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돌파해 나오는 유머의 힘으로 이야기하는
인간의 꿈과 자유, 영혼의 순결한 힘!”-김훈(소설가)
1. 책 소개
당신의 인생에서 꿈이 사라진다면, 당신의 신분이 포로이고 거처가 수용소이다.
꿈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야 한다면, 위험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케냐 산 레나나 봉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세 명의 이탈리아인에 의해 등정되었다. 영국군 포로였던 그들은 포로수용소에서 케냐 산을 바라보던 중 등반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이들은 반년에 걸쳐 식료품을 비축하고 등반 장비를 손수 제작한 후 수용소를 탈출, 등정에 성공했다. 세 명은 하산 후 수용소에 돌아와 탈출에 대한 벌로 28일간의 감방형을 선고받았다.” - 위키피디아
철조망 사이로 비치는 5,200미터 높이의 산을 등정하겠다며 본인들 손으로 장비를 제작하고 식량을 모아 포로수용소를 탈출한 후 온갖 고생 끝에 봉우리에 올랐다가 다시 수용소로 돌아온 전쟁 포로들. 그야말로 미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황당무계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게 2차 세계대전 중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이 위험천만한 등반을 포복절도의 유머 감각과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기록하여 산악 논픽션의 고전이 된 책이 여기 있다.
《미친 포로원정대》는 소설가 김훈이 “고난과 억압을 유머로 말할 때, 인간은 고난에 순치되는 것이 아니라 고난을 받아내면서 거기에 저항한다. 그가 다시 수용소로 돌아왔을 때, 그는 그를 가두고 학대하는 문명보다 더 크고 깊은 존재가” 되었다고 찬사를 보낸 한 남자의 순결한 영혼이 꿈을 이루기 위해 온몸과 정신을 바쳤던 열정의 기록이다. 그들을 가리켜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고, 미쳤기에 그들은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 꿈에 닿겠는가.
1948년에 이탈리아에서 초판이 발행된 이후 지금까지 중판을 거듭하고 있는 이 책은 이제까지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세상에서 가장 기이하고 통렬하며 유쾌하기까지 한 모험담이다. 이 책이 시대를 뛰어넘어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획일적인 시스템이 지배하는 관리사회의 포로가 되어있는 현대인들에게 잃어버린 꿈을 회복하기 위한 도전과 모험의 정신, 순수한 열정이 빚어내는 경이로운 성취, 그리고 고난을 극복하는 유머의 힘을 일깨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 출판사 서평
느닷없이 가슴속에 내리꽂힌 뜨거운 벼락 하나.
그리고 꿈이 생겼다. 죽음과도 맞바꿀 만한 꿈.
적도 아래 위용을 드러낸 설산의 가파른 봉우리!
열렬한 산악인이었던 부모님 덕분에 어릴 때부터 줄리안 알프스와 돌로미테를 제집처럼 드나들던 청년 펠리체 베누치는 이탈리아 식민지청 공무원으로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로 파견되었다가 1941년 연합군에 의해 이 지역이 점령되면서 영국령 케냐 제354 포로수용소의 전쟁 포로 신세가 된다. 5년간 탈출에 성공한 적이 단 한 건뿐인 포로수용소. 끔찍하게 지루하고 암울한 포로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아침, 철조망 사이로 푸른빛 빙하를 두른 5,200미터 높이의 산을 본 순간 곧바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꿈을 꾸게 된다. 수용소를 탈출하여 저 산을 오르고 말겠다는. 그러고는 다시 수용소로 돌아오겠다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꿈. 탈출과정에서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고 탈출에 성공한다 해도 수용소 밖은 온갖 맹수들이 우글대는 야생의 아프리카다. 피켈과 아이젠, 텐트, 로프 등 설산에 오르기 위한 모든 장비는 직접 만들어야 하고 식량도 비축해야 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정신 나간 계획에 귀안과 엔초라는 포로 동료 두 명이 합류했다. 마침내 ‘미친 포로원정대’가 결성된 것이다!
유머와 난관은 도전을 극복하는 가장 큰 힘이다!
픽션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인간적이며 감동적인 팩트
세 명의 전쟁 포로가 고철과 넝마, 잡동사니들을 줍고 훔치고 뺏어서 등산 장비를 직접 만들고, 피 같은 담배와 바꿔가며 식량을 비축한 끝에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고생길은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표범과 사자와 코뿔소가 언제 덮칠지 모르고, 4미터가 넘는 거대 식물들은 걸핏하면 몸을 잡아끌고, 식량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으며, 5,000미터의 고도로 환각 현상까지 보인다. 이런 악전고투 벌이면서도 이 모험담을 이끄는 힘은 유쾌한 유머 감각이다. 수용소 생활을 언급할 때는 꼭 과거형으로(“우리가 포로였을 때 말이야”) 말한다는 쓸데없는 규칙을 만들고, 케냐 산이 선사하는 장엄한 경관 앞에서 “이 즐거움의 대가가 28일의 감방 수감이라니 믿어지지 않아!” “난 56일이라도 기꺼이 있겠어!”라고 키득거리며 고난을 유쾌하게 이겨내는 이들의 명랑함에 독자들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리게 만든다. 그리고 이 유머 감각은 극한 상황 앞에서 절망에 빠지지 않고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처절한 사투가 밑바닥에 깔려 있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인생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역경을 이겨낼 긍정의 힘을 선사받게 되리라.
