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장휘국 퇴임식 때 이야기--
1. 어느덧 10여일이 지난 이야기를 이제사 꺼냅니다.
그날 아침 눈을 떠보니 어느 해직선배 퇴임교사가 박** 교사(전교조지부 사무처장도 했던)가 페북에 올린 퇴비(퇴임후 수행비서) 제안 이야기를 사진으로 찍어 메시지로 보내셨더군요. 어이가 없었지요. 박**교사야 그럴만한 사람이나, 어떻든 그냥 웃픈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몇 일동안 고민했거든요. 퇴임식에 피켓팅이라도 할꺼나, 밖에서 집회라도 할꺼나,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갔지만 생각일 뿐 무기력하게 퇴임날을 맞이한거죠. (장12년을 비판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박** 교사의 웃픈 이야기가 나를 일으켜 세웠지요. 그래 그냥 홀로 가서 퇴비가 되어보자. 진짜 거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낯짝이 있으면 퇴임식을 포기해야 할 판에 역시나 장휘국의 뻔뻔함은 광주시교육청의 공직사회를 똥칠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똥오줌을 준비해서 가져가지는 않았습니다. 착했지요. ㅎ)
2. '성평등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카톡방에 홀로 가서 퇴비가 되겠다고 했더니만 개인톡으로 시교육청에 자기도 오겠다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오시지 말라고 딱 선을 그엇습니다. 이미 택시를 타신 분에게도 그냥 내리시라고, 행사장에 입장여부도 불투명하거니와 결정적인 것은 내가 점심선약이 있어서 함께 식사도 할 수 없이 헤어져야 하니 제발 그냥 돌아가시라 단호히 부탁했답니다.
그리고 10:20에 교육청에 도착했지요. 퇴임식은 2층 대회의실, 1층 입구로 들어가 계단과 2층 교육감실을 지나쳐 행사장 대회의실 앞까지 가는데도 행정직원들이 인사만 할 뿐 막지 않더군요. 마스크 때문일까, 얼굴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데 말입니다.
행사장 앞 로비는 많은 사람들이 붐볐고, 얼핏 나를 알아보는 느낌들도 스치더군요. 난 행사장 입구의 방명록에 '장휘국 퇴임이 슬프다'는 메모를 남긴 채 그냥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슬프다는 말이 중의적 느낌이라 애매했겠지만 존칭도 없는 표현에서 접수받는 직원도 뭔가 느꼈을겁니다.
3. 각 좌석엔 종이명패가 붙어있고, 저의 자리가 있을리 없으니 앞으로 나아가서 몇몇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네요. 야심짙은 모사 박재성 전 교육국장이 보였지만 그냥 지나쳤고, 이종식 전 동부교육장, 김향근 전 행정국장 등과 인사를 한 후 김용태 전 전교조지부장(현 전자공고 교장)과 인사하는데 장휘국이 들어오더군요.
저는 장휘국을 향해 나아가며 크게 소리질렀습니다.
'장휘국은무릎끓고 사과하라' , '행정폭력이 적극행정이냐'
'전교조 참교육 진보교육 망가뜨린 장휘국은 무릎끓고 사과하라'
목컨디션은 좋지 않았지만 소리를 질렀습니다. 주위는 갑자기 술령대고 소란스러웠지요. 이미 몇 사람이 저를 막는 듯했지만, 바로 앞의 장휘국은 저에게 '이상헌 선생 맘은 내가 이해하는데, 오늘은 여기서 이러지말고~.'라며 말했던 것같습니다. 당황하고 민망해서 터진 썰같아요.
순식간에 여러 사람들이 나를 막아서고 나를 끌어냅니다.
'교권탄압, 인권침해, 학교공동체 파괴범 장휘국은 무릎끓고 사과하라.' 저는 끌려나오며 계속 소리치는데, KBS, MBC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데요.
그들은 저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침 방송국회의에서 찍어오라는 것만 찍기 위해 달려온 사람들이었습니다. 화면을 메꾸는 것에 충실할 뿐 언론인으로서 감각이 발휘되는 사람들은 아니었나봅니다.
4. 저는 끌려나오고 행사장 문은 닫혔습니다.
나를 밀어붙이며 끌어내고 다른 쪽으로 밀어붙이는 어느 젋은 직원은 이러면 되겠냐는 투의 말을 하며 저를 타이르데요.
어이가 없었지요. 무시했어야 하는데 "임무수행이면 아무 말 말고 그냥 AI처럼 하세요. " 라고 단호하게 쏘아붙였네요. 몇 일 동안은 제가 뱉은 말이 자꾸 돌이켜지데요. 어차피 다른 말도 쉽지않지만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이 오래 남더라구요. 상황을 이해못하는 (?) 사람일수록 그런 말들이 앙상한 기억으로 남을테니까요.
다시 회의실에 들어가려는 폼을 잡으니 저를 붙잡고 끝까지 저를 막았던 나이든 분(최소 60후반쯤)이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주위 직원들에게 물을 갖다 주라고 청하기도 하고 옆의 소회의실로 끌고가 저를 진정시키려 애썼던 분이죠.
나이도 상당히 있어보여서 '직원같지는 않는데 누구신가요? '라고 물었는데 그가 제게 내민 명함은 의외로 언론사 사장 명함이었습니다. '전라교육신문사 사장'이라니, 다시 기가 막히더군요.
직원도 아닌 분이 왜 저를 막으셨나요? ~라고 물으니, '자기 생각에는 그 정도 하면 충분히 이야기를 한 것 같아서 막았다.'고 답하더군요. 동문서답이었죠.
공공의 자리에서 권력자에게 항의하는 목소리를 언론사에 속한 사람이 무슨 사유로 그렇게 행동대원 역할을 하며 막으려 했는지를 물었는데 말입니다. 그의 역할은 저를 막는 것이 아니라 취재하는 것 아닌가요?
매우 황당했습니다. 앉아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서도 특별히 저를 취재하려하거나 그냥 언론인의 감각으로 무얼 궁금해하는 눈치도 아니고 질문도 없었습니다.
명함을 내밀지나 말지 이 사람도 참 부끄럼없는 커넥션, 행동대원 같기만 합니다. 제대로 된 기자라면 그런 짓을 자행하고서 '당신 누구냐?'라고 묻는 상황에서 기자명함을 내밀지는 않을겁니다.
여러분은 이해되시나요? 전라교육신문 사장은 왜 그랬을까요? 제가 취재하고 싶어졌네요. 그래서 이틀 뒤 다시 전화하여 또 물었답니다.
김대중 전남교육감 취임식 자리에 와서 잠시 나와 전화받는다면서 여전히 똑같은 이야기만 하더군요.
지금 생각하니 그 사람도 박**교사처럼 퇴비지망생이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퇴비지망생이었다거나 특별한 친인척이거나 하는 식으로 추정하지 않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전라교육신문 사장은 왜 교육청에 와서 행동대원 역할을 자처했을까요? 그와 광주시교육청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ㅎㅎ
결국 제가 장휘국을 향해 소리지른 장면은 사진으로 남길 수가 없네요. 난 기자들이 몇 컷 찍어주길 기대했는데 말입니다. ㅋ (여기까지 그날 이야기를 간단히 남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