는 부정적인 경험(슬픔, 두려움, 무관심, 고통, 수치, 혐오)을 그리고 1퍼센트는 중간 (놀라움)을 표현하는 단어였다.
우선 페벨로페 수녀님이 쓰신 총 8개 문장의 두 쪽짜리 자서전을 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1909년 10월 7일 3남 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성 엘리자베스 교구 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는 메릴렌드의 노트르담에서 다녔으며 대학 과정은 노트르담 대학과 존스 홉킨스 여름학교에서 마쳤다. 나의 신앙생활에 관해서 말하자면, 노트르담 학교에서 지낸 16년 동안 노트르담 교육 수도회의 수녀님들과 만나면서 영향을 받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1932년 2월 대학을 휴학한 것이 그 문제에 관해서 조언을 구하게 된 첫 경험이었으며 결국 나는 부름에 응답하기로 결심했다. 1933년 5월 26일 아이스퀴스 가에 있는 수녀원에 입학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9월 8일에 수녀원에 들어갔다. 수련 수녀 첫해에는 노트르담 학교에서 수학과 영문학을 가르치며 지냈다. 나는 주님의 은총으로 우리의 소명과 신앙의 전도, 그리고 개인적인 성스러움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비록 개념 밀도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페벨로페 수녀님의 자서전은 마치 깔끔하게 작성된 공문처럼 보인다. 코드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 자서전에 전혀 감정 표현이 들어가 있지 않다고 보았다.
반면에 주느비에브 수녀님의 자서전은 다섯 쪽이나 되었는데 연구자들은 41개의 문장을 읽으며 단어들을 코드 화하기에 바빴다.
「어느 화요일 정오에 내가 이 세상의 밝은 빛을 보게 되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내 마음속에는 태어난 요일에 따라 사람의 운명을 예견하는 내용으로 꾸며진 오래된 동요 구절이 저절로 생각났다. 그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월요일에 태어난 아니는 얼굴이 예쁘네, 화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은총이 가득하네.” 이제, 내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부터 수녀가 되기를 꿈꾸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지는 않지만 , 그것은 적어도 내가 도달하고자 했던 하나의 이상으로서 나를 크게 고무시켰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아름다운 첫 문장에는 감정과 관련하여 코드화 할 수 있는 단어가 하나밖에 없었으며 그것도 부정적인 단어였다는 것이다. “숨기고 싶지는 않지만”이라는 문구는 무관심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주느비에브 수녀님의 자서전은 계속 읽어 나갈수록 긍정적인 단어가 부정적인 단어보다 훨씬 많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어린아이 시절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서만 그때를 알 수 있을 뿐이다. 모두의 말에 의하면, 나는 애정이 넘치는 부모님의 사랑스러운 여덟 아이들 가운데 첫째로 태어났으며 지극히 평범한 보통의 개구쟁이 아이로 자라났다.」
여기에는 ‘애정이 넘치는’ 과 ‘사랑스러운’ 이라는 두 개의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찾을 수 있었다.
「1928년 9월 셋째 주 수요일에 나는 대학교 1학년생으로 입학했고 그때부터 가장 행복했던 학창 시절이 시작되었다. 비록 공부가 힘들기는 했지만 절친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나는 조금도 무료하지 않았다. 우게 신부님이 매년 세 차례 철학 시험을 보게 하셨고 10시간의 교생 실습이 있었지만 노트르담 대학에서 지낸 시간은 매 순간 흥미진진했다. 시간은 빨리 흘러 1932년 6월 1일 내 손에는 졸업장이 쥐어졌고 내 눈에는 아쉬움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제 모교의 든든한 보호의 날개에서 벗어나 밖으로 떠나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즉, 서로를 믿는 사랑의 보살핌으로부터 새로운 것의 덧없음에 열중해야 하는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이 문장들에서는 행복, 만족, 열중, 사랑, 흥분의 감정이 자주 드러났다. 조사자들은 여기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일곱 개나 발견했다.
