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쪽 침상에 배를 드러내고 눕다. 인생만사를 통달한 경지를 표현한 말이다. 명예와 지위를 초월하면 마음 속에 꺼릴 것이 없으니 아무런 근심걱정도 없다.
▶ 진(晉)나라의 뛰어난 서예가 왕희지(王羲之, 321~379)는 자가 일소(逸少)이고 낭아(浪芽) 임기(臨沂)사람이다. 그는 일찍이 참군(參軍) 회계(會稽) 내사(內史) 등의 관직을 역임했고 저서로는 왕우군집(王右軍集)10권 등이 있다
동진(東晉) 경구(京口 지금의 장쑤성 전장시)에 사는 치감이 제자를 시켜 당시 승상이었던 왕도(王導)에게 사돈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편지를 전했다. 승상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치감의 제자에게 말했다. "동편 곁채로 가 마음대로 고르시게"
차감의 제자는 동편 곁채에서 승상의 아들들을 면면히 살피고돌아가 치감에게 이렇게 전했다. "왕씨 집안의 자제들은 모두 훌륭합니다 그런데 그중 한 도련님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배를 드러내 놓고 침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바로 그 사람일세"
치감은 그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는사람이 왕희지임을 알아차리고 딸을 그에게 시집 보냈다. 지금까지 사위라는 뜻으로 쓰이는'단복동상(袒服東床, 동쪽 침상에 배를 드러내고 눕다.)'과 동상東床'이라는말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왕희지의'단복동상'은 명예와 이익을 추구한 다른 형제들이 일부러 점잖고 엄숙한 척 행동하는 것과는 다르게 명예와 지위에 연연하지 않는 자신만의 즐거움과 자유로운 세계를 표현한 행위이다. 문필가와 서예가로 유명한 왕희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거나 근심걱정하지 않고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치감은 이런 왕희지의 됨됨이를 제대로 알아 본 것이다.
[참고] 세설신어 (世說新語) - 후한(後漢) 말에서 동진(東晉) 말까지 약 200년 동안 실존했던 제왕과 고관 귀족을 비롯하여 문인ㆍ학자ㆍ현자ㆍ승려ㆍ부녀자 등 700여 명에 달하는 인물들의 독특한 언행과 일화 1,130조를, 덕행(德行) 편부터 구극(仇隙) 편까지 36편에 주제별로 수록해 놓은 이야기 모음집이다. 내용이 상당히 방대하여 당시의 문학ㆍ예술ㆍ정치ㆍ학술ㆍ사상ㆍ역사ㆍ사회상ㆍ인생관 등 인간 생활의 전반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 따라서 중국 중고시대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필독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