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단상(斷想)’
(1)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몰래 알을 한개 낳고,
다른 알보다 일찍 깨어나,
다른 알이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뜨리고
혼자 먹이를 받아먹고 자란다.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는 제 새끼인줄 알고 키운다.’
https://youtu.be/Za7J8vqxhQ8
(2)
유월, 한낮 '푸른 숲 도서관'
3층 눈높이의 숲속에서 뻐꾸기가 오늘도 울어댄다.
슬피 울어댄다. 뻐꾹 뻐꾹 뻐어꾹
제집 지어 제 새끼 키우면 되는 것을
남의 둥지에 몰래 키우면서
피울음을 토하듯 울어댄다. 뻐어꾹
남의 새끼인줄 모르고 키우는
뱁새의 처지는 생각해보았는가?
가증스러운. 뻐꾹
https://youtu.be/BYtWXpRd1qc
(3)
몇 번의 한시백일장에서
뻐꾸기 때문에 고민한 생각을 하며는..
얼마 전, 龍仁백일장에서는 뜻밖의 뻐꾸기 소리를 듣고는
詩題*와는 무관(?)한 ‘布穀’에 얼마나 망설였는지?
-試紙를 제출 후, 정몽주묘지근처에서 뻐꾸기를 얼마나 찾았던가?
작년, 영월백일장의 알량한 뻐꾸기 感傷*은 낙방을 하였지만!
아! 용서될 수 없는...소쩍새라고?
*詩題 : 慶祝龍仁市民百萬突破
*觀松月出垂頭上/怨鳥宵來響眼前[頸聯], ‘仰慕君臣奉祭莊陵’
*뻐꾸기와 소쩍새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4)
아, 네 사촌 검은등뻐꾸기는 ‘홀딱벗꾹’이라며?
복거일*은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운다고?
온몸으로 맨몸으로 첫날밤 그러했듯이
처음처럼, 마지막일 것처럼 그렇게 하라는 듯
막 여물기 시작하는 초록빛깔로 울어댄다고
임보*는 어찌 들으면
“첫차 타고, 막차 타고” 하는 것도 같고
“언짢다고, 괜찮다고” 하는 것도 같다고
또, “혼자 살꼬, 둘이 살꼬” 한다고도 하고
“너도 먹고, 나도 먹고” 한다고도 한다며
萬語를 품고 있는 ‘無窮說法’이라고 했으렷다!
https://youtu.be/DHbPxgpUKEo
(5)
뻐꾹아!
며칠 전, 네 얼굴을 보려고 소녀*친구랑 3층 휴게난간에서
뻐꾹 뻐꾹 뻐어꾹 흉내를 내다가 무안을 당하지 않았더냐?
도서관 지도아저씨 : “여기서 ‘뻐꾹’ 하시면 안 되지요?”
소녀와 나 : “우리, 뻐꾸기 아닌데요?”
내 능청에 소녀가 씽끗 웃었다.
*고교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소녀[언어장애]와 ‘디지털 자료실’에서 가끔
자리를 같이하며 눈인사를 나누는 사이였다가 이 ‘사건’으로 친해졌다.
https://youtu.be/lwiOzrAdNGQ
(6)
한참을 뻐꾸기 검색으로 보냈다
참 나쁜 맹랑한 뻐꾸기다. 분명한
그런가하면 참 불상한 새다
이 또한 섭리(providence)라면
뻐꾹 뻐꾹 뻐어꾹 原罪임을
(20170610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