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곡부르기 운영위원이고 회원인 김난옥 님께서 2024.5월 문학공간지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고 시인으로 등단하셨음을 알립니다.
내 삶의 푸른 터널
김 난 옥
허공이 띄운 손가락에서
문장이 뛴다
찰나에 매화가 피듯
지는 벚꽃이 눈부시듯
소낙비가 벼락 치듯
성나고 모난 흔적들
숲이 지우고 가는 하늘 산맥이
작고 왜소한 내 중심에
빽빽이 들어찬다
느닷없는 감성 한 줌이
거품이고 허상이어도
그 긴 세월 순간에 녹듯
여름을 가을로 물들이고 가는
이 숨찬 계절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다
내밀한 나를 여지없이 꺼내는
저 달빛 한 장
달포 넘은 긴 장마를 뚫고
토닥토닥 내 속에
긴 문장 하나를 건네고 간다.
어쩔 수 없다
김 난 옥
돌아설 곳 없는
이 곧은 신념 하나로
러시아 귀퉁이 사선 넘은 오지에서
읽을 책 한 권
먹을 수 있는 빵 한 조각
시베리아 황량한 벌판에
꿈을 하나 더 그려놓은 이
스스로 그려놓은 간절한 혁명의 미추
무엇으로 비교할 것인가
다만 그는 그 자신으로 살았을 뿐
가고 오고가 없는 자리에서
여우 목을 한 서늘한 바람
가냘픈 곡소리가
생사의 구분 없이 흩날리던 시대
틈 없이 사그라진 분별이
하늘하늘 꽃하늘 타고
텅 비워진 평등의 사자후 토한 후
소란 잠재운 지극한 암흑 속
끝내 산화한 나발리.
검은 산
김 난 옥
라스베가스는
손을 엎었다 뒤집었다
환락이 날개를 달고
욕망이 지하에 숨어
기어든 육신 지탱하며
식탁에서 식사를 그려보는
바퀴벌레들이 산다
꿀을 찾아 나풀거리는 나비들
요행에 굶주려 먹잇감 헤매는 개미들
뜨는 해로 살아났다가
구름이 흔들거려
어둠이 구부러지면
신선한 맛을 꿈꾸다가
다시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거린다
어쩔 수 없는 굴레라 믿으며 사람들은
착각을 하지
드라이브 스루로 한 몸을 이루다가,
서로 밀쳐내는 일,
순간을 점프하려는 기상천외한
메뚜기들도 너무 많아
쉽게 현실을 피안에 버려두는 냉정한
결기
부슬부슬 비가 폐부를 찌른다
화려한 자유 뒤에 옴짝 못하는 결박이
흡사 곤충 박물관 마냥
우글거리는 라스베가스
얼룩진 환영의 그림자다.
바람의 길
김 난 옥
휘어진 초승달에 걸터앉는다
발아래 산줄기 울퉁불퉁
고르지 않는 곳,
그곳으로 깊숙이 발바닥 닿는다
마음의 골목 어지러울 때
햇빛에 잘 구워진
구부렁 길 따라가는
구절양장의 생
모두 찰나의 점
푸석거리는 길에 나 뒹구는
쪼그라든 꽃들을 보듬어
시들어 가기 전 내게 오는
꽃 한 아름
늙어가는 길에
초록의 바람 부는데
이미 수천 번을 떠돌다 갔을
바람의 길들이
또 다른 방랑의 춤사위로
출렁인다.
헤엄쳐 가는 혀
김 난 옥
맑은 물 한 동이
청결한 지느러미가 되지
한밤에 깨어 홀로 어슬렁거리다
몽유하듯 거슬러 오르는 순간과
마주하지
한 마리 양으로 빛바랜 달 훔쳐
언어로 잡아채기 이전에
상상은 늘 머리 위를 쿵쿵 뛰어다니지
행과 연 사이 거미줄 걷어내
구석구석 꺼내 맛을 보며 문자를 말리지
훌훌 마음 하나 세워 헤엄쳐 가는 혀도
내게 달려온 빛의 언어 한 자락
홀로그램으로 새어 나와
저 혼자 번뜩이고 있지.
카페 게시글
♣♣.....회원소식
김난옥 회원 시인등단
박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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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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