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가는 길 (9편)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이야기가 이어졌다
"
가중 처벌이 되지 않게
손을 써 주는 댓가로 천 만 원을
요구하네요.
하선생님 전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잘 알지도 못하는 선생님께
그런 술 주정을 내뱉았어요"
눈물은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없었던 것으로 해도 되요.
너무 죄송하구요 괜히 저를
이상한 여자로 보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훌쩍거림이 지나쳐
헐떡거림으로 들렸다.
여자가 우는 것을
첨보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밤 늦게 들어온 마누라가
술이 취해서 몸도 가누지 못한 채
들어오더니 이름모를 약을 앞에다
놓고선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서 얼른 약을 뺏어 숨기곤
달래면서 왜 그러는지를 물었다.
마누라 말로는 월급 받은 것 조금씩
적금을 부었다가 만기 금으로 찾아
주식을 샀다는 것이다.
주식의 이익금은 많았고
재미가 나서
친구의 돈과
처가의 돈을 빌려서
또 주식을 샀는데
깡통계좌가 됐다는
것이었다.
친구의 돈과 처가에서 갖고 온 돈은
그대로 빚으로 남은 것이다.
너무도 슬피 우는 마누라를
난 달래었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느냐 고...
걱정하지 말고 돈은 벌면 되고
그 빚 벌어서 갚아주겠다 고..
헐떡거리다 그치는 마누라를
쓰다듬으며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그 후로 오랫동안도 그것까지도
마누라의 가증스런 연극이라는 것을
몰랐었다.
돈은 어디로 새어 나갔는지 모르고,
주식에 계좌를 튼 적도 없고
은행에 적금 계좌조차도 튼 적이
없었고....
난 그렇게 집안 일에는 바부처럼
모르고살고 있었다.
남들도 항상 나처럼 살고있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또 한 여자가
내 앞에서 뚝뚝 뜨거운 눈물을 보인다.
한 번 만 속지 두 번은 절대 속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희 앞에서 흔들리고 있음을 느낀다.
"그럼 검찰로 넘겨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할 텐데... 그렇다지?"
"네, 그런가 봐요. 그래서 다급하게
선생님께.. 그렇게 말을 해버린
겁니다."
"너무 상심하지마라, 내가 알아볼께
천 만원이야 어떻게 구해지겠지."
"녜? 선생님 정말이세요?
정말 고마워요... 선생님...꼭
갚을께요. 흑흑흑..."
"어허 이 사람아 울지 좀 마라.
내가 해결해 준다니까.
그치고 차나 마셔. 저어기~ 아가씨,
커피 뜨거운 걸로 한 잔 더 갖다줘요."
그렇게 타일러 주희를 보내놓고
다시 [바하마]로 왔다.
"아까 퇴실을 했는데요,
다시 그 방으로 하루더 묵을 겁니다."
그런데 어디서 돈을 만들지?.
이제서야 제 정신이 돌아온 사람마냥 난 걱정이 앞선다.
홀로 집을 떠나올 때 해약한 돈은
지금 오백 만원정도 남아있었다.
그 오백 만원으로 내가 살아야
하는데... 원고료라고 해봐야 입에
풀칠 하기도 힘들 터,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없는 일이고,
담배를 피워문다. 연거푸........ 그러다
나는 전화를 건다. 친구
영식이한테로-
"어이- 친구, 나야, 이루.. 허허허허 잘 지내고있지?"
"그럼, 야 임마 한번씩 술 생각이 나서
니가 보고싶은 것 말고는
사지멀쩡하다.."
"그래..음.. 내일 내가 니한테로 갈까? 시간이 괜찮냐?"
"어- 알았다. 오후에 와라
2시에후에..... 운전 조심해라 또
사고치치 말고 하하하하."
"오케이_ 낼 보자 이 친구야 허허허허"
술이 약했던 몇 년 전에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경찰에 걸려서 파출소에
간 적이있다.
영식이 이 친구를 불러 오게하고
뭐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파출소
순경과 신랑이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밖에 나와서
내 차에 시동을 걸고는
운전석에 앉아서 크락션을
마구 눌러 댄 적이 있었다.
