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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가져온 글)
흙 미장을 바르는 법
1. 흙 미장을 바르는 법
흙 미장을 벽체에 바르는 작업은 흙손으로 미장 반죽을 바르는 그 이상의 작업을 포함한다. 흙 미장 작업은 ‘보양하기’, ‘물 축이기’, ‘반죽 바르기’, ‘금 긋기’, ‘면 고르기’, ‘누르기’, ‘문지르기’가 있다.
* 보양하기
창이나 문, 서까래, 바닥의 오염 방지를 위해 미장 반죽이 묻지 않도록 종이 테이프나 넓은 비닐이 붙은 커버링 테이프, 넓은 비닐 포장이나 박스 따위를 미장 작업 전에 붙인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지만 보양 작업을 꼼꼼히 해두면 뒷일이 줄어든다.
* 물 축이기
바탕 벽면이나 전 단계 미장 면이 건조할 경우 너무 쉽게 미장 반죽이 마르는 것을 막고 벽면과 미장반죽의 반응과 접착성을 높이기 위해 솔이나 붓, 분무기로 미리 물을 바르거나 뿌려 두는 작업
* 반죽 바르기
쇠 흙손으로 미장 반죽을 벽면에 바르는 작업
* 금 긋기(요철)
미장 반죽이 물리적으로 바탕 벽면 또는 이전 단계 미장면에 잘 접착할 수 있도록 거칠게 금을 그어 요철을 만드는 작업
* 면 고르기(평활)
거칠게 바른 미장 반죽 면을 평평하게 펴는 작업. 보통 면이 넓은 나무 흙손이나 마름모 무늬가 바닥에 나 있는 평활 용 프라스틱 흙 손, 또는 면이 넓은 나무 판으로 크게 돌려가며 면을 문지르며 깎고 다듬어 고르게 한다.
* 누르기(압착)
미장 반죽을 바르고 고른 후 어느 정도 물기가 빠져나가면 흙손으로 다시 눌러주며 면을 잡아주는 작업. 보통 현장에서는 ‘물 때를 보아가며 눌러준다.’라고 표현한다. 미장면에서 물기가 빠져나가며 남은 미세한 공극을 없애 주고, 미장의 접착력과 강도를 높여 줄 뿐 아니라 균열을 예방한다.
* 문지르기(연마/광택)
거의 굳은 미장면을 반복해서 흙손으로 눌러주며 문질러 매끈하게 만들면 광택이 난다. 이렇게 압축하며 연마하면 광택이 나고 표면이 굳어질 뿐 아니라 발수성을 갖게 되어 물이 쉽게 침투하지 못한다.
기본 미장 단계 별로 흙 미장 작업을 살펴 보자. 미장면 주위에 오염 방지를 위해 보양 작업을 해둔다. 초벌 반죽을 바르고 어느 정도 꾸둑꾸둑 해지면 평활 면을 만들기 위해 면이 넓은 나무 흙손이나 평활 용 프라스틱 흙손, 넓은 나무판으로 면을 둥글게 돌려가며 문질러 면을 고른다.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전 단계 미장면이 고르지 않으면 다음 단계 미장면을 평평하게 만들기 어렵다. 면 고르기를 하면 거칠게 바른 미장면의 높은 부분은 깎이고, 낮은 부분은 채워지며 평평해진다. 그 다음 적당히 물기가 빠지면 흙손으로 눌러주며 문질러 준다. 미장면이 완전히 마르고 난 후 거칠고 성근 쇠 솔이나 긁개로 긁어서 금을 긋는다. 재벌 미장을 위한 물리적 요철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런데 초벌 미장은 모래를 적게 넣거나 전혀 넣지 않은 반죽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르면서 거친 균열들이 일어나는 데 이것은 재벌 미장을 위한 요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초벌 미장의 경우 대개는 따로 금을 긁어 주는 작업을 생략한다. 만약 면을 긁어주었다면 먼지를 털어내고, 적당히 물을 분무해서 축여두면 다음 재벌 미장을 위한 준비가 끝난다.
재벌 미장을 할 때도 초벌 미장 때와 같이 넓은 흙손으로 거칠게 바른 후 나무 흙손으로 둥글게 문지르면서 미장 면을 평활하게 하고, 30분 정도 지난 후 쇠 흙손으로 눌러주며 문질러 표면을 단단하고 매끄럽게 만든다. 만약 재벌 미장 단계에서 마감 미장 없이 미장을 끝내려면 아직 미장이 젖어 있을 때 경계면 미장을 흙손으로 살짝 누르면서 오염 방지를 위해 붙여 놓았던 종이 테이프(또는 커버링 테이프)를 떼어낸다. 그런 다음 조금 시간 간격을 두며 4회 정도 미장 면을 살짝 눌러주며 문질러 주도록 한다. 현장에선 이런 작업을 ‘물때를 봐서 문질러 준다’고 표현한다. 아직 미장 반죽에 습기가 남아 있을 동안에 현장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닦아 내야 뒷 처리가 수월해진다. 재벌 미장 위에 다시 마감 미장(정벌)을 하려 한다면 거친 쇠붙이로 금을 그어 물리적 요철을 만들어 둔다.
정벌(마무리, 마감) 미장 반죽은 묽고 얇기 때문에 면 고르는 작업 없이 얇고 평평하게 바른다. 물론 이때도 물 때를 보아 눌러주며 반복해서 문질러 준다. 거의 면이 굳어 갈 때 유연한 스테인리스 흙손으로 압력을 주며 반복해서 매끄럽게 문지르면 어느 정도 광택이 난다. 24시간 후 미장이 거의 말라가고 있을 때, 스폰지를 물에 축여 짜 낸 후 미장 면을 가볍게 문질러 주면 볏짚이 드러나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 수도 있다. 미장이 완전히 마른 후 벽면이 비나 물기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아마인유를 수차례 바른다, 내벽에 바르면 미장면에서 먼지가 나는 것을 방지한다. 다른 방법으로 점성이 살짝 있는 애기 맑은 콧물처럼 아주 묽게 쓴 풀을 살짝 덧 발라도 미장면의 먼지를 방지한다. 자칫 된 풀을 바르면 나중에 풀기가 수축하면서 미장이 떨어지고 엉망이 되어버리니 조심해야 한다. 아주 아주 묽은 풀이 된 풀보다 낫다. 다시 주의할 사항은 풀은 빗물이 닿는 외벽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오랜 동안 비에 미장이 노출되면 풀기가 풀어진다. 보양 작업 때 붙여 두었던 종이 테이프나 커버링 테이프는 마지막에 떼어낼 수 있지만 종종 미장이 굳어 있어 테이프를 떼어낼 때 미장이 함께 일어나며 부서질 수 있다. 미리 경계면을 칼로 그어 주고, 흙손으로 미장면을 누른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떼어 내야 테이프와 함께 미장이 떨어지지 않는다.
