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칼빈의 경건과 기도가 다루었던 소선지서들 중 호세아서에 조금 필이 꽂혔었는데요. 이 호세아서에는 특이한 성경구절이 나옵니다.
호12:3 야곱은 모태에서 그의 형의 발뒤꿈치를 잡았고 또 힘으로는 하나님과 겨루되 4.천사와 겨루어 이기고 울며 그에게 간구하였으며 하나님은 벧엘에서 그를 만나셨고 거기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셨나니 |
호12:3~4에 야곱이 힘으로 겨룬 상대방이 천사이고 하나님이셨다는 조금 난해한 말씀이 나오는데요. 이는 창 32:23-32에 나오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구입한 『IVP 성경난제 주석』에서 호12:3~4 설명부분을 찾아보니 “창 32:23-32에 대한 해설을 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결과를 구분선 아래에 첨부합니다. 읽으시면 조금 흥미롭고 성경공부도 될 것 같습니다.
창 32:23-32 야곱은 누구와 씨름했는가?
마르틴 루터에 의하면, “누구나 이 본문이 구약성경에서 가장 모호한 본문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핵심 쟁점은 야곱이 얍복 여울에서 다음 날 새벽까지 밤새워 씨름했던 그 사람의 정체다. 그는 단순한 사람이었는가 아니면 천사였는가? 혹은 한층 더 놀랍게 이분은 실제로 삼위일체의 제2위격, 성자의 성육신 이전 모습이었는가?
어떤 사람들은 일련의 사건 전체를 꿈 이야기로 만들어서 해석상의 난점을 해결하려고 했다. 요세푸스는 이 사건을 유령이 말과 음성을 사용하는 꿈으로 이해했다(『유대 고대사』1.20.2). 이 이야기를 자기 내면 안에 숨어 있는 욕망과 악덕에 맞선 영혼의 투쟁으로 이해하여, 알레고리로 만드는 데 만족한 사람도 있다[예를 들어, 필론, 『율법의 비유들』(Legum Allegoriae) 3.190].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Clemens of Alexandria)는 씨름 상대를 요한복음의 로고스와 동일시했지만, 예수님이 아직육신을 입고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로고스는 야곱에게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교사(Paedagogus) 1.7571].
유대교 문헌은 이 이야기의 핵심에 실제 싸움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이것이 그리스도 현현은 고사하고 어떤 신 현현도 아니며 사마엘(Samael)이라고 불리는 에서의 군주 혹은 천사와의 싸움이었다고 말한다.
히에로니무스 같은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길고 진지한 기도를 나타내는 그림으로 만들려고 애썼다. 그런 기도는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묵상, 죄의 고백, 하나님과의 대화를 바라는 깊은 열망을 담았다.
유한한 인간이 불멸의 존재 혹은 초자연적 존재와 실제로 접촉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꺼리는 현대의 해석자들은 이 이야기를 신들이 영웅들과 싸우는 일종의 신화로 규정하기를 선호한다. 물론 이런 관점은 이 이야기를 순수 창작물로 평가절하하면서, 이 이야기의 기원이 계시가 아닌 다른 다신론 신화에서 빌려 온 문학이라고 여긴다. 이 성경 본문 자체의 진술을 반대하며 집결한 이런 해결책은 그 자체의 주장의 무게에 눌려 주저앉는다.
그동안 이 본문을 두고 기록된 것 중에 최고의 주석이 호세아 12:3-4에 나온다.
한 사람[야곱]이 하나님과 겨루었다. 그는 천사와 겨루어 그를 이겼다. 그는 울면서 그의 호의를 간청했다. 그는 벧엘에서 그를 만났고, 거기서 [하나님]은 우리와 말씀하셨다. (저자 사역) |
따라서 호세아 12:4은 맞상대가 "천사"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의 등장 혹은 신 현현은 대개 "여호와의 사자"가 개입된 것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영광의 주님이 천사로 가장하거나 천사의 모습을 취하더라도 놀라지 말아야 한다. 사실 나중에 하나님이 육화 혹은 성육신에서 하실 일이 바로 이것이다. 그분은 육신을 입으실 것이다. 그렇지만 베들레헴에 아이로 오실 때, 그분은 영원히 사람의 육신을 입으셨다.