주느비에브 수녀님, 페넬로페 수녀님, 그리고 다른 178명의 노트르담 교육 수도회의 수녀님들이 평균 22세에 쓴 자서전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담은 내용은 누가 가장 오래 살 것인지를 강력하게 예견하였다. 이것은 대단히 놀라운 발견이다. 아주 젊었을 때 쓴 글이 장차 60년 이상 오래 살게 될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 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정도에 따라 네 그룹으로 수녀님들을 나누어 분석해 보았을 때 긍정적인 감정을 담은 문장을 가장 적게 사용한 그룹의 사망 연령은 86.6세 였다. 사실 페벨로페 수녀님은 자신이 속한 그룹의 평균보다 더 오래 사셨다. 수녀님은 89세에 심장 발작으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두 번째 그룹의 평균 연령은 86.8세로 길어졌고 세 번째 그룹의 평균 연령은 90세 였으며 주느비에브 수녀님처럼 자서전에 긍정적인 감정이 풍부한 수년미들의 평균 사망 연령은 93.5세였다. 이 네 그룹 사이의 수명의 차이는 6.9년이었다.
어린나이에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수명이 짧을 것이라고 예견할 수는 없다. 게다가 페벨로페 수녀님이 부정적인 인물이었다고 할 수도 없다. ~~~ 그러나 정말로 궁금한 것은 미묘하지만 대단히 중요한 차이점이다. 젊은 시절의 긍정적인 성향이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리의 데이터에 의하면 그 대답은 ‘그렇다’ 이다.
이제는 당황스러운 일을 당하면 즉시 생리적인 균형을 회복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게 되었다고 그들에게 말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려면 때로는 강하게 그러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나는 이런 방법이 상당히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은 그저 내 인생의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고 가장 감사해야 할 일을 떠올리면 그러한 감정을 전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 중 어떤 경우에도 부정적인 감정에 매여 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의 목적은 가능한 빨리 내 몸을 정상적이고 더 건강한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12 백년의 마라톤
그분이 잠들게 되신 것을 기뻐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눈물을 흘리기만 하는 장례식은 아니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분은 102년 만에 주님께로 돌아가셨으며 우리는 그분을 보내 드렸습니다. -메리 비슨 수녀. 메리 마크 월터링 수녀의 장례식에서-
나는 98세의 메리 수녀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수녀님은 체구가 아주 작아서 137센티미터밖에 되지 않았고 체중도 38킬로그램에 불과했다.
나는 그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오래전의 세세한 일들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지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수녀원의 문서 보관소에 가서 메리 수녀님의 기록을 조사했다. 기록을 보고 나는 수녀님이 말씀하신 것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시간은 수녀님의 육체에 그 흔적을 남겼고, 수녀님은 관절염, 심장병, 빈혈을 포함한 수많은 건강상의 문제로 고통을 받으셨다. 하지만 나는 처음 수녀님과 대화를 나누면서부터 수녀님의 마음이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후 두 해가 흘러가는 동안 수녀님은 100세를 넘기셨는데 나는 수녀님의 능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동시에 수녀님의 긴 연생 역정을 탐구하면서 점점 더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시간이란 우리 몸을 마모시키는 것이 명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누구나 100세가 되면 청력이 떨어지고 시력도 나빠진다. 그러나 마음은 육체와는 별개의 달력에 의해서 늙어간다.
수녀 연구에서는 특별히 100세를 넘긴 분들을 따로 연구할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대신에 하버드 의과대학의 노인학자인 내 친구 토머스 펄스와 같은 학자들의 연구는 참고할 만하다. ‘뉴잉글랜드 지방의 100세 이상 인구에 관한 연구’라는 프로젝트는 신경심리학자인 마저리 허터 실버와 펄스가 공동 집필한 「100세 장수학」이라는 책에 그 내용이 잘 소개되어 있다.
미국 통계청은 1990년 3만 명이 조금 못되는 100세 이상의 미국인 (80퍼센트 이상이 여성이다)이 2050년에는 80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에서 100세 이상의 증가율이 가장 빠르다.
