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3
【그래서...... 그 결과가 이거야......】
"이 결과보다는...... 왜 아직 안가신거죠...... 인간세상에 미련이 많으신가요......"
【......시끄러. 내맘이다.】
"......그 성격좀 어떻게해서 고치지요......"
【이 자슥은 각성하라고 보냈더니 각성은 커녕 뒤에 아이들만 붙이고 온 주제에 말이 많다!】
"그건...... 어쩔 수 없었다니까요......"
계속되는 가이샤와 마이샤의 대화에 퉁가리나 나미는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마이샤 뒤에서 고개만
내밀고 바라보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얘들이 귀엽네요?"
"응? 아, 얘들아. 내 뒤에서 숨어있지만 말고 어서 나오렴."
하지만 아이들은 나오기는 커녕 마이샤의 옷을 더욱 잡고 늘어졌다. 그것을 바라보던 나미가 린화에게 나직
하게 말했다.
"린화...... 너 자리 뺐겼네......"
"......그런거 같아......"
아이들뒤에서 갑자기 한 소년이 튀어나오면서 말했다. 그 소년의 머리에는 노란색 머리띠가 매어져 있었다.
일순간 가이샤의 눈빛이 변한것을 그곳에 있는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야! 그렇게 있어서 뭐하잔 말이야! 어서 나와!"
그러며 한 소년을 끌어내자 소년은 멀뚱멀뚱 마이샤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시선이 차례로
다른사람들에게로 돌아갔다. 퉁가리, 나미, 린화, 가이샤, 마이샤, 그리고 민트에게로 오자 시선이 딱 멈춰섰다.
민트는 의외의 시선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쩔 줄 몰라했다. 그 아이가 천천히 민트에게로 다가오더니
민트의 드레스를 잡고는 손가락을 빨며 말했다.
"나...... 배고파."
【마이샤...... 넌 얘들을 굶겨서 데려온거냐......】
"내 기억엔 그런적이 없는데......"
【......저 얘는 별로 뚱뚱해 보이진 않은데......】
그렇게 말하며 가이샤는 날카로운 눈으로 마이샤를 노려보았다. 마이샤는 그 시선에 움찔거리더니 도움의 시
선으로 민트를 바라보았다. 민트가 그 모습을 보며 뭐라 말하려 했을때 아까 큰 소리치며 나선 소년이 말했다.
"라이샤는 어디있어!"
마이샤의 얼굴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하는 자이커의 말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이럴수가......"
나미의 입에서 나온 소리.
"라이샤님을 찾아왔다는 것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마이샤님......"
퉁가리의 입에서 나온 소리.
"그 바보자식은 왜 찾는데?"
린화의 입에서 나온 소리.
【......저 녀석 오면서 머리를 다친거 아니냐, 마이샤?】
가이샤의 입에서 나온 소리.
"얘야...... 라이샤는 왜 찾는거니......"
의문심이 가득한 민트의 목소리.
아마 이 곳에 라이샤가 있었다면 졸도하며 난리를 쳤을것이다. 믿었던 민트마저 저런 반응을 보이니 라이샤
가 졸도하지 않는것이 이상했다.
그들의 반응을 찬찬히 바라보던 자이커는 이런 반응쯤 예상했다는 듯이 말했다.
"대충 이런 원망쯤은 사리라 생각하고 있었어. 음...... 우선 내 소개를 하지. 난 커크리스 자이커. 라이샤형을
찾아 왔어."
자이커의 멋진소개에 모두들 한마디씩 하였다.
"......반말이군...... 대단해....... 이것도 라이샤의 영향인가......"
나미의 탄성.
"대단하군요. 어떻게 라이샤님은 이렇게 어리디어린 소년을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단 말입니까!"
퉁가리의 화난 듯한 목소리.
"저 녀석도 바보군......"
린화의 나직한 한숨.
【라이샤의 영향이라...... 생각보다 너무 막강해......】
손을 이마에 두고 골치아프다는 듯이 말하는 가이샤.
"......"
할 말이 없다는 민트.
그들의 반응을 잘 듣고 있던 자이커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했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말이야. 대체 여긴 어디야?"
