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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디지 북
이율린 마지막 날
| 홀(타수) | 타수 | 합계 | Today | 퍼트거리 | 순위 | 비고 |
| 1(4) | 4 | -11 | 0 | 1.5 실패 | 1 | 1타차 선두 |
| 2(4) | 3 | -12 | -1 버디 | 1.2 성공 | “ | 2타차 선두 |
| 3(3) | 3 | -12 | -1 | “ | 1타차 선두 | |
| 4(5) | 5 | -12 | -1 | “ | ” | |
| 5(4) | 4 | -12 | -1 | “ | ” | |
| 6(3) | 4 | -11 | 0 보기 | 2(2) | 공동 2위 추락 | |
| 7(5) | 4 | -12 | -1 버디 | 10m | 1 | ” |
| 8(4) | 5 | -11 | 0 보기 | 3 | 공동 1위(3) 보기로 시무룩 해짐 | |
| 9(4) 위기 | 4 | -11 | 0 | “ | 벙커 6.6m 파퍼트 성공. 실패했다면 몰락. | |
| 10(4) | 4 | -11 | 0 | 2(2) | 계속 요동치는 순위지만, 이율린은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긴 퍼트를 성공시켜 다시 공동선두로 도약한다. | |
| 11(4) | 3 | -12 | -1 버디 | 13m | 2(2) | |
| 12(3) | 3 | -12 | -1 | 1(3) | ||
| 13(4) 악몽 | 5 | -11 | 0 보기 | 13.6성공 | 1(3) | 드라이브 실수, 레이업, 옆 홀에서 온 시킴. 보기 퍼트 실수하면 완전 끝. |
| 14(4) | 4 | -11 | 0 | 2(3) | 계속되는 순위 변동, 종잡을 수가 없다 | |
| 15(5) | 6 | -10 | +1 보기 | 3(2) | 상대 선수는 이미 –12로 라운딩 마침. 우승과 멀어지는 느낌. | |
| 16(3) | 3 | -10 | +1 | “ | 러프에서 어프로치 짧음 두 홀 남긴 상태에서 우승 확률이 0% 되어 버렸다. | |
| 17(5) | 4 | -11 | 0 버디 | 2 | 세컨드 벙커, 길게 쓰리온, 4.5m 버디 성공 | |
| 18(4) | 3 | -12 | -1 버디 | 1 | 92m 어프로치, 3.9m 버디 | |
| Play-off1 | 4 | 연장 혈투는 주거니 받거니 했다. 불리한 거리, 파퍼트 길었는데 성공. 오른쪽으로 빠짐. 안전한 퍼트로 위기 모면. 아주 유리했지만, 3.4m 버디 실패. 제일 먼 8m 버디가 길어, 먼 거리를 안정된 퍼트로 위기 모면. 6m 정도의 S라인 버디 성공으로, 2.16억 주인공 되었다. 보는 사람을 피 말리게 한, 긴 연장 승부. 신은 이율린 손을 들어주었다. | ||||
| Play-off5 | 4 | |||||
골프에 입문한 기간이 10년이 넘었다.
퇴직 후 가장 즐기기에 적합한 운동이라 배웠는데,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골프는 라운딩해서 좋지만, 요금 인상으로 부담이 크다.
그 대용으로 스크린골프를 많이 친다. 수시로 가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 좋다.
또한 주말이면 TV 중계를 보면서 골프의 세계에 몰입하기도 한다.
대리 만족이랄까? 한 수 배움이랄까?
아무튼 공치는 재미, 보는 재미, 즐기는 재미 등 많은 一笑一老로 노후를 잘 보낸다.
프로는 프로다워야 하지만, 워낙 어려운 골프라 프로들도 실력보다는 운으로 웃고 우는 경우들이 많다.
얼마 전 KLPGA 경기 마지막 18홀(퍼5)에서 잘못 친 공이 카트 도로를 따라 408m간 덕분에, 투온 시켜 버디를 잡아 연장으로 갔다.
그 여세를 몰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생애 첫 우승을 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엄청난 행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실 우리 아마추어는 항상 運七技三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따라야 한다.
그 운 중에서도 최고의 운이 왔을 때 우리는 “그님이 오셨다”로 표현한다.
그러나 보통 중계를 보면 그 운도 한두 홀에서 거치는데, 이번 대회 우승자는 마지막 날 엄청난 행운이 계속 따랐다고 생각된다.