2001년이 시작되면서 수녀 연구에 참여한 수녀님 가운데 모두 18명이 100세를 넘기셨다. 그분들이 어떻게 1세기 이상을 사실 수 있었으며, 또 그중 몇 분은 메리 수녀님처럼 여전히 영리하실수 있는지 내게는 수수께끼다. 그러나 그분들의 과거를 알게 되고 지능과 신체에 관한 정보를 모으면서, 그리고 그분들을 개인적으로 알게 되고 유전자와 뇌를 분석하면서(그동안 13명이 돌아가셨다) 그분들의 장수 비결에 대한 실마리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요인들 가운데 두 가지는 수녀 연구에서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었지만, 15년 동안 수녀님들과 함께 연구를 해 온 결과 나는 그 요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실히 믿게 되었다. 그 하나는 이 수녀님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깊은 영성이다. 긍정적인 전망과 마찬가지로 깊은 믿음은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슬픔과 고통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시킨다. 기도와 명상이 장기간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심지어는 병이 빨리 치유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증거가 우리의 연구를 통해 축적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있어서 기도와 명상의 중요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할 필요는 없다.
두 번째 요인은 바로 공동체의 힘인데, 수녀 연구에서는 이것을 측정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증거는 캘리포니아의 알리메다 지역 주민을 장기간에 걸쳐 추적 조사한 1979년의 유명한 연구 결과를 포함한 여러 연구를 통해 축적되고 있다. 결혼 생활, 교회나 동호회 등 여러 사회 집단에서의 활동,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과의 정기적인 만남은 관상동맥 심장 질환과 뇌졸중 등의 주요 사망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줄여 준다.
나는 노트르담 교육 수도회의 수년미들이 끊임없는 지원과 사람의 네트워크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을 15년이 넘도록 지켜봐 왔다. 공동체는 그분들의 마음을 자극하고 그분들이 성취한 것을 축하해 주며 소망을 함께 나눌 뿐만 아니라, 그분들이 v\침묵하고 잇을 때에는 격려해주고 실패도 기꺼이 이해해 주며 몸이 아플 때에는 돌보아 준다.
메리 수년미과 같이 100세를 넘기신 분들이 더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수년미들보다 더 영적이거나 공동체에 더 많이 관련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수녀회 전체로 보아 평균 수명이 길어진 한 요인이라고 믿는다. 65세 이후의 어느 연령에서도 노트르담 교육 수도회 수녀님들의 사망 위험률은 미국의 일반 여성 인구의 사망 위험률보다 약 25퍼센트 낮다. 이것은 수녀님들이 일반인들보다 엄청나게 오래 사신다는 것을 뜻한다. 100세 이상의 인구는 단순히 이러한 현상의 한 면을 나타내는 것 일 뿐이다.
1994년 6월 13일 저녁 6시 45분에 메리 수녀님은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다. 그 당시 수녀님의 체중은 30킬로그램밖에 되지 않았다.
수녀님의 뇌의 무게는 870그램이었는데 그때까지 117명의 수년미의 뇌를 부검한 결과 메리 수녀님의 뇌보다 무게가 덜 나가는 경우는 5명밖에 없었다. 또한 메리 수녀님의 뇌에는 다른 수녀님의 해마에서 발견되는 섬유농축체의 수보다 세 배나 많은 섬유농축체가 형성 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신피질에는 섬유농축체가 거의 없었고 뇌졸중의 특징인 경색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이 메리 수녀님이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메리 수녀님의 경우는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초고령 인구에서는 점진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작지만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사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고 90세를 넘긴 사람들은 실제로 80대의 사람들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률이 낮다. 이것은 「100세 장수학」이라는 책에서 펄스가 표현한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더 건강해진다’고 할 수 있겠다.
90대를 보스턴 마라톤의 ‘상심의 언덕’에 비유해서 생각해 보자. 그 언덕은 42킬로미터의 마라톤 코스 중 33킬로미터쯤에 나타난다. 그곳에는 ‘여기서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이라고 씌어 있는 표지판이 있다. 그 지점을 지나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마라톤을 완주 하게 된다. 메리 수녀님은 그 언덕을 넘어 결승선을 지나간 초인적인 마라톤 주자들 중의 한 사람인 셈이다.
수녀 연구가 더욱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마티아 수녀님은 유명 인사처럼 되셨다. 103세의 나이에 수녀님이 <타임>에 실리신 것이었다. 그리고 그해 말인 1997년 11월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손가락이 길고 주름이 많은 손으로 벙어리장갑을 뜨고 계시는 수년미의 사진이 실렸다. 수녀님은 “난 저 사진이 싫어. 늙어 보이잖아”라고 말씀하셨다.
