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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울살림연대(가칭) 원문보기 글쓴이: 뚜란
수 천년 넘도록 말 없이 흐르며 이땅의 뭇 생명들에게 아낌없는 젖줄이 되어주던 어머니 강, 낙동강이 국민 대다수의 정당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정 집단과 소수 권력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개발논리에 의해 마구 짓밟히고 형편없이 파헤쳐진 기만과 만행의 현장을 다녀온지 삼일이 지났습니다.
대형버스를 타고 구미의 해평습지로, 대구의 화원유원지로, 달성보 현장으로, 정해진 일정 따라 분주히 현장을 둘러보며 많은 느낌과 생각을 얻어오긴 했지만, 돌이켜 보니 막상 그 참담한 현장에서 강과 강을 기반으로 목숨을 이어가는 모든 신음하며 죽어가는 생명체들을 위해 기도 한번 변변히 하지 못 한 채 '구경만 하고' 서둘러 돌아 나온 게 아닌가 하는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현장을 직접 목격한 회원님들 개개인의 마음마음 마다에는 나름대로 절절한 기도와 염원이 이미 또렷하게 아로 새겨졌으리라 믿습니다.
정부가 날치기로 국가의 많은 예산을 책정, 쏟아붓다시피 하면서까지 놀라운 속도로 강행하고 있는 4대강 개발 공사 현장 중에서 지난 26일 한울연대와 만난 낙동강의 모습은 한 마디로 처참함, 그 자체였습니다. 식견이 짧고 무지한 탓에 4대강 개발과 관련한 폐해의 구체적이며 정확한 지식은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설명하기 어렵다 쳐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하며 느낀 것 만으로도 수 천년 이어져온 소중한 자연이 그 고유한 원형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훼손되었으며 그로 인해 인간은 물론, 자연생명체들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 만큼은 명료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찾아 갔던 경북 구미의 해평습지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로 이맘때쯤이면 두루미와 쇠기러기 등 철새 만여 마리가 날아와 장관을 이루던 곳이었으며 작년만 해도 흑두루미가 2,800∼900마리가 왔는데 올해는 1,100마리 정도가 내려갔다고 합니다. 철새 수가 줄어든 원인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4대 강 사업 때문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합니다.
대구지방 환경청에서도 철새가 도래하는 하중도 주변의 공사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준설면적도 최대한 축소하는 등의 대책을 세우고 대체 습지 조성을 서두르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한번 발길을 돌린 철새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12월 13일의 YTN은 보도합니다. (해평습지에 날아온 철새들, 안절부절...사진출처 다음카페 '낙동대구' - 정수근님 촬영)
한 군데 한 군데, 현장을 둘러보고난 뒤에 관습처럼 미리 준비해간 플랭카드를 펼쳐놓고 단체로 기념사진을 박으며 모두가 활짝 웃음을 지어보지만, 일일이 말은 안 해도 가슴에는 저마다 먹먹함과 분노, 통탄을 애서 감추고 있었음이 분명할 테지요.
깨어 있는 의식으로 이 시대의 참상을 똑똑히 목격하며 당연한 의무처럼 어떤 다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답사 내내 머릿 속에서 떨쳐버리기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은 아무 힘이 없지만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이들의 '뜨거운 연대'만이 힘을 모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결국 암울한 현실을 헤쳐나가며 품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모래 바람 가득한 해평습지를 벗어나와 대구 화원유원지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한울연대 모임의 회식에 빼놓을 수 없는 막걸리 건배사로, 이날은 특별히 '낙동강 시리즈'를 선택했습니다. 막걸리 잔을 높이 쳐들어 누군가의 제의에 따라 '낙동강아 잘 있거라' 또는 '낙동강아 흘러라' 하고 목청껏 외치며 상처 입은 낙동강을 위한 헌사도 잊지 않았습니다만.