2. 반드시 알아야 할 3단계 기본 흙 미장
이제 본격 흙 미장 실전에 들어가자. 흙 미장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대개 세 단계에 걸쳐 바른다. 각 단계 별 미장을 초벌(1차), 재벌(2차, 중벌), 정벌(3차, 마무리, 마감)이라 부르는데 딱 세 번 바른다는 뜻이 아니다. 각 단계 별 미장의 목적에 따라 세 가지 다른 미장 반죽을 각기 다른 두께로 바른다는 뜻이다. 좀 더 자세히 들어 가보면 재벌 미장이라도 두 세 번에 나누어 덧 바르고, 많지는 않지만 정벌 미장의 경우도 여러 번에 나누어 바른다. 각 단계마다 미장은 목적과 바르는 두께가 다르고, 재료가 다르고 배합 방법과 배합 비율, 바르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물론 여기서 제시하는 기본 미장 법은 초벽 시공을 전제로 정리했다. 종종 흙 건축 장인들 사이에 각기 미장 법에 대해 다른 의견과 다른 배합 비율을 제시한다. 국내외 서적들을 비교해 봐도, 기존 건축물의 분석 자료를 봐도 그 내용들이 서로 다르다. 그러니 여기 제시하는 재료와 재료의 배합 비율은 절대 지켜야 할 표준이 될 수 없다. 단지 참조할 기준 정도로 여기면 좋겠다. 세상의 어떤 흙도 같지 않고, 미장을 바르는 바탕 벽의 조건도, 기후도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장인마다 표현하고자 하는 미장 벽체의 모습도 다르다. 자연 속의 흙은 지역 별로 성분이나 특성, 흙 속에 포함된 골재의 크기와 비율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미장 전에 반드시 소량으로 배합하여 실험 해야 한다. 실험 결과 잘 부착하고 마르면서 균열이 일어나지 않는 배합을 사용할 때 하자가 없다.
- 미장의 두께
흙 미장의 두께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아무리 찾아봐도 명확한 답을 찾을 길 없다. 역시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공식 같은 표준은 없다. 명확한 정답을 찾는 경향은 사지선다형 시험과 정답을 외워야 하던 한국의 암기식 교육 때문이다. 세상 일이란 대개 딱 부러지지 않는다. 흑백 사이에 회색만 있는 것도 아니고 무수한 스펙트럼이 있다. 풍부한 문화나 발전된 기술의 특징은 요즘 말로 납작하지 않고 입체적이고 다양한 면모를 갖는다. 전통 기술은 특히 그렇다. 지역에 따라 상황과 조건, 자연적 제약이 제 각각이고, 그 때문에 각지에서 발전한 기술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말이 길어졌다. 본래 질문으로 돌아가자. 각 미장 단계마다 적정한 흙 미장의 두께는 얼마일까? 여러 사례를 살펴본 대략적인 평균을 알아두는 것으로 대신하자.
초벌 미장의 두께는 대로 심을 엮은 초벽이라면 10mm 이상, 이미 바탕 벽이 만들어져 반반한 벽이라면 3.5mm~5mm 정도면 적당하다. 초벌 미장은 바탕 벽면에 미장이 잘 붙도록 접착성이 높아야 하고, 벽체의 두께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초벌 미장 반죽의 접착력이 높고 미장의 두께가 너무 두꺼우면 마르면서 벌어지고 터지기 쉽다.
재벌 미장은 균열이 없고 반반하게 고른 평활 면을 제공하고, 미장에 구조적 힘을 더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개 8~15mm 내외로 두텁게 바른다. 물론 한번에 바르지 않고 여러 번 덧 바르며 두께를 더한다. 재벌 미장이야말로 미장의 살이다. 물론 더 얇은 재벌 미장도 적지 않다.
마감 미장, 즉 정벌 미장은 미장 벽을 맨 바깥 쪽에서 비 바람, 햇빛을 버텨내며 보호하고, 아름답게 치장한다. 두께는 1~3mm 내외로 바른다. 1mm 이하로 얇게 바르는 경우도 많은 데 거의 붓으로 바르지 않고 흙손으로 바르는 칠에 가깝다.
초벽의 미장 두께를 모두 합치면 19mm~28mm인데, 안 밖 미장 두께를 합치면 38~56mm이다. 초벽에 중앙에 들어간 심 대와 역은 삼 줄의 굵기를 감안하면 초벽의 전체 두께는 7cm 내외가 보통이다. 이 정도 두터운 초벽을 만들 때 한번에 흙 미장을 바르지 않고 여러 단계로 나눈 것은 무엇보다 균열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다. 내 경험으로 아무리 최적 배합으로 반죽을 만들어 발라도 두께가 두꺼우면 마르면서 결국에는 갈라진다. 미장도 칠처럼 얇게 여러 번 말려가며 덧 바르는 것이 상책이다.
- 초벌(1차) 미장
재료 : 흙, 볏짚, 물, (모래)
비율 : 흙 1, 볏짚 1/2, 물 1.25, (모래 1)
* 앞으로 제시하는 재료의 배합 비율은 특정하지 않을 경우 부피를 기준으로 한다.
