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서유기 [제66회]
진원대선의 분노[2]
가마에 기름을 잔뜩 부어라. 기름이 지글지글 끓거든 손행자를 넣고
튀겨라. 내 인삼과의 원수를 갚은 것이다.
오공은 그 소리를 듣더니 내심으로 기뻐하면서 생각했다.
"야! 이거 잘됐다. 요즘 통 목욕을 못했더니 전신이 가렵단 말야!
후의를 달게 받게 목욕이나 좀 해볼까! 히히히"
잠시 뒤 기름이 지글지글 끓기 시작하니까 오공은 약간 겁이 났다.
"대선의 술범이 무서운지도 모른다. 가마속에서 대처하지 못할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얼른 사방을 둘러봤다.
돌 층계 아래 동쪽에 해시계가 있고 서쪽에 돌사자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 곁으로 굴러가서는 혀 끝을 깨물어 피를 돌사자에 훅하고
내뿜고는 "변해라" 하고 외쳤다. 그러자 돌사자는 순식간에
오공으로 변해서 오공대신 묶였다. 오공은 몰래 빠져나와 구름끝에 올라앉아
도사가 하는 짓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스승님 기름이 지글지글 잘 끓고 있습니다."
소선이 아뢰었다
"그럼 오공을 가마에 집어 넣어라"
대선의 명령에 청풍과 명월이를 위시한 선동 몇명이 달려들어 오공을
메려했다. 그러나 너무 무거워 멜수가 없었다. 이번애는 여덟사람이
달려들었지만 역기 마찬가지였다.
다시 네사람이 더 들어도 꼼짝을 하지 않았다.
"이 원숭이 놈이 흙에 미련이 있어서 움직이지를 않는거야
체구는 작은 놈이 여간 무겁지를 않구나."
이래서 다시 스무명이 달려 들어서야 겨우 가마안에 넣을 수가 있었다.
오공의 모습을 한 돌사자가 기름가마에 빠지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맹열하게 끓던 기름이 사방으로 튀며 선인들의 열굴에 화상을 입혔다.
불을 지피던 선동이 큰소리로 외쳤다.
"가마가 샌다! 가마가 샌다!"
그 말이 끝아기도 전에 기름은 솥에서 다 새나가고 어느새 구명난
밑바닥이 드러나고 있었다. 가마속을 드려다보니 오공은 간곳 없고
돌사자가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대선이 몹시 분노해서 욕을 했다.
"이 고약한 원숭이놐! 참으로 무엄한 놈이다! 눈앞에서 나를 속였구나!
이놈아 도망을 치려면 고이 칠것이지 내 가마까지 깨뜨릴 것이 무어냐?
에익~!! 이 고약한 원수이 놈은 잡으려해도 헛수고다!
이놈은 잡아봤자 모래를 뭉쳐서 수은을 만들려는 거나 그림자와
바람을 잡으려는 거나 진배없지! 흥! 하는 수 없다 다른 가마에다
삼장을 튀겨 인삼과의 원수를 갚아야겠다"
말이 떨어지자 소선들이 삼장을 싼 무명을 벗기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그 말을 다 듣고 있던 오공이 겁이 더럭났다.
"큰일이다. 스승님이 만약 저 기름가마에 들어가면 대번에 튀겨져서
결국엔 형채조차 없어질 것이다. 내가 구해드려야지."
충성스런 오공은 급히 구름에서 내려와 손을 가슴에다 올리고 합장을 했다.
"제발 스승님을 튀기지 말아다오 내가 기름속에 들어가겠다.
대선을 화들짝 놀라 욕을 퍼부었다.
"이 원숭이 놈아! 무슨 수단으로 내 가마솥을 깨뜨렸느냐?"
오공은 깔깔깔 웃었다.
"나를 만나 운수가 나쁜것은 피할 수가 없다. 이건 꼭 나의 잘못만은 아니야!
아까는 순순히 튀김이 될 생각이었지만 하필이면 그때 대소변이 마려워
만약 가마안에서 실례를 하면 기름이 더러워져서 쓰지 못할 게 아니냐?
그래서 똥오줌을 누고 왔으니까 이제부터 가마로 들어가겠다.
스승님을 튀겨서 뭐하겠나, 스승님은 그냥두고 나나 튀기라구."
이 소리를 들은 대선은 히히히 웃으면서 정전에 나와서는 파리라도
잡듯 손쉽게 오공을 잡았다. 진원대선 오공을 안아 일으켰다.
