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의 원리로 치료하다
"닭이 알을 품을 때 먼저
수탉의 양기가 알 속에
들어가 있어야 병아리가 생기지.
양기가 없는 무정란은
아무리 품어도 병아리가 나오지 않아.
세상의 어떤 것도
음양 중에 하나로 치우치면
생명이 생기지 않고 병도 낫지가 않아.
예를 들어 콩의 씨를 봐봐. 다 쌍을 짓지 않아?
쌍으로 되어야 싹이 나고
대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지.
모든 씨는 다 똑같아. 두 쪽이지.
정자와 난자도 마찬가지고 그중 하나가 없으면 안 돼.
사람을 건강하게 하고
질병을 치료하려면 이런 이치를 당연히 말아야지.
사람 몸에서도 어떤 장기가 음이고 어떤 장기가 양인가,
어떻게 서로 짝을 이루어
생명활동을 하는가 알아야 병을 고치는 법도 나와.
그래서 간에 독이 오면 그것은 상대 독을 써야 치료가 되지.
의사는 본래 이걸 아는 사람이야. 면허만 있다고 의사인가?
이치를 모르면 병을 고칠 수가 없는데 면허는 무슨 면허야!"
할아버지는 <주역> 과
음양의 원리를 깨달아 의술의 근간을 삼았다.
반면에 서양의학은
눈에 보이는 것만 인정하기에 장부의 원리를 모른다.
서양의사들이 못 고치는 병도
할아버지가 척척 고쳐내는 이유다.
인체는 장부의 음양 원리에 의해 생명활동을 유지한다.
이때 장臟은 저장한디는 뜻이고
부는 비어 있어 내보낸다는 의미다.
우리는 흔히 오장육부라고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심포(마음보)까지
장으로 치면 실지로는 육장육부가 된다.
이 육장육부는 서로 짝을 지어 생명활동을 유지하는데,
간과 쓸개, 심장과 소장, 심포와 삼초,
비장과 위장, 폐와 대장,
신장과 방광은 서로 음 양의 짝을 이룬다.
그래서 간이 튼튼하려면 쓸개가 튼튼해야 하고,
이와 반대로 쓸개가 튼튼하려면 간이 튼튼해야 한다.
할아버지는 간과 쓸개에 대한
속담으로 재미있게 음양 관계를 설명한다.
"간과 쓸개는 항상 붙어서 짝을 이루며
몸에서 장군의 역할을 해서 적들을 막아낸단 말이야.
그런데 충격을 받으면
간과 담에 무리가 가서
간담이 순환이 안 돼. 차가워지는 거야.
----"간담이 서늘하다"는 말은 그렇게 해서 나왔지.
또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었다가 한다" 는 말이 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간담이 나빠지면 주관이 없어져서
눈알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남의 눈치나 보려고 해.
---그런 놈을 '쓸개 빠진 놈'이라고도 하지.
우리말의 뜻을 잘 알아보면 몸의 이치,
자연의 이치가 담겨 있어
영어나 씨부린다고 유식한 게 아니야.
이치를 알아야 유식한 거지."
심장과 소장이 음양의 짝인 것은,
심장은 피를 돌리는 기관이고
소장은 피가 되는 영양분을 흡수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비장과 위장은 한쪽이 상하면
다른 쪽도 함께 고장 나서 인체에 힘이 없어진다.
신장과 방광도 노폐물을 거르고
몸 밖으로 빼내는 역할을 손발을 맞추어 함께 해 나간다.
그래서 방광에 문제가 생기면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해 몸이 퉁퉁 붓는 것이다.
폐와 대장 역시 음양의 짝이다.
음식물이 몸속에서 소화될 때
생기는 이산화탄소는 폐를 통해 배출되고,
음식물 찌꺼기는 대장으로 배출된다.
속성상 음식물 찌꺼기는 고형의 탄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폐가 나쁘면 대장도 나빠지고,
대장이 나쁘면 폐에도 병이 든다.
할아버지는 이런 관계를 잘 알아야 중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한다.
"2005년 9월쯤 되었을 거야. 공주 계룡산 어딘가에 사는
이경숙이라는 엄마가 일곱 살 먹은 딸 하현이를 데리고 왔어.
그래 애를 보니까.
참말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죽지는 않을 상이야.