초벌 미장은 첫 번째로 초벽의 바탕이 되는 엮은 대, 즉 심 대에 바르는 미장이다. 무엇보다 접착력이 높아야 하고, 엮은 대 싸이로 반죽 삐져 들어가 걸칠 정도로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점성이 높은 흙을 사용하되, 구멍이 15mm인 채에 쳐서 사용한다. 흙은 마르면서 각지 흙의 특성에 따라 5%에서 심지어23% 정도 까지 수축하면서 무수히 크고 작은 균열이 생긴다. 모래를 넣으면 균열이 줄어들지만 초벌 미장엔 대개 모래를 넣지 않거나, 재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양만 넣는다. 모래를 많이 넣으면 접착력이 떨어진다. 건업사에서 판매하는 미장사는 미리 채에 쳐 둔 것이기 때문에 초벌 미장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운송 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의외로 모래를 미장에 사용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강가나 바닷가가 아니라면 모래를 싣고 건축 현장까지 가져오기가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럭이 등장하기 전까지 흙-모래 미장 보다는 흙-볏짚 미장법이 더 많았다. 볏짚을 많이 넣으면 모래 없이도 균열을 잡아 주는 효과가 있다. 다만 너무 많은 생 볏짚을 현장에서 바로 섞어 미장 반죽을 만들면 접착력이 떨어지고 바르기 불편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벌 반죽을 만들 때는 최소 1주일 이상 흙과 볏짚과 물을 섞은 후 비닐로 덮어 발효- 숙성해 두었다가 사용한다. 초벌 > 중벌 > 정벌 순으로 볏짚 굵기가 가늘고 길이가 짧은 것을 사용한다. 초벌 미장에 넣는 볏짚은 대략 검지 길이 정도(5~6cm) 길이로 잘라서 사용한다. 굴곡이 많은 흙부대나 벽돌 벽, 돌을 쌓은 석벽 등 요철이 심하고 채울 틈이 많다면 볏짚 길이는 더 길어도 상관없다. 합판이나 석고 판재, 시멘트 벽이라면 더 짧아도 된다. 전반적으로 긴 볏짚은 벽체에 흙 미장으로 모양을 내거나 창 주위 형태를 잡을 때 사용한다. 한 번 작두로 자른 볏짚을 다시 예초기로 휘저어 가늘고 짧게 분쇄한 볏짚은 재벌 미장에, 체에 친 미세한 볏짚을 정벌 미장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주 긴 볏짚은 창 위부분이나 흙으로 조형을 만들 때 사용한다.
흙과 물, 볏짚, 모래 등 재료를 혼합할 때는 모두 한 번에 넣지 말고, 각 재료들을 조금씩 넣어가며 배합하면 골고루 섞을 수 있다. 물도 마찬가지로 한 번에 넣지 말고 조금씩 나눠서 반죽의 점성과 농도를 보아가며 넣는 게 기본이다. 다른 재료들을 배합 통에 넣기 전에 가장 먼저 물을 약간 넣어야 바닥 구석에 흙이나 모래가 섞이지 않고 마른 채 남아 있게 되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 재벌(2차, 중벌) 미장
재료 : 흙, 모래, 볏짚, 물
비율 : 흙 1, 모래 1.5~2, 볏짚 1/4~1/2, 물 0.6~1
* 부피 기준
재벌 미장은 초벌 미장 면에 바르는 두 번째 미장이다. 재벌 미장은 구조성이 중요하다. 흙 미장에 모래를 혼합하면 미장벽을 견고하게 만든다. 재벌 미장에 사용하는 흙은 초벌 보다 좀 더 고운 흙을 사용한다. 대략 6mm 채에 쳐서 사용한다. 재벌에는 초벌과 달리 모래를 많이 넣는다. 모래와 흙 입자가 촘촘히 밀도 높게 채워지면 균열을 줄여주고 벽체의 구조력을 높인다. 건재상에서 구매할 수 있는 미장사(미장용 모래)를 한 번 더 채에 쳐서 입자 크기가 1~2mm 정도 고운 모래를 쓰는 것이 좋다. 다만 모래가 너무 많으면 접착성이 떨어져서 부슬 거리고, 벽체가 너무 딱딱해져서 유연성이 떨어진다. 그 결과 지진이나 진동에 견디는 힘이 약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균열을 줄여주고, 접착성을 높이기 위해 재벌 미장에도 흙과 물, 볏짚을 미리 섞어 숙성 시켰두었던 발효 반죽을 나중에 모래와 다시 섞어 사용한다. 재벌 미장에 사용하는 볏짚은 1cm 길이로 자른 후 다시 예초기로 파쇄해서 사용한다.
- 정벌(3차, 마감, 마무리) 미장
재료 : 흙, 모래, 볏짚, 물 (토성 안료)
비율 : 흙 1, 모래 0.5~1, 볏짚 1/3~1/4, 물 1, 안료 적당량 (부피 기준)
정벌 미장은 최종 마무리 미장이다. 1~2mm 이하로 얇고, 비, 바람, 햇볕을 견뎌야 하고, 색상과 질감이 드러나는 미장이다. 모든 재료는 흙이든, 모래든 볏짚이든 아주 고운 채에 쳐서 가장 고운 입자와 미세 볏짚을 골라 써야 한다. 입자 크기가 미장 두께에 결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흙은 채에 친 미세한 흙 분말을 쓴다. 젖은 흙은 고운 채에 걸러지지 않고 뭉치기 때문에 고운 입자를 내기 어렵다. 미세하게 미리 공장에서 채에 친 미분토를 따로 구매해서 사용하거나 흙을 물과 섞어 아주 묽게 액상으로 만든 다음 채에 걸러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모래는 1mm 이하 입자 크기의 미세한 실리카 샌드를 사용한다. 모래를 거의 넣지 않거나 모래 배합 비율을 반으로 줄 일수도 있다. 모래를 적게 넣거나 넣지 않으면 균열이 가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다. 하지만 미장 두께를 얇게 바르면 균열이 덜 생긴다. 아무래도 균열은 두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모래를 적게 넣는 이유는 정벌 미장은 마감이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이나 비바람에 곧바로 노출되는 데 모래가 많으면 쉽게 부슬 거리고, 빗물에 쓰려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벌 미장에서 모래의 비율이 높은 것이 점토 비율이 많은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특히 내벽 보다는 외벽 마무리 미장에는 가능하면 모래를 적게 넣어야 한다. 외벽이라면 빗물에 약한 풀도 미장 반죽에 사용할 수 없다. 흙과 볏짚, 물을 미리 혼합해서 오랜 동안 숙성시켜 사용하면 볏짚에서 천연 접착성분과 규사 성분이 나와서 풀을 대체할 수 있고, 빗물에도 강하게 된다.
볏짚은 짧게 잘라 다시 채에 친 1~3mm 이하 것을 사용하거나 고추 분쇄기에 넣어 으깨거나 예초기를 통에 넣고 간 것을 사용한다. 미장 반죽은 초벌, 재벌에 비해 묽다. 정벌 미장에 볏짚을 섞을 때는 교반기로 아주 된 반죽이 될 정도로 혼합하다가 조금씩 물을 더 추가해서 반죽을 묽게 만든다는 점이 장인들의 비법이다. 그래야 볏짚이 골고루 뭉치지 않고 섞을 수 있고, 교반 하는 과정에서 더 잘게 부술 수 있기 때문이다. 묽은 반죽의 정벌 미장은 나무 골조와 닿는 부분에서 수축이 크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 만은 조금 모래를 더 넣은 반죽으로 가장자리를 우선 발라야 한다. 그 다음은 본 반죽으로 1회 바르고, 다시 위 아래로 2회 더 바르고, 마지막 무거운 흙 손을 이용해서 안정된 자세로 부드럽게 다시 마감하면 끝이다. 이때 단지 흙손의 무게를 얹힌다는 느낌으로 흙손을 진행한다.
