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그런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매일 햇빛도 없고, 흐리지도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그저 무채색의 풍경들로부터 시작한다. 눈 뜨면서 시작된 무채색의 아침에 색깔이 입혀지기 시작한다. 눈부신 햇살이 비치는 날도 있고 억수처럼 비내리는 날도 있다.
사실 우리는 비오고, 흐리고, 춥고, 더운날이 더 많았다고 기억하지만 하루, 아니 지나 온 삶의 시간을 더듬어 기억해 보면 거의 비슷한 비율로
좋은날과 나쁜날이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어중간한 날을 좋은날로 기억하는 경우도 있고
나쁜날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며칠 동안 비오는 거리를 젖은 신발을 신은 채 걷고 있다면 조금만 더 기운을 내자. 그리고 그 음울한 거리 속에서도 우리는 예쁜 풍경들을 발견할 수 있고 며칠 뒤면 햇빛 나는 날도 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말자.『누구에게나 오늘은 처음이니까』
복잡 다양한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들, 가끔은 백지를 만들 때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관성을 벗고 새로운 본능과 만날 수 있다. 내 안이 꽉 차 있으면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없다. 내가 나를 버리고 백지가 되는 순간 본능과 마주하게 된다.
푸른 하늘과 햇살, 그리고 활짝 핀 꽃들이 내 안에 스며든다. 내가 하늘이 되고 숲이 되어 꽃이 된다.
하얗게 비워 낸 도화지에 아름답게 채색하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