얼마나 재미있는 경기였는지 난생처음 ‘야디지 북’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오늘의 주인공인 이율린은 ‘상상인·환경 와우넷 오픈 2025’ 대회 첫날 71타, 둘째 날 71타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Moving Day(순위가 춤추는 날) 셋째 날 63타를 쳐서, 챔피언조에 편성 되었다.
이제부터 그 인생 역전 라운딩을 펼쳐보자.
그의 루틴은 특이하다. 아마추어 같은 폼이라고 할까? 어떻게 저런 루틴으로 프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한마디로 할미새 꼬리 흔들 듯,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움츠리는 개구리 폼이다.
몸이 자꾸 흔들려 자세를 바로잡다가 형성된 루틴이라지만,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챔피언조에서 11언더(1위)로 출발.
1번 홀(파4). 1.5m 버디를 놓쳤다. 안타까웠다.
얼마나 기다렸던 챔피언조인가. 긴장이 많긴 하지만, 기분 또한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우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많이 떨렸을 출발인데, 만약 버디를 했더라면 부담감이 덜어줘서 앞으로의 경기가, 보다 쉽게 풀렸을 것이다.
2번 홀(파4). 다행히 이번엔 버디 성공해서 2타차 선두(12언더)가 되었다.
제법 까다로운 라이였지만 잘 넣었다. 이제 편안하게 승리의 길로 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잠시 지켜봤는데 성격이 단순하다.
약간 덜렁덜렁한 제스처를 봐선 조그만 실수에 민감하지는 않을 듯하다.
3번 홀(파3). 온 실패했다. 어프로치가 길어 부담스러운 퍼트를 잘 마무리했다.
퍼트가 잘 되는 건지, 퍼트를 잘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마무리를 잘해 나간다.
그님이 오셔서인지, 퍼트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4번 홀(파5). 홀컵에 잘 붙여 놓았는데(1.2m) 버디로 이어지지 못했다.
만약 버디를 했더라면 쉽게 도망갈 수 있었는데 무척 아까웠다.
긴 퍼트는 잘 넣는데 짧은 것을 자꾸 놓치고 있다. 땅을 칠 노릇이다.
이번 대회 퍼트 성공률이 5위라고 한다.
5번 홀(파4). 긴 거리 퍼트가 홀을 지나갔지만, 4m 성공, 위기를 면했다. 부담스러운 퍼트를 쉽게 쉽게 잘 넣는다.
성격 탓이라 긴장이 안 되는 건지,
처음 챔피언조라 별 부담이 없는 건지, 확실하게 인지가 안 되는 상태에서 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한 사람이 계속 우승하는 것 원하지 않는다.
시드배정 받으려고 온 가족이 얼마나 고생하는가.
그 단 한 번의 우승을 위해 또 얼마나 마음을 조리는가. 한 가족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도 우승, 나도 우승. 대회 때마다 인생역전의 발판이 되기 위한 단 한 번의 우승을 나누어 가졌으면 좋겠다.
오늘도 이율린의 우승을 기원하며 보고 있다.
6번 홀(파3). 공이 벙커에 빠졌는데 어프로치가 너무 짧아 3.9m 파퍼트 실패로 보기를 했다.
1위의 보기와 치고 올라오는 다른 선수의 버디로 순위 변동이 심하다.
쭉 치고 올라가지 못해 안타깝다. 다시 11언더 제자리로 돌아와 공동 2위로 주저앉아 버렸다.
7번 홀(파5). 할미새와 같은 루틴은 샷을 할 때마다 불안하다.
드라이브 친 후의 피니쉬가 없다. 흐느적흐느적, 몸이 뒤틀린다.
이번에도 잘못 친 듯한 제스처. 아니나 다를까, 밖으로 벗어난 듯한 공을 그님이 카트 도로를 맞게 하여 안으로 넣어준다.
십년감수했다.
내가 왜 이리 긴장하는지 모르겠다. 함께 보고 있는 사람들도 한숨을 쉰다.
쓰리온에 성공했지만 10m 긴 버디 퍼트다. 기대도 안 했는데 이걸 넣어 버린다.
도깨비 퍼트하고 있다. 하여튼 시원시원하게 퍼트하고 잘 넣고 있어, 다행이다.
다시 12언드, 공동이지만 1위를 탈환했다.
8번 홀(파4). 온 실패(에지)와 3m 파퍼트 실패. 다시 11언드로 주저앉아 3명이 공동선두가 되었다.
무엇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 처음으로 시무룩한 표정이다. 긴장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하긴 말은 안 해도 얼마나 긴장하고 있겠는가.
