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5월 26일) ‘기아 타이거즈 야구단’이 대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 4개를 주고받는 화끈한 타격전 끝에 9대 7의 짜릿한 역전승과 3연전을 모두 승리함으로써 올 시즌 초반의 하락세를 극복하고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는 지난 4월 말 홈경기(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삼성 라이온즈에게 3연패를 당한 아쉬움을 깨끗이 날려버린 설욕전이기도 했고, 공동 4위에서 단독 3위로 뛰어올라 2위 LG에 반게임 차로 따라붙었으며 오늘부터 광주에서 벌어지는 1위 SSG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 상위권 팀으로의 도약과 가을 야구에의 꿈을 한껏 부풀게 할 것이리라 기대해봅니다.
생각해보면, 1979년 3월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땅 부산에 첫 발령을 받아 이후 40여 년간 살아오면서 가끔 고향 선후배나 친구들을 만나 향수를 달래며 이야기할 때면 ‘해태 타이거즈’ 야구 소식이 단골 메뉴였지요. 경기 결과에 따라 때로는 뿌듯함과 통쾌함, 분노와 아쉬움 등으로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도 했었는데, 가장 열성적인 타이거즈 팬은 이제 고인이 된 친구 이동섭이었습니다. 언젠가 카페에서 롯데와의 경기를 TV로 함께 시청하며 응원하였는데, 다소 다혈질적이며 정의감이 넘치는 동섭이는 다 이긴 경기를 놓친 아쉬움과 허탈감으로 탁자 위에 있던 술잔을 떨어뜨려 주위 손님들과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었지요. 또한, 지난 5월 초 ‘부일아카데미’ 초청 강연 차 부산에 온 친구 김광호와의 만남에서도 잠시 야구 이야길 나누었는데, 친구 말에 따르면 오래 전 광주 무등경기장에 해태 타이거즈 야구 경기를 관람하러 갔었는데 뜻밖에도 역시 고인이 된 성도홍(빨간 마후라) 친구를 만나 정수성(인성) 친구도 불러내서 함께 응원했다는 일화도 들었습니다.
친구들도 잘 아는 바와 같이, ‘기아 타이거즈’의 전신(前身) ‘해태 타이거즈’는 1982년에 창단되어 1997년까지 15년 사이 한국시리즈 9회 우승 및 창단 이래 가장 많은 11회 우승과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여 모두 우승한 진기록을 가진, 우리나라 최고의 야구단이지요. 초창기 강력한 카리스마의 승부사 김응용 감독을 비롯한 0점대 방어율 3회 및 20승 3회와 다승왕 4회 등에 빛나는 국보급 투수 선동열, 현재 KT 감독 이강철(투수), 수위 타자 도루왕 이종범, 김봉연, 김종모, 김성한 타자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떠오릅니다. 또한, 작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올해 다시 복귀한 양현종 투수는 지난 24일 대구에서 승리를 따냄으로써(올 시즌 현재 4승 2패) 타이거즈 소속 선수로는 최초, KBO리그 선수로는 최연소 151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그의 겸손하고 장난끼 어린 순수함, 환한 미소로 후배들을 이끌며 타이거즈의 정신적 지주가 된 양현종 선수가 더욱 자랑스럽습니다.
나는 슬하에 1남 1녀가 모두 결혼하여 잠실에 살고 있는데, 3명의 손주 모두가 서울에서 태어났으니 야구를 응원한다면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두산 베어즈’나 ‘LG 트윈즈’ 편일수도 있을 텐데, 할아버지를 따라 이미 ‘기아 타이거즈’의 열렬한 팬이 되어있어 한편으로는 흐뭇하기도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손주 녀석은 기아 야구 선수들의 이름은 물론 성적, 야구 경기 일정 등을 꿰뚫고 있어 내가 물어볼 정도입니다. 3년 전 여름방학 때 가까운 잠실구장에 가서 가족과 함께 기아:LG 경기를 관람한 게 야구에 대한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되었나 봅니다. 마침 손자 녀석 생일이 6월 25일이라서 생일 선물로 작년엔 고척돔 구장에서 키움과의 경기를 관람했고, 올해는 또 다시 잠실구장에서 6월 26일(일요일 오후 5시) 두산과의 경기를 가족과 함께할 예정입니다. 가장 구하기 힘들다는 잠실구장의 기아타이거즈 경기 관람권! 예매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올해도 사랑하는 손자의 생일 선물로, 오랜만에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함께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 설렘으로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아마 이 시간엔 고인이 된 이동섭, 성도홍 두 친구도 하늘나라에서 잠실구장을 바라보며 응원하지 않을까요? 친구들도 어쩌면 이 기세를 몰아 올해는 기어코 ‘기아 타이거즈’의 가을 야구를 보고 싶은 바람이 나보다 더욱 간절할 듯 합니다.
“I love, KIA Tigers! 가을 야구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