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입동立冬⇨ 태양의 황경은 225도이고, 양력은11월 8일 경에 든다 ▣겨울의 처음이라는 뜻에서 맹동孟冬이라고도 하지만, 이때는 어디까지나 태양상의 겨울을 뜻하는 것으로서 실제 기운은 아직 가을에 머물러 있는 시기이다 ▣사람들도 수기水氣를 맞이하기 위해 모든 복장을 검정색으로 바꾸며 추위를 막는 모피 옷을 입기 시작한다
▣각 마을에서는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만들어 집안 곳곳에 놓으며, 이웃은 물론 농사에 힘쓴 소에게도 주면서 1년을 마무리하는 제사를 올린다. 또한 각 가정에서는 이날을 기준으로 김장준비를 한다.
▣초후初候에는 물이 얼기 시작하고, 중후中候에는 땅이 얼어붙으며, 말후末候에는 꿩이 드물고 조개가 잡힌다
▣이 즈음 단풍도 저물고 낙엽이 떨어지면서 나무들이 헐벗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입동 무렵에 수확한 배추와 무로 김장을 담그곤 했는데, 점차 김장철이 늦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농가에서는 입동 전후하여 한 해 농사에 힘쓴 소와 외양간과 곳간에 고사를 지내기도 했는데,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만들고 소에게도 고사 음식을 먹였으며 이웃간에 정을 나누었다.
▣입동에 어른들을 모시고 음식을 대접하는 치계미雉鷄米라는 풍습도 있었다. 마을 단위로 이루어지는 양로잔치 였는데, “치계미”라는 말은 꿩과 닭 그리고 쌀을 뜻하며 마을을 다스리는 사또를 대접하기 위해 꿩이나 닭,쌀을 추렴하여 거두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어른들을 사또와 같이 대접한다는 뜻의 풍속 이었다.
▣입동 무렵의 별미로는 추어탕이 있는데, 추수가 끝난 논 도랑에서 겨울잠을 위해 땅속에 들어간 미꾸라지를 잡아 끓인 것으로, 치계미를 낼 만한 사정이 아닌 집에서는 추어탕을 끓여 대접하기도 했다.
▣충청도에서는 입동을 전후하여 보리싹을 보아 두 개가 보이면 풍년이 든다고 기뻐했고, 제주도에서는 입동에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겨울 바람이 모질다고 여겼다.
▣입동을 특별히 절입일로 여기지는 않지만 우리의 겨울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 겨울 동안의 김치를 장만하는 김장은 입동을 기준해서 하기 때문으로 김장은 입동 전 혹은 입동 직후에 하여야 제맛이 나는데, 입동이 지나 오래면 얼어 붙고, 싱싱한 재료가 없으며, 일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때가 되면 시장에는 무·배추가 가득 쌓이고, 또한 옛날에는 냇가에서 부녀자들의 무·배추 씻는 풍경이 장관을 이루기도 하였다.
▣전라남도지방에서는 입동의 날씨를 보아 그해 겨울 날씨를 점을 치는데, 입동날 추우면 그해 겨울은 몹시 춥다고 한다. ◉경상남도 도서지방에서는 입동에 갈가마귀가 날아온다고 하며, 밀양지방에서는 갈가마귀의 배에 흰색의 부분이 보이면 이듬해에 목화가 잘된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입동날씨 점을 보는데 즉, 입동에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바람이 독하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10월 10일 에서 30일 사이에 이른바 고사를 지내는데, 그해의 새 곡식으로 시루떡을 만들어 터줏단지·씨나락섬에 가져다 놓았다가 먹고, 농사에 애쓴 소에게도 가져다주며, 이웃집과도 나누어 먹는다.
▣입동철에는 김장 말고도 무말랭이, 시래기 말리기, 곶감 만들기, 땔감으로 쓸 장작 패기, 창문 바르기 같은 일로 겨울채비에 바쁘다. 김남주 시인이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라고 노래 했듯이 집집마다 겨울 채비로 바쁜 가운데도 날짐승들의 먹을거리를 생각할 줄 아는 여유도 잊지 않았다.