점심식사를 한 음식점 위층에는 마침 낙동강 골재채취 노동자들의 노조사무실이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마당에 나오니 '생존권사수' '고용보장' 등의 구호를 새겨놓은 노조 활동 차량이 쓸쓸하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약 700명 가까운 골재채취노동자들이 하루 아침에 평생밥줄을 잃고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이 대책보장도 없이 마냥 지쳐있는 상태라는 정수근 해설가님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막대한 국가예산을 쏟아붓는 개발에서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이익은 다 어디로 흐르는 것인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화원유원지 가는 길목에서 잠시 여유롭게 머물러 있는 회원들
낙동강과 금호강의 합수지점인 두물머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화원동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모습
목암샘, 계단을 오르시다 말고 갑자기 멈춰서서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화원유원지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는 모습
일포장 대표님은 또 무신 생각을...
정수근님께서 조목조목 친절한 설명을 해주시고
천진난만하게 까르르 뛰어놀던 어린 한울님들, 이 어린이들의 미래에 더 이상 아름다운 우리 강의 모습이란 없는 걸까요?
전망대에서 두물머리를 조망하는 모습
숱한 답사팀을 이끌고 낙동강의 슬픈 현실을 입술이 닳도록 증거하셨을 정수근 선생님
남 다르게 낙동강을 사랑하는 진짜 낙동강 지킴이, 정수근님. 한울연대에 남긴 가입인사에서 우리 모임에서 어떤 '영감'을 일으켜 어느 정도 지쳤다고도 볼 수 있는 환경운동 진영에 새로 운 피를 수혈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그의 말을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화원동산의 전망대에서 굽이쳐 도는 낙동강의 품에 싸인 대구 시내의 전경을 360도 파노라마 로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날의 보너스는 역시 천도교 모심 정신의 도통을 이어받은 실천가이며 이 시대의 뛰어난 저자이자 자연농법 농부이며 탁월한 강사로 맹 활약하시는 목암님께서 즉석에서 비닐하우스 농법의 폐해에 대한 깜짝 강의를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강줄기 따라 이어진 농토의 거의 대부분을 근교 비닐하우스 농법으로 점령당한 강건너 대구 시내 근교 의 현실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탐욕과 이기로 얼룩진 자연훼손의 또 다른 증거입니다.
답사일정의 대미, 달성보 공사 현장의 모습입니다. 낙동강 일대에는 달성보를 비롯, 모두 8개의 대형 보가 건설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수근님과 동행하신 한울연대 103번째 가족 '밥이하늘'님의 모습입니다.
달성보 공사현장을 마지막으로 멀리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의 답사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지만 이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릅니다. 경악과 분노로 차오른 가슴은 한 없이 답답하고 먹먹하기 그지없지만, 그동안 풍문으로만 흘려버렸음직도 했던 '4대강 살리기'라는 미망의 탈을 벗기우고자 한마음으로 달려가 모두 두 눈 똑바로 뜨고 가슴에 담아왔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해도 될까요?
이번 333프로젝트 낙동강 답사를 통해 우리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진실을 더 이상 외면, 또는 방관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진실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으며, 그 지점에서 부터 연대의 힘을 키우고 단련하여 이 나라와 지구를 위기에서 희망의 에너지로 전환시킬 전위에 나서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으로 낙동강 답사의 소회를 갈무리 했으면 합니다.
기회를 만들어주고 버스와 해설가 지원을 해주신 <4대강 답사 333프로젝트> 본부에 감사드리며 함께 해주신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마치 한울연대 대표 같은 소리를 하는 것 같아 약간 송구!! ^^)
답사를 마치고 헤어지기 직전 버스 안에서 마지막 인삿말과 소감을 나누는 모습입니다. 처음엔 낯선 얼굴들이 더러 서먹하기도 했지만, 헤어질 때 쯤에는 모두 한 가족이라도 되는 양, 정겹고 친근감 이 느껴져서 헤어짐의 순간이 못내 아쉽기만 했습니다. 다음 모임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건강하시고 화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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