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3.
<오전에 맑은 후 오후에 간헐적인 가랑비>
오늘을 금요일, 다낭 여행 6일 째 날이다. 아침 7시 40분에 잠이 깼다. 간밤에는 한 번도 안 깨고 잘 잤다. 다낭 온 후 잠은 비교적 잘 잔다. 낮에 많이 걸어서 그런지 아니면 한국보다 2시간 느리니 그것 때문인지 알 수 없다. 한국에서 잠자리에 드는 시각이 밤 11시인데 여기서도 11시에 자니 한국시간으로는 새벽 1시에 자는 꼴이다. 아무튼 잠이라도 잘 자니 좋다. 일어나자마자 7시 58분에 여주파크골프장 예약 사이트 열어 놓고 8시 1초 전에 예약 단추를 눌렀는데 예약 순번이 120번째이다. 순번이 돌아와서 예약하려 하니 이미 예약 마감이다. 손 빠른 사람들 진짜 많다.
예약 실패하고 일어나서 세수하고 조식 뷔페 먹으러 갔다. 8시 반인데 사람들이 별로 없다. 사진 찍기 좋은 찬스다.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뷔페 음식들을 차례로 찍었다. 동영상으로도 찍고 개별 사진도 찍었다. 직원은 내가 유명 유투버인 줄 알고 협조를 잘 해 준다. 내가 먹은 접시도 일일이 다 찍었다 (사진이 많아 올리지 않음).
아침 먹고 나니 오늘따라 해가 났다. 다낭에 온지 엿새째 날인데 오늘로 두 번째 해를 보는 것이다. 해가 나니 어제 못 올랐던 오행산(Marble Mountain) 생각이 났다. Grab으로 109,000동(한국 돈으로 약 6,200원)이면 가는 거리라 얼른 옷 챙겨 입고 Grab을 불렀다. Grab은 3분 만에 왔다. 베트남의 Grab 시스템은 정말 잘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 카카오 택시와 비슷한데 가격을 흥정할 필요가 없다. 손님이 출발지와 목적지를 Grab 앱의 지도나 주소창에 찍으면 Grab 앱이 여러 회원 기사한테 뿌린다. Grab 기사가 자기가 받고 싶은 가격을 앱에 올리면 손님은 여러 개의 Offer 중에 가격과 차의 크기(4인승, 7인승 등), 나한테 오는 시간 등을 보고 고르기만 하면 된다. 돈은 현찰로 줘도 되고 미리 카드를 등록해 놓으면 카드로도 자동 결재된다. 간혹 Grab 기사가 손님의 위치를 못 찾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결재가 자동으로 취소돼서 카드로 환불된다. 나도 내가 있는 위치를 잘 못 찍어 Grab을 몇 번 놓친 적이 있는데 100% 환불됐다. 나는 한국에서 미리 트레블월렛 카드를 등록해 놨더니 이 카드에서 자동 결재돼서 편하게 다녔다.
옆으로 많이 샜지만 하여튼 Grab 타고 오행산에 다시 갔다. 5개 봉우리 중 가장 높다는 '수산(Thuy Son, 오행설 중 물에 해당)'을 오르기로 했다. 입장료는 4만동,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편도 1.5만동이다. 왕복으로 표를 끊으려고 했더니 하행선 표는 올라가서 사란다. 이유는 올라가서 알았다.
수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트엉 타이(Thuong Thai)'로 해발 108m다. 젊은 사람들은 등산 삼아 제2게이트를 통해 걸어 올라가기도 하는데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경사가 심하고 깨진 대리석으로 만든 계단(160여 개)이 빗물에 젖어 미끄럽기도 하다. 엘리베이터는 산 중턱(43m 지점), 경사가 극심한 곳을 오르는데 정상은 엘리베이터를 내려서도 한참 더 올라 가야 한다. 올라가면 어제 봤던 현공동굴 천정('천국으로 가는 길이'라는)의 구멍을 볼 수 있다는데 다리도 아프고 길도 미끄러워 가지 못했다.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조금 걸어가니 사로이 (Xa Loi Tower)이라는 7층 석탑이 보인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곳이라고 하는데 석탑 앞 돌기둥에는 多寶佛塔所集成如是觀 (다보불탑소집성여시관)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 다보불탑은 모든 부처님의 공덕과 진리가 집성된 것이니, 우주와 생명의 진실한 모습을 이와 같이 통찰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석탑을 지나서 오른 쪽으로 가니 10m쯤 되는 조그만 탑이 있는데 ’린응 파고다‘다. 다낭에는 세 개의 린응 파고다가 있는데 손짜 반도에 있는 것이 가장 크고(제4탄에 소개), 그 다음이 바나힐(제3탄), 마지막이 여기 것이다. 크기는 작지만 오행산의 린응사는 바위산의 정기를 담아 민초들의 소망을 지탱하는 영적 존재이다. 다시 돌아 나와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앞이 확 트인 전망대가 나타난다. 멀리 다낭 시내가 한 눈에 보이고 바로 밑에는 '논느억' 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다른 4개의 봉우리도 발밑에 보인다. 모두 대리석으로 되어 있어 나무가 자라는 곳과 자라지 못하는 곳이 확연히 구별된다. 후자는 대리석으로 된 부분이다. 여기에서만 봐도 엘리베이터 값은 뽑겠다.