3. 추천사
“이 야만의 땅 위에 아름다운 것들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놀랍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 깨닫는 영혼의 단순성은 순결하고도 강력하다. 그 단순성이 수용소에서 고철을 주워서 등산장비를 만들게 하고 고난을 유머로 바꾸어서 말하게 한다. 펠리체 베누치의 글은 고난을 돌파해 나오는 유머의 힘으로 인간의 꿈과 자유, 영혼의 순결한 힘을 이야기한다.”
-김훈(소설가)
“베누치에게 케냐 산이 그러했듯이 《미친 포로원정대》는 내가 수 년 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줄곧 나와 함께 해왔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의 이야기에 여전히 강렬한 감동을 받고 말았다.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매번 산으로 향할 때마다, 그의 모험담은 내가 찾고자 하는 자유에 일종의 증거가 되어준다.”
-릭 리지웨이(미국인 최초 K2 등반 산악인)
[교보문고 제공]책속으로
빈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깃줄을 떠받치고 있는 전봇대들은, 절망스럽게도 교수대를 연상시켰다. 막사 출입문에 이런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행복한 포로 생활을 원하세요? 우리 할머니처럼 해보세요. 남이야 뭘 하든 일체 관심을 끊고 자기 일에만 신경 쓰셨던 우리 할머니. 덕분에 110세까지 오래오래 사셨답니다.
그렇게 시작된 포로수용소의 나날. 러시아의 어느 작가가 “그들은 생리학적인 의미에서 살고 있다”고 표현한 것처럼, 우리는 그저 사육될 뿐이었다.
41-42쪽
마침내 마주하게 된 케냐 산. 일렁이는 운해雲海를 뚫고 우뚝 솟은, 천상에서나 있을 법한 산이 칙칙한 두 막사 건물 사이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거대한 치아 모양을 한 검푸른 색의 깎아지른 암벽. 지평선 위로 두둥실 떠 있는 푸른빛 빙하를 몸에 두른 5,200미터 높이의 산을, 이때 처음 보았다. 낮게 깔린 구름이 이동하며 급기야 그 위용을 숨길 때까지, 나는 멍하니 서 있기만 했었다. 이후 몇 시간이 지나서까지 여전히 그 장면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나는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렸다.
59-60쪽
“여기서 탈출해서 저 산에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 혹시 해본 적 없어?”
(…)
“나도 갑갑해. 저 멋진 산을 눈앞에 두고 포로 생활이라니. 하지만 네가 그걸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그건 완전 미친 짓이야.”
그쯤에서 대화를 멈추고 말았다. 그와 나는 서로 다른 언어로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현실주의자였고, 모든 것을 고려해볼 때 그의 주장은 옳았다. 그가 진단했듯이 나는 구제불능의 이상주의자이거나 아니면 미친놈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깨달았다. 이 계획에 함께할 동료는 나 같은 ‘미친놈들’ 중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70-71쪽
이 모험을 시도하면서, 우리는 일종의 규칙을 만들기도 했다. 수용소의 생활에 대해 말할 때는 꼭 ‘과거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가령 포로가 되어 보냈던 지난 2년 동안의 어떤 일을 언급하고 싶다면 이렇게 말했다.
“내가 포로였을 때 말이야…….”
“354수용소에서 지냈을 때의 일인데…….”
이런 식의 대화는 꽤나 재미있고 통쾌했다. 그리고 누군가 무의식중에 이 규칙을 어기면, 짐짓 진지한 척 나무라는 동료들의 대꾸가 뒤를 따랐다.
“저번에 우리 수용소에서…….”
예컨대 누가 그렇게 말실수를 하면, 다른 이들이 재빨리 응수하는 것이었다.
“우리 수용소라니. 그게 무슨 말이람?”
“자네 아직도 수용소에 있는 거야? 아니 왜 여태 그런 말 안 해줬지.”
239-240쪽
매킨더 계곡 위로는 안개가 깨끗이 걷혔다. 비바람이 치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플라잉 더치맨’ 호가 우리에게 작별의 인사를 보내는 것 같았다. 배는 우리가 처음 보았을 때보다 상태가 더 좋아 보였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희끗하게 피어난 안개는 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배 주변에 피어오른 구름은 해적질 전투가 끝나고 포신에서 서서히 사라져가는 연기 같았다. 배 위로 한가로이 떠다니는 구름은 다 해진 해적 깃발 아래, 전투로 찢어져 길게 나부끼는 돛처럼 보였다. 나는 이 낯선 산을 진한 아쉬움으로 뒤돌아보았다. ‘끝’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모험 위로 드리워져 있었다.
호수 쪽을 향해 너덜지대 아래로 내달리다가, 하우스버그 계곡 쪽에서 올라오던 안개와 마주쳤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이 전용 극장에 양모로 만들어 붙인 구름 장식처럼 보였다. 호수에 도착했을 때, 태양빛이 얼음으로 덮인 호수면에 부딪혀 빛을 발했다. 그것은 우리에게 고하는 마지막 작별의 미소 같았다. “잘 가게나, 포로들이여! 우릴 잊지 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