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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90
인순고식과 구차미봉이 되어야 천도가 운용된다.
“내란수괴범이 풀려났어요. 탄핵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만일 그렇다면 난 이 땅에서 못 살 것 같아요.” 수화기를 건너오는 걱정 어린 목소리다. 필자의 개인사로 글을 쓸 형편이 아니지만 시무(時務)이기에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다.
마치 ‘악인 열전’이라도 보는 듯하다. 분명 후일 ‘윤 아무개 정권’을 기술하는 역사가들은 ‘악인 열전사’한 챕터쯤 만들 것이라 믿는다. 역사가라하면 누구나 인류 최고의 역사서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를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사기』 기술 의도는 ‘천도 시야비야(天道 是耶非耶)’를 기반으로 한다. 이 말은 “하늘의 도리가 과연 옳으냐? 그르냐?”이다.
우리는 말한다. ‘선을 행하면 복을 받고 악을 행하면 화를 받는다’라고. 이것을 ‘천도(天道)’, 즉 ‘천지자연의 도리’라 믿는다. 하지만 사마천이 본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사마천이 본 역사상 인물의 삶은 천도와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는 이 모순을 『사기』에 이렇게 적바림을 했다.
“어진 이로 이름난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굶어 죽었고, 공자의 제자 중 으뜸인 안회(顔回)는 극한 가난 속에서 젊은 나이에 굶어 죽었다. 그러나 대악당 도척(盜跖)은 매일 죄 없는 백성을 죽여 그 살로 회를 치고 포를 뜨는 악행을 저질렀으니, 세상에는 선을 행하여 화를 얻고 악을 행하여 복을 얻는다. 그런데도 ‘천도무친(天道無親, 하늘의 도는 사사로이 친함이 없어 언제나 착한 사람과 함께 한다)’이니, ‘천도부도(天道不謟, 하늘이 선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고 악한 사람에게는 화를 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할 바 없음)’니 하는 말을 믿어야 하는가?”
대한민국 역사에 국민들이, 백성들이, 무슨 악행을 저질렀는가? 나라를 팔아먹은 것도 권력자들이요, 독재를 한 것도 저들 아닌가. 촛불혁명을 거치고 코로나를 간신히 겪고 나온 국민들이다. 좀 숨통이 트일만하니 이제 또 한 악인과 그의 부화수행자(附和隨行者)들이 벌이는 이 활극을 보면서 나 역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저 사마천처럼, “천지보시선인 기여하재(天之報施善人 其如何哉, 하늘이 이 착한 백성들에게 보답해 준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정말 “소위천도 시야비야(所謂天道 是耶非耶, 천도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옳은 것입니까? 그른 것입니까?)”라고, 묻고 싶다.
이렇게 세상이 병든 이유를 조선 후기를 휘청거리면서 살아 낸 실학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 선생은 이렇게 적바림해 머리맡에 걸어 두었다. “인순고식(因循姑息, 머뭇거리며 구습대로 행동함)이요, 구차미봉(苟且彌縫, 구차하게 적당히 얼버무림)이라!” 연암 선생은 “천하만사가 이 여덟 글자 때문에 이지러지고 무너진다”하였다.
나 역시 이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역사가 악인들을 단 한 번이라도 단죄(斷罪)한 적이 있던가? 오히려 학정에 시달리다 농민봉기를 하였던 전봉준(全琫準, 1855~1895)도 백성들을 위해 동학을 창시한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1824~1863)도, 억압과 수탈의 대상인 베 짜는 며느리를 보고 ‘일하는 한울님’이라 했든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 1827~1898) 선생도 모두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그 목이 잘리었다.
독립운동을 하였던 이들, 군부 독재에 항거한 수많은 이들도, …군사 쿠데타에 항거한 광주의 이름 모를 시민들도, 모두 악인에 의하여 이슬처럼 사라져갔다. 그러나 그 악인들 중, 역사의 단죄를 받은 이들이 있든가?(나 또한 세상을 살며 ,정의가, 도덕이, 보편적인 상식이 승리하는 경우는 할리우드 영화 정도에서나 본 듯하다. )
수화기를 건너온 걱정 어린 목소리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이제 검찰총장까지 한 패가 되어 풀어주었는데, 두려울 게 무엇이겠는지요. 똘똘 뭉친 저들이 헌재 재판관들은 그냥 두겠는지요. 우리가 상상치도 못할 수단들을 동원하겠지요. 저는 ‘탄핵은 기각’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헌법재판관까지 믿지 못할 지경까지 이렀나보다. 그러며 ‘인순고식’과 ‘구차미봉’을 잘근잘근 씹어본다. ‘천도’가 운용되려면…그러면서도 ‘윤석열을 탄핵한다’ 여덟 글자를 꾹꾹 눌러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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