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미켈란젤로展 광고를 보고 또 그후 신선설렁탕집에서도 같은 광고를 보니 불현듯 가보고 싶어졌다. 월요일은 휴관이어서 화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데 전시장은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 집에서 버스로 다섯 정거장의 거리라서 가깝다.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천지창조는 7~8년 전에 방문했던 로마 시스티나 성당에서 고개 쳐들고 올려다보았으나 기억에 하나 남지 않고 오히려 오늘 아주 천천히, 아주 꼼꼼히 바라볼 수 있어 여기가 더 실감나는 현장일 수 있겠다.
전쟁기념관의 만국기조차 더위에 지쳤는가 물에 몸을 담그어 물고기처럼 헤염치고 있고 입구에서 전시실까지 꽤나 긴 거리를 나는 헉헉거리며 걸었다.
입장료 8,000원 컨버전스아트 뮤제오그라피 시스템이라 그럴만도 하고 전쟁기념관에서는 자주 이런 시스템으로 전시를 한다.
마침 11시가 되어, 해설사의 설명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나는 멀찌감치서 바라보다가 나중에 사진만 찍었다. 그 얘기가 바로 여기 인쇄된 내용과 같아서.
인체의 해부에도 조예가 많던 미켈란젤로는 대리석임에도 불구하고 혈관에 피가 흐르고 근육이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조각이라 놀랍다.
성베드로성당 안에 있는 실물의 <피에타>를 볼 때 나는 조각에 홀려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말을 잃고, 시간을 잃고...그러느라 동행의 일행을 놓치기도 해서 일행을 찾느라 얼마나 마음 졸이고 고생을 했던지 그 일 평생 잊혀지질 않는다.
오늘 여기에 모형의 피에타 조각이 있었지만 윤기가 흐르고 조명이 강해 사진만 못하고, 오히려 아니 본만 못했다.
이탈리아여행에서 본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도 잊을 수 없지만 피렌체 언덕 광장에 있는 것은 모조품이고 진짜는 어느 박물관에 있다고 들었다. 조각이 눈에 각인된 탓인지 이젠 진품인지 모조품인지도 구분할 만하고 모조품은 아예 아니 본만도 못하다.
전시장의 <피에타>
아침밥을 거르는 나는 12시전에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고 다시 전시장으로 가서 감상을 계속하였다. 배가 부르고난 뒤에 여유 있는 감상이 넉넉했고 의자도 많아서 쉬어가며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조각도 조각이지만 좋은 글귀 읽는 일만으로도 가슴 벅찼다. 미켈란젤로가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예술품으로 하여금 감상할 수 있는 오늘이 있음에 우리도 축복받은 몸이 아닌가?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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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그대 그리고 나 원문보기 글쓴이: 보견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