자이커가 묻는 이곳은 바로 자이드라 왕궁의 앞뜰. 앞뜰이라지만 왠만한 운동장 넓이였다. 그곳에 꽃과 풀들
이 가득히 있었는데 향기로운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향기로운 냄새때문인지 아까부터 마이샤의 옷자락만
잡고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 넓은 공간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던 그들은 그제서야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 아이를 빼고.
"아이들이...... 이곳의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드는가 보군요......"
"나 배고파~."
퉁가리의 말을 끓고 들어온 말은 아직까지 민트의 드레스를 잡고 있던 아이. 그 아이는 민트에게 밥달라고
보채고 있었다. 민트는 옆에 있던 시종에서 어서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시종이 뛰어가고 나미와 퉁가
리 가이샤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고 린화는 어느새 그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쟤 나이가 얼마지?"
【마이샤에게 물어보도록 하게나, 빛의 전사.】
"가이샤님의 의견을 생각해보고 따르도록 하죠."
【......요즘 왜 전부 건방져진거지...... 내가 창조주로써의 역활을 다 하지 못한건가......】
"그런지도...... 모르지요."
천상계의 세라핌이나 케루빔이 들었으면 '저 녀석을 잡아 어서 처형해야 합니다!'라고 고래고래 떠들었을 소
리를 퉁가리와 나미는 아무 꺼리낌 없이 내뱉었다. 앞에 그 위대한(?) 창조주 가이샤가 있는데도 말이다.
"야!"
【......!】
가이샤는 창조주의 모습을 되찾고 처음으로 황당함을 느꼈다. 자이커가 자신의 물음에 아무도 답하지 않자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던 가이샤에게 그만 '야!'라고 외쳐버린 것이다.
가이샤는 이 녀석을 지글지글 구워서 케르베로스의 먹이로 줄까 얼려버려 동상으로 세워놓을까하는 사악한
생각을 하다가 그 아이의 눈을 보고 그런 생각을 접어버렸다.
너무나 맑았다. 자이커가 키가 좀 작아서 작아보이지만 창조주 가이샤에게는 그의 나이가 보였다. 그의 나이
는 이제 15세. 하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눈은 너무나 맑고 투명했다. 갓태어난 아이의 눈처럼.
가이샤가 자이커의 눈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자 자이커는 약간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외쳤다.
"왜 내 물음에 답을 안 해! 너라도 빨리 대답해!"
【......】
"우쒸! 내 말 무시해?"
챠캉
검을 빼드는 경쾌한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자이커의 화난 목소리.
"이래도 내 말 무시할꺼야!?"
건방지게도 당장 사형될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자이커의 모습을 보던 가이샤는 피식 웃었다. 그러자 자이커는
더욱 화가 나는지 외쳤다.
"이익! 칼이 눈앞에 있는데도 웃어? 내가 못할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며 검을 휘두르려던 자이커는 손이 허전함을 느꼈다. 어느새 나미가 가까이 와서는 검을 빼앗아
버린 것이었다.
"아가야, 검을 잘못 휘두르다가는 목숨이 날아간단다."
윙크까지 하며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는 민트의 모습은 빨간 루비가 스스로 움직이는것 같았다. 그 모습에 얼
굴이 살짝 붉어졌던 자이커는 자신의 검이 나미의 손에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내 검 내놔, 이 할망구야!"
자이커가 나미에게 외치는 소리를 들은 퉁가리는 황급히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나미의 얼굴엔 아까와 같
은 미소는 사라지고 힘줄 몇개가 도드라졌을 뿐이었다. 나미는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그거...... 나보고 한 소리는 아니지......?"
온 얼굴의 근육을 이용해 겨우겨우 유지시키고 있는 트롤의 웃음을 자이커가 무지막지하게 깨버렸다.
"여기 너 아님 누가 할머니야! 어서 검이나 내놔!"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눈에는 불을 켜고 달려드는 나미의 모습과 발에 불이라도 붙은듯이 재빨리 달려가는 린화의
모습에 모두들 입을 쩍 벌리고 바라보았다.
자이커는 당당히 서있다가 악마로 변한 나미가 손찌검을 하려는 순간 그녀가 먼저 손찌검을 당했다.
쨔악!
그렇게 듣기 유쾌한 소리가 아닌 소리가 나미의 볼과 린화의 손바닥에서 들렸다. 린화는 앙칼진 목소리로 말
했다.
