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23) 관우의 투항, 조조의 은혜
관우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본영으로 돌아온 장료는 조조에게 보고한다.
"승상! 관우가 투항에 세 가지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조조가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어서 말해 보게."
"예, 첫째, 자신은 한황제의 부하이지 주공의 부하는 아니오,"
" 그래? 응, 나는 한 황실의 승상이니 그게 그거네, 통과!"
조조는 장료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서둘러 대답하고 되물었다.
"둘째, 두 형수를 정중히 대하고, 군사들의 출입을 금하고.."
"정중히 대하다 뿐이겠나? 곱절로 잘 모실 것이니, 통과!"
"셋째, 일단 유비의 행방을 알게 되면, 세상 어디든 형님을 찾아 즉각 떠나겠다,"
"음 .... 그렇다면 관우를 어디 쓰겠나? 그건 약속하기 힘들지!"
조조는 세번째 조건을 듣자, 진지하게 대답하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러자 장료가 진지한 어조로,
"승상! 제가 보기에는 유비는 관우에게 형제 이상의 후한 은혜를 주었습니다. 그러니 승상께서 관우에게 더 후한 은혜를 주시고, 형제처럼 대하신다면 훗날 관우도 감화될 겁니다. 유비는 생사불명이라 살아있다 할 수는 없지요."
하고,? 아뢰니, 조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리 있도다! 세상은 오직 조조의 위엄만 알뿐, 조조의 은혜가 위엄보다 더 깊은 것은 모르지...
그렇다면? 세 번째 조건도 통과!"
조조는 시원스럽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장료는 두 손을 맞잡아 올려 보이며 말했다.
" 씨에씨에! ...(감사합니다)!"
조조는 장수와 군사들에게 명한다.
"관우가? 하비성으로 귀환토록 군사들을 십리 밖으로 철수하라!"
그러자 측근에 있던 모사 정욱이 만류한다.
"승상! 그건 좀 염려됩니다. 관우의 투항은 받아 들이되 성으로 보내선 안됩니다."
"어째서?"
"관우가 성으로 돌아간 뒤에 전열을 정비하여 다시 대적해 오면 큰 낭패입니다."
그러자 조조가 웃으며 말한다.
"내가 주는 첫번째 은혜가 바로 관우를 귀성(歸城)시키는 것이네! 난 관우를 믿네, 절대 딴 마음 먹지 않을게야! 그렇지?"
조조는 정욱에게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장료를 돌아 보며 관우의 변심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받고 싶어했다.
그러자 장료는 조조에게 머리와 허리를 숙여, 손 닦을 수건을 건네며,
"시! (是 ) 예!"
하고 대답하였다.
장료는 그 길로 관우가 있는 산으로 돌아가서 그와 함께 하비성으로 내려갔다.
관우는 하비성으로 돌아오자, 곧 감 부인과 미 부인등 두 형수를 찾아 뵈었다.
관우는 두 형수에게 계하에서 절하며 말했다.
"두 분 형수님께서는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저의 죄가 너무도 큽니다."
두 부인은 눈물을 지으며 물었다.
"황숙은 지금 어디계시오?"
"계신 곳을 저도 모르옵니다."
"아우님께서는 이제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관우는 계하에 엎드린 채 자기가 조조에게 항복하게 된 세가지 조건을 낱낱히 고한 뒤에,
"형님이 계신 곳을 알기만 하면 그날로 형님을 찾아갈 생각이옵니다."
하고, 말하였다.
두 부인은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관우가 형수 앞을 물러나오자, 성문밖에 조조가 도착하였다는 전갈이 왔다.
관우는 성문을 열고 친히 조조를 맞으러 나갔다.
그리하여 조조의 앞에 무릅을 꿇고,
"싸움에 패한 장수를 죽이지 않으신 은혜를 거듭 감사히 생각합니다."
하고, 예를 갖추었다.
그러자 조조가 친히 관우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내 일찍부터 관운장의 충의를 깊게 사모하던 차에 오늘 이렇게 새로 만나니 이것도 전생으로 부터의 깊은 인연이 아닌가 싶소."
하고,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관우가,
"아뢰옵니다. 저의 세 가지 조건을 잊지 마십시오."
하고, 정중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물론이지! 조조 일언 중천금일쎄!"
하고, 대답하였다.
관우는 그 말을 듣자 말했다.
"차후 형님 소식이 들리면 수화(水火)를 가리지 않고 찾아갈 생각인데, 그때에는 승상께 작별인사를 못 올리고 떠나더라도 과히 나무라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운장, 염려 말게! 현덕이 살아 있다면 말리지 않을 것이로되, 난중에 생사를 알기 어려우니 마음놓고 지내길 바라네."
조조는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하고 나서, 관우로 부터 한발짝 떨어져 그의 옷 매무새를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관우의 앞에 주저 앉으며 그의 풀린 군화의 끈을 손수 묶어주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조조의 장수들은 깜작 놀랐다.
그리고 놀라기는 당사자인 관우도 마찬가지였다.
조조는 관우의 풀린 군화끈을 묶고 일어나서 관우를 보고 ,<싱긋> 웃어보였다.
그러자 관우는 황감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
조조는 그날 밤, 관우를 위하여 연석을 호화롭게 베풀었다.