옛날에 정벌 미장은 흙 색상 그대로 마무리 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색상을 중요 시 하는 시대다. 마무리 미장 반죽에 안료를 추가한 색토 미장이 선호 되고 있다. 안료는 대개 전체 미장 반죽의 10%를 넘지 않게 넣어야 하는 데 원하는 색상에 따라 배합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접착성을 크게 잃지 않는 적당량이라고 해두는 게 좋겠다. 반죽하며 나오는 색을 보아가며 토성 안료나 산화계 안료를 넣어야 하는 데 안료는 따로 물에 치약처럼 개어 둔 것을 배합하는 것이 좋다. 짙은 색을 내고자 할 때는 황토나 적토와 짙은 색 안료를 혼합하고, 밝은 색을 내고자 할 때는 백토(고령토)에 밝은 색 안료를 넣는다. 이때 물을 한 번에 넣지 않고, 조금씩 반죽의 물기를 보아가며 넣어야 한다. 정벌 미장 반죽은 묽게 만들지만 흙손에 미장 반죽이 진득하게 붙지 않고 잘 미끄러져 내려가되 줄줄 흐르지 않는 정도로만 이해하자. 미장 반죽이 흙손에 붙으면 미장 작업성이 떨어지고 미장이 자꾸 겹치게 되어 얇게 바르기 어렵다. 너무 줄줄 흐를 정도여도 바르기 어렵고 나중에 균열이 생기기 쉽다.
미장 바탕벽의 준비와 단열
미장의 점성보다 벽체 바탕의 요철이 더 중요하다. 찰진 흙으로 미장 반죽을 만들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찰진 미장 반죽은 바를 때 잘 붙을 뿐 미장의 탈락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다. 전시를 위해 합판에 찰진 반죽으로 미장을 한 적이 있는데, 몇 일 후 마르고 나서 미장 면은 허무하게 떨어져 버렸다. 미장의 바탕이 되는 합판이 너무 매끄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소개했던 초벽은 대나무나 잔가지를 격자로 엮은 바탕이기 때문에 별도 처리 없이 바로 미장을 할 수 있다. 만약 초벽이 아닌 매끄러운 벽면 바탕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미장 반죽은 페인트칠에 비해 무겁다. 아무리 점성이 좋은 흙이나 석회를 사용했다 해도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면 미장 면이 벽체로부터 탈락될 수 있다. 아무리 미장 반죽의 점성이 높다 해도 소용없다. 접착성을 높이기 위해 풀을 첨가했다 해도 한계가 있다. 미장면은 오랜 시간 동안 온도의 변화와 빗물의 침투, 바람과 진동 등 충격에 의해 접착성이 떨어진다. 벽체 바탕 재료의 물성과 미장 반죽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언젠가는 떨어진다. 바탕 벽이 벽돌, 시멘트, 나무 판재, 합판, 석고 보드, 금속, 프라스틱 등 흙이 아닌 다른 재질이라면 온도 변화에 따라 신축성이 다르다. 아무리 점성 높은 미장 반죽을 사용했어도 세월이 지나면 미장은 반드시 탈락된다. 특히 나무, 합판, 석고 보드 위에 그대로 미장을 했다면 오래지 않아 탈락되기 쉽다. 시멘트 벽이나 콘크리트 벽면이 매끄럽고, 이 위에 아무런 처리 없이 곧바로 미장을 했다면 역시 빠르게 탈락되기 싶다.
- 물리적 요철, 턱, 홈, 쐐기, 망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책은 물리적 요철, 미세한 턱, 홈을 만들거나 쐐기를 박거나 망을 부착하는 것이다. 미장을 할 바탕 벽면에 무거운 미장 반죽이 걸칠 수 있도록 금을 긋거나, 그물이나 플라스틱 메쉬(mesh), 금속 망(metal lath), 갈대 발을 부착하거나, 홈이나 구멍이 무수하게 나 있는 미장 전용 타공 보드를 부착해야 한다. 점성이 아주 좋은 접착제와 모래를 섞은 모래 풀을 발라 거친 면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심지어 콘크리트 벽에 흙 미장이나 석회 미장을 하기 위해서 콘크리트 전용 고접착 핸디코트나 시멘트 미장을 먼저 한 후, 톱니 모양의 도구로 긁어 금을 긋는다. 나무 판재나 골조 위에 흙 미장을 하면 당장은 붙긴 하는 데 얼마 못 가서 떨어지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갈대 발, 망, 철망 등을 못으로 먼저 부착해야 한다. 면적이 좁은 목 구조 위에나 창문의 돌출된 윗부분 벽체에 미장을 할 때 작은 못이나 타카 핀을 촘촘히 박아서 물리적으로 미장이 걸칠 수 있게 미세한 쐐기를 만들어야 한다. 두터운 흙 벽이 움푹 파인 부분에 두껍게 흙 반죽을 붙여 보수할 때는 흙벽에 막대로 찔러 크고 작은 잔 구멍을 만들거나, 나무 못이나 대나무 못을 촘촘히 박은 후 미장을 하기도 한다. 기존의 미장 면에 덧 미장을 할 경우 사정 상 이도 저도 할 수 없을 때 쇠 솔이나 톱니 흙손으로 북북 긁어 전 벽면에 금을 긋고 미장을 해야 한다. 이렇게 바탕 벽면에 물리적 접착 자리를 만들어 두어야 미장 반죽이 오랜 세월 동안 견딜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미장 반죽의 점성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과한 수축으로 균열과 탈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적당한 점성에 물리적 요철이 중요하다.
- 석고 보드 처리 방법
미장은 단지 재료와 반죽의 혼합비를 아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바탕 벽면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처리와 적합한 재료로 반죽을 만들어 발라야 한다. 특히 석고 보드나 합판 위에 미장을 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현대 건축 인테리어에서 석고 보드나 합판을 자주 사용하는 데, 수분을 잘 흡수해서 팽창하기 때문이다. 물기가 많은 미장 반죽을 그대로 석고 보드나 방수 처리 되지 않은 합판에 바르면 미장이 부풀어 오르거나 쉽게 깨질 수 있다. 미장을 계획했다면 이때는 석고 보드나 합판이 아닌 미장 전용 타공 판을 추천한다. 이미 석고 보드나 합판으로 시공되어 있다면, 얇은 망사나 플라스틱 매쉬를 타카 핀으로 촘촘하게 굴곡 없이 부착한 후 반드시 내수성 있는 석고 보드용 고접착 석고 퍼티(일명 핸디 코트) 제품으로 여러 번에 걸쳐 최종 10 ~ 15mm 두께로 발라 주는 것이 좋다. 그 이후 굳기 전에 톱니 주걱으로 긁어 금을 내주어야 한다. 특히 석고나 합판이 접착된 면은 보통 현장에서 망사 테이프를 붙이고 이 위에 핸디 코트와 목공 풀을 혼합해서 발라 주어야 접착부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다.