우리가 내기 골프를 칠 때, 원투와 오 따는 천지 차이다. 소심한 나는 내기와는 거리가 멀다. 손이 오그라들어 퍼트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처음 챔피언조에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 시합하는데, 어떻게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완전 초삐가. 많은 프로들이 다 그런 과정을 거쳐 대형 선수로 거듭 태어난다.
한번 우승하면, 자신감에 탄력이 붙어 잘 치게 된다.
9번 홀(파4). 벙커에 빠져 길게 온 되었다. 다행히 이번에도 6.6m 퍼트 성공해서 잘 막았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치고 올라 공동 3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자신이 주춤하는 사이 순위가 요동치는 것이다. 만약 긴 파퍼트 성공하지 못했다면, 완전히 주저앉을 수 있는 위기였는데,
그님이 구해 준듯한 홀이 되었다.
10번 홀(파4). 오랜만에 30cm 파퍼트. 공동 2위로 올라간다.
11번 홀(파4). 도깨비 퍼트는 이번에도 도술을 부렸다. 13m 버디를 성공시켰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 먼 버디를 성공시키고도 그렇게 감격스러워하지 않는다.
멘탈이 강해서 인가? 여하튼 잘 해내고 있다. 다시 12언더로 공동 1위가 되었다.
이번 기회로 탄력을 받아 쭈~욱 올라갔으면 좋겠다.
12번 홀(파3). 모처럼 무난하게 홀을 마쳤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선수가 1위로 치고 올라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13번 홀(파4). 악몽의 홀이다. 있어서는 안 될, 아니 있으면 우승과 멀어진다.
드라이브 친 후의 제스처와 날아가는 공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않았다.
옆 홀과 경계 숲속으로 날아간 공, 페널티 구역은 아니지만 확인할 수 없는 지역이다.
다시 예비 공을 하나 더 치고 출발한다.
걸어갈 때의 기분이 어떨까? 3위까지 곤두박질했다가 겨우 다시 공동 1위로 올라섰는데, 이게 왼 말인가?
다 된 밥에 콧물 떨어진 느낌이다. 만 가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승리의 모습에서 좋아할 가족의 모습까지, 아니 실망할 부모님의 모습에서 어쩔 줄 모를 것이다.
부모님의 얼굴을 어떻게 보지? 이런 생각이 들까?
아니 골프는 멘탈이 중요한데 지금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되지. 경기에 집중해야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박세리가 물에 빠진 공을 맨발로 들어가 성공했기에 우승하지 않았는가!
선수는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캐디와 논의 끝에 반대 코스로 공을 레이업 했다.
그리고 반대 코스에서 울창한 나무를 넘겨 다시 본 홀 그린에 올렸다. 그만하기 다행이다.
공을 치고 보이지 않는 홀을 향해 헐레벌떡 달려오는 선수의 마음이 어땠을까?
다리가 떨리고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았을 것이다.
또한 자신을 얼마나 자책했을까?
바보, 등신, 머저리, 죽일 놈, 쳐 죽을 놈, 돼져라! 돼져, 누구는 머리를 한 방 때리기고 한다.
와서 보니 그린에 올리긴 올렸다. 하지만 13.6m 파 퍼트다.
이미 마음이 흔들려 쉽지 않은 거리다. 버디 찬스라면 성공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 아니다.
흔들릴 대로 흔들린 마음인데 어떻게 성공하겠는가!
결국 보기를 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 잊고 다음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14번 홀(파4) 다시 11언더가 되어 공동 2위(3명)로 주저앉고 말았다.
이미 박** 선수는 12언더로 경기를 마친 상태다. 악몽의 홀을 거쳤지만, 다행히 평상심을 찾아 파로 막았다.
15번 홀(파5) 누구나 버디를 기대하는 홀이다.
이글도 기대해 볼 수 있는 홀인데 쓰리온 실패에 어프로치마저 짧았다.
흔들리는 마음에 3.5m 파퍼트를 놓쳤다. 보기다.
결국 기대가 물거품 되어 사라져 간다. 잃었던 타수를 되찾을 수 있는 홀인데 보기를 하다니.
결국 선두와 2타차 단독 3위다. 우승확률이 0%라고 나온다.
우승을 포기해야 하나, 3홀 남기고 2타를 따라가기란 정말 힘들다.
하늘의 별을 딸 수가 있을까? 하지만 포기를 한다면 일어설 수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겪어가면서 대형 선수로 되는 것이다.
16번 홀(파3). 10언더다. 선두와 2타차. 어떻게 따라갈 것이다.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자. 긴장된 마음이라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홀에 올리지 못하고, 어프로치마저 짧았다. 긴장된다.
