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28. 화요일
예약된 시각인 오전 10시 35분에 성모병원 정형외과에 외래 진료차 들렀다.
거의 1년 전부터 오른쪽 상완의 삼각근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6개월 전부터는 상체 근육운동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하였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진료하였으나 차도가 없어 대학병원인 성모병원에서 열흘 전에 진료를 받고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았다. 그러나 역시 별 차도가 없었다.
그러던 중 며칠 뒤에, 오른쪽 귀의 중이염 증상과 난청(60년 동안 계속된 고질병)이 악화하여 같은 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았다. 처방된 약들을 살펴보니 진료한 교수가 강조하면서 꼭 처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던 강력한 부신피질 호르몬제(스테로이드제)인 소론도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항경련제인 리보트릴정도 있었고, 그 외에 소화기 증상 개선제들과 혈액순환 촉진제가 들어있었다.
중요한 것은 소론도정이었다. 며칠 복용하니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귀가 막힌 느낌이 현저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윙윙거리는 소음도 줄어들고, 무엇보다도 소리가 잘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60년 동안 지속되었던 난청 현상이 이렇게 현저히 개선되다니~! 매우 놀랐다. 정상인 왼쪽 귀 청력의 2/3 정도까지 회복된 듯하다. 진작에 이런 진료를 받았으면 좋았을 것을…….
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1년간 지속되었던 오른쪽 상완 삼각근 통증이 급속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통증으로 인해 오른쪽 팔과 어깨를 만질 수조차 없었고, 오른쪽 등 뒤로 팔을 보낼 수도 없었는데, 이제는 그런 동작들의 범위가 점점 확장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는 턱걸이, 팔굽혀펴기, 롤러 굴리기 등 상체 근육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 정형외과 교수를 만나 이와 같은 전후 사정을 얘기했더니, 스테로이드제 복용의 효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 앞으로 계속 좋아질 것이며 운동을 계속해도 된다는 반가운 말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었다. 피로감, 소화기능 이상, 다리와 입 안의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총 14일의 처방 중, 스테로이드제인 소론도정 처방은 1일 10정씩 5일, 6정씩 2일, 2정씩 2일을 처방하고, 그 후는 처방이 중지되었다.
모든 약이 그러하지만, 스테로이드제는 그 양면성이 특히나 크다고 하는데, 그 특성을 실감한 9월이었다.
병원 진료를 마친 후,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에 들러 스마트폰 배터리 교체를 신청하였다.
현재 갤럭시노트9를 만 3년을 사용하였는데, 배터리 기능이 저하된 것만 빼놓고 보면 내가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거의 없다. 평상시에는 배터리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등산을 갔을 때 문제가 가끔씩 발생하곤 한다. 등산 시간이 6~7시간 이상으로 길어지고,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많이 하고, 산속이라 네트워크 상태가 나쁘다 보니 배터리가 빨리 소진되어 버리곤 하는 것이었다.
노트9의 배터리는 용량이 4,000mAh로 다른 모델보다 용량이 커서 구입 초기에는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서 보면 배터리가 40~50%씩 남아있곤 했었는데, 3년이 지난 최근에 와서는 산속에서 배터리가 번아웃되어 버려 낭패를 겪곤 했다.
새로 나온 모델들은 폰 가격, 네트워크 상태 미비, 요금제 등의 문제로 교체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배터리를 교체하여 1~2년 더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전에 사용하던 노트4도 이런 방식으로 4년을 별문제 없이 유용하게 잘 사용하였었다.
배터리 교체 신청 후 내 차례가 되어 상담이 시작되었는데, 담당자는 배터리를 교환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자꾸 반복하는 것이었다. 내 폰 배터리의 현재 성능을 점검한 후 모니터상의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교체를 해도 용량이 크게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으며, 그럴 경우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나도 나름대로 내 경험과 인터넷상의 정보를 제시하며 교체의 필요성을 설명하였으나 서로의 대화 초점이 어긋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충천과 사용을 반복할수록 모든 배터리의 성능(최대 충전 용량, 충전 속도 등)은 점차 감소하는 게 물리학의 기본법칙임이 분명한데, 이 직원은 정해진 다른 방향으로만 자기주장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환하는 배터리가 삼성폰에 사용하는 정품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내게 주면(인증서나 사진 등) 나는 교체 후 문제가 발생해도 환불 요청 등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니까, 그런 자료를 회사 방침에 따라 제공할 수는 없고, 교환하는 배터리를 잠깐 보여만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교체하라고 했다. 교체 비용이 좀 비쌌다. 53,000원. 교체 시간은 35분 정도.
사원이 배터리를 교체하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배터리를 교환하면 배터리의 성능이 좋아지는 게 분명하고, 폰을 장시간 사용할 때 많은 이점이 생기는 것임을 회사측이나 서비스 담당 사원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이런 식으로 교체를 막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주 조직적으로 회사 차원에서 사원들에게 이와 비슷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마도, 새로 출시되는 제품의 판매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 그 첫 번째 회사의 숨은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쓴 배터리를 교체하여 구제품을 오래도록 쓰는 사용자들이 많을수록 회사에서 신규로 출시하는 폰 판매 이익은 줄어들 테니까. 둘째로는 사원 처지에서 배터리 교체에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그로 인한 개인적 불이익이 주어지는 서비스센터 시스템상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셋째로는 노트9 배터리 재고 기간이 오래되어 교체를 한 후에도 배터리의 성능(4,000mAh)이 충분히 나올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교체된 배터리의 성능을 객관적인 측정 자료나 수치가 아닌 짐작과 느낌으로 실제 용량보다 낮게 주관적으로만 판단하여 항의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기에…….
그러나, 너무 많은 새로운 물건들을 너무 짧은 시간에 바꿔 사용하기를 강요하는 현대 물질문명, 거대기업들, 그런 대중적인 소비문화, 그리고 그런 분위기와 경향에 자신도 모르게 휩쓸리는 우리들, 그로 인해 가속되어 가는 지구 환경의 위기~! 이런 것들은 분명히 개선되어야만 할 심각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어쩌면, 폰의 배터리를 사원과 실랑이까지 하면서 교체해서 쓰고야 마는 나의 이러한 쪼잔해 보일지도 모를 행동은, 지구상의 저런 현 세태에 대한 거리두기와 경멸과 반발인지도 모르겠다.
배터리를 교체한 후 집으로 와서 100% 충전을 한 후, 시간을 두고 여러 가지로 배터리 성능을 테스트해 보았다. 여러 성능이 월등히 좋아졌음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마음 놓고 장시간 산행이나 산책길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무거운 보조배터리를 별도로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은 던져버리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