- 벽면의 전 처리
바탕 벽면의 특성에 따라 미장을 위한 전 처리 방식이 달라진다. 바탕 벽면이 흙벽이거나 이미 미장한 벽면, 벽돌 벽, 돌 벽이라면 전 처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미장을 발랐을 때 건조한 벽면이 미장 반죽의 수분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지나치게 빨리 건조되지 않도록 미리 물을 발라두어야 한다. 흙 미장이든 석회 미장이든, 시멘트 미장이든 너무 빠르게 마르면 바탕 면에서 탈락되기 쉽고 균열이 발생하거나 하자가 생길 수 있다. 전 처리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미장 반응을 돕기 위해서 이다. 바탕 벽면을 이처럼 전 처리하면 흙 미장과 바탕 벽면이 쉽게 반응하며 더 강하게 접착한다. 바탕 벽면의 물 분자와 미장 반죽의 물 분자 사이에 응결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보통 바탕 벽면에 분무기로 골고루 뿌리되 물이 흐르지 않고 흡수되도록 반복 분사한다. 흙 물일 경우는 빗자루나 큰 대형 붓에 묻혀 뿌리듯이 바른다.
볏 짚단을 쌓아 벽체를 만드는 스트로베일(Strawbale) 건축의 경우 흙 물을 뿌려서 약한 짚단의 면을 촉촉하면서도 어느 정도 꾸둑 꾸둑 굳게 해야 한다. 왕겨와 반죽을 섞어 다진 왕겨 다짐 벽, 흙 물이나 석회 물을 볏짚과 버무려서 다진 볏 짚단(Rammed Straw/Light Cob) 벽체 역시 표면이 약하기 때문에 점성이 높은 된 흙 물을 바르고 굳혀서 표면을 단단히 잡아 준 다음 흙 미장을 시작해야 한다. 볏짚과 진흙을 버무려 벽을 쌓는 거섶흙(Cob) 벽체나 흙을 틀에 담고 다져 벽을 쌓는 담틀 벽체, 벽돌 벽체는 표면이 단단하기 때문에 단지 물을 충분히 발라주어 흙 미장 반죽과 반응이 쉽도록 돕고 너무 빠른 건조를 방지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단 벽돌 벽이 너무 매끄럽다면 벽돌 사이 사이를 긁어서 물리적 요철을 만들어야 한다.
수성 페인트가 이미 칠해 진 내벽에 덧 미장을 하면 수분을 빨아들이며 페인트 도막이 불거나 바탕 벽면에서 탈락될 수 있다. 수성 페인트 칠한 벽은 오히려 물기를 빨아들이지 못하도록 처리해야 한다. 접착력도 좋고 방수성도 갖고 있는 밀크 카제인 풀(카제인을 물, 석회와 혼합하면 풀이 된다.)을 모래와 섞어 바르거나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접착성과 방수성을 갖춘 하도재(Primer)로 밑 칠을 하고 물리적 요철을 만들어야 한다.
- 흙벽의 단열
건축물에서 벽체로 빠져 나가는 열 손실이 35%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바늘 구멍으로 황소 바람 든 다는 말’이 맞다. 과거 전통 한옥의 초벽 벽체는 틈이 많고, 벽체 두께도 얇았다. 이 때문에 춥고 웃풍이 심했다. 옛날에는 창호지를 불린 후 찹쌀 풀이나 율무 풀에 적신 것으로 벽 틈새를 메우기도 했다 하고, 창이나 문틈엔 문풍지를 발랐다. 그런다 해도 시골 전통 가옥의 초벽 벽체 두께가 기껏 9~12cm 정도니 춥기는 마찬가지.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고 초벽의 단열 성능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벽체를 자연 재료로 단열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볏짚은 농촌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홁 반죽에 혼합한 양이 많을수록 벽체의 강도는 떨어지지만 단열성을 높아진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도 부족하다. 만약 새롭게 초벽 흙집을 짓는다면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두꺼운 나무 골조 안 밖으로 대나무나 잔가지로 심을 짜 넣고, 그 사이에 천연 단열재를 채워 넣는 방식이 널리 확산되었다. 이 방식을 국내에서는 이중 심벽(초벽)이라 한다. 채워 넣는 단열재는 왕겨, 왕겨 훈탄, 볏짚, 톱밥, 목편(wood chip), 대마 섬유, 양털, 심지어 헌 옷이나 폐 섬유까지 다양하다. 왕겨나 왕겨 훈탄, 톱밥은 밖으로 새어 나올 수 있어 심벽 안쪽에 부직포를 부착하고 이 재료들을 채워 넣거나, 왕겨, 톱밥, 볏짚, 대마 섬유 등을 접착성 있는 짙은 석회물이나 된 흙 물과 버무려 채워 넣는다. 이러한 재료들은 벽체 내부에 공기 층을 만들어 단열성을 높인다. 이후 안 밖으로 미장을 해서 벽체를 완성한다.
볏짚 다다미 속 판이나 갈대 보드, 왕골 보드도 천연 단열재로 자주 사용된다. 얇은 초벽에 왕골이나 갈대, 볏짚으로 만든 두꺼운 판재를 덧 붙여 단열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자연재료 판재가 현대적 건축에서 자주 사용하는 스치로폼을 대신한다. 자연 판재를 기존 벽체에 그대로 부착하기 보다는 좀 더 안정된 접착을 위해 벽체에 성글고 얇은 왕골 발이나 갈대 발을 부착하고 여기에 흙과 볏짚을 섞어 미장을 한 후 자연 판재를 붙인다. 다른 방법으로 기존 벽체에 목상(받침목)을 짜 붙이고 이 사이에 흙과 볏짚을 섞어 미장 한 후 자연 판재를 부착하기도 한다. 판재를 붙일 때는 못이 파고 들지 않도록 넓은 고리를 못에 끼우고 박는다. 이렇게 붙인 두꺼운 왕골, 갈대, 볏짚 등 자연 판재 위에 다시 여러 겹 흙 미장을 해서 단열 벽체를 완성 한다. 볏짚 다다미 속 판에 미장 하려면 잘 붙지 않기 때문에 금속 망이나 그물 망, 플라스틱 매쉬를 다시 부착하고 미장 해야 한다. 왕골 보드나 갈대 보드는 독일에서 많이 사용하고, 국내에서는 볏짚 다다미 속 판을 종종 사용하는 데 비싸기 때문에 양궁장의 폐 과녁판에 사용했다 폐기한 것을 재활용하곤 한다. 이 방법은 기존의 노후하고 얇은 벽체의 단열을 보강하는 방법이다.
