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삶을 꿈꾸는 동시집
『아동문예』신인상과,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온 조영미 동시인의 동시집 『식구가 늘었어요』가 청개구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첫 동시집을 내고 약 2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두 번째 동시집 『식구가 늘었어요』에는 해설을 쓴 노원호 시인의 말처럼 좋은 작품을 빚기 위해 스스로 갈고 닦고, 뜸을 들인 시간의 흔적이 역력하다.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면서도 어느 것 하나 아이들에게 어렵지 않다. 35여 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장학사로, 교육연구사로, 그리고 교감을 거쳐 현재 교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어린 독자에게 가까이 설 수 있는 시인만의 동시작법을 체득한 게 분명하다. 1부에서는 학교생활과 관련된 시가 주로 수록되어 있다. 아이들이 늘 머물고, 그리 특이할 것 없는 학교도 조영미 동시인의 시선이 닿으면 정감이 가득한 공간이 된다.
우리 학교 첫인사는 ‘사랑합니다’예요. ‘사랑’하면 입이 쫙 귀에 걸리면서 활짝 웃게 되거든요. 우리 학교 끝인사는 ‘감사합니다’예요. ‘감사’하면 입이 점잖게 다물어지면서 고마운 마음이 우러나거든요. ―「우리 학교 인사법」 전문
우리 선생님 공부 가르치시다 “얘들아, 아빠 봐라.” 그렇지 우리 선생님도 집에서는 아빠시지. 우리 선생님 체육 시간 마치고 “얘들아, 이제 방에 들어가자.” 그렇지 우리 교실도 방이나 마찬가지지. ―「우리 선생님」 전문 헐레벌떡 교실에 들어와 긴 시간 동안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은 단순히 지식만을 배우는 곳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익숙한 아침 인사와 수업이 끝난 후 인사의 풍경이 「우리 학교 인사법」에서는 전혀 다르게 묘사되어 있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서로에게 “사랑합니다”로 하루를 시작해 “감사합니다”로 끝낸다. 즉 조영미 동시인이 그리는 학교생활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이 듬뿍 담겨 있으며, 사랑과 감사를 나누고 익히는 소중한 공간으로서의 학교가 묘사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가르치다 집중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칠판 좀 봐라. 선생님 좀 봐라.” 하고 주의를 주는 게 아니라 “얘들아, 아빠 봐라.”라고 말하는 선생님. 그리고 수업을 하는 교실을 “방”이라고 표현하는 선생님을 보면서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 그리고 선생님과 부모님이 하나도 다를 게 없는 따뜻한 존재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학교생활에 대한 긍정의 힘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이렇듯 가정과 학교에 대한 밝은 시선을 갖게 된 아이들은 차차 주변의 세계를 인식하는 데도 긍정의 힘이 발휘된다.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삶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비 온 후 식구가 늘어났어요. 나무 뿌리 잔털 송송송송 빗물 마시더니 나뭇가지 새잎 포릇포릇 하늘 보며 돋아나네요. 물방울 또르르르 연잎 위에서 미끄럼 타고 어디서 왔는지 연못 위 소금쟁이, 물매암이 동동동동 술래잡기해요. 후드득 떨어지는 장난꾸러기 빗방울 화들짝 새들이 날아가고 개구리도 깜짝 놀라 목청 높여 노래해요. ―「식구가 늘었어요」 전문
함박눈 쌓인 날 아파트 뒤뜰 덩그마니 외롭게 서 있는 꼬마 눈사람 형제 눈, 코도 없고 입도, 팔도 없어서 나뭇가지로 눈썹 붙이고 영산홍 잎으로 눈 만들고 잣나무로 팔도 달아 주었더니 방금 잠에서 깨어난 아기처럼 방긋이 웃어요. ―「눈사람」 전문
「식구가 늘었어요」에는 비 온 후 풍경이 그려져 있다. 비가 내리면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니 즐거울 리가 없다. 이 시의 어린 화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비가 그친 후 밖에 나와 본 화자는 “식구가 늘어났다”며 놀라움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나뭇가지에 새잎이 하늘 보며 돋아나고, 물방울이 연잎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연못 위에 소금쟁이, 물매암이 술래잡기하는 등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세상과 마주하는 것이다. 이런 경이로운 장면을 경험한 어린 화자는 이 세상에는 사람 외에도 많은 존재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하여 함박눈이 내린 날, 눈코잎도 없이 외롭게 서 있는 눈사람에게 다가가 하나의 온전한 형상이 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다. 화자가 관심과 정성을 쏟자 “방금 잠에서 깨어난 아기처럼 방긋이 웃”는 눈사람의 모습은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 따뜻한 공존의 삶을 새겨주리라 믿는다.
