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맡던 일자리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사람이 하던 일을 이제 기계가 대신하는 곳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셀프주유소라는 곳이 늘어나 이제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때 내가 직접 기름을 채워야 하는 때가 잦다. 기계나 기기에 비교적 밝은 편이지만 뒤에서 차가 기다리는 상황이면 괜히 쫓기는 느낌이 들어 허둥대기 일쑤다.
전철역 티켓 판매 창구를 없애고 기계로 대체한 지는 오래되었다. 나야 신용카드를 쓰니 승차권 발매기 이용할 필요가 없지만, 기계 앞에서 쩔쩔매는 사람을 두어 번 도와준 적도 있다. 요금 징수원 대신 기계가 정산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도 늘고 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는 이제 자동 매표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다. 몇 사람 남은 매표원도 머잖아 다 쫓겨나고 말 게다.
어제는 출장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한 봉지 사려 했는데 계산 창구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얼마 전까지 있던 사람 대신 자동 주문기계를 이용해야만 했는데 앞 사람들이 쩔쩔매는 바람에 한참 기다리다가 호두과자 사는 걸 포기해야만 했다. 패스트푸드점마다 인건비 줄이겠다고 아르바이트생 대신 무인계산대를 설치한 곳도 급증하고 있다. 그 때문에 손자 먹을 걸 사 주러 들어갔다가 발길을 돌리는 노인도 있단다.
충주의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나와 주차장 요금을 정산하면서도 이제 자동 정산기를 이용해야만 한다. 그 기계가 놓이면서 얼마 전까지 요금 정산을 담당하던 여성은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이런 추세로 가다 보면 어느 때인가는 대형 마트의 계산원도 모두 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구매 물품 바구니를 들고 계산대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계산되어 스마트폰이나 카드를 통해 자동으로 지출되는 날이 머잖아 올지 모르겠다.
이렇듯 사람이 처리하던 일을 기계에 맡기는 곳이 늘면서 필연적으로 대두할 수밖에 없는 게 실직 사태다. 사업장이나 사업주 입장에서야 장기적으로 인건비를 절감할 수는 있겠으나 이처럼 곳곳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그만큼 구직하기는 어려울 터라 그렇다. 정부에서는 늘 고용 창출을 떠벌리지만, 실효성 있는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외려 점점 줄고만 있으니 걱정이 앞선다.
한참 더 일해야 하는 나도 올해로 정년을 맞게 되었고 지금 다니는 직장을 곧 떠나야 한다. 그런데 정글 같은 현실 속에 내던져지면 앞으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벌써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일자리를 두고 사람과 경쟁하기도 벅찬데 무슨 수로 기계와 경쟁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