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 인터뷰
우리말의 묘미를 가장 잘 살린 것이 바로 시조입니다.”
-1년간 이메일로 아침시조 배달해 온 시조시인 이정환-
임언미
시조시인 이정환(50)씨는 시조 한수씩을 골라 해설을 곁들여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정환의 아침시조’라는 이름으로 배달되는 이 편지를 받아보는 사람은 현재 800여 명. 시조시인을 포함한 문단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일반인만도 500명이 넘는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지인들과 주위 문인들에 한정되어 있던 것이 지난해 언론을 통해 알려 지면서 신청자가 늘어난 것이다. 편지를 받아보는 사람들은 30년 가까이 교직에 있으면서 그가 길러낸 제자들부터 초등학생, 문인, 해외 교포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계층, 살고 있는 지역도 다양하다.
이씨가 이처럼 시조를 해설해 배달하기로 생각한 것은 후배 시인과 함께 하는 새벽 등산길에서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시조집을 내고 시조상도 받고 교과서에 시조가 실리기도 하는 등 좋은 일이 이어졌습니다. 이렇듯 은혜를 입었으니 어떤 일로든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의논 상대였던 후배도 흔쾌히 후원하겠다고 했죠.” 연이어 일어난 좋은 일을 주변 사람에게 감사하는 것으로 돌린 그의 마음씀씀이를 보니 좋은 일이 생길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중견 시조시인인 그는 지난 2002년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했고 시조집 『원에 관하여』『가구가 운다, 나무가 운다』 등을 펴냈다. 그의 단시조 ‘친구여, 눈빛만 봐도’는 초등학교 6학년 읽기 교과서에 현대시조로는 유일하게 실려 있다.
지난해 6월 20일 정인보 선생의 <조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그가 해설한 시조는 140여 수에 이른다. 처음 한 달 간은 매일 한 수씩 해설해서 보내던 것을 요즘에는 주 1~2회 정도로 줄였다. 1백회를 맞은 지난 가을에는 자축하는 의미로 학교 도서관을 빌려 '시조문학의 밤' 행사를 열기도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뒤져서 시조를 읽고 골라두게 된다는 그는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라고 했다. 시조뿐만 아니라 사물을 대하는 안목도 높아진 것 같다는 것이다. “작품 보는 눈이 착각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당시에 써놓은 감상이 지금 보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보낼 때의 기분과 여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런 듯합니다.” 그래서 요즘엔 시조에 해설을 덧붙일 때 아침 등산을 함께 하는 후배와 의견을 나누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그의 시조편지를 읽는 ‘팬’이 많아지면서 해설에 대한 책임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그의 편지를 받아보는 사람들 가운데는 꼬박꼬박 답장을 해오는 사람도 있다. ‘우리 시조가 이렇듯 좋은 줄을 미처 몰랐다.’ ‘나도 시조를 써보겠다’ ‘아이들에게도 가르쳐 보겠다.’ 등 읽는 이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100편이 넘어서면 책으로 묶어 내고 싶다는 그의 소망을 기억했던 건지 최근 한 출판사에서 책으로 엮자는 제의도 들어왔다. 그간 해설한 시조 가운데 100편을 골라 묶은 <@로 여는 이정환의 아침시조 백선>(책만드는집)이 오는 8월 출간될 예정이다. “마음먹은 일들이 하나하나 이루어지는 것 같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시조인구를 넓히는 데 일익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그에게서 시조 편지를 받아보고 싶은 사람은 e-메일은 jhwanl@hanmail.net 로 신청하면 된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발행 대구문화 2004년 7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