"나도 네 솜씨를 잘 알고있다. 또 너의 명성도 들어 알고있다.
그러나 이번일 만은 예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야
사람을 속이기까지 햇으니 용서를 할수가 없다.
네가 제맘대로 날뛰어도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는 못할게다.
네가 여래를 만나고 서천까지 가는 동안 두고두고 너를 괴롭히겠다.
그러니 무슨일이 있더라도 인삼과 나무는 살려줘야겠다.
너는 신통력을 부려서 장난치지 말아라"
오공도 껄껄 웃었다.
"당신도 퍽이나 소심해! 나무를 살려달라고? 그게 뭐 어려운 일이겠어?
진작 그렇게 말했으면 싸움도 않했을거 아냐?"
"싸우지 않고서야 너 같은걸 용서할 수 있겠느냐?"
"당신은 우리 스승님을 풀어주고 난 나무를 살려 놓는게 어때?"
"네가 그런 신통력이 있어서 나무를 살려 놓는다면
나는 너하고 팔배의 예를 나누고 의형제를 맺겠다!"
"그건 어렵지 않으니 저사람들을 풀어줘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나무를 살려주겠어!"
대선은 그가 도망치지 않을 것을 알고 삼장 팔계 오정을
풀어주라고 명했다.
"스승님 형이 무슨일을 꾸미는지 모르겠어요?"
오정이 묻자 팔계가 이렇게 대답했다.
"무슨 수작이겠나. 그런걸 당면인정귀라고 하는 거지 말하자면
묘한 수작으로 사람의 얼을 빼놓는 거야. 죽은 나무를 어떻게 살리겠어?
나무 살릴 약을 얻으러 간다고 핑계대고는
저혼자 뺑소니 치자는 수작이니 뭐야! 너나 나를 돌볼것 같으냐?"
삼장이 오공을 두둔했다.
"오공은 절대 우리를 속이지 않을개다 어디가서 나무살리는 방법을
알아올지 물어봐야겠다.
삼장이 오공을 불렀다.
"오공아! 너는 대선을 어떻게 속이고 우리를 풀어주게 했느냐?"
"아아니 속였다니요? 저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럼 너는 어디가서 나무 살릴 약을 구할 작정이냐?"
"좋은 처방을 해상에서 온다는 옛말도 잇으니까 지금부터
동양대해로 가겠습니다. 삼도 십주를 돌아다니며 신선들을 만나서
소생법을 알아와서 저 나무를 꼭 살리겠습니다."
"그럼 언제쯤 돌아오겠느냐?"
"사흘이면 갔다 오겠습니다."
"그렇다면 너에게 사흘의 말미를 주겠다. 사흘안에 돌아오면 좋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면 난 그 주문을 외우겠다."
"알았습니다."
오공은 범가죽 치마를 입고 문을 나서며 대선에게 부탁했다.
"대선 안심하시오, 난 금방 돌아올테니까, 그 동안 우리 스승님을
잘 돌봐줘요. 옷이 더러우면 빨아드리고
차와 식사를 제때 드려야 한다는 말이에요.
만약 조금이라도 배가 고프시게 했다간 내가 돌아와서
당신네 보찰을 허물어 버릴것이요.
만약 스승님의 안색이 안좋으시거나 몸이 여의시기만 하면
이집 대문을 안나갈거요?
"허허허 얼른 가기나해 너희 스승을 굶기지 않을테니까?
오공은 근두운을 불러타고 오장원을 떠나 동양 대해로 향했다.
번개같고 유성같이 날아서 어느덧 봉래산 선경속이 이르렀다.
구름을 낮추고 바라보니 정말 선경이었다.
오공이 선경을 바라보고나서 봉래산으로 들어가니 백운동 밖
소나무 그늘에서 다섯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옆에서 구경을 하고 있는 것은 수성이었고 바둑을 두고 있는 노인은
복성과 녹성이었다. 오공이 가까이가서 소리를 쳤다.
"여! 안녕들하시요!"
삼성은 오공을 보자 바둑판을 밀어놓고 답례를 했다.
"대성, 무슨일로 왔소?"
"당신네들 하고 같이 놀아볼까해서 왔소"
대선에게 인삼과 나무를 살리겟다고 큰소리친 오공이
다음편에서 어떤 묘법으로 살릴수 있을 것인지? 봉래산엔 왜 왔는지?
흥미로운 다음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