< 논느억 해변과 오행산의 다른 4개의 봉우리 >
전망대를 내려오니 3개의 동굴이 더 있다. 동굴은 어제 본 현공동굴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작지만 나름대로 멋이 있다. 그 중 반통동굴(Van Thong Cave)이 제일 큰데 '구름이 통하는 동굴' 또는 '하늘로 통하는 동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굴 입구에 들어서면 인자한 미소의 불상이 모셔져 있고 천창에는 원형으로 구멍이 뻥 뚫려 있어 마침 활짝 갠 햇살이 조명을 비추듯 신비롭게 쏟아진다. 빛 줄기를 맞으며 하늘을 쳐다보니 천당에라도 오르는 것 같다. 사찰도 3개 있는데 사찰마다 특색 있는 탑(Pagoda) 들이 세워져 있다. 불교의 나라답게 곳곳에 사찰과 탑이 세워져 있고 그 곳마다 사람들이 합장하며 소원을 빌고 있다.
< 반통동굴(Van Thong Cave)과 빛 줄기 >
동굴과 사찰을 차례대로 돌고 나니 내리막길이 보인다. 경사가 심하고 쪼개진 대리석으로 계단을 만들었는데 계단과 계단 간의 높이가 높고 미끄러워 내려가기가 힘들다. 더 볼 것이 있나 해서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제1게이트‘란 표시가 있고 조금 더 내려가니 '하산 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아뿔싸, 이게 내려가는 길이구나~ 엘리베이터로 돌아가려면 왔던 길을 다시 올라가야 하고 거리도 한참 멀다. 차라리 그냥 내려가는 게 낫다. 이래서 상행선 표 팔 때 하행선 표는 위에서 사라고 했던 거다. 한참을 어기적거리며 내려와서 생각하니 슬그머니 화가 난다. 왜 위에다가 표지판을 안 놓고 중간 지점에다 만들어 놨냐?
다 내려오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허벅지며 정강이에 쥐가 나려고 한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 다리 근육 상태가 많이 나빠졌구나, 근 감소증이 심해졌구나. 계단을 제대로 내려오려면 허벅지와 정강이 근육이 탄탄하고 한 다리로 버티는 힘이 강해야 하는데 이게 약해진 것이다. 오기가 나서 한 발로 얼마나 서있나 재 봤다. 고작 3분이다. 휘청거리지 않고 꼳꼳이 서있는 시간이다. 1~2년 전만 해도 시간 재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오래 버텼는데 이제 나도 맛이 갔나 보다.
오행산을 내려오니 오후 2시가 훌쩍 넘었다. 다시 Grab 불러 타고 한 시장으로 왔다. 점심을 먹으려고 '반미해피브래드(Banh Mi Happy Bread)'로 다시 갔다. 점심시간이 많이 지나 사람들도 많지 않다. 메뉴를 살펴보다 이번에는 돼지고기 반미를 시켰다. 볶은 돼지고기에 양파, 토마토 슬라이스 등 야채를 넣어 주는데 맛이 죽여준다. 값은 78,000동(한화로 4,500원)으로 우리 수준으로 보면 싼 편이다. 이 정도를 롯데월드에서 먹으려면 최소 3만원은 줘야 할 것이다. 점심이 늦어 점저로 됐다.
식당을 나오다 보니 두리안 노점상이 또 보인다. 두리안 킬러가 이를 지나칠 수 있나? 내가 먹을 만한 양을 흥정해서 10만동(한화 5,700원) 어치를 샀다. 먹을 곳은 한강 변 벤치가 제격이다.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두리안을 음미하는 멋은 Solo Tourist 만이 가질 수 있는 특전이다. 노점상이 비닐장갑도 줘서 손 버리지 않고 두리안 잘 먹었다.
호텔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일러 대성당을 다시 보려고 가는데 이번에는 망고가 눈에 띈다. 반미누이(Banh My Nuoi)다. 이 집은 실제 과일을 눈앞에서 까서 믹서기에 얼음과 같이 갈아 주는데 덥지 않은 날씨에도 뱃속까지 시원하다. 반미누이에서 시간 보내다 저녁때쯤 선짜(Son Tra) 야시장으로 갔다. 이곳은 해가 저물어야 문을 연다. 노점상들이 모여 있는데 길거리 식당이 제일 많고 기념품, 장신구, 건과일, 커피콩, 일상 용품 등 다양하다.
배도 부르고 뭐 살 것도 없어 한 바퀴 돌아보고 사진 몇 장 찍고 롯데마트로 갔다. 내일은 출국하는 날이라 선물 살게 있나 둘러 보기 위함이다. 롯데마트는 다낭 시내 중심가에 있는데 우리나라 롯데마트와 똑같다. 5층 건물의 대형 쇼핑몰로 1층에는 식당, 카페, 환전소, ATM 등이 있고 2층에는 의류, 잡화, 가전 제품, 3층에는 생활용품, 화장품, 4층에는 신선 및 가공 식품, 과일류, 기념품 등을 팔고, 5층은 영화관, 볼링, 게임장 등이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식품 코너가 지하가 아닌 4층에 있다. 파는 물건이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고 값도 그리 싸지 않아 말린 망고만 2봉지 사가지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내일은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