"왜 얘를 때리려 해! 그리고 쟤가 뭐 잘못말한거 있어! 맨날 마이샤나 꼬시려 드는주제에! 넌 할망구야! 아주
질 나쁜 할망구!"
옆에서 바라만 보던 마이샤는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느낌을 받고 재빨리 나미를 들고(?) 사라졌다. 나미가 마
이샤에게 들려(?) 사라지고 마이샤가 달려간 쪽에는 오거의 괴성과 오크 멱 따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모든 소리를 싹 무시하고 린화는 자이커에게 말했다.
"그리고 너도! 저 신경질만 바락바락 내며 사는 할망구 성격 긁은 생각은 하지마 이 꼬맹아!"
린화의 마지막말에 상처를 받은 자이커. 그도 신경질만 바락바락 내는 꼬맹이로 변해버렸다.
"뭐얏! 내가 꼬맹이면 너도 꼬맹이얏! 게다가 넌 할망구! 나이는 내 5배나 먹고 나랑 키가 같냐! 이 쪼매난
할망구야!"
자이커의 말에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린화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잠시 굳어 몸을 부들부들 떨던 린화는 지지 않고 바락바락 소리쳤다.
"#$!$^$^*&#&%^(*&$%^@#$^@#^*@$%~@#$%*%^^@#!%%^%&*%#@&"
둘 다 흥분하여 대체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계속하였고 넓은 왕궁의 앞뜰에서 놀던 아이들은
시종이 가져온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민트는 그들을 말릴까하고 뭐라해보려 했지만 그들의 대화에는 틈(?)이 없었다.
민트가 안절부절하고 있을 때 검은머리의 한 남자가 부시시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다가왔다. 그의 머리엔 붉
은색 머리띠가 매어져 있었다.
"아우~. 뭐가 이리 시끄러?"
눈꼽도 채 떼지 않고 말하는 그는 라이샤였다. 부상이란 핑계를 대고 하루종일 자볼까하는 생각을 하던 라이
샤는 밖에서 바락바락 질러대는 두 꼬맹이의 목소리에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일어난 그 상태로 일
어나 소리가 나는 쪽으로 왔던 것이다. 힘으로라도 그들을 잠재우기 위해서.
라이샤가 온것을 민트와 린화, 자이커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린화와 자이커는 서로의 대화에 바빴고 민트는
그들을 말려보려 했던 것이다.
라이샤는 눈을 게슴츠레하고 뜨고 민트 옆에 다가와서는 말했다.
"민트, 얘들 뭐야?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아, 라이샤...... 일어났니......"
민트의 대답에 열심히 대화에 열중이던 자이커가 멈추었다. 갑자기 자이커가 멈추자 린화는 자신이 이겼음으
로 깨닫고 기쁜듯이 외쳤다.
"야호~! 넌 어떻게 해서든 날 이길 수 없어! 이 꼬맹......"
"아, 그러고 보니 얘가 널 찾더라."
"혀, 형이 라이샤야......?"
자이커는 라이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린화는 승리란 자기도취에 빠져 자이커의
상태를 알아볼 수 없었다. 눈을 감고 막 떠들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던 라이샤는 차갑게 한마디
내뱉었다.
"시끄러, 꼬맹이 할망구."
그 말에 린화는 엄청난 심리적 타격을 받았다. 한참 라이샤를 멍하게 바라보던 린화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히이이잉~~~!!!!!"
원래같았음 라이샤에게 앵기들며 바락바락 소리질렀을 그녀가 갑자기 울며 뛰어가버리자 라이샤는 당황했다.
"......쟤 오늘 왜 저런데?"
"......라이샤...... 역시 넌 라이샤야......"
한숨을 쉬며 말하는 민트를 라이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어리둥절하는 라이샤에게 자이커가
매달리며 외쳤다.
"형! 너무 보고 싶었어~~!!!!!"
"우왓~~!!!!"
갑자기 자이커가 달려들자 라이샤는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넘어가 버렸다. 자이커는 라이샤의 품에서 한참
동안 힝얼거리며 우는 것 같았다. 라이샤는 한참동안 자이커의 얼굴을 바라보다 말했다.
"너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