1998년 5월 가브리엘 메리 수녀님은 마티아 수녀님의 마지막 지능검사를 실시하셨다. 그 검사에는 짧게 자서전을 쓰라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티아 수녀님은 아무 어려움 없이 깔끔하게 글을 쓰셨는데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다. “주여, 부디 제 목숨을 거두어 안전하게 천국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1998년 12월 14일 오후 늦게 105세 생신을 몇 주 앞두고 마티아 수녀님은 옆 침대에 있던 수녀님에게 당신이 곧 죽을 것임을 친척들에게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노트르담 교육 수도회에서 가장 오래 사신 수녀님으로서 마지막 성체를 영하시고 45분 후에 돌아가셨다.
2001년에 접어들면서 수녀 연구회에서는 100세가 넘은 수녀 9명의 뇌를 부검했고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뇌졸중의 위험은 연령이 증가하면서 극적으로 증가해서 90대 후반에 최고가 된다. 95세와 99세 사이에 사망하는 사람의 반은 뇌졸중의 증거인 뇌경색이 있다. 100세가 넘는 사람들에게는 22퍼센트만이 뇌경색이 있으며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뇌일수록 손상의 정도가 약하다.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소견의 진행을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연령이 증가하면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소견이 증가하다가 다시 줄어든다. 수녀 연구에 의하면 85세에서 89세에 사망한 수녀님들의 40퍼센트는 심한 병리학적 소견을 보여 브라크 5와 6ㄷ나계이다. 그러나 100세가 넘은 분들의 경우에는 22퍼센트만이 비슷한 정도의 병리학적 소견을 보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무엇이든지 95세쯤 되면 그 로 인한 뇌 손상이 극적으로 느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향후 20년 동안 다시 데이터를 모으게 될 것이다. 2001년 초를 기준으로 했을 때 처음 678명의 수녀님 가운데 295명이 살아계셨다. 그분들의 평균 연령은 89세이고 가장 나이가 적은 분이 84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돌아가신 수녀님들로부터 300개 이상의 뇌를 기증받아 마커스베리가 현미경으로 조사를 마쳤다. 그리고 우리가 계속해서 새로운 가설을 세워 나가면 마커스베리는 앞으로의 연구를 위해 잘 보존되어 있는 뇌를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게 될 것이다.
만카토의 위대한 7인 가운데 에스더 부어 수녀님과 메리 클레먼스 슐레이터 수녀님은 104세의 나이로 아직도 살아계신다.
2000년 12월 29일. 노트르담 교육 수도회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신 에스터 부어 수녀님은 106세 생일을 맞으셨다. ■
[옮기고 나서]
이 책은 역학을 전공하고 현재 캔터기 대학교 의료원과 샌더슨-브라운 노화 연구소에 있는 데니비드 스노든 박사가 1986년부터 시작한 노화와 관련된 대규모 학제간 연구 프로젝트에 관해 쓴 책이다. 저자인 스노든 박사는 ‘수녀 연구’라는 이름의 이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루터교 수도사나 제 7일 안식일 예수재림교인들을 대상으로 식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기 때문에 종교단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역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2003년 1월 유은실)
※ 수녀 연구 : www.mc.uky.edu/nunnet
[Review]
손바닥 주름에 사람의 일생이 정해져 있다고 보는 운명론자들은 잔주름 하나하나를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긴다. 굳이 운명론자는 아니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손바닥을 보며 손목으로 길게 그어진 생명선과 자신의 운명을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개인의 생로병사에는 수많은 사연이 있다. 학자들은 유전적 요인과 삶의 환경에서 해답을 찼지만, 이 두 가지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을까?
저자인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는 역학(疫學. Epidemiology)을 전공하였으며 미국의 “노트르담 교육 수녀회” 수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알츠하이머병 연구에서 사회적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킴으로 오늘날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연구팀은 1986년부터 2000년대까지 16년간의 조사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새로운 사실과 다른 자료들을 새롭게 입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책에는 그동안의 연구 내용을 임상실험 과정과 연계해서 흥미롭게 풀어놓았다.
