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숲에 전염병이 돌아 동물들이 픽픽 쓰러졌다. 동물의 왕인 범이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우리들이 지은 죄가 많아 하늘이 노하신 것 같소. 우리 가운데 가장 큰 죄를 지은 동물을 골라 제물로 바치는 게 좋겠소. 내가 먼저 고백할 테니 각자 자기가 지은 죄를 솔직하게 얘기해서 정하도록 합시다. 난 순한 양들을 많이 잡아먹었고 양치기까지 해쳤으니 내 죄가 크오.”
아첨 잘하기로 유명한 여우가 놀라 말했다. “하찮은 동물 잡아먹은 게 무슨 죄가 되나요?”눈치 보던 동물들이 경쟁하듯 큰 박수로 동의를 나타냈다. 사자 곰 늑대 같은 힘센 동물들이 죄를 고백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차례가 된 당나귀가 말했다. “오랜 가뭄으로 먹을 게 없어 남의 풀을 몰래 먹은 적이 있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단죄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어떻게 남의 풀을 도둑질할 수 있나….” 이번에도 여우가 나섰다. “당나귀를 제물로 바치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머리를 끄덕이며 우레와 같은 동의로 결정했다.
어느 날 모기가 사자 귓전에서 윙윙거리자 사자가 소리쳤다. “썩 꺼져 버려! 이 작고 초라한 벌레야.”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모기는 사자의 콧잔등을 물었다. 따끔함에 성난 사자는 모기를 잡으려고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 모기를 후려쳤다. 하지만 모기는 날쌔게 도망가고 사자 콧잔등은 상처투성이가 됐다. 사자는 결국 지쳐 쓰려졌다.
모기는 사자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자 우쭐해졌다. 숲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며 큰 소리로 사자와 싸워 이겼다고 자랑했다. 뽐내는데 정신이 팔린 모기는 섬세하게 쳐놓은 거미줄에 걸렸다. 자랑에 눈멀어 거미의 밥이 되고 말았다.
◆희생양 된 당나귀와 오만한 모기의 최후
『라퐁텐 우화집』에 나오는 두 토막은 사람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부와 권력이 있는 사람은 큰 잘못을 해도 합리화로 넘어간다. 돈과 빽이 없는 서민들은 아주 조그만 잘못에 꼬투리 잡혀 큰 처벌을 받는다. 유권무죄와 유전무죄가 판치면서 억울한 당나귀가 늘어간다. 세상은 늘 있는 그대로는 아니다.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모든 것은 끝까지 가면 반드시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교훈은 언제나 타당하다.
7월의 마지막 일요일이자 중복이었던 26일,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깨끗했다. 이틀 전까지 사흘 동안 내린 장마 비가 먼지 한 알까지 모조리 씻어간 덕분이었다. 남한산성 연주봉옹성에서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가 손가락 끝에 걸릴 정도로 가깝게 보였다. 안산과 인왕산 너머로는 개성 송악산까지 눈에 들어왔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누릴 수는 없다는 듯, 까만 구름에 가려 해돋이는 보지 못했지만 아홉 가지 구름이 펼쳐내는 신의 수묵화를 만끽했다. 우리에게서 경자년 봄과 여름을 훔쳐간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경폐쇄 등으로 하늘길이 막히고 사람들 이동이 줄어든 덕분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세 차례 추경을 투입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2/4분기 경제성장률을 -3.3%로 떨어뜨린 코로나19의 아이러니 선물이었다.
지난 주말부터 갑자기 ‘부초서천’이란 말이 유행어가 됐다. 이 말만 들어선 무슨 뜻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사자성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풀처럼 물에 떠다니다 서쪽으로 옮긴다’는 ‘浮草西遷’으로 받아들일지 모른다.
차라리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없는 방민(房民)들이 주민(酒民)되어야 하는 고민(枯民)을 털어놓는 시인의 넋두리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그런 유행어를 만들어 낼 힘이 없다. ‘부초서천’이란 ‘부산은 초라하고 서울은 천박하다’의 줄임말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초, 부산에 가서 “부산에 올 때마다 매번 느끼는데 왜 교통체증이 많을까,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세종시에서 “우리는 한강변에 맨 아파트만 들어서가지고 저기는 단가가 얼며, 저기는 몇 평짜리, 이런 천박한 그런 도시를 만들면 안되는 거거든요”라고 했다.
◆잘되면 내 덕, 문제되면 언론 탓
민주당은 이 대표 발언이 ‘부초서천’이라는 사자성어로 만들어져 부산과 서울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화살을 언론으로 돌렸다. 발언한 전체 내용의 맥락을 따지지 않고, 특정 발언만 끄집어 내 문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맥락을 따진다면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표현 자체가 품위를 찾기 어려우며,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채근담』에 ‘대인춘풍 지기추상(對人春風 持己秋霜)’이란 말이 나온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되 자신에게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하게 한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남의 앞에서 일하려고 하는 지도자들이 갖춰야할 자세를 보여주는 명언으로 자주 애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초심을 잃지 말자’며 청와대 각 비서관실에 ‘춘풍추상’의 액자를 만들어 선물할 정도였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이책인지심책기 이서기지심서인(以責人之心責己 以恕己之心恕人)’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마음으로 나를 나무라고, 나를 너그럽게 용서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용서하라’고 했다. 남의 탓을 구하기에 앞서 내 탓 임을 알아야 한다는 채찍질이다.
채근담과 명심보감은 공자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신을 엄하게 책망하고 남의 책임을 묻는데 가볍게 하면 원망을 사는 일을 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도 2019년 신년기자회견에서 공자의 ‘박기후인’을 강조했다. “스스로에게는 더욱 엄하고 국민께는 더 낮게 다가가는 박기후인(薄己厚人)의 자세로 사심 없는 개혁을 이끌어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다”는 다짐이었다.
『주역』 58번째 괘인 중택태(䷹)는 함께 잘 사는 조화로움을 강조한다. “백성들이 먼저 즐기게 하면 어려움을 모르고 일을 하며, 지도자가 먼저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나서면 백성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정부는 뜀뛰기하는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을 잡겠다며 느닷없이 ‘천도론’을 들고 나왔다. 서울 집값안정을 위해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수도를 옮기는 것은 위헌이란 헌법재판소 결정을 피하기 위해 헌법도 수정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3년 동안 22번이나 발표한 부동산안정대책이 실패한 책임을 제대로지지 않은 채 ‘천박한 서울’ 탓을 하고 있다. 잘못된 문제 인식에 잘못된 처방에 서울 집값은 여전히 뜀뛰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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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주성 덮는 부주성이라고 합니다. 세종시에서 한번 더 할 것 같습니다..
부주성 안한다고 문대통령이 몇번이나 얘기했는데... 입만 열면 거짓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