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파도로 출발할 준비를 마치고 항구에서
2 포인트 브리핑 중인 최청락 대표와 이를 경청하는 멤버3 산방산의 아침 풍경과 조아라 다이버
4 여름철 산방산의 전경
5 성공적인 가파도 다이빙을 마치고 저녁 만찬
제주 남서단의 작은 섬
가 / 파 /도
글, 사진 민경호 /온더코너(www.onthecornerdive.com) 대표강사, PADI Master Instructor
세상의 끝, 가파도를 향하여
제주도 남서단 끝자락에 방어로 유명한 모슬포와 이에 인접한 운진항이 있습니다. 모슬포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기대 보다 번화하였고, 바로 옆의 운진항은 아직까지는 작고 호젓한 어항입니다. 제주의 남서쪽 모퉁이에 위치하여, 남쪽 바다와 서쪽 바다가 모두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왼쪽에 산방산을 두고 바다를 멀리 보면, 수평선에 살짝 솟은 가파도가 있습니다. 아주 완만하고 낮은 섬입니다. 육지와 떨어져 있으면서 주변에 파도를 막아주는 것이 전무하여, 파도와 물결이 거칠 때가 많아 파도가 더해주는 섬이라는 뜻입니다. 제주의 서쪽 물살과 남쪽 물살이 만나서 빠 져나가고 들어오는 곳이라 바다가 마치 강처럼 흐른다는 말을 종종 들었 습니다. 그 가파도에 입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2020년 8월 말, 함 께 온더코너 다이브를 운영하는 김미루 강사의 기획 덕에 이곳을 방문하 게 되었습니다. M1971 다이브센터(서귀포시 대정읍 최남단해안로 116) 최 청락 대표의 노련한 진행을 바탕으로 가파도의 진면목을 마주할 수 있었 습니다. 수면에는 파도가 더해지고, 수중에는 태풍이 몰아치는 곳입니다. 난이도가 대단하다는 말을 익히 들었기에, 함께 투어를 진행하였던 10명 중 8명이 다이빙 강사레벨을 보유하였을 정도로 정예 멤버들을 엄선하여 기획된 투어였습니다
넙개의 수중태풍
푸른 섬, 가파도
가파도는 운진항에서 정남쪽으로 4.5km 떨어져 있는 작은 섬입니다. 아 주 낮고 작은 섬이며, 청보리밭으로 유명합니다. 봄철에 청보리가 드넓게 자라고, 바람에 멋지게 흔들린다는 말만 들었을 뿐, 가파도의 다이빙은 무 척 생소했습니다.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가파도 동쪽 넙개 포인트로 가는 25분의 시간 동안 계속하여 두근거렸습니다.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 다이 빙의 원형과도 같은 이 순간에 대한 설렘이 짜릿했습니다. 물때가 대조기 였습니다. 가파도 동쪽에 도착했을 때, 남에서 북으로 거세게 흐르는 조류 가 수면에 강처럼 분명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배가 남쪽으로는 잘 나아 가지 못하기도 하였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에 오직 조류만으로 휘 청거리는 뱃머리에서, 우리는 장비를 입으면서 이미 가슴이 터질듯 하였 습니다. 가파도를 바라보며, 넙개의 등대 옆으로 빠르게 입수하였습니다.
가파도 최고의 포인트 넙개
넙개는 가파도 동쪽 1.5km 정도에 위치한 ‘여’(수중 암반을 뜻하는 제주방 언)입니다. 남북으로 3km 이상 뻗어있는 거대한 여가 존재합니다. 넙개여 위치를 식별하는 등대 옆으로 입수합니다. 조류가 남에서 북으로 거세게 흘러서, 등대의 남쪽에서 입수하여 빠르게 하강하였고, 5m 수심에 감태밭 으로 뒤덮인 플래터에 안착하였습니다. 조류를 차고 나가 벽 아래로 하강 하면, 동서로 길게 뻗은 웅장한 직벽을 등지고 깊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큰 월다이빙은 국내는 울릉도에서나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30m까지 하강하여 둘러보았는데, 직벽은 더 깊은 곳까지 아찔하게 떨어 졌고, 곳곳에 연산호가 피었습니다. 넙개의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는 순간 이었습니다
넙개의 수중태풍
남쪽 먼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한 물결은 넙개의 직벽에 부딪혀 아래로 떨 어지는 하강조류를 만들어냅니다. 직벽을 따라 폭포처럼 물이 흘러내립 니다. 벤자리들이 대규모로 뭉쳐서 방정방란을 하고, 그 부산물들을 폭포 에 실어 보내는 순간을 목격했습니다. 마치 팔라우 샤크시티의 레드스내 퍼 스퍼닝을 연상시켜, 코로나 시국에 마음 한켠이 아리기도 하였습니다. 벤자리들은 부시리와 뒤섞인 채 하강조류를 따라 밑으로 멀어져갔습니다. 직벽 곳곳에는 큼직한 부시리들이 모여들었는데, 다이버를 관찰하듯 매우 가까이 다가와주기도 하여 그 눈맞춤이 짜릿했습니다. 여름철 넙개의 직 벽에는 먼 바다에서의 물결이 정면으로 부딪혀, 경이로운 수중 태풍이 발 생하고 있습니다.