하지만 이런 정체 규명 논의를 실제로 마무리 짓는 것은, 호세아 12:3에서 병행 어구가 이 “천사”를 하나님과 동일시한다는 점이다. 야곱은 "천사"와 겨루었다. 맞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과도 겨루[었다]."
이런 정체 규명을 상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 만남에 씨름이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삼위일체의 제2위 -그분이 "여호와의 사자와 빈번하게 연결된 분이기에- 가 유한한 인간과 이렇게 물리적으로 맞붙어 싸우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분명히 이 이야기에는 야곱(ya·‘ă·qōḇ), 얍복(yab·bōq), 씨름(yê·’ā·ḇêq)이라는 재미난 언어유희가 들어 있다. 비슷한 소리의 이들 단어는 이 이야기의 핵심 사상들의 연결로 청중과 독자의 관심을 이끈다. 이 씨름은 약속의 땅 문턱에서 일어났다. 반감을 품은 형 에서에게서 도피한 이후로, 야곱은 하나님이 약속 가운데 자기에게 양도하셨던 땅 바깥에 있었다.
이 씨름의 결과로 야곱은 이스라엘로 개명되었고, 하나님이 약속하신 민족을 낳는 자신의 역할을 준비했다. 이 영적 위기에 대한 야곱의 기억을 보존하시기 위해, 하나님은 그의 몸에 영원한 흔적을 남기셨다. 하나님은 야곱의 허벅지를 쳐서 탈골시키신 것이다. 그래서 야곱은 그 시점부터 다리를 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씨름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할 수 없다. 그렇지만 영적 영역의 싸움을 넘어서는 의미가 담겼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씨름은 야곱에게 실제로 신체적 장애를 남겼다. 또 이 이야기는 야곱이 한 '사람'과 씨름했다고만 말하지만, 야곱이 씨름했던 그 당사자는 야곱이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고 말한다(창 32:28). 마찬가지로, 호세아는 야곱이 천사를 "이겼다"고 말한다(호 12:4).
덧붙여 말하자면, 야곱의 허벅지에 남은 흔적은 포로기 이후 유대 공동체 안에서 음식 금기의 근거가 되었다. 유대인들은 허벅지 관절과 함께 '좌골신경'(nervus ischiadicus)이라고 불리는 신경의 힘줄을 먹지 않는다.
따라서 야곱이 씨름했던 '사람' 혹은 '천사'는 사람의 아이로 이 땅에 오실 그분의 영원한 육화에 앞서 잠시 성육신 형태로 나타나신 예수님 자신이었던 것 같다. 이런 해석은 "여호와의 사자"가 삼위일체의 제2위와 동일시될 수 있는 구약성경의 다른 곳과도 일맥상통한다.
월터 카이저 등, 『IVP 성경난제 주석』,pp.126~128.
첫댓글 신현, 여호와의 사자 등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읽어 보세요.
https://cafe.daum.net/1107/YNWz/7
벌고프조직신학 개론을 께내어 신현, 여호와의 사자와 성자하나님에 대한 내용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아파르 이왕에 가지고 계신 책으로 잘 하셨습니다. 벌코프 책은 우리 신앙의 국어사전 같은 것입니다.
@아파르 그 책에 나오는 내용이군요. 저도 나중에 구입해서 읽어 보아야겠습니다.
@장코뱅 신앙의 용어사전 같은 것이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노베 공감합니다.
여러 해석들이 있지만 유대문헌의 해석이 가장 황당합니다. 야곱이 에서의 군주나 사마엘이라는 천사와 싸웠다고 해석을 하다니....
613가지 율법과 토라를 줄줄 외우고 구약성경을 그렇게나 읽어도 성령님의 조명이 없으면 엉뚱한 해석을 하게 되는군요...ㅠㅠ
창세기 말씀과 호세아 말씀을 통한 여호와의 사자에 대한 바른 해석을 읽으며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웨민 1장 9조의 원칙이 가장 탁월함을 느낍니다.
아파르님의 웨민 조항 언급은 매우 적절하십니다.
