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자씨(77)가 퇴원한 지 두달이 지났을까.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다행히 정씨는 “걷는 것도 자는 것도 불편함이 없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편하게 마실 나가는 시간도 늘었고, 예전처럼 허리가 무너지는 듯한 불안한 느낌도 없단다.
정씨를 전남 여수의 작은 섬 낭도에서 처음 만났다. 정씨는 여느 날처럼 작업복을 챙겨 입고 모자와 장화로 단단히 무장한 뒤 무려 1㎞가 넘는 험한 바위길을 숨이 가쁘도록 걸었다. 고무로 된 작업복의 답답함과 묵직함을 견디며 끝내 도착한 곳은 미역이 지천인 가파른 절벽. 그렇다. 정씨의 주된 일상은 돌미역 채취다. 이미 미끄러운 바위 사이를 걷느라 다리에 힘이 빠졌을 법도 한데, 정씨는 자식들 줄 찬거리 생각에 물 만난 듯 돌미역 줄기를 냅다 잘라냈다. 수시간 허리를 굽혀 채취한 미역은 어느덧 물가 바위에 수북이 쌓였고, 정씨는 잔치를 열어도 될 만한 양의 미역 자루를 고생스레 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쯤 하길 바랐지만 우리네 어머니들은 그럴 리가 없다. 역시 이고 온 미역 한뭉텅이를 일일이 손질하는 데 또다시 수십분을 할애했다. 그것도 쪼그리고 앉아 허리를 숙인 자세로.
정씨의 하루 일과를 지켜보며 허리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런데 정씨는 허리 통증이 있음에도 한술 더 떠 못내 아쉬움을 토로하기까지 했다.
“배 팔기 전에는 내가 전어도 잡고 꽃게도 잡았당께!”
한평생 친구였던 배를 떠나보내고 지금은 소일거리만 한다지만 이미 60년 넘도록 남자도 벅찬 바닷일을 견뎌왔다. 허리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허리가 굽은 것은 물론 평소 걸음걸이도 편치 않아 보였다. 앉고 일어서는 간단한 동작도 정씨에겐 고됐고 목과 어깨에 찌르르한 통증도 심했다. 이렇다보니 자려고 누우면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가 절로 새어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보니 신경이 눌리는 추간공협착증(허리디스크)이 상당히 진행됐고, 목과 허리 모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척추뼈가 앞쪽으로 어긋나 있는 척추전방전위증도 있어 수술을 고려했지만, 뼈가 약하고 골다공증이 있는 정씨에게는 무리가 갈 듯했다. 결국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이나 부종을 제거하고 신경을 풀어주는 시술(신경성형술)부터 차근차근 시도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정씨에게 적용한 시술이 제대로 통했다. 경과가 좋았다. 여기에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물리치료를 동원했다. 무엇보다 정씨는 감소하고 있는 척추 근육을 단련해 허리를 안정화하고 시술 효과를 오래 잘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저주파를 이용한 NMES(신경근육자극)치료로 약해진 허리와 목 주변 조직을 강화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정씨에겐 근육 운동이 필요했지만 연로한 데다 시술한 지 얼마 안돼 운동이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미세한 전기가 근육을 자동으로 이완·수축시켜 근육의 민감도와 활성도를 높이는 저주파 신경근육자극 치료가 제일 적합했다. 통증을 완화하고 근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치료는 생소할 수 있지만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수술 후 재활 치료법이다. 우리 병원도 이런 기술을 보유한 의료기기를 갖춰 환자들의 근육 소실을 막고 또 근육을 강화하는 한편, 성공적인 재활을 돕고 있다.
그 덕분이었을까. 정씨는 허리에 많이 들러붙어 있던 신경이 떨어지고 부기가 빠지면서 걸음걸이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굽은 등도 펴진 게 육안으로도 보였다. 거친 바다에서의 60여년, 허리 펼 날 없던 정씨가 허리를 반듯하게 펴고 일어난 것이다. 목을 돌리는 것도 뒤로 젖히는 것도 편안하고 가뿐했다. 표정이 밝은 건 덤이었다.
협진했던 재활의학과에서도 정씨의 틀어졌던 몸이 달라졌다고 확언했다. 정면·후면·측면 등 신체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근골격 불균형 및 부정렬 상태를 확인해보니 목·허리·무릎 모두 정렬 상태가 된 것이다.
정씨는 아직 묵직함이 느껴진다고 하지만 이는 운동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할 숙제다. 허리를 지지해주는 근육이 부족하고 굳어 묵직한 감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원 운동센터(제일리핏케어)에서는 정씨에게 필요한 운동법을 알리고 꾸준히 관리하라고 당부했다. 병원에서 만들어놓은 신체의 좋은 정렬을 앞으로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주파 신경근육자극 등 물리치료도 병행하면 좋아진 허리 상태를 더욱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정씨의 집은 섬이지만, 요즘은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저주파 의료기기도 개발돼 있으니 멀리 시내까지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재활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씨는 “맨날 운동하고 있어”라며 나를 안심시킨다. 하지만 진짜 관리를 잘하고 계신지 살펴보고 경과를 관찰하고자 다음 예약을 잡아 드렸다. 어머니, 알려드린 운동 잘하고 계신지 확인해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