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신문에 난 작은 기사..이름 앞에 '고독한 죽음'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이 사람.
1992년 9월 6일 알래스카 산속에서 굶어죽은 채 발견되었단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경도된 그는, 고독을 찾아 알래스카로 향했다고 하는데... ...
25살에 비명횡사한 그의 삶을 작은 신문기사로 보면서 소로의 책을 꺼내보았다.
누렇게 두동강이 나있다.
대략 10년 전 쯤에 읽은 듯 하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 어떤 느낌. 어떤 감동..등등 이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워낙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장면 장면 인상적인 부분이 떠오르긴 하지만, 딱히 책에 대한 느낌이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는게 당연한 건지도..
하지만 또렷하게 떠오르는 건...책을 덮기 바로 직전 읽었던 그의 길지 않은 생애의 기록..
읽으면서 몇번 실소를 머금었던 기억은 왜 이리 또렷한지..
다시 펼쳐보았다.
나를 실소케 했던 그 기억을 더듬어보기위해.
하버드대 입학과 졸업이후...활동들...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다 감옥에 수감...친척의 대납으로 다음날 풀려남..
그래 여기서 한번 웃었다..좋은 친척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인데 난 왜 웃었을까..
그때 난 나의 인간성이 평이하거나 관대하다기 보다 다소 배배 꼬여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월든의 생활을 끝내고 에머슨의 저택에 관리인으로...
이 대목에서 또 웃었다.
에머슨의 <주택>이나 <자택>이 아니라 <저택>이 내 웃음을 유발했을 것이다.
난 나의 인간성이 배배 꼬이다 못해 뒤틀려있다는 생각을 차마 떨칠 수 없었다.
혹한의 겨울날 숲에 들어가 나이테를 세다가 독감에 걸렸으며 ...나이테를 세다가...세다가...
이 대목에서는 웃음은 안 나왔다.
19세기 중반, 독감으로 시작된 호흡기 질환은 치명적이었을 것이리라.
그냥..소로의 자연주의적 삶을 강조하고 싶었을 자서전 작가의 지나친 의욕이..되려 소로의 삶을 희화화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든것같다.
페이지를 주루룩 넘겨보았다.
딱 두 곳에 줄이 쳐져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는 것이 심신에 좋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교제는 대체로 값이 너무 싸다>
그 많고 많은 아름다운 글들 다 놔두고 하필이면 이런 문장에 !
내 소행인지..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남긴 흔적인지는 알 수 없다.
그 밑줄이 만약 내 소행이라면...나는 그리 성격이 원만한 사람은 아니라 다시 확인할 뿐이고..
다른 사람 소행이라면..나처럼 성격이 원만치 않은 사람이 더러 있음에 안도..
이 밤에 굳이 이렇게 쓸데없이 긴 글을 쓰는 이유는...글쎄..
25세에 아사한 한 젊은이의 죽음을 보며 그냥 생각이 나서...
그리고 ...한가지 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혹 그 사람의 학력이나 학벌, 남과 다른 특이한 이력, 사람들에게 던진 말이나 남긴 글들을 그 기준으로 삼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그 순간의 진실은 있었겠지만...뭐...과대평가 평가절상은 경계해야겠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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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를 읽으면서 함께 읽을 책이라 싶어..오래전 게시판에 올린 서평을 찾아서 다시 올리는데..
서평이라기 보다는 태클성 감상문이구만요.
지금 읽어보니 난 정말 심성이 배배 꼬였구나 싶은데..그래도 어쨌거나 책을 다시 펼쳐들던 그 밤 그 순간의 진실은 담겨 있다 여겨 복사해서 올립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싶네요.
30대 후반과 40대 후반, 10년이라는 간극이 책의 행간을 어떻게 다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오지락 회원님들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첫댓글 영어 원서를 1년째 읽고 있다능.
와우..대단하심요..원서로 읽는게 번역보다 더 느낌이 살기도 하고, 다 읽고나면 뿌듯도 한데..한권 제대로 마치기가 쉽지는 않죠..
끝까지 마무리 잘 하셔요~ 나도 이번 참에는 원서로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