4. 다양한 풀을 섞은 흙 미장
다양한 풀을 섞은 흙 미장
흙 미장에 풀을 섞는 것은 한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전세계 미장에서 흔한 일이다. 흔히 점성을 높이기 위해 흙 반죽에 풀을 섞는다 생각하겠지만 풀의 효과는 그 이상이다. 미장 반죽의 점성을 높여 주는 것은 물론 보수성을 높인다. 보수성이란 반죽에 포함된 수분이 너무 빨리 빠지는 것을 잡아주는 성질이다. 풀을 넣으면 미장이 너무 빨리 건조되면서 균열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적정한 농도로 풀을 섞으면 흙손으로 바르기에 편리해진다. 하지만 풀이 들어간다고 무조건 작업성이 높아지는 것 만은 아니다. 풀을 넣었더라도 된 반죽이 되었다면 작업성은 떨어진다. 이 때문에 풀 혼합 미장은 일반 미장보다 물을 좀 더 넣는다. 미장에 풀을 섞으면 미장 벽면에서 미장 먼지가 나는 것도 방지한다. 종종 흙 부스러기가 떨어져 먼지가 나는 것을 막는다고 반죽에 섞지 않고, 미장을 다 한 후에 풀을 덧 바르기도 하는 데 너무 된 풀을 쓰면 풀이 마르면서 수축되어 미장 흙과 함께 들고 일어날 수 있다. 미장 면 위에 풀을 덧 바르려면 점성을 간신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묽은 풀을 발라야 한다. 흙 미장에 넣는 풀의 종류와 특성을 살펴보자.
- 찹쌀 풀
벼농사가 발달한 곳에서 찹쌀 풀을 사용했다. 벼 농사를 많이 하던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종종 쌀 풀을 미장에 혼합했다.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밀가루 풀에 비해 쉽게 마르지 않는 찹쌀 풀이 이용하기 편리했다. 쌀 풀을 섞으면 현장에서 ‘미장 빨이 좋다’고 말 하는 데 미장 반죽이 부드러워진다. 찹쌀 풀은 흙 미장 보다는 석회 반죽과 혼합해서 벽돌 건축의 접착 몰탈로 사용할 때 건축물의 내구성과 내진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중국 고대 건축의 비밀은 빙지안 쯔항(Bingjian Zhang, Ph.D) 박사와 동료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중국 고대의 무덤과 탑, 도시의 성벽, 만리장성 역시 부분적으로 쌀 풀과 석회 반죽을 몰탈로 활용했다. 어떤 건축물들은 강력한 지진에도 최근까지 남아 있는데 석회와 쌀 풀을 혼합한 몰탈 덕분이다. 무기질인 석회와 유기질인 쌀 풀을 섞으면 아밀로펙틴과 같은 다당류와 탄수화물의 복잡한 혼합물이 만들어진다. 아밀로펙틴은 물성이 안정되고 강도가 높아 석회의 무기 탄산칼슘과 결합하여 일반적인 석회 보다 벽돌, 돌, 기와 등 다양한 건축 자재와 결합력이 높다. 연구자들은 고대 건축물을 복원할 때 석회와 쌀 풀로 만든 몰탈이나 미장 반죽이 중국의 고대 건축물을 복원할 때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500년 이상 세월을 거치며 검증된 확실한 건축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흙 반죽에도 쌀 풀을 사용할 수 있다. 먹을 게 귀했을 때 서민들로서는 먹기 어려운 묵은 쌀이 아니라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 해초풀
바다가 가까운 우리나라 해안 지역이나 일본의 경우 드물지 않게 해초 풀을 사용하고 있다. 주로 바닷가에 떠 밀려오는 붉은 홍조류 해초의 일종인 진두발이나 애기풀가사리, 우묵가사리를 물과 섞어 완전히 형태가 사라질 정도로 끓였다가 식히면 풀이 된다. 대용으로 미역이나 다시마로도 풀을 만들 수 있다. 일본에서는 해초를 은행 나무잎과 함께 넣고 푹푹 끓여 풀을 만든 후 식히고 말려서 분말로 만든 것을 판매한다. 분말 해초풀에 찬물을 섞어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주 지역 한지 재료상들이 해초풀을 만들어 물컹한 반액상 형태로 담아 판매한다. 해초에 은행 나무잎을 함께 넣어 끓이는 것은 풀이 상하지 않도록 방부성과 항균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은행잎은 천연 방부재이자 항균재로 알려져 있다.
- 카제인 풀
낙농업이 발달한 서구에서는 치즈를 만들 때 떨어진 것들로 카제인 풀을 만들어 미장 반죽과 혼합한다. 카제인은 커피 프림으로도 사용하고, 육류 접착재로도 사용한다. 카제인과 석회 또는 붕사를 물과 함께 섞으면 매우 점성이 높은 풀을 만들 수 있다. 석회를 넣으면 탁한 풀이 되고, 붕사를 넣으면 맑은 풀이 된다. 카제인 풀을 미장 반죽에 섞어 바르면 표면이 마치 실크처럼 부드러워진다. 카제인 풀은 점성이 높은 모래 풀을 만들 수 있다. 카제인을 모래와 섞어 돌이나 벽돌, 시멘트 벽 등 바탕 벽면에 전 처리할 때 사용한다. 카제인 풀을 흙과 섞으면 내수성이 크게 높아져 흙으로 세면대를 만들 수도 있다. 보통 외벽 미장에는 풀을 사용하지 않지만 카제인 풀은 사용할 수 있다. 굳은 카제인 풀은 뜨거운 물로 씻을 순 있지만 차가운 물로는 쉽게 씻어낼 수 없기 때문에 빗물에 잘 견딘다. 그러나, 카제인을 값싸게 구하기 쉬운 낙농가가 아니라면 엄두 내기 어렵다. 국내에서 카제인을 구하기 쉽지 않고 가격도 비싸다. 카제인 풀을 만들 때는 먼저 카제인 양의 10~15배 이상 물을 넣고 하루 이상 불린다. 카제인을 푼 물을 휘저으며 조금씩 석회가루를 추가한다. 손으로 만졌을 때 카제인과 석회가 반응한 물이 비누액처럼 미끈거릴 정도까지 넣은 후 30분 정도 기다린다. 처음엔 점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성이 커진다. 점도가 너무 높을 때는 물로 희석할 수 있다. 붕사를 카제인과 반응시켜 풀을 만들 때는 붕사를 넣은 물을 중탕으로 가열하며 녹인 후 카제인을 푼 물에 혼합한다.