수록 작품
제1부 : 우리 학교 인사법 우리 학교 인사법 / 우리 선생님 / 웃으면서 해 봐요 / 솔숲 학교 / 나를 좋아하는 해님 하나밖에 없어요 / 거미 구출 작전 / 창문 매미 / 나도 / 너 어떻게 알았니? 지우개 / 봄비 내리는 소풍 / 가을 소풍날 / 내 친구 주성이 / 월드컵 축구 제2부 : 식구가 늘었어요 아침 / 엄마 구름 아기면구름 / 우리 집 텃밭 / 오층 석탑 / 이름을 불러 보렴 식구가 늘었어요 / 배 속 내 동생 / 둥글둥글 / 내 동생 / 동생이 없을 때 / 작은 소나무 궁금해요 / 할머니 방 / 내 얼굴 / 안 좋은 것 / 힘센 동시 제3부 : 숲 속에 가면 산에 올라가면 / 조금씩은 / 숲 속에 가면 / 산 너머엔 / 눈물 / 다 달라요 / 제비집 하늘 바라보는 잎새 / 포플러나무 / 주실마을 참새 아파트 / 갠 하늘 / 날씨 좋은 날 꽃의자 나무 / 바람 부는 날 / 어깨동무 / 내 것이 아닌 우리 것 / 도리사 풍경 제4부 : 용감한 풀씨 봄맞이꽃 / 용감한 풀씨 / 아카시꽃 / 꽃과 나비 / 꽃잎 / 잠자리 / 단풍잎 / 도토리 눈 선물 / 눈사람 / 금오산의 눈 / 함박눈 / 그늘진 곳 / 늦게 온다고 / 헤어질 때
시인의 말
시를 알고부터 몸과 마음이 풍요로워졌습니다. 새록새록 돋아나는 새싹처럼 정성들여 가꾼 텃밭에 경이롭고 기쁨으로 가득 찬 식구들이 많이 생겼거든요. 방울방울 보태면서 내리는 봄비, 찬란한 잎사귀를 선물하는 햇살, 은혜로움을 간직하며 영글어 가는 열매, 하얗게 가슴을 보듬어 주는 함박눈. 텃밭처럼 늘 낮은 곳에서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조영미
추천의 말
학교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일들은 물론이고, 시인이 생활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일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시로 건져 올렸어요. 그것도 어렵게 나타낸 것이 아니라, 쉬우면서도 조곤조곤 말을 하듯 풀어 내고 있어서 시를 읽으면 가슴이 따뜻해져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자연을 아끼는 마음들이 시의 구석구석에 배어 있어서 마치 내가 그들을 만나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돼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느끼게 해요. 그래서 이 동시집의 시들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게 하고 고운 빛을 안겨 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노원호(동시인)
작가 소개
글쓴이_조영미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한국교원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1993년 『아동문예』 신인상, 199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으며, 2002년 『문예운동』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숲속의 음악여행』이 있습니다. 35여 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 장학사, 교육연구사, 교감, 한국문인협회구미지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학생·교사·일반인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글쓰기 지도를 했고, 여러 분야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국어교과서 교사용 지도서에 작품이 수록되었고, 현재는 매원초등학교 교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린이_윤순정 공예를 전공하고 세상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픈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현재 그리니치 미술원에서 원장으로 있으며, 그림 책으로는 『쿠엔의 꿈』 『꽃가방 베이비 시리즈』 『효녀 심청』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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