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노래가 되어>
-한국가곡작사가협회 2024년 노래시 모음집(32호)
영금정 연가/차용국
바다가 비를 불러 노래 부를 때
파도는 어깨를 일렁이며 춤을 춘다
수평선 너머 아득한 세상에서
아련히 들려오는 시원의 소리
가고 싶어라 그대 노래하는 그곳으로
보고 싶어라 춤추는 그대
바다가 비에 젖어 노래 부를 때
파도는 바람을 다독이며 춤을 춘다
바다가 별을 불러 노래 부를 때
파도는 가슴을 활짝 열고 춤을 춘다
바닷속 언덕 비밀의 궁전에서
고요히 떠오르는 뮤즈의 영상
가고 싶어라 그대 노래하는 그곳으로
보고 싶어라 춤추는 그대
바다가 별과 함께 노래 부를 때
파도는 바람의 손을 잡고 춤을 춘다
우리 사이/차용국
나 그대와 논쟁하기 싫어요
내 말을 들어달라고 요청하고 싶지 않아요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내가 듣고 느끼는 말
현실의 우리가 만나 나누는 일상의 대화
우리 대화는 늘 그렇듯이 자아를 드러내지요
드러난 자아는 자연스러운 마음 같아요
우리 마음이 통하면 공감의 소통로가 열리고
그렇지 않으면 차이를 확인할 뿐이죠
우리는 공감과 차이를 오르내리는
저울추 눈금자 어디쯤에서 살아가는
가깝고 먼 사이
나 그대를 설득하기 싫어요
내 말을 이해하라고 부탁하고 싶지 않아요
맞고 틀림이 아니라 내가 보고 생각한 말
내면의 우리가 서로 바라본 소망의 세상
우리 세상은 늘 그렇듯이 풍경을 보여주지요
보이는 풍경은 자연스러운 진실 같아요
우리 진실이 통하면 공감의 소통로가 열리고
그렇지 않으면 다름을 인정할 뿐이죠
우리는 같음과 다름을 오르내리는
인생길 이정표 어디쯤에서 살아가는
가깝고 먼 사이
노을/차용국
파도가 떠나가도 나는 떠날 수 없었네
바람이 간다는데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노을을 바라보며 붉은 눈물만 흘리네
저 하늘에 저 구름은 무슨 사연 있길래
저 바다에 저 물새는 무슨 추억 있길래
인적도 없는 세상으로 서둘러 가시나요
밤배가 떠나가도 나는 떠날 수 없었네
세월이 간다는데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달빛을 바라보며 시린 가슴만 적시네
저 하늘에 저 별빛은 무슨 꿈이 있길래
저 바다에 저 등대는 무슨 사랑 있길래
대답도 없는 그리움에 애태워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