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사회의 문제들 그리고 인문학의 사명
“인간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것은 생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그들은 높은 자리를 원하고 모두가 그들에게 순종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오히려 예수께서는
‘누구든지 주인이 되고자 하면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생각해 보십시오!” -마가복음(10:35~45)-
“나는 한국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강대국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만 문화적으로 아주 훌륭한 문화 선진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구-
한국사회의 저-출산율은 이미 부정할 수 없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인구의 감소와 학령인구감소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당장 유아용품을 생산 판매하는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소아과가 급속히 줄게 되고, 상당수의 어린이 집과 유치원들이 문을 닫게 되고...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대학사회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향후 10년, 20년을 예상하면 대학인구도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당장 많은 대학들이 미달 사태를 빗고 있는 것이 그 현상이며, 향후 10년 혹은 20년 동안 문을 닫게 될 대학들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왜 신세대들이 자녀를 출산하고자 하지 않는지 그 원인을 규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야 할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대다수의 신세대들이 ‘자녀를 낳아도 자녀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한국의 대학교수들은 크게 세 가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① 무엇이 어린자녀들로 하여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게 하는 한국의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풍토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러한 풍토를 보다 휴먼하게 바꾸어 나가려고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금 출산율이 높아지는 ‘자녀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학자들, 특히 인문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의 의무일 것이다.
② ①의 해결책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완전히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아무리 학자들이 고민을 하여도 현대사회의 구조나 기질 자체가 자녀를 적게 출산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지속적으로 학령인구가 줄게 되면 많은 대학들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현재 난립하고 있는 많은 대학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켜야할 대학과 문을 닫아야만 할 대학을 신중하게 규명하고 점진적으로 대학의 수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③ ②의 해결책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가급적 대학들이 생존하고자 할 것이며, 또 어떤 지역에서는 최소한 한 두 개의 대학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②의 노력과 더불어 현재 너무 비대해진 대학들의 구조를 합리적인 방안으로 줄여나가고자 하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일선 대학에서 당면하고 있는 고민은 바로 이 문제이다. 한마디로 대학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소한 분명한 사실은 위의 세 가지 문제를 순차적으로 함께 고민해야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정부나 교육보에서는 성급하게 ③의 해결책만을 구상하고 있다. 이상한 이름의 사업(프로젝트)를 제시하면서 ‘구조조정(단대, 학과 등)을 하는 대학’에만 연구비를 지급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대학마다 ‘우리도 구조저정을 하자’ ‘구조조정을 해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단순 논리로 ‘단과대학끼리의 통합 혹은 학과끼리의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참으로 단순한 생각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순서와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문제가 있는 것은 해결을 해야 하겠지만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돈을 받기 위해서’ 우리도 통폐합을 하자고 하는 것은 돈을 위해서 ‘영혼을 팔아먹는 행위’와 다름이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것은 생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대학사회에서 ‘인문학’이란 인간이 무엇이며, 인간은 어떻게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가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돈을 좀 더 지원받기 위해서 다른 사회대나 경상대나 예술대나 그 어떤 다른 대학과 통폐합을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인문학자들이 돈을 위해서 자기 학문을 포기한다면, 애당초에 왜 인문학자가 되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학의 장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의 장은 자신의 대학이 건강하게 잘 보존되기를 바라고 모든 대학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잘 지키면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힘쓰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대학의 장들은 대학의 건강한 발전보다는 우선적으로 자신들의 치적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늘 ‘수억 원의 연구비를 수주하였다’는 등의 자랑을 한다. 대학교수는 무엇보다 교사이고 학자이고 연구자이다. 자신의 ‘교육현황’이나 ‘연구 성과나 연구결과’를 자랑할 것이지 왜 학자가 돈을 많이 가져온 것을 자랑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인문학이 존재하는 이유나 인문학의 특성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인문학에 대해 구조조정이나 통폐합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 이는 마치 한 가정의 가족적인 불화를 해결하기 위해 외과의사가 수술 칼을 들이대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국의 거의 모든 대학들은 인문학이 매우 빈약하다. 그 동안 계속하여 대학들이 인문학을 ‘돈이 안 되는 분야’라고 범위를 축소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의 존재이유가 돈을 벌기 위한 것이거나, 직업을 가지기 위한 것은 분명 아니다. 진정으로 존경받기 위해서는 먼저 봉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성경에도 “누구든지 주인이 되고자 하면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사회가 불행한 이유들 중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유교문화’가 지반처럼 자리하고 있어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되고, 아랫사람들은 너무나 순종적으로 이에 따르고자 하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팽배한 때문이며 또한 이 같은 잘못된 풍토가 항상 ‘돈’을 매개체로 이루어지는 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구선생은 “나는 한국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강대국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만 문화적으로 아주 훌륭한 문화 선진국이 되기를 소망한다”라고 하였다. 최소한 인문학자라면 모두 이 말에 동의를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인문학자가 아닐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사회에서 출산율이 저하되는 것과 인문학이 줄어드는 것은 거의 동일한 비율로 일치할 것이라 본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자녀를 기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저출산율의 주범은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