역학자로서 수많은 가설을 세우고 끈기 있게, 조심스럽게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에서 독자는 감동을 하게 된다. 1,027명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와 그중 678명의 수녀님으로부터 사후 뇌 기증을 약속받고 생전의 관찰 결과와 비교하여 결과를 입증하는 연구를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냈기에 그의 연구는 전무후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커피를 다 마시기 전에 니콜렛 수녀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드렸다. “수녀님은 어째서 같은 해에 수녀가 된 다른 수녀님들보다 더 건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내 나름대로 운동을 했지요.” 수녀님이 답하셨다. “어떤 운동인데요?” “하루에도 몇 킬로미터씩 걷는답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하셨는데요. “ “일흔 살 때부터.”
규율이 엄격한 수녀들의 삶의 환경을 공통분모로 하여 그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밝히고 있기에 연구는 자연스럽게 각 수녀의 개인적인 성향에 맞추어 조사가 진행되었고, 교육 이수 정도에 따라 수명과 치매 발병이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는 흥미로운 내용도 있다. 수녀들의 문장표현능력에 따라 치매 발병률이 다르고, 삶에 대한 자기 개발의지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재미있다. 이 책에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역학적인 조사뿐 아니라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 뇌경색, 유전적 요인과 섭취하는 음식물에 대한 유용한 자료들도 수록되어 있다. 수명이 90세 이상이 되면 모든 질병의 진행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책이 흥미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저자가 직접 생활 속에서 연구 대상을 추적하며 관찰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를 논증적으로 다시 재구성하는 글보다는 더 생동감이 있고, 베일에 감추어진 수녀님들의 일상이기 때문에 더 감동적이다. 그들의 겸손한 모습과 고귀한 생활을 관찰하는 저자의 품위 있는 행동과 표현도 그렇다.
「내가 방에 들어가자 수녀님의 얼굴이 환해지셨다. 수녀님은 하얀 털실로 짠 담요로 다리를 덮으시고는 창 가까이에 앉아 계셨다. 수녀님은 하얀 털실로 짠 담요로 다리를 덮으시고는 창 가까이에 앉아 계셨다. 무릎 위에는 신문이 접혀진 채 놓여 있었다. “신문 잃고 계셨어요?” “아, 오늘 아침에 읽었지. 지금은 낱말 맞추기를 하는 중이야.” 수녀님은 <뉴욕 타임스>를 펼치고서는 까만 펜으로 거의 다 채워 넣은 낱말 맞추기를 보여 주셨다. “이걸 하면 나쁜 일이 생기지 않지.” “언제나 잘 맞추시나 봐요.” “그럼, 잘 맞추지.” “어떻게 그런 재주를 가지고 계세요?” “내가 어렸을 때 인디애나에서 자란 걸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만 우리 집안은 독일과 프랑스계였어. 매년 크리스마스 선물에 관해서 두 분이 이야기 하실 때에는 우리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언제나 독일어로 말씀하셨지. 그래서 나는 다섯 살 때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혼자서 독일어를 공부했지.”」 -책 본문-
인구 노령화와 함께 노후의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사람들은 오늘날 자신뿐만 아니라 돌보는 가족들까지도 크게 고통을 당하는 노인성 치매에 두려움을 느낀다. 각국마다 정도에 따라 통계수치는 다르지만, 보통의 경우 65세 이상에서 나타나는 이 질병은 85세 이상 미국의 노인 약 45% 정도가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증가 속도가 급증한다고 한다는 데 있다. 느낄 듯 말듯 서서히 진행되어 소홀히 하기 쉽고 생전에는 외과적인 진단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 더 문제다. 고작 기억력 테스트라는 “지연 단어 회상(Delayed Word Recall)” 검사가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이고, 사후에 뇌 부검을 통해 뇌세포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손상(플라크와 섬유 농축체) 정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닥쳐오는 노후는 인간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외부세계를 통해 시간을 느끼고 장차 자신에게 닥쳐올 미래를 예측한다. 그러나 인체 내부에서 작동하는 시간은 언제나 혼란스럽거나 침묵하기 때문에 우리는 정작 자신에게 닥쳐올 노후의 순간을 현실감으로 느끼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내면의 시간을 일깨우는 신호처럼 다가온다.
