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0일, 나는 왜 글을 쓰는가
◎#26-0918》AI수정·협업》관찰작가 여유시간의 중심에서 본 세상
by여유시간
3시간전
6월 11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100일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처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부터 글쓰기가 좋아졌다.
생각이 떠오르면 적어보고 싶었고, 살아오면서 경험한 일들을 그냥 흘려보내기보다 글로 정리해보고 싶었다.
글쓰기는 어느 순간 내게 취미가 되었다.
─
브런치 작가에 도전한 이유도 조금 달랐다.
자서전을 써보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살아온 시간을 한번 돌아보고 싶었다. 내가 어떤 일을 겪었고, 무엇을 배우며 살아왔는지, 그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기록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나만의 서재가 필요했다.
그 서재를 얻어보자는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6월 11일 작가 합격 소감을 쓰던 날에도 자서전은 아직 구상 단계였다.
나는 아직 내 삶을 본격적으로 소환하지 않았다.
그저 언젠가는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브런치라는 서재를 얻고 나니 생각보다 많은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100일이 지난 지금, 자서전도 쓰고 있다.
─
100일 동안 570편 이상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나는 관찰작가였다.
사람을 관찰하고, 관계를 관찰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내가 생각할 거리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정리한다.
나에게 글쓰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만은 아니다.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생각을 꺼내어 책상 위에 펼쳐놓는 일에 가깝다.
생각을 문장으로 만들다 보면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나 자신도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내 생각을 메모하고 정리하고 기록하기 위해서다.
─
그렇다면 왜 굳이 공개해서 쓸까.
혼자 노트에 적어두어도 될 텐데 말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얻은 생각과 경험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종이책에 담아 출판해야만 가치 있는 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오면서 얻은 지혜 가운데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기꺼이 건네고 싶다.
그래서 쉽게 읽히는 언어로 쓰려고 한다.
어렵게 쓰는 것이 지식을 더 많이 가진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이라면, 알아듣기 쉬워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많은 댓글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다.
내가 정리한 생각이 필요한 사람에게 닿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
브런치에서 100일을 맞으면서 카페에서 활동하던 시간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카페는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다.
이야기 벗을 만나고, 정보를 주고받고, 댓글을 통해 관계를 이어간다.
게시글 하나에 공감하면 댓글을 남기고, 그 댓글에 답글이 달리고, 다시 대댓글이 이어진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것도 분명 좋은 소통이다.
하지만 그 소통에는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 따른다.
질문에 답해야 하고, 답글을 달아야 하고, 때로는 상대의 마음을 살피며 다시 말을 이어가야 한다.
나는 그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은 각자 길을 가다 마주치는 시대의 시간인연인 것이다.
─
브런치는 조금 달랐다.
글을 올리고 나면 누군가 읽는다.
그리고 그냥 간다.
댓글을 남길 수도 있지만 남기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처음에는 이 차이가 조금 낯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편안해졌다.
생각해 보니 이것이 브런치의 매력인지도 모른다.
내 글을 읽었다고 해서 반드시 소감을 남길 필요가 없다.
좋았으면 좋았다고 말해도 되고, 생각할 것이 생겼다면 자기 삶 속에서 생각해 보면 된다.
아무 말 없이 다음 글로 넘어가도 괜찮다.
질문이 아니라면 굳이 답을 요구할 이유도 없다.
─
나는 독자에게 내 글을 읽었다는 흔적까지 요구하고 싶지 않다.
‘읽었으면 댓글을 남겨야지.’
‘댓글을 받았으면 답글을 해야지.’
‘서로 소통해야 좋은 작가와 독자의 관계가 되는 것 아닌가.’
그런 부담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읽는 사람도 자유롭고, 쓰는 사람도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질문이 있다면 답하면 된다.
생각을 나누고 싶다면 댓글을 남기면 된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읽고 지나가는 것도 충분히 괜찮다.
그것이 오히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
나는 댓글을 주고받는 시간을 무조건 나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게는 글을 쓰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댓글 하나에 답하고, 또 답글이 달리고, 그것에 다시 반응하다 보면 어느새 글을 쓰는 시간보다 반응을 관리하는 시간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나는 남은 인생을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내가 브런치에 온 이유는 인맥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기록하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서로 프리하게 활동했으면 좋겠다.
읽고 싶으면 읽고,
쓰고 싶으면 쓰고,
말하고 싶으면 말하고,
말하고 싶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면 된다.
─
나는 글쓰기가 취미인 사람이다.
이것은 생각보다 강력한 일이다.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마감이 있다.
책을 내야 하는 일정이 있고, 출판사의 요구가 있고, 시장의 흐름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조금 다른 자유가 있다.
쓰고 싶으면 쓴다.
생각나면 기록한다.
궁금하면 찾아본다.
경험하면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남긴다.
누가 시켜서 쓰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쓴다.
글쓰기가 취미가 된 사람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출판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과 글쓰기를 좋아해서 계속 쓰는 사람은 글을 대하는 방식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쓰고 싶다.
─
100일 동안 브런치에서 글을 쓰면서 내가 얻은 것은 구독자 천 명이나 댓글의 숫자만은 아니다.
나에게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서재가 생겼다.
살아온 경험을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됐고,
사람과 세상을 관찰하는 사람이며,
그 관찰을 생각으로 바꾸고,
그 생각을 다시 글로 기록하는 사람이다.
나는 관찰작가다.
─
6월 11일에는 자서전을 쓰고 싶어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그때는 자서전을 구상만 하고 있었다.
100일이 지난 지금 나는 자서전을 쓰고 있고, 그 과정에서 명상과 몰입으로 수많은 생각을 글로 꺼내놓았다.
그러고 보니 브런치는 내가 원했던 서재 이상의 공간이 되어 있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오늘의 생각을 기록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내가 살아오며 얻은 지혜를 건네는 곳.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앞으로도 내 방식대로 글을 쓸 것이다.
다만, 많은 사람이 읽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내 글에서 필요한 것을 하나라도 얻어간다면 더 좋겠다.
하지만 댓글을 남겨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았으면 한다.
읽고 그냥 가도 된다.
마음에 담지 말고, 마음에 남으면 가져가면 된다.
나는 그 대신 오늘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
생각하고,
관찰하고,
기록하고,
쓰겠다.
브런치 100일.
나는 이제야 내가 왜 이곳에 와서 글을 쓰고 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독자를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에서 건져 올린 실용인문학에 관한 생각을 세상에 놓아두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것을 읽을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실용인문학#26》AI수정·협업》관찰작가 여유시간의 중심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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