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듣고, 믿고, 따르기
대신학교에 입학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는 수능 이후, 교리 시험과 면접을 봐야 했습니다. 면접관으로 들어오신 세 분 교수 신부님 중 한 분이 물으셨습니다. “베드로는 좋 아하는 성경 말씀이 무엇이니?” 순간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저 도 모르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그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달라고 청하 여라.”(공동번역 마태 9,37-38) 이 말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무사히 대신학교에 합격했고, 그 말씀이 주님께서 성령을 통 하여 저를 부르시는 것이라 믿고, 그 부르심에 응답해 지금까지 사제로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하느님의 말씀 주일’입니다. 하느님 말씀은 늘 우리 곁에 있고,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고 계십니다. 그 말 씀은 매일의 전례를 통해서 다가오기도 하고,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또 우리가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사건 들을 통해 들려옵니다. 그런데 그 말씀을 듣는 것은 말씀을 듣게 되는 청자인 인간에게 달려 있습니다. 즉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은 그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믿고, 마지막으로 따르는, 즉 실천을 통하여 완성됩니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의 말씀은 세상의 길이나 그릇된 길이 아니라, 올바른 길을 걷게 하시고 당신의 길을 알게 하십니다.(화답송 시편 25편 참조)
또한 우리가 가야 할 길로 인도하십 니다. “네가 가야 할 길로 너를 인도하는 이다.”(이사 48,17) 오늘 독서와 복음을 통하여 어떻게 올바른 길, 당신의 길로 부르시는지 살펴봅니다. 제1독서에서 요나 예언자는 니네베 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려줍니다.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요나 3,4)
그러자, 니네베 사람 들은 요나 예언자의 이 말씀을 듣고 악한 길에서 선한 길로 돌아서게 됩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믿어 악한 마음을 돌려먹고서 단식을 통해 그동안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고 선한 마음(실천)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를 선으로 이끄십니다.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복음을 선포하시며 시몬과 안드레아 그리고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 겠다.”(마르 1,17) 즉 복음을 전하는, 사람을 살리는 제자의 길로 부르십니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과 배를 버려 두고 주님을 따릅니다. 이처럼 주님은 당신의 말씀을 통하여 우리에게 결단을 요구하십니다. 세상을 따를 것인가? 복음과 주님을 따를 것인가? 주님은 우리를 당신을 따르는 길, 우리가 가야 할 길로 부르시고 이끄십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십니다. 그 말씀을 경청하여 듣고, 신앙 안에서 믿으며, 회심하여 실천으로 응답하는 우리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 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 이광휘 베드로 신부 | 사회사목국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