의외로 인종적 유대인들 중에 인본주의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이 많습니다.
예수님 당시의 사두개인들은 영적인 것들을 인정하지 않는 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마태복음 22:23 부활이 없다 하는 사두개인들이 그 날 예수께 와서 물어 이르되"
바울 당시에도 사두개인들은 지도층이지만 영적 세계에 대해서는 의외로 무지했고요. "행2:38 이는 사두개인은 부활도 없고 천사도 없고 영도 없다 하고 바리새인은 다 있다 함이라"
저 개인적으로 추론하건대, 행2:38의 사두개인들은 호12:3-4, 창23-42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장코뱅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아파르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장코뱅 성경구절을 읽어보니 유대인들이 의외의 모습을 가지고 있네요
아파르님 댓글에서는 배울 것이 많아요.
『IVP 성경난제 주석』의 주옥 같은 저자들을 이 책 앞 표지에서 인용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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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터 카이저 Walter C. Kaiser Jr.
미국 고든콘웰 신학교(Gordon-Conwell Theological Seminary) 전 총장이자 구약학 명예 교수다. 설교자, 강사, 연구원, 저술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지막 때에 관한 설교』 『구약성경과 선교』(이상 CLC), 『구약에 나타난 메시아』 『이스라엘의 역사 (이상 크리스챤출판사), 『이렇게 가르치라』(새물결플러스), 『성경과 하나님의 예언』(여수룬) 등이 있다. 이 책의 구약 부분을 해설했다.
- F. F. 브루스 F. F. Bruce(1910-1990)
복음주의 신약학자로 사도 바울의 생애와 사역에 대해 연구했다. 은퇴하기 직전에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University of Manchester)에서 성경 비평학과 주해학을 가르쳤다. 저서로는 수많은 성경 주석과,『신약사』『초대교회 역사』 『바울신학』(CLC), 『바울』(크리스천다이제스트), 『신약성경은 신뢰할 만한가?』(좋은씨앗) 등이 있다. 이 책의 복음서 부분을 해설했다
저자들이 훌륭하고 유명한 분들이네요!
@천이다 공감합니다.
- 맨프레드 브라우치 Manfred T. Brauch
미국 팔머 신학교(Palmer Theological Seminary) 전 총장이다. 2004년부터 아내와 함께 칠레, 러시아, 서아프리카 카메룬 등지를 돌며 의료 선교와 신학 교육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Set Free to Be: A Study in Romans, Hard Sayings of Paul 등이 있다. 이 책의 바울 서신 부분을 해설했다.
- 피터 데이비즈 Peter H. Davids
캐나다 밴쿠버의 리젠트 칼리지 (Regent College)와 서스캐처원 리자이나의 캐나다 신학교(Canadian Theological Seminary) 등에서 성서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미국 휴스턴 신학대학원(Houston Graduate School of Theology)에서 성서학과 실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The Epistle of James(NIGTC), The Letters of 2 Peter and Jude(PNTC) 등이 있다. 이 책의 신약 부분을 전반적으로 해설했다.
출처: 『IVP 성경난제 주석』 앞 표지
저자 소개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파르 저자의 책임 소재를 찾기가 쉬운 것이요. 성경의 난제들 중에서 구약 부분을 해설한 분은 한 분, 월터 카이저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에 인용된 해설은 월터 카이저가 쓴 것입니다.
@장코뱅 훌륭한 학자들인 것 같습니다.
@장코뱅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좋은 주석 내용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들도 유익했습니다. 호세아서를 통해서 야곱과 씨름한 자가 천사라고 확실하게 주석했다고 본 저자의 설명과 그 부분에 대한 여러 해석들에 대한 설명도 좋습니다. 다만, 여호와의 사자가 성자께서 육화하시기 전의 성자를 말한다고 하는 견해는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구약의 여호와의 사자의 위치는 육화하시기 전의 성자를 대신하여 천사가 활동한 것으로 이해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깊은 의미의 댓글 잘 참고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그래서 '난제'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인 카이저도 확정적인 표현보다는 ...이었던 것 같다! 정도로 말하고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장코뱅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