경악할 만한 드리프트
NDL과 잔압, 다이브타임을 고려하여 점차 상승하다 보면 다시금 얕은 수 심의 플래터로 올라오게 됩니다. 플래터 상단이 보일 무렵, 조류는 직벽을 타고 위로 솟구쳐 다이버를 튕겨냅니다. 신속하게 부력을 잡으며 플래터 위로 낮게 엎드리면 거센 조류가 호흡기 퍼지버튼을 누르기 시작합니다. 무성한 감태밭 위에서 온갖 방법으로 후킹하고 남쪽을 바라보면 수많은 물고기들이 쏟아져 내립니다. 여름철 장맛비가 수중에도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까나리, 멸치, 부시리, 방어들이 한 곳에 어우러져 조류를 버 티고 거스르며 몰아칩니다. 팀 단위로 수신호를 주고받고 드리프트를 시 작하면 광활하게 펼쳐진 감태밭 위로 끝없이 날아갑니다. 조류가 약해지 며 출수지점이 자연스레 잡히는 것이 아니라, 다이버의 판단 하에 드리프 트를 멈추고 출수해야할 정도로 경악할 만한 강도의 드리프트입니다. 드 넓게 펼쳐진 감태밭이 마치 거대한 골든리트리버의 등을 스쳐지나가는 인 상입니다
홀래미여의 풍요로움
넙개에서의 다이빙은 모두에게 아드레날린 가득한 경험이었습니다. 출수 후 전부 탄성을 질렀고, 보트 위에서 한참 그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습니 다. 이러한 전율 넘치는 다이빙이 얼마만의 것인가를 이야기하며 탱크를 교체했습니다. 두 번째 다이빙은 조금 부드러운 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가파도 북서쪽 1.5km에 위치한 홀래미여입니다. 홀래미여도 마찬가지로 등대 인근에서 입수합니다. 그러나 이곳은 넙개처럼 조류가 강하게 몰아 치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지형은 왕돌초의 중간잠과 유사했습니다. 넓은 벌판에 완만하게 솟은 바위구릉이 있고, 그 위에 등대가 솟았으며, 큼직한 바위들이 겹겹이 쌓여 산재해 있습니다. 역시 감태밭이 무성하였는데, 큰 바위들의 겹침과 감태밭, 곳곳의 크랙으로 인해 제주 반대쪽 성산의 수중 과 유사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무성한 감태밭 덕분인지 자리돔이 가 득했고, 벤자리와 방어들도 곳곳에 보였습니다. 넙개가 휘몰아치는 조류 다이빙 속에 대물과의 조우라 한다면, 홀래미여는 화려하고 풍성하며 평 화로운 다이빙이었습니다. 마치 인도네시아의 대표 스팟인 코모도와 라자 암팟의 비교와 그 맥락이 유사합니다.
제주 남서쪽 여행의 감수성
제주 남서쪽 여행은 특유의 감수성이 짙었습니다. 낮은 지대에서 바다를 차분히 마주할 수 있는 대정읍 특유의 호젓한 분위기, 송악산과 산방산에 내려앉는 짙은 노을, 맛집이 가득한 사계해변. 특히 산방산 인근 펜션에 서 머물며 맞이했던 아침, 저녁의 여유와 산책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행 의 본질이었습니다. 수중과 육상 양면에서 모두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만 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한여름 밤의 꿈과 같았던 지난 가파도 여행의 열 기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가수 김광석의 노래 한 구절을 인용하며 투어기 를 마칩니다.
“출렁이는 파도에 흐들려도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출처
http://www.sdm.kr/bbs/board.php?bo_table=magazine_view&page=3&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