【농가월령가 10월령(음력, 양력은 11월)】 시월은 초겨울 되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다했구나.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먼저 하세.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작은 독이요 그보다 작은 항아리라. 양지에 헛간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장다리무우 아람한 말도 얼지 않게 간수하소. 방고래 구들질과 바람벽 흙 바르기, 창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울타리 치고 외양간에 거적치고, 깍짓동 묶어 세워 땔나무로 쌓아 두소. 우리 집 부녀자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술 빚고 떡 하여라 강신날 가까웠다. 꿀 발라 떡을 하고 메밀 빻아 국수 하소. 소 잡고 돼지 잡으니 음식이 푸짐하다. 들 마당에 천막 치고 동네 사람 모여 자리 깔아, 노소 차례 틀릴 세라 남녀분별 각각 하소. 풍물패 불러 오니 광대가 흥겨워라. 북 치고 피리 부니 여민락이 제법이라. 이풍헌 김첨지는 잔소리 끝에 술 취하고, 최권농 강약정은 꼭두각시 춤을 춘다. 잔 들어 올릴 때에 동장님 위에 앉아, 잔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 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이 뉘 덕인고. 하늘 은혜도 그지 없고 나라 은혜도 끝이 없다. 다행히 풍년 만나 굶주림을 면하도다. 향약은 못하여도 마을 규약 없을 소냐. 효제충신 기본으로 도리를 잃지 마소. 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 소냐. 자식을 길러 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온갖 고생하며 길러 내어 결혼을 하게 되면, 자기들만 생각하고 부모 봉양 잊을 소냐. 기운이 쇠약해지면 바라는 것이 젊음이니, 옷 음식 잠자리를 각별히 살펴드려, 행여나 병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섭섭하심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때에, 삐죽거리며 대답 말고 부드럽게 대답하소. 시집 온 아내는 남편의 행동 보아, 그대로 따라 하니 보는데 조심하소.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눴으니,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나누지 않고 한데 합쳐 네 것 내 것 따지지 마소. 남남끼리 모인 동서 의견 달라 하는 말을,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따라서 하리. 몸가짐에 먼저 할 일 공손함이 제일이라, 내 부모 공경할 때 남의 어른 다를소냐. 말하는 것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하물며 지켜야 할 도리 높고 낮음이 분명하다. 내 할 도리 다하게 되면 죄 되는 일 아니 보리. 임금의 백성 되어 그 은혜로 살아가니 하찮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갚아야 될 곡식 부역 그 무엇이 많다 할꼬. 기일 전에 갚는 것이 도리에 마땅하다. 하물며 토지세는 토지로 등급 나누니, 생산량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 되나니, 그러나 굶주리면 재해로 면제해 주니, 이런 일 자세히 알면 세금 내기 거부할까. 한 동네 여러 집에 여러 성씨 모여 사니. 서로 믿지 아니하면 어떻게 화목할꼬. 혼인 때 서로 돕고 장례와 병든 사람 보살피며, 수재 화재 구원하고 가난한 사람 꾸어 주어, 나보다 넉넉한 사람 욕심내어 따지지 말고, 그중에 환과고독 특별히 보살피소. 제 각각 정해진 복 억지로 못 바꾸니 자네들 생각해 보고 내말을 잊지 마소. 이대로 하다 보면 딴 생각 아니 나리. 주색잡기 하는 사람 처음부터 그랬을까. 우연히 잘못 들어 한 번 하고 두 번 하면,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줄 모르나니, 자네들 조심하여 잘못을 짓지 마소.
⟪주요 용어 풀이⟫ ◉입동: 양력 11월 7일 경.물이 얼고 땅이 얼기 시작하는 시기. ◉소설: 양력 11월 23일 경.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겨울 기분이 든다. ◉고니: 백조.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하며 겨울에 중구과 일본, 우리나라에 날아온다. ◉젓국지: 조기 젓국을 넣은 김치. ◉장다리 무우: 씨를 받기 위한 무. 이듬해 봄에 심어서 씨를 받음. ◉아람: 밤이나 도토리 열매. ◉방고래: 방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으로 불길과 연기가 통하여 나가게 되어 있음. ◉구들질: 온돌고랑에 쌓인 재를 쑤시어 내는 일. ◉거적: 짚으로 두툼하게 자리처럼 만든 물건. ◉깍짓동: 수숫대로 둥그렇게 엮은 다음 콩깍지를 세워 놓은 것. ◉강신날: 음력 10월에 새 곡식과 과일로 추수 감사의 뜻으로 조상께 제사 올리는 날. ◉여민락: 용비어천가의 1~4장과 125장을 아악(궁중음악) 곡조에 얹어 부를 수 있도록 작곡한 것. ◉풍헌: 면이나 리에서 일을 보는 직책. ◉첨지: 존대의 뜻으로 성 다음에 붙이는 말. ◉십일세: 열 몫에 하나를 바치는 세금. 수입의 10분의 1을 내는 세금. ◉환과고독: 외로운 사람( 늙은 홀아비.늙은 과부, 어린 고아,늙고 자식 없는 사람) 을 일컬음. ◉권농: 지방에 농사를 권장하는 직책. ◉약정: 향약의 우두머리. ◉향약: 권선징악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만든 마을의 규약. ◉효제충신: 효도, 우애, 충성, 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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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입동이 글피로군.
겨울이 서서히 시작되려는가 보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뭔가 하나 수확해야 하는데 올해도 한해가 덧없이 지나버리는 것 같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