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날씨] 태풍(颱風 / typhoon)
큰 피해 주지만 지구의 열 순환 위해 필요… 세계 14국서 제출한 이름 써요
태풍(颱風 / typhoon)
장동언 기상청장 입력 2024.07.25. 00:30
‘태풍’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을 말합니다. 태양의 열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는 적도 부근에는 따뜻한 바닷물의 증발로 인한 풍부한 수증기와 무역풍이 만나면서 대류가 활발하게 발생하는데요. 구름들 중 일부는 태풍으로 발달하기도 해요. 내부 바람의 속도가 초당 17m 이상으로 강해지면 태풍으로 선언하지요.
태풍은 지구의 열 순환을 위해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위도에서 발생한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고위도로 북상해요. 이 과정에서 적도의 열에너지가 고위도로 전달되면서 지구의 열적 불균형을 해소해주지요.
2022년 9월에 찍은 태풍이 지나간 경주 지역 모습. /기상청 2023년 기상기후사진전 은상(조은옥)
태풍이 동반하는 강력한 비바람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뭄을 해소하거나 수자원을 일시에 확보하고 바다의 적조 현상이나 쓰레기를 제거하여 환경 정화를 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홍수와 강풍으로 큰 피해를 불러오기도 하지요.
우리나라에 커다란 피해를 준 대표적인 태풍으로는 ‘루사’와 ‘매미’를 들 수 있습니다. ‘루사’는 2002년 8월에 발생한 태풍으로, 남해안에 상륙한 후 강한 비구름대를 동반한 채 느린 속도로 이동하며 소백산맥과 영동 지역에 기록적인 양의 비를 쏟아부었어요. ‘매미’는 2003년 9월에 경남 지역에 상륙하여 상당한 피해를 주었어요. ‘힌남노’와 ‘카눈’은 여러분에게도 낯설지 않을 텐데요. 재작년과 작년에 우리나라에 상륙해 각각 경북 포항과 대구, 강원 등지에 큰 피해를 주었어요.
태풍은 발생했을 때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그 이유는 동시에 여러 개의 태풍이 발생하여 세계 각국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보가 혼동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공군과 해군이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태풍에 붙인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1999년까지는 미국에서 정한 이름이 사용되었고, 이후로는 세계 각국에서 제출한 이름이 사용되고 있어요. 1999년 서울에서 열린 UN ESCAP/WMO(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세계기상기구)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14개 회원국이 각국의 고유 언어로 된 이름을 10개씩 제출하여 총 140개의 이름 목록을 정했고, 2000년부터 차례로 사용하기로 결정되었어요. 회원국은 우리나라와 라오스, 마카오, 말레이시아, 미국, 베트남, 북한, 싱가포르, 일본, 중국,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홍콩입니다.
태풍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 해당 국가의 요청에 따라 목록에서 삭제되고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올해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제56차 태풍위원회 총회에서는 ‘힌남노’의 이름이 삭제되고, 라오스어로 사슴을 뜻하는 ‘옹망’으로 변경되었어요. 그리고 태풍 ‘메기’는 ‘고사리’ ‘노루’는 ‘호두’, ‘날개’는 ‘잠자리’로 바뀌었어요.
제출된 이름이 무조건 선정되는 것은 아니에요. 다른 나라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발음되거나 기상 용어와 유사한 단어는 제외됩니다. 발음이 혼동되어 삭제된 예로는 북한에서 제출했던 ‘소나무’가 있어요. 발음이 비슷한 쓰나미와 혼동되어 목록에서 삭제되고 ‘종다리’로 변경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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