- 나무 풀, 선인장 풀
바다에서 멀고, 농사도, 낙농도 어려운 거친 산악 지대에서는 표피에서 점성있는 수액이 나오는 느릅나무 같은 나무 껍질을 끓여 나무 풀을 만들어 미장 반죽에 섞어 넣었다. 남아메리카 지역의 사막 지대에서는 선인장 껍질을 벗겨내고 끈적한 속살을 발효시켰다가 풀로 사용한다.
- 밀가루 풀
밀 농사가 발달한 곳에서는 밀가루 풀을 주로 사용한다. 현대 생태건축가들이 가장 자주 미장 반죽에 혼합하고 있는 풀이기도 하다. 켈리 러너(Kelly Lerner)가 작성한 ‘노스웨스트 생태건축길드의 초보자를 위한 자연마감법 (Northwest Eco building Guild Retreat-Natural Finishes for Beginners)에 소개된 흙 미장에 넣는 밀가루 풀의 제조법과 혼합 비율을 소개한다.
* 찬물 2 : 밀가루 1 비율로 혼합한다.
* 물 1.5를 끓인다.
* 밀가루를 넣은 찬물에 끓는 물을 추가하며 계속 식히며 저어 준다.
(혼합비는 중량을 지준으로 한다)
- 풀을 섞은 흙+모래 미장
재료 : 흙, 모래, 밀가루 풀(액상), 물
비율 : 흙 1, 모래 2, 풀 0.3~1, 물 1~1.5
특징 : 내벽용
(부피 기준이다. 단, 물의 양은 절대적이지 않다)
흙 미장 반죽에 균열을 줄여 주는 볏짚이나 기타 섬유재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장 면을 긁어서 음각 문양을 만들고자 할 경우 볏짚이 들어 있으면 오히려 방해가 되는데 방법은 없을까? 미장에 광택을 낼 때도 대개 마감 미장에 섬유재를 넣지 않는다. 광택을 내기 위해서는 미장면을 문지르며 연마해야 하는 데 볏짚 등 섬유가 밀리면서 미장 면이 부서진다. 그렇다고 볏짚이나 다른 대체 섬유재를 넣지 않은 채, 모래를 많이 넣고 균열을 잡으려면 반죽의 점성도 낮고 부슬거리기 쉽다. 강한 색상을 내기 위해 많은 안료를 추가해도 점성이 떨어진다. 이럴 때 미장 반죽에 풀을 넣으면 균열도 줄이고 점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누누이 얘기해두지만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흙 부스러기 먼지가 생기는 것도 막을 수 있고, 미장 작업성도 좋아지고 보수성도 높아진다. 풀의 양은 절대적이지 않다. 사용하는 흙의 특성과 풀의 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꼭 사전에 소량을 벽에 발라보고 건조 상태를 보아 가며 조정해야 한다. 흙손에 반죽이 늘어 붙지 않고 미끄러지듯 미장 반죽을 벽면에 바를 수 있는 정도인 점성이 적합하다.
- 일본의 노리츠치(フル土) 미장법
재료 : 흙(미분토), 모래(미분 실리카 샌드), 해초풀, 물
비율 : 흙 1 양동이, 모래 1 양동이, 해초풀 분말 2kg, 물 10 L
(양동이의 용량은 70 L)
노리츠치(フル土)는 해초 흙이란 뜻이다. 해초풀을 넣은 흙 반죽은 내벽의 정벌(마감) 미장에 주로 사용하는 데 점성이 무척 높다. 보통 흙손으로 2번 정도 덧 바르는 데, 마지막에는 얇고 낭창한 스테인리스 흙손으로 표면을 가볍게 다듬는다. 초보자가 흙손 자국이 남지 않게 바르기 어렵지만 마르면서 미세한 자국은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간혹 고운 채에 친 아주 아주 미세한 볏짚이나 다른 섬유재를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흙손의 바닥이 반원으로 둥근 나무 흙손이나 스테인리스 흙손 또는 스치로폼으로 만든 간이 흙손으로 살짝 미장을 띄우듯 문지르면 잔잔한 물결 무늬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해초 풀은 홍조류 해초와 우묵가사리를 주로 사용하는 데 다시마, 미역도 푹 끓여서 해초 풀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 흙 페인트 만드는 법
* 밀가루 풀 0.5~1
* 찬물 2
* 아주 고운 흙 (미분토) 1
* 아주 고운 모래 0.5 (모래 대신 미세 돌가루를 넣을 수 있다.)
* 다양한 허브 오일을 추가하여 향기를 더할 수 있다.
5. 소똥을 섞은 흙 미장
소똥을 섞은 흙 미장
전생에 인간은 소의 원수이거나 편애하는 자식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일소를 부리고, 우유를 빼앗고, 고기, 뼈, 내장까지 먹지 않는 게 없다. 소의 가죽을 벗겨 또 얼마나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가? 심지어 소똥까지! 소똥은 말려서 연료로 사용하고, 집을 지을 때 미장 재료 사용한다. 비위가 약해도 너무 걱정 마시라. 소똥은 인간의 똥처럼 그렇게 나쁜 냄새가 나지 않는다. 물론 냄새가 아주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소똥은 완전히 마르고 나면 냄새가 완전히 사라진다. 배합 사료가 아닌 자연의 푸른 풀이나 건초를 먹인 소라면, 소똥에는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질긴 식물 섬유가 들어 있어 미장벽의 단열성을 높인다. 천연 소화 효소와 카제인이 섞여 있다. 흙 반죽에 소똥을 섞으면 부드러워지고, 질그릇을 빚으면 강도가 높고 내구성이 높아진다. 소똥을 섞은 진흙으로 가구를 만든 예술가도 있다. 소똥을 섞은 미장 반죽은 점성이 높아지고 굳으면 엄청난 인장 강도를 갖는다. 게다가 벌레를 쫓는 천연 방충제이자 방부제 역할도 한다. 빗물이 치는 외벽 미장에도 적합하다. 심지어 못을 박을 수 있는 단단한 미장벽을 만들 수도 있다. 만약 소를 키우는 축산 농가이거나, 인근에 그런 이웃들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신선한 소똥을 양동이에 받아 몇 일 숙성 시켜두자.
