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를 알고 있나요?
고구려 평원왕에게는 딸이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자주 울었습니다. 왕은 딸이 울면 언제나 농담삼아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그만 뚝 울음을 그쳐야지. 자꾸 그렇게 울면 바보 온달한테 시집 보낸다."
온달은 너무 가난해서 해진 옷을 걸치고 후줄근한 몰골로 밥을 얻으러 다녔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바보 온달'이라고 불렀지만 실은 홀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밥을 구걸했던 효자였습니다.
한편 평원왕은 딸이 시집 갈 나이가 되자 높은 벼슬을 하는 집안으로 시집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평원왕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바마마께서는 제게 온달의 아내가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임금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시는 법입니다. 그런데 지금 아바마마께서는 저에게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라고 하십니다. 저는 아바마마의 뜻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평원왕은 딸의 대답에 화를 벌컥 냈습니다.
"아비의 명을 거역하겠다면 네 마음대로 하여라. 나가거라. 나가서 네 맘대로 살아."
공주는 가지고 있던 금팔찌들을 가지고 궁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물어 온달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작고 초라한 집에 온달은 없고 눈먼 온달 어머니만 계셨습니다. 공주는 온달 어미니의 손을 잡고 물었습니다.
"어머님, 온달님은 어디 계신지요?"
온달 어머니는 가만히 공주의 목소리를 듣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좋은 향기와 부드러운 손을 가지신 그대는 귀한 분이신 것 같은데 어찌하여 보잘 것 없는 내 아들을 찾으십니까? 온달은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느릅나무 껍질을 벗겨 오려고 산에 가고 없습니다."
공주는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산 아래에서 온달을 기다렸습니다. 한참 기다리자 온달이 느릅나무 껍질을 지고 내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공주는 온달에게 자신을 받아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온달은 화를 내며,
"얌전한 아가씨가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지. 너는 여유냐, 귀신이냐. 가까이 오지 마라."
라며 혼자 가 버렸습니다. 공주는 다음 날 다시 온달 집으로 찾아가 그 동안의 일을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공주는 온달과 그의 어머니를 설득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온 금팔찌들을 팔아서 살림을 마련했습니다.
공주는 온달에게 공부도 시키고 무예도 닦게 했습니다. 중국이 고구려를 공격해 오자 온달이 앞장서서 용감하게 싸워 크게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한편 평원왕도 이 소식을 듣고 흔쾌히 온달을 사위로 인정하고 높은 벼슬을 내렸습니다.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 속에는 가난한 고구려 백성들이 먹었던 것이 나옵니다. 바로 느릅나무 껍질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든 먹을 것이 없을 때는 풀과 풀뿌리, 부드러운 나무껍질을 벗겨서 배고픔을 이겨냈던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을 때 느릅나무나 소나무의 부드러운 속껍질을 벗겨서 먹었습니다.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일제에도 일본에 식량을 모두 빼앗긴 사람들이 먹어야 했던 것 중의 하나가 느릅나무와 소나무 껍질이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나무 껍질을 먹고 살아야 하는 역경이 있었어도 우리 민족은 잘 이겨 냈습니다. 온달이 앞을 못 보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나무 껍질을 먹으며 살았지만 결국은 고구려를 지킨 훌륭한 온달 장군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김아리 글 / 정수영 그림,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민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