술이 깨고나서는 멀쩡한 놈이
술버릇 고약하다고
얼마나 댓가를 치루었던지...
내 실수를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혀서
그때부터 술을 좀처럼 마시지 않는다.
내가 운전만 한다면 이녀석은
걱정이 앞서나 보다.
그래서 통화할 때마다 운전
조심하라고,
술 먹고 운전하지 말라며 잔소리다.
"야, 돈은 어디에다 쓸거냐?
너 또 사고쳤어?"
"아냐, 사고친 건 아니고
어디에다 쓸건지 묻지말고 좀
빌려줘라. 내,꼭 갚으마.
" 아무리 친한 친구라해도 지금의
일을 얘기할수가 없었다.
이해 못할건 나도 아니까..
"너... 여자 생겼냐?
아니 아니.. 그건 아닐 것 같구..
다혜도 그렇게 했는데 또 여자를
사귀었을 리는 없을 것같구..
아니다, 혹시, 너 못된 여자를
잘못 건드린 거 아니냐?
도무지 이해가 안돼...
" 혼자서 중얼거리듯 고개를 갸우뚱 거려 가면서 자문자답을 한다.
"줄래? 말래? 이유는 묻지 말랬잖아
짜아식... 오백 만원이야 넌 만들기
쉽잖아 급하다구 오늘 안으로 통장에
넣어줘 반드시 갚는다.
내가 살아있는 한...
" 잠시 나를 기다리게 하고
영식은 나가더니 내통장에다
오백만원을 입금하고 돌아왔다.
"난 니 청은 거절하지 못하지. 하하하하"
겨울이 깊어가서 그런가, 아니면
바닷바람이라서 그런가. 밤바람은
아주 차가웠다.
금새 어둠이 가라앉은 부산은 휘청거리고 있었다.
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을
내가 원하는 자리에다 갖다놓은 듯
적재적소에서 반짝거리는 광안대교를
물끄러미 처다보다
영식이가 이끄는대로 내려가는
계단마다 천국의 계단처럼 융단을
깔아놓은 어느 바아(Bar)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니 한창 분위기 음악이
흐르고 전라(全裸)의 여자가 흐느적
흐느적 엉덩이 춤을 추고 있었다.
웨이터가 다가와 우리를 안내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아주 곱게 차려입은 우아한
여자가 나긋이 인사를 한다.
저희 업소에 와 주셔서 영광입니다.
저는 여기에 주인입니다.
제 식구가 불편하게 하거나
불친절하면 이 버턴을 눌러주세요.
그러시면 제가 오겠습니다"
탁자 아래에 있는 버턴 하나를 내
손을 잡고 그곳으로 가져간다.
여자가 버턴있는 곳을 가르쳐
주기위해 내 손을 잡는 순간-
주희가 떠올랐다.
돈을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을
해 놓고서 아무런 연락도 못하지
않았던가!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로 소식을 기다릴 것인데..
연락처를 모른다.
나는 가야한다.
그녀의 가녀린 손.. 부드러운 손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가녀린 손으로
닦아내던 그 손이 지금 이 여자의
손을 만지는 순간 생각난다 '
아직 술을 마시지 않았음이야.
난 간다. 그래... 주희에게 간다.'
후다닥 일어서 미친듯이 융단을
구겨밟고 밖으로 나왔다.
((계속))
첫댓글 에휴 낚였네~
글쎄요~^*
그런데 글을 참 잘 쓰시네용.
오래전 친구가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고 단편소설을 썼다며 유치찬란한 원고를 보여주며 고칠만한곳 찿아봐 그러기에 연필로 줄 쫙쫙 그어가며 돼지꼬리 날려가며 수정해줬더니ㅋ
그뒤로 절대 글 안보여주더군요 ㅎ
치기어린실수했지요 ㅋㅋ
ㅎ~^나는 어디를 고처야 할까요~^
@한음(용인) 치기어린나이도 아니지만 ㅎ
제가 감히 하늘같은 형님의 글을 논할수 있겄습니까!!!
감사히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당~ㅎ
다음편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