- 인도 농가의 소똥 미장
현재도 소똥은 인도에서 집을 지을 때 널리 이용하는 건축 재료다. 소똥과 흙을 섞어 빚은 인도의 벽돌집 가운데 20년 이상 큰 보수 없이 유지되는 집들이 많다. 인도 사람들은 오랜 동안 주택의 방 바닥과 벽을 소똥으로 문질러 닦고, 소똥으로 미장하고, 보수했다. 아마도 이러한 미장은 다량의 흙과 볏짚을 반죽하기 위해 소를 이용하면서 우연히 시작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흙 반죽을 밟던 소들이 똥과 오줌을 싼 것을 그대로 사용했을 것이다. 시작이야 어찌 되었든 인도 농가의 소똥 미장 법은 다양하고 섬세하게 발전했다. 이중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 소똥 혼합 미장 1
재료 : 소똥 (1), 진흙(3~4), 파쇄한 짚(1), 물
물과 섞어 3~4일 숙성 시킨 후 사용한다. 숙성되는 과정에서 물기가 너무 마르면 조금씩 물을 추가한다.
* 소똥 혼합 미장 2
재료 : 진흙이나 고령토 (3), 소똥 (1), 소 오줌, 물
몇 일 숙성 시킨 반죽을 벽돌, 석벽, 흙벽 위에 바른다. 서민들의 경우 소똥과 소 오줌을 섞은 반죽으로 미장 한 그 위에 다시 석회와 호로파 씨 정유 수액,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비정제 설탕인 갤러리를 혼합한 인도 전통의 석회 반죽을 숙성 시켜서 덧 바르기도 한다.
- 소 오줌을 섞는 칸잔카트의 흙 미장
흙벽에 못을 박을 수 있을까? 인도 케랄라 연안의 데바프리얀 칸잔카트(Devapriyan Kanjankat ) 지역의 전통 흙 미장 벽체라면 가능하다. 이 미장법은 진흙에 석회와 왕겨, 소 오줌을 혼합한다.
재료 : 흙 6, 모래 2, 석회 1, 왕겨 2, 소 오줌 적정 소량, 물 적정량
카잔카트 미장을 만들 때 흙과 모래를 6mm 채에 쳐서 사용하면 더 섬세하게 바를 수 있다. 물을 섞지 않은 상태의 마른 흙과 모래에 물을 미리 섞은 석회 반죽을 추가한 후 함께 골고루 섞는다. 이때 사용하는 석회는 케랄라 연안에서 구한 조개껍질을 구운 석회이기 때문에 탄산 칼슘 함량이 높다. 흙, 모래, 석회 반죽을 섞은 혼합 반죽에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너무 묽거나 되지 않고 골고루 섞고, 다시 소 오줌과 왕겨를 혼합한 다음 그늘진 곳에서 3~4일 간 숙성 시킨다. 소 오줌과 왕겨가 발효를 일으켜 미장 반죽의 탄성을 향상 시키고 부드럽게 만든다. 이처럼 소 오줌과 왕겨를 혼합하면 흙 미장벽에 균열이 일어나지 않고, 못까지 박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든 흙 미장벽에 박은 못이 얼마나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소 오줌과 왕겨를 혼합하면 흙벽을 깨트리지 않고 못을 박을 수 있을 정도로 탄성과 가소성이 높아진다는 점은 인도 전통 건축계에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이 미장은 주로 마감(정벌, 마무리) 미장에 사용하는 데 내 외벽 모두에 사용할 수 있다. 미장 두께는 12 mm이다.
소 오줌을 건축에 사용하는 예는 또 있다. 인도에서 돌 기초를 놓기 전에 토착 소의 소 오줌을 받아서 뿌린다. 인도 문학에서도 자주 드러나듯 어머니 대지와 소를 숭상하는 종교와 관련 있겠지만, 소 오줌의 방충 효과와 상관이 있는 듯 하다. 소 오줌에는 요소 성분 외에도 3~5가지 정도의 유익 미생물이 포함되어 있다. 이 미생물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아시아 지역의 생태 건축에서 대나무가 자주 사용되는 데 네팔의 대나무-흙 건축 전문기업 ABARI(http://abari.earth/)는 대나무에 벌레가 먹지 않도록 소 오줌으로 처리한다. 대나무를 희석한 소 오줌에 담아 두거나 가압 처리하면 대나무 안의 전분 성분을 변화시켜 벌레가 먹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아시아 흙 건축에서 소 똥이나 소 오줌 말고도 갓 짠 우유나 치즈를 만들 때 나오는 유청, 카제인을 고급 마감 미장이나 천연 페인트를 만들 때 사용한다. 그 많은 동물들 중에 소를 가축으로 삼은 것은 인간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 와야나드의 항균, 방충 재색 미장
인도 와야나드는 정글 지역이다. 벌레가 많은 곳이다. 집을 지을 때 해충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와야나드의 흙집에 바르는 미장은 해충을 방지하기 위해, 3가지 재료를 사용한다. 암소 똥, 쿠라마브 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수액, 볏짚을 태운 재이다. 볏짚 재는 알카리성을 띄고 회색빛을 내는 안료로도 사용한다. 쿠라마브(Kulamavu)는 페르시아 마크란타(Persea macranta)라고도 불리는 데 녹나무과 식물이다. 근육통이 있을 때 붙이는 파스에 포함하는 페놀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항균, 항 진균 효과가 높다. 3년 전까지 살았던 전남 지방에도 녹나무들이 있으니 그 수액을 활용해볼 만 하다. 소똥 역시 방충, 방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접착성을 높인다. 와야나드의 흙집에서 다른 곳보다 특히 방바닥을 미장 할 때 이 항균, 방충 재색 미장을 자주 사용한다.
* 1차 미장 : 진흙, 쌀겨, 약간의 모래를 혼합한 반죽으로 미장 한다.
* 2차 미장 : 진흙, 암소 똥, 쿠라마브 껍질 수액을 혼합한 반죽으로 미장 한다.
* 3차 최종 마감 미장 : 암소 똥, 쿠라마브 껍질 수액, 볏짚 재나 그을음을 혼합한 묽은 미장을 바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