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의 춘천 이야기23
지구촌에서 최고의 맛을 내는 춘천닭갈비
춘천닭갈비의 유래
춘천닭갈비는 이제 지구촌 음식이다. 춘천 고유의 명성보다도 더 춘천을 대표하는 지역표상이 되었다. 춘천닭갈비 이야기만 들어도 그 매콤달콤한 맛에 입에는 군침이 돈다. 그러면 춘천닭갈비는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항간에는 참 많은 원조가 있고, 다들 그럴듯한 이유를 댄다.
춘천닭갈비에 대해 기록한 가장 빠른 책은 『소양의 맥』(1982)이다. 이 책에 의하면 춘천닭갈비의 연원을 637년(신라 선덕왕6)에 우수주 사람들이 해 먹은 닭적까지 거론한다. 그러나 근거가 없다고 하였다. 다만 닭갈비가 양념을 해서 숙성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서 어느 정도 사실과 부합한다. 그리고 이어서 1958년 10월 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옛 강원은행 본점 지금의 조운동과 새명동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 김 모 씨가 판잣집을 얻어 ‘닭불고기집’ 상호로 시작한 음식이 춘천닭갈비의 시작이라 했다. 워낙 닭갈비 시원을 말한 사람이 많은 터라 어쩌면 이 기록도 여러 설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1980년대 초 춘천명동닭갈비 골목에 자주 들렀다. 그때 춘천닭갈비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해서 몇 집 주인에게 물었다. 그 대답은 모두 『소양의 맥』에 기록된 사실과 같았다.
춘천닭갈비의 종류
『소양의 맥』 기록이 정확하다면, 애초에 춘천닭갈비는 ‘숯불닭갈비’로 시작했다. 그 이름은 ‘닭불고기’였다. 화로를 놓고 숯불에 구워 팔던 닭불고기가 춘천닭갈비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그런데 ‘숯불닭갈비’ 또는 ‘연탄닭갈비’는 그 양이 손님의 배를 채울 만큼 흡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인은 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고구마며 채소며 떡 등을 넣어 양을 늘렸다. 닭갈비에도 솥뚜껑의 혁명이 적용되었다. 사람들은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좋아했다. 이름하여 ‘판닭갈비’ 또는 ‘철판닭갈비’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 1970년대 소양강댐 건설 현장 닭갈비 설도 있다. 댐 건설에 참여했던 인부들에게 함바집에서 제공하던 ‘볶음닭갈비’였다. 닭고기와 채소와 고구마를 넣어 큰 프라이팬이나 양푼이에 볶아 먹었다. 춘천닭갈비는 아니지만, 태백과 홍천에서는 ‘물닭갈비’를 내세운다. 큰 냄비에 닭고기와 갖은 채소를 넣고 물을 부어 끓여 내오는 음식이다. 이 밖에도 돼지고기 대응설, 선술집 안주설 등 닭갈비 종류와 원조설은 더 많다. 최소한 춘천닭갈비는 『후한서』<양수전>에 나오는 계륵(鷄肋)은 아니다. 춘천닭갈비가 맛있어서 이렇게 많은 원조설과 종류가 나오지 않았을까.
닭갈비 맛있게 먹는 법
춘천닭갈비가 맛있는 이유 중 하나는 숙성(熟成)에 있다. 닭고기와 양념을 재워 숙성하여 춘천닭갈비 고유의 맛을 낸다. 우리의 김치며, 젓갈이며, 식혜 등이 맛있는 이유와 같다.
그런데 춘천닭갈비를 맛있게 먹으려면 『소양의 맥』에서도 기록으로 남아있듯, 첫째는 춘천에서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맛 때문일까, 분위기 때문일까. 정말 춘천지역을 떠나면 춘천닭갈비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없다. 둘째는 추억으로 먹는 방법이다. 가장 맛있게 먹었던 옛 순간을 생각하면서 먹어야 한다. 추억으로 떠나는 여행만큼 상상은 가슴 설레게 한다. 셋째는 정으로 먹는 방법이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곧 친구, 가족, 연인들이 서로 권하고 쌈 싸주면서 먹을 때 그 기분 정말 달콤하다. 넷째는 맛으로 먹는 방법이다. 뜨겁게 익히면서 먹고, 동치미와 같이 먹고, 쌈, 채소, 고구마, 깻잎의 향을 만끽하며 먹고, 마늘, 고추, 떡볶이도 곁들일 것, 밥 비비고 사리 섞어 후식으로 먹는다. 아, 정말 닭갈비는 상상만 해도 좋다.
이 가을 모든 춘천사람이 맛있는 닭갈비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으며 알콩달콩 정을 듬뿍 나눴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