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죽었지 수혈은 안 된다.
대한민국은 자유 국가다. 따라서 종교의 자유가 있다. 최맹신 여사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의 신자다. 어느 날 그의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 갔다. 사고 현장에서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으로
긴급 수혈이 필요했다.
그러나 최 여사는 '교리상으로 다른 사람의 피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병원에서는 수혈을 할 수 없었고, 그의 딸은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최맹신 여사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정답
유기 치사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설명
이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다. 쟁점은 자기가
신봉하는 종교상의 교리에 따라 딸의 수혈을 거부한 행위가 형법상
소위 유기죄가 되는가이다.
유기죄란 노약자, 유아,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해서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포기(유기)하거나 그 생존에 필요한 보호를
하지 않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고려 시대에 있었던 '고려장'은
오늘날의 형법으로 본다면 전형적인 (존속) 유기죄에 해당하는 셈이다.
유기죄의 주체는 보호 의무가 있는 자이고, 이 보호 의무는 법률(예를 들면
경찰관, 친권자) 또는 계약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기숙사에서 수용된 종업원
들에 대해 서 고용주는 근로 계약상의 보호 의무가 있다. 그리고 최근 학자들과
판례는 관습, 조리, 사회 통념에 의해서도 보호 의무가 발생한다고 하여
보호 의무를 확대하고 있다.
유기죄의 객체는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 즉 요부조자다. 형법은 노인, 유아,
질병에 걸린 자만을 들고 있으나, 불구자, 백치, 마취자, 술에 몹시 취한 자,
만삭의 임산부, 최면술에 걸린 자, 극심한 기아 상태에 있는자도 보호 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행위는 유기, 즉 보호 의무 대상자를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에 방치하는 것을
말한다. 유기는 적극적으로 대상자를 이전시켜버리는 것, 소극적으로 그 장소에서
스스로 떠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결론
교통사고를 당해 수혈이 필요한 자신의 자녀에 대해 그 부모가 수혈을 반대해서
사망하게 했다면 이는 유기죄(좀 더 정확하게는 유기 치사죄)가 된다. 생명을
포기해도 할 수 없다는 종교상의 교리가 위법성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