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회 동부연회 참관기
2024년 4월 2일~4일까지 제83회 동부연회가 홍천 소노벨비발디파크 소노캄에서 개최되었다. 동부연회는 1931년 제1회 연회로부터 시작된다. 1885년 미(북)감리회는 아펜젤러와 스크랜턴 선교사를, 1897년 미남감리회는 리드 선교사를 조선에 파송하여 선교의 불을 지폈다. 그 후 두 감리회는 미국 본토에서도 이루지 못한 남북 합동을 피선교국인 조선에서 이루어냄으로써 1930년 12월 2일 냉천동 협성신학교 강당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여 조선감리회 자치시대를 열었다. 미감리회가 조선에 선교한 지 46년 만이고, 남감리회는 33년 만의 얻은 쾌거다. 이듬해 1931년 6월 10일 제1회 동부․중부․서부연회를 개최하여 자치시대의 조선감리회 체제를 갖추었다. 1940년 일본교단에 강제 편입되는 바람에 잠시 연회 간판을 내려야 했고 해방 후에는 재건파와 복흥파의 분열로 동부연회가 정비되지 못하였다. 다행히 1949년 분열의 끝을 내고 통합한 후에는 이듬해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전국이 전쟁의 포화에 휩싸여 있었을 때에도 연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 그 후 1980년 3월 28일에 열린 제13차 총회 특별총회에서 전국을 5개 연회로 개편하여 서울과 경기지역을 제외하고 강원도와 충청북도 지방을 동부연회 지역으로 재편했다. 1997년 10월 27에 개최된 임시 입법의회에서 충청북도 지방을 중심으로 충북연회를 분할하여 동부연회는 강원도 소속 지방만으로 조직되어 오늘에 이르러 마침내 2024년 제83회 동부연회를 맞이한 것이다.
한국감리회 총 13개 연회 중에 동부연회는 대부분이 산악지형인 강원도 전역을 담당하고 있어서 연회가 열리면 개최지 인근 지역에서 숙박함으로써 연회에 참석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부터인가 회의와 숙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연회 장소가 리조트로 옮겨져서 회의의 편리성을 꾀했다. 연회는 회무가 주된 업무이기는 하지만 그 기간에 공연과 세미나를 곁들임으로써 연회원에게 목회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모처럼 쉼을 얻을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 제82회 연회는 원주 오크밸리 스키빌리지에서 개최되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여서 연회 고유 업무 이외의 여러 부대 행사를 원활하게 치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연회 진행이 편리해졌는지는 모르나 연회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고유 업무가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으므로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제83회 연회는 그런 유감이 더 깊게 남았다.
이번 연회는 첫날 오전부터 숙소 배정으로 분주했고 오후 2시에 개회되었다. 제1차 집회가 통합예배 형식으로 진행되어 통상적인 개회선언, 서기선택, 회원점명, 회원석결정, 회순채택 등이 이어졌다. 그다음으로 개회예배를 시작으로 별세교역자 추모예배, 은퇴찬하예배, 목사안수례, 성찬식까지 3시간 동안 오후 시간 내내 쉴 틈도 없이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되었다. 회원들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해도 담당자들은 한 발자국도 옮길 수 없어서 그 피로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목회자로서 처음 발을 내딛는 목사안수례, 40년 그 임무를 다 마친 노병을 위한 은퇴찬하식, 또 일생을 다 마치고 하나님의 품에 안긴 회원을 추모하는 별세회원 추모예배는 연회 업무 중에 가장 거룩하고 엄숙한 예식이다. 더욱이 우리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며 영원히 기념해야 할 성찬예식은 그 귀함을 강조한들 사족이 아니던가? 연회가 일반 세상 단체에서 가지는 회무가 아니라 이런 성례가 있으므로 거룩한 연회요 연회원의 성회다. 이것이 1931년 기독교 조선감리회 제1회 연회 때부터 지켜 내려온 전통이다. 그러나 리조트에서의 연회 개최로 인해 이런 고귀한 전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그냥 연례행사로 치르는 모습은 내내 유감스러웠다.
특히 새내기 목사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과 하나님의 임재의 경험을 가지는 목사안수례가 성전도 아니고 십자가조차 세울 수 없는 광활한 공연장에서의 기념식 수준이 되고 말았으니 하나님의 성직을 받는 엄숙함은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통상 안수례는 회원들이 자리에서 많이 빠지는 마지막 날에 개최하여 가족들, 관계자들이 조용하고도 기쁘고 거룩하게 치를 수 있도록 배려했었다. 그런데 오랜 만에 지인을 만나서 들뜬 마음으로 장날 같이 복잡한 첫날에 이런 엄숙한 예식을 계획했다는 것은 관계자의 무뇌(無腦) 작용의 결과는 아니었는지 씁쓸했다. 정작 이런 중요한 성례는 대충 해치우고는 저녁 집회 내내 음악회, 포럼, 강연회, 콘서트로 채웠으니 주객전도 객반위주(主客顚倒 客反爲主)라는 괴현상의 끝판을 본 것 같아 불편했다. 연회원들도 별로 회집되지 않는 연회 마지막 날에 굳이 성역 30주년 축하시간을 배정하여 썰렁한 축하식으로 전락시킨 회무 진행은 주관자의 뒤틀린 심보 때문은 아닌지 합리적 의구심마저 들었다.
주(主)가 객(客)이 되는 세상이 꼴불견이다. 주가 진정 자기 자리를 지켜줄 때 질서가 잡히는 법이다. 태초에 무질서했던 우주의 카오스(Chaos, 혼돈)를 창조주가 든든하게 그 자리에 서계시니 우주는 코스모스(Cosmos, 질서)를 안정적으로 회복하여 만물의 생존지로서 손색없이 보기에 심히 좋은 상태가 되었다(창 1:5). 그런 세상에 무질서의 장본인 마귀가 등장하여 세상은 다시 카오스로 변질되고 있다. 지금 내 믿음의 밭은 어떠한가? 주객전도의 비극이 일상화되지 않도록 날마다 빛이 되시는 예수님을 바라봐야 한다. 이번 동부연회를 참석하고는 내내 떠나지 않는 상념이다.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시오 오직 화평의 하나님이시니라”(고린도전서 14:33).
1930년 9월 남북감리교회가 통합 직전에 모인 남북감리교회 연합연회
1930년 창립된 기독교 조선감리회 제1회 총회 직후 열린 양주삼 총리사 취임예배
1930년 창립된 기독교 조선감리회의 휘장
1931년 6월에 개성에서 열린 제1회 동부 중부 서부 연합연회 기념
제83회 동부연회가 개최될 홍천 소노벨비발디파크 3층 소노캄 전경
연회장 입구
연회장 대회의실
연회 회의실 로비 갤러리
등록처
시끄럽고 분산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목사 안수례
횡계교회 이연상 목사의 은퇴찬하식 후에 기념 촬영
연회 마지막 날 개최된 성역 30주년 기념 축하 평창지방회원들- 원창연감리사(덕거교회), 우용현 목사(계촌교회), 조완형 목사(다수교회), 이정선 목사(도돈교회)
비발디파크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