지금도 우승과는 거리가 먼듯한데, 만약 이번 홀 마저 놓친다면, 주저앉고 말 것이다.
2m 파퍼트 성공했다.
17번 홀(파5). 이제 2홀 남았다. 이미 경기를 마친 박**선수는 연장을 대비하지 않고 있다.
우승을 예감하는 듯 여유 있게 지켜보고만 있다. 보는 내가 조금 얄밉다.
방송 화면 모퉁이에 조그만 자막이 뜬다. 우승 후보에 박** 7표인데 이율린은 0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승 후보에 이름을 지워 버렸다.
그만큼 남은 2홀에 2타를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내 역시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우승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파5 홀에서 세컨드가 벙커에 빠졌다. 점점 힘들어지는 경기, 선수는 얼마나 힘들까?
나의 응원 소리 들릴까? 힘내라고 소리치고 있는데.
131m 벙커에서 쓰리온 시킨다. 4.5m의 긴 버디퍼트다.
혼신의 힘으로 버디를 낚아야 한다.
피라미를 낚는 것이 아니라, 250kg 대형 참치 정도를 낚는 심정으로 버디를 해야 한다.
버디를 낚았다. 무덤덤한 성격이라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모습이다.
아마 고래를 낚은 기분일 것이다. 가자! 우승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기다려라, 다음 홀에서도 버디를 할 것이다.
다시 11언더를 되찾았다. 출발할 때의 그 타수로 마지막 홀에 임한다.
18번 홀(파4). 11언더 단독 2위다. 하지만 한 홀밖에 남지 않았다.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여기서 뼈 묻을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아니 버디가 꼭 필요하다.
연장을 가지 않으면 희망이 나바론이다. 거듭되는 승부의 홀이다.
우리가 봤을 땐 별로 긴장하지 않고 있은 것 같다. 92m 거리를 홀에 붙이지 못했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려는 순간이다. 5.6m 남은 버디다. 꽤 먼 거리다.
긴장하고 있다면 더더욱 힘든 거리다.
카메라가 박**선수를 비춰준다.
부담스러운 거리를 남겨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박선수는 안도의 숨을 쉬는 것 같다.
보는 눈은 다 비슷하나 보다. 벌써 주위에 우승자에게 쏟아 불 물병을 쥐고 맴돌고 있다.
아무도 이율린이 우승하리라고 안 보는 것이다.
모두가 지켜보는 긴장감 속에 시원하게 버디를 낚아 버린다.
그동안 무표정에 무덤덤한 얼굴이었는데, 이번엔 정말 짜릿했나 보다.
손을 힘차게 치켜세운다. 마치 우승이 확정되었을 때의 세레머니처럼.
박**은 박수 치면서도 표정이 묘하다.
입술을 뾰쪽하게 내미는 모습은 의외였다는 듯한 표정이리라.
아니면 조롱하는 표정은 아니길 바란다.
와!!!! 우여곡절 끝에 연장전을 펼치게 되었다.
우승한 적이 없는, 우승 문턱인 연장전도 해볼 리가 없었다.
과연 여기까지인가! 더 이상 물러설 때도 없다.
어렵게,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주저앉으면 너무 허망할 것이다.
71타, 71타, 63타, 71타로 마무리했다. Moving Day(무빙데이) 셋째 날 너무나 잘 쳤다.
만약 우승 한다면, 잊지 못할 3일 차 63타 덕분이다.
연장 첫 번째 Play-off. 그린에 올렸지만 먼 거리 버디다. 버디 퍼트가 길었지만, 1.2m 성공.
연장 두 번째 Play-off. 불리한 위치지만 잘 처리해 위기 모면했다.
연장 세 번째 Play-off. 유리한 위치로 찬스가 왔다.
하지만 3.4m버디 퍼트가 길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정말 안타까웠다.
지금까지 제법 자신 있게 하던 퍼트가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렸다.
보는 이들의 안타까운 탄성이 하늘을 찌른다.
연장 네 번째 Play-off.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 위기를 자초한다.
이번에는 상대방이 가까이 붙였다.
가장 먼 8m, 버디는 못 하겠지만 잘 마무리해야 한다. 약간 길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상대가 버디 하면 게임 끝이다.
상대방도 부담감은 마찬가지. 버디를 놓쳐 연장은 계속되었다.
과연 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셨나 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를 말리게 한다.
연장 다섯 번째 Play-off.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다.
