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친정 막내고모의 자서전이다. 몇 년전 시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너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티비에 나왔다. 급히 껴보있다. 막내고모였다. 그동안 전혀 소식을 알지 못하고 가끔 생각나면 궁금히기만 하였다. 언니는 알고 있었다고 한다. 언니 비닐하우스가 있는 곳에 청암대학교가 있는데, 그 대학교에서 막내 손녀의 재활치료를 왔다가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언니 비닐 하우스에 들른 것이다. 그래서 살아온 과거를 들려주고 낙안에 산다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사뭇 놀라운 이야기~~ 나는 기억에 없는 고모라 신기할 뿐이었다. 내가 첫 시집을 냈을 때와 산문집을 냈을 때 주소를 말아 보내드렸다. 반갑고 장하다고 위로해 주셨다. 그리고 막내손녀 미주가 작가를 꿈꾼다고 한다. 특히 반가왔던 건 친정엄마가 어떤 사럄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언니의 어렸을 때 이야기도 몇 줄 나왔다.
"올케언니는 그런 거지들을 다독이며, 가마솥에서 남은 밥을 다 담아주고, 누룽지도 긁어주고, 손에 연고도 발라주었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되지 않았지만 엄마도 올케언니가 그렇게 하는 걸 개의치 않고"
"올케언니가 엄마고 엄마가 할머니인줄 알고 컸다. 나를 친딸처럼 아끼고 키워준 것을 생각하면 올케언니의 심상이 고왔던 것 같다."
" 조카들 키우고 있던 우리 올케언니가 젖을 짜서 내 머리카락에 발라 참빗으로 빗겨주면 깔아놓은 하얀 종이에 이가 떨어졌다."
"놉 얻은 날은 포식하는 날이다. 출장 요리를 다닐 만큼 요리 솜씨가 좋은 올케언니가 만든 새참이랑 점심은 정말 맛있어서 예술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친정엄마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언니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은 다음이다. "엄마는 웃고 조카 미옥이는 쌜쭉한다. 나보다 어린데 손도 빠르고 시금치도 잘 다듬고 일을 잘했다. 동네 아쥬머니들이 느그 고모보다 낫다. 미옥이는 나보다 낫다는 말이 좋았던지 자기보다 더 큰 대야를 이고 어른 한 사람 몫을 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단단하고 정의롭다고 추억한다. 고등학생 때는 소설책 읽기에 몰두했다는 이야기, 남편괴 일찍 만나 아기를 낳고 (아들 둘) 이혼하기까지의 상황을 세세히 묘사한다. 다시 재결합하기까지의 일도 잘 표현한다. 그러나 마음의 아들 '도현' 이를 만나고 성인이 되기까지 과정과 성과를 묘사하는 건 가히 어느 소설가 못지 않았다. 그리고 큰아들이 낳은 네 명의 손주들 이야기는 이 책의 주된 이야기다. 큰손주 (병주) 가 세 살 때 집을 나간 며느리의 사랑스러움도 생생하게 기억하게 했다. 특히 막내 미주의 재활치료 과정을 세세히 묘사할 때는 진한 눈물이 흘렀다. 자식을 버리고 집 떠난 엄마들에게 경종을 주기 위해 케이비에스 인간극장에 출연을 허락했다는 작가의 긴급한 요청이 애달펐다. 시 두 편을 소개한다.
* 홀로 가는 길
김 봉 애
안개 낀 바다를 달렸다.
마음 깊은 곳
등대불 하나 믿고
휘적휘적
안개를 휘저으며
잘 보이지 않는 길
앞만 보고 죽어라 달렸다
고도에 홀로 서서
심연의 소리를 듣는다.
무엇을 위하여
어디를 향하여
지금, 나
어디쯤 왔나?
여긴 어디
나는 누구 ㆍㆍㆍㆍ
안개 넘어 저멀리
하늘 맞닿은 지평선
여명의 그림자
하늘 끝에 걸려있네
잘 찾아 왔구나
토닥토닥 안도의 한숨
삐죽이 내미는 태양 한조각
안개 걷혀가는 그 길을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걷는다
* 엄마의 전설
김 봉 애
내 손은 내 손이 아니여
길퀴여
온갖 장애물을 치우는 길퀴
우산이여
바람 맞을세라
비에 젖을세라
있는 힘껏 펼친 우산
무기여
아프게 할 때
용서없이 날아가는 미사일
목숨보다 귀한 너희들을 지키는 방패
맛있는 음식 제조기여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안 먹어도 배부르다니
그럴 리가 없다며 웃는다
그리고 ᆢ
그리고,
의학박사여
내 손은 약손이이여
내 손은 손이 아니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