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였다.
군대 전역 후 좀 이상한 루트로 승평중학교라는 곳에 복귀했다. 원래 그 학교로 갈 것이 아니었는데 정말 희한한 방식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은 작은 시골학교였는데 순천의 모든 문제학생들을 모아놓은 곳으로 유명했다. '교사의 머리끄댕이를 잡아댕기고 뺨을 친 학생'으로 인터넷 아고라에서 꽤나 시끄러웠던 순천 P중 P양이 있는 곳이었다. 아니나다를까 교사들이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더 아니나다를까 그 학생을 직접 만나보니 눈에서 살기가 나오는 것 같다. 이상한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그 학생과 많은 부분이 부딪혔다. 체육교사로서, 장교출신으로서 질서를 강조하는 나에게 무조건 자유만을 갈구하고 교사들의 지시에 불응하는 그 학생은 눈엣가시였다. 수시로 화를 냈고 벌을 줬다.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는 그 학생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 학생에 대한 욕을 수시로 했다. 그것은 퇴근 후 여자친구(현 아내)에게까지 흉보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 여학생의 부모까지 '무능력하고 개념없는 부모'라고 욕했다.
어느 날인가 그 학생과 다툼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내가 '빡쳤다'. 눈을 부라리고 욕을 하면서 나에게 달려드는 그 여학생에게 때릴 듯이 손을 들어올리면서 내가 쏘아볼 수 있는 최대한의 살기를 내뿜으며 눈을 부라렸다. 어떤 욕을 했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정신을 잃고 욕을 하는데 갑자기 그 학생이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순간 살짝 정신이 돌아왔다. '내가 대체 뭐하고 있는거지 이 쪼꼬만한 애한테?'
.....
명상을 하는데 그 여학생이 저 아래에서 갑자기 수면위로 떠올랐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행동을 해줌으로써 나에게 에너지를 줬으면 좋겠는데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해서 내 에너지를 뺏어가는 것 같았다. 실은 타인에게 에너지를 주라고 요구한 내 무지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내 에너지가 부족해서 타인에게 에너지를 내놓으라고 강요했던 건데 그걸 모르고 주지 않는 남탓만 했다. 나는 칼만 안든 강도였다.
눈물을 흘리며 나를 쳐다보는 그 여학생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그 두려움은 어떠했으랴....
첫댓글 타인을 위한다고 하였던 모든 행동들이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됩니다. 이렇게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양파 껍질처럼 숨겨진 부정 파동들이 벗겨져 나가다가 이제 그 쪼꼬만 여학생 이야기에 관련 된 내용들이 드러나도록 올라 올 차례가 되었나봅니다. 오래 묵은 때를 벗겨내고있음을 축하합니다.^^
교사라는 직업의 어려움이 진하게 전해져옵니다
화이팅^^^
모든 가해자= 피해자의 스승이라는 공식으로 ....진정한 스승으로 거듭나고 계시는 신사님, 언제나 응원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