이번에도 비슷한 거리. 상대방은 약간 뒤 프린지에 걸쳐있다.
두 사람 다 비슷한 위치, 약간의 오르막 이후 내리막 S라인.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본다.
스크린골프장 프런트에서 보는 우리들도 숨소리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먼저 퍼트한 박**선수는 간발의 차이로 라이 따라 왼쪽으로 흘렀다. 잘 쳤는데 아깝다.
먼저 버디를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연장 세 번째 위치와 비슷해 그 흐름을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조금 유리하겠다.
또한 앞 선수 공의 흐름을 감지했을 터.
상대 선수는 너무 긴 퍼트라, 뭐 넣겠느냐는 식으로 무덤덤하게 지켜본다.
카메라가 볼을 클로즈 업(Close Up)시킨다.
보는 사람이 선수의 심리 상태까지 깊게 몰입하도록 한다.
드디어 버디퍼트다. 만약 버디를 한다면 경기가 끝난다.
새로운 영웅이 탄생하는 것이다.
2억천6백만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승이라는 꼬리표가 더 중요하다.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그 가치가 삶에 더 중요하다.
너무 몰입하다 보니 입안에 침이 고여도 넘길 수 없고, 넘긴들 소리마저 낼 수 없을 정도로 숨막히는 순간이다.
다시 한번 확인하고 회심의 퍼트를 했다.
공이 데굴데굴 구른다. 카메라가 따라가고 우리의 눈도 따라간다.
약간 힘이 달릴 듯 오르막에서 휘청하더니, 내리막 라이를 타고 홀로 빨려 들어간다.
멀리서 공의 흐름을 지켜보던 이율린은 홀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 하자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번쩍 든 우승 세레머니를 펼친다.
팔이 빠져나갈 정도로 힘차게 허공을 찌른다.
아~ 드디어 해냈구나.
와.. 우승이다.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기다린 순간이었을까?
자기도 모르게 취한 행동에 약간은 어색했나 보다.
홀컵으로 오면서 수줍은 표정의 감사 인사를 하고, 손으로 입을 막기까지 한다.
참 신선하고 깨끗한 모습에 반한다.
신나게 걸어 홀에 빨려 들어간 우승의 증거물인 공을 집어든다.
축하의 인사인 물세례에 몸이 흠뻑 적시어도 좋다.
남들이 우승했을 때의 그 주인공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다. 마음껏 취해 보리라.
와, 정말 멀고 먼 힘든 항해였다. 암초도 만나고 폭풍도 만났다.
바람은 또 얼마나 거셌던가.
좌초의 위기에서 퍼트가 살렸고, 그님이 용왕 되어 항해를 잘하도록 도와줬다.
조금은 특이한 ‘프리샷 루틴’이다.
PGA선수 디셈보와 비슷한 루틴이란다.
스웨가 많은 몸을 다듬다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루틴인데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다.
루틴은 퍼트에서부터 샷까지 몸과의 약속이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라 저 모습으로 대형 선수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늘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데뷔했다.
앞으로의 선수 생활에 확실한 실력과 스윙을 보여주었다.
모두가 롱런 하기를 바랄 것이다.
프로 입문할 때 이름이 이**7이었다고 한다.
너무 많은 이름이라 개명했는데, 그 덕분인지 우승하게 되어 기분이 배가 되었을 것 같다.
우리의 삶에 ‘운’이라는 것 있을까?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을 종종 인용한다.
삶에 안 끼어드는 곳이 없다.
결혼에서 사업에서, 행운권 추첨에서, 큰 것에서 아주 작은 사소한 기분까지.
우리의 삶 곳곳에 영향을 끼치는 ‘운’이라는 것 정말 있을까?
골프에서 특히 많이 사용하는 ‘그님이 오셨다’는 것은 제법 큰 운이 따르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 우승한 이율린은 기본기가 탄탄하다.
특히 긴 퍼트가 인상적이었다. 강심장에 맨탈이 강한 것이 우승의 디딤돌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골의 작은 면장도 논두렁 정기는 타고 나야 한다고 했다.
오늘 느낌상 ‘그님이 오신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일 정도로 확연하게 그님이 오신 표가 난다.
우리는 운을 믿고 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운이 있어야 좋은 결과가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결혼도 좋은 날을 잡아서 하고, 사업도 좋은 날을 잡아 개업한다.
명당이란 따지고 보면 운이 좋은 터가 아닐까?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은 운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미신(샤머니즘)이 우리의 마음속에 생활 속에 살아서 우리와 함께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나쳐서도 안 되고, 무시해서도 안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