손금이 타고난 운명이라면 그 운명의 비밀이 밝혀지게 되는 날 운명은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도 이와 같아서 각 개인과 연관된 복잡한 요소들을 알아내는일은 손바닥 하나하나에 생긴 잔주름의 비밀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책의 종반부에 한 말이 그런 뜻이 아닌가 싶다.
「지금도 역학자들은 노화와 질병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풀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우리 몸의 내부 세계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으며 노화로 인해 각 장기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도 알아내지 못했다.」-책 본문-
[책 본문]
노화는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커다란 위험 요인이며, 90세가 되면 약 반수가 결국 이 병에 걸립니다.
전형적인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은 알아보기가 어렵다. 처음에는 사람과 물건의 이름을 기억하거나 그날 아침에 비가 내렸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고 일상생활의 단순한 사실을 기억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공통점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병이 서서히 진행한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으로부터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는 혈액 검사나 뇌 스캔 등의 검사 방법은 없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사망 후 뇌 부검을 통해 분명히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진단을 확인할 수 있다.
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가장 흔히 관찰되는 두 가지 공통점이 알 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처음 기술한 플라크와 섬유 농축 체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지금까지 치매의 원인으로는 최소한 60가지가 알려져 있다.
대개 진단을 받고 8~10년이 지나 마지막 단계가 되면 환자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대소변을 가릴 수 없게 되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게 된다. 공식적으로는 폐렴, 낙상의 후유증이나 다발성 장기 기능장애로 사망한다.
현미경으로 보면 플라크 때문에 마치 천 조각에 먼지 같은 검은 얼룩 반점이 묻은 것 같다. 플라크는 뇌에서 용액 상태로 존재하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 그 이유는 모르지만 베타-아밀로이드가 뭉쳐서 플라크라고 하는 단단한 침전물이 만들어진다.
알츠하이머병에서 관찰되는 섬유 농축 체는 어두운 불꽃이나 올챙이 모양을 하고 있다. 섬유 농축 체는 타우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건강한 신경세포에서는 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이 세포의 튼튼한 골격인 노끈 같은 구조의 미세소관을 형성한다. 미세소관은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소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신경세포의 몸체로부터 축색돌기라고 불리는 긴 꼬리를 따라 영양소와 화학적 신호를 내려 보내 다른 세포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비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어 미세소관을 엉키게 한다. 따라서 신호 전달 체계가 파괴되어 세포는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활동하지도 못한다. 그렇게 해서 이상이 생긴 신경 세포는 일찍 죽게 된다.
사람 몸속의 DNA는 수 만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2001년에 추정하기로는 약 3만 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유전자 하나하나는 특정한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하는 정보를 담고 있다. 어떤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결국 병을 유발하게 된다. 1992년이 되어서야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혈액과 조직 속에 있으면서 콜레스테롤과 다른 종류의 지방을 이동시키는데 관여하는 아포지 단백 E(APOE)라는 단백질에 관해서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해 듀크 대학 병원의 연구 팀이 어느 특정 APOE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APOE에는 2,3,4형이 있는데 이들 유전자는 APOE유전자의 아형이다. 듀크대학 연구팀의 보고에 의하면 APOE-4 유전자를 부모의 어느 한쪽으로부터 받은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정상인의 세 배라고 하며 부모로부터 각각 APOE-4 유전자를 받은 사람은 APOE-4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의 발생률이 여덟 배나 높다고 한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상당수에서 치매의 증상이 나타나도록 하는 데에는 가벼운 뇌졸중이 철도의 선로 전환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또한 뇌졸중이 일어나지 않은 사람의 뇌는 어느 정도까지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변을 상쇄할 수 있으며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할 수도 있다는 것도 강력히 시사한다.
철이 녹슬고 오래된 플라시틱이 약해지고 금이 가는 것과 똑같은 과정이 우리 몸의 조직과 장기에서도 일어난다. 우리가 숨을 쉴 때마다 세포에 산소가 공급되고 대사가 일어나 자유 라디칼이라는 불안정한 산소 분자가 만들어진다. 자유 라디칼은 주변에 있는 분자와 반응하여 대개의 경우 파괴된다. 산화는 노화와 질병을 설명하는 중심적 통합 이론의 하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