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경제안보외교포럼 환영사(2024.5.20.) / 외교부 장관의 환영사입니다.
<glosssary>
대통령 국가안보실 : The president's Office of National Security
안보실 3차장 : Third Deputy Director of National Security
혁신벤쳐기업인 신년인사회 : New Year's Gathering of Innovative Venture Entrepreneurs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Headquarters and Overseas Missions
오늘 제5차 경제안보외교 포럼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와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3년 전 국내 모 일간지 칼럼을 통해 이른바 ‘신냉전’ 시대가 초래할 가장 큰 외교환경 변화의 하나로 ‘경제 따로 안보 따로’ 외교가 작동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점을 들고 경제·안보 통합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이 경제와 기술력 우위 확보에 있고, 미중 양국은 냉전시대의 미소관계와는 달리 경제적으로 상호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안보 따로 경제 따로’ 경쟁이 불가능한데다 양국 경제의 상호 의존도가 높아 동맹의 협조 없이 미국이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도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과거와는 달리 미국이 경제 분야에서 우리에게 거리낌 없이 안보청구서를 내미는 시대가 되었다는 걸 지적하였습니다.
우리가 대중관계를 의식해 이를 피하려 하면 한미관계는 경색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 중국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것이므로 정부내 관련부처 간 정책조정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대통령 국가안보실이 경제·안보 통합전략의 조타수 역할을 할 것을 제언한 바 있습니다.
이후 대통령실의 조직과 정부 내 정책조정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는 여러분들께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대체로 제가 제언한 대로 진행되어 왔고 민간인 신분으로서 저는 이를 다행스럽게 생각하였습니다.
이제 제가 장관이 되어 마주하고 있는 대외환경은 3년 전보다 더 나아지기는커녕 구조적으로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우리 경제와 안보에 심각한 도전적 과제를 안겨 주고 있습니다. 군사·경제·기술 전 분야에 걸쳐 강대국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규범을 토대로 한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있고,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국가 간 진영 대립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기술과 자원이 무기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경제문제가 주로 비교우위와 비용 절감과 같은 시장경제 논리로 결정되었지만, 지금은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정치, 안보적 고려가 기업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습니다. 70여 개국에서 선거가 있는 소위 ‘슈퍼 선거의 해’인 올해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안보·기술이 상호 연동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이 이처럼 우리에게 큰 도전을 안겨주고 있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회 요인도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첨단기술협력 등 기회요인을 적극 활용하여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고, 공급망 위축 및 대중관계 리스크 등 비용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한팀이 되어 도전을 헤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안보적 시각에서 다루어야 할 경제 문제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컨트롤 타워가 되어 경제·안보 통합전략의 큰 그림을 그려 나가는 시스템 정비가 선결과제임은 자명합니다. 최근 대통령실에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안보실 3차장 자리가 신설된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외교부는 안보와 경제, 기술 문제까지 모두 다루는 유일한 정부부처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경제안보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저는 장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혁신벤쳐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데 이어, 경제6단체를 연이어 모두 방문하였습니다.
지난 2월과 이달 초, 그리고 지난주에는 각각 미국과 호주, 중국을 방문한 계기에 현지 진출 우리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와 기업간 긴밀한 소통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언제든지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의 문을 두드려줄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외교부는 주요국과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 위험을 예방하고 대응하는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첨단기술의 증진과 보호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적극 노력해 왔습니다. 미국과는 우리 외교·경제의 중심축인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등 공급망은 물론 인공지능, 우주 등 핵심신흥기술 분야에서의 협의채널을 활발히 가동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글로벌 공급망 안정의 핵심에 있는 중국과도 계속 소통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저의 중국 방문은 경제안보 외교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