그런 뒤, 이튼날 조조는 대군을 거느리고 허도로 귀환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관우는 감 부인과 미 부인등 형수들의 수레를 빈틈없이 호위하며 수행하자 조조는 그 광경을 보고 관우를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허도로 돌아오자, 조조는 관우에게 커다란 저택을 하나 주어, 유비의 가족들과 한 집에 거처하게 하였다.
관우는 한 집을 안팎으로 나누어 내문 안에는 두 형수를 모시되 늙은 병사들을 시켜 그들을 지키게 하였고, 자기는 바깥채에 기거하였다.
얼마 뒤에는 조조가 관우를 대궐로 데리고 들어가 천자를 배알시키니, 천자는 관운장에게 편장군(偏將軍)의 벼슬을 내렸다.
이렇게 조조는 관우를 허도로 데려온 뒤 부터는 그에게 은혜를 베풀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썼으니, 매일 같이 그를 위한 대,소 연회를 베푸는 것은 물론, 어느 날은, 시종에게 많은 비단과 금은기명(金銀器皿)을 들려보냈으나, 관우는 그것을 본인은 하나도 쓰지 아니하고서, 두 형수에게 바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날은 조조의 시종이 다시 금은 보화를 가득담은 상자를 들고 들어오며 아뢴다.
"승상의 명이오! 단오절을 맞아 관장군에게 금 오십냥, 옥장식 셋, 엽전 삼천, 비단 스무필을 내리니, 받으시오! 그리고 관장군은 수 년간 크고 작은 전투에서 노고가 많았으니 편히 쉬라하시면서 시중들 미인 열명을 내리셨소."
하고, 말하며 미인 열 명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관우는 난감해 하면서,
"미인은 아니된다 전해주시겠소?"
하고, 말하자 시종은 또 다른 명을 전한다.
"또 다른 명이오. 미인 열 명이 아니된다 하시면 알아서 쓰라 하셨소. 장군! 승상의 명을 전했으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시종은 꾸벅 절을 하고 그만 물러가 버리는 것이었다.
관우가 손건에게 말한다.
"조 승상이 하루가 멀다하고 연회를 열고, 금은 보화와 비단, 저택등 하사품이 이어지고,오늘은 미인까지 보내니 이거 어찌 감당해야 할 지 모르겠군."
그러자 처음부터 이광경을 지켜 본 손건이 말한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내가 종군한지 오래되었지만 이런 하사품은 처음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조 승상의 호의를 물리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받아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관우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다시 입을 연다.
"물건이야 그렇다쳐도 미인 열명은 안될 말일세. 돌려 보내게."
그러나 손건은,
"조조가 명까지 내렸으니, 받지 않는 것도 무례지요. 소인 생각에는 저들을 뒷채로 보내 형수님들 시중을 들게 하시죠."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관우가 좋은 생각이었다는 표정으로,
"그것 참 좋겠군. 그러면 뒷채로 데려가게."
하고, 말하였다.
손건이 관우에게 대답을 하고 열명의 미녀에게 말한다.
"따라오너라."
그리하여 관우는 조조가 뭐에 쓰든 관계치 않겠다는 열명의 미녀를 아깝게도 두 형수의 시중녀로 보내게 되었다.
관우에 대한 조조의 각별함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어느날은 식사중에 시종에게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고기가 맛깔나는구나, 어찌 요리한 것이냐?"
그러자 시종은,
"아뢰옵니다. 어린 사슴고기에 아홉가지 조미료를 넣어 약한 불에 삶아낸 것이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먹던 수저를 멈추고 시종에게 되물었다.
"아직 남았느냐?"
"반 솥 남았습니다. 더 드릴까요?"
하고, 대답하자 조조는 의외의 대답을 한다.
"그래? 그렇다면 남은 반 솥을 관우에게 보내라, 그리고 어린 사슴고기가 맛깔나니 꼭 맛보라고 전하거라."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시종이 대답을 하고 솥을 들고 자리를 뜨려하자 조조는 ,
"어,어,어,어! ...화로위에 얹어가야지, 식지 않겠느냐?"
하고,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시종이 관우의 거처에 도착하여 소리친다.
"비켜요, 비켜요! 뜨겁습니다!"
그의 손에는 조조가 보낸 어린 사슴고기를 담은 솥을 올려 놓은 화로가 들려있었다.
"승상께서 관장군에게 내린 사슴고기요!"
...
관우의 거처에 다녀온 시종이 조조에게 사슴고기를 두고 온 것을 보고하였다.
"관장군이 승상께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러자 조조는 잊었던 것이 생각난 듯,
"이제 생각났는데, 고기엔 술이 있어야지, 이 술이 순하고 맛이 좋으니 반주로 적합하겠다. 사슴고기를 다 먹기전에 어서 다녀오거라."
하고 말하며 자신의 식탁에 남은 술을 주전자 채 건네주는 것이었다.
"네!"
시종은 다시 종종 걸음으로 관우의 거처를 다시 찾아갔다.
"승상이 관 장군에게 술을 내리셨소! 사슴고기 먹기 전에 보내시오! 어서!"
...
그러나 이때 승상부 주변에 조조의 장군 채양과 허저가 있다가 시종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채양이 허저에게,
"승상은 자나깨나 관우만 챙기는군.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 하더니, 우리가 그 꼴이 아닌가 말야? 수년 째 목숨 바친 우리는, 일개 투항자 만도 못 하네그려."
하고, 불만을 완곡하게 표현하였다.
그야말로 조조의 심복 장수들에게 관우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