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로부터 시작되는 파스카 성삼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죽음, 부활의 파스카 구원의 신비 과정을 거행하는 연중 가장 절정에 달하는 날들입니다. 성 목요일 저녁에 봉헌하는 주님 만찬 미사는 ‘성금요일 전야’에 해당하는 것으로 성삼일의 시작을 알리는 예절이므로 파스카 성삼일은 정확히 성금요일, 성토요일,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말합니다.(파스카 축제 : 파스카의 사전적 의미는 ‘건너서 지나가다’라는 뜻으로,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이집트를 탈출할 때 재앙을 몰고 오는 죽음의 천사에게 이스라엘 백성임을 알리기 위하여 문설주에 가축의 피를 발라놓은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주님 만찬 미사는 주님의 마지막 만찬과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을 기념하는 것으로 이날 전례는 발씻김 예식, 성체 축성, 수난 감실로 성체를 옮겨 모심, 밤중 성체조배 순으로 거행됩니다. 이날 미사부터 본격적인 주님의 수난을 기념하기 때문에 그 표시로 대영광송 때 성당 종과 제대 종을 치고, 부활 성야 미사의 대영광송 전까지 타종하지 않습니다. 말씀 전례는 주님 만찬의 예형인 유다인의 파스카 만찬(탈출기 12,1-8.11-14)과 사도 시대 성찬례의 핵심을 전해 주는 만찬 내용(1코린 11,23-26)이 봉독되고, 복음은 마지막 만찬 때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는 주님(요한 13,1-15)을 선포하게 됩니다.
발씻김 예식(세족례)은 주님께서 인류에 대해 끝없이 펼치신 사랑과 희생, 겸손과 봉사를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예식으로 한국 교회는 2016년 봄 정기총회에서 교황청 경신성사성의 교령에 따라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과 병자, 노인 등 모든 이가 공식적으로 이 예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발씻김 예식을 마치면 신앙고백 없이 보편 지향 기도를 바치고 미사를 이어가게 됩니다.
영성체 예식 후 사제는 ‘수난 감실’로 성체를 옮겨 모시는데, 이는 주님의 수난 여정에 교회가 참여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성체가 수난 감실로 모셔지는 동안 신자들은 ‘성체 찬가’를 부르면서 성체를 따라 이동한 후 ‘밤중 성체 조배’를 하게 됩니다. “한 시간만이라도 나와 함께 깨어 기도할 수 없느냐”는 주님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예식이 모두 끝나면 주님 부활 때까지 어떠한 전례도 없음을 드러내는 의미에서 제대보를 벗깁니다. 또 성 금요일 십자가 처형까지 온갖 고통을 당하고 계심을 뜻하는 의미에서 성당의 모든 십자가는 홍색 또는 자색 천으로 가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