마음속으로 부모가 무식해서 이렇게 병원에 가서
애를 잡았으니 얼마나 네가 고생이 많았겠니 하고 생각했지.
그래도 부모 앞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나?
희망을 주려고 '애나 부모나 고생 많았다' 하고 위로해주었어.
하현이는 맥이 살아 있어서 괜찮았어.
그런데 폐가 문제가 아니라
대장의 나쁜 기운이 자꾸 폐를 치는 거야.
그래서 가래가 많아져 호흡곤란으로 이어졌지.
그러니 폐보다는 대장을 치료해야지."
할아버지가 병의 원인을 폐가 아니라 대장에서 찾자,
여태껏 폐만 치료하고 있던 하현이의 부모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아 살아났다는 이야기와
아직도 길게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는 감히 말대꾸를 못했다.
할아버지의 진단대로라면,
고형의 탄소를 배설하는 대장에 병이 있어 배설을 못해주니까
그 부담을 폐가 받아 탄소를 배설하느라고
그렇게 가래 덩어리를 뱉었다는 것이다.
하현이는 홍역 합병증으로 폐렴에 걸렸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다가
결국 수술로 기관절개를 하여 목에 캐뉼라를 꽃은 중중의 어린 병자였다.
하현이의 주된 중상은 끝없이 나오는
염증성 연녹색 덩어리 가래와 거친 숨,
너무도 창백한 핏기 없는 얼굴로,
누가 보아도 폐에 질병이 있는 환자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대변으로 체내의 독을 원활하게 빼내면
폐가 편안해져 병이 나을 거라고 진단하고는
대장을 이롭게 하는 식약을 처방했다.
이런 처방은 적중하여
하현이는 약을 먹자마자
화장실에서 대변을 여러차례 보았다.
이틀 동안 약을 여섯 번 먹이자,
계속 기침을 하며 어찌나 많은 가래를 밸어 내는지
주변에 화장지가 수북하고 머리는 온통 땀에 젖어
아이는 거의 초죽음이 되어 있었다.
엄마는 아이를 안고 땀을 닦아주면서 "괜찮아. 괜찮아.
나으려고 그러는 거야" 하고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룻밤을 넘기고 다음날이 되자
그 많던 가래가 다 어디로 갔는지
의아할 만큼 가래가 급격히 줄었고
일주일이 지날 때부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하현이는 웃음을 되찾았고,
약 두 달이 지나자 산책길에서 오빠와 함께 잰 걸음으로 앞서 가고
어설프게나마 깡충깡충 뛰기도 할 정도 로 상태가 희복되었다.
그 후로는 백짓장처럼 하얗기만 했던
얼굴에 조금씩 분홍빛 혈색이 돌기 시작하고,
1킬로미터나 떨어진 오빠의 학교에
천천히 걸어갔다 올 만큼 체력이 붙었다.
현대의학에 하현이를
계속 맡겼더라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사람의 운명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계속 폐 기능을 문제 삼으며 호흡기만 갈아됐다면?
서양의학에서 하현이의 병은
당연히 폐의 염증에 따른 호흡 곤란이다.
이것은 기침, 가래 등의
증상만 보아도 누구나 진단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증상에 적합한 처방을 했는데도
병이 낫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을 찾아봐야 하는데,
서양의학에는 그런 진단법이 없다.
바로 음양의 상대성 원리가 없기 때문이다.
폐병의 원인을 대장에서 찾아보는
이 간단한 원리를 알지 못해 환자를 지치게 한다.
서양의학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합병증과 암이다.
의사들은 수술을 잘 해놓고도 합병증을 적정하고,
암 수치를 떨어뜨려놓고도 전이될까 봐 마음을 졸인다.
그러나 음양의 원리를 안다면 어디에 2차적인
질병이 생길 것인지를 미리 알아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상의치미병上醫治未病이라는 말이 있어.
---큰 의원은 아직 생기지 않은 병을 치료한다는 거야.
의사들이 합병증을 걱정하는 것은 몸의 이치를 모르기 때문이야.
원인을 찾지 못하고 증상만 다스리니까
진정한 치료라 고 볼 수가 없단 말이야.
간에 병이 있으면
그 병이 또한 쓸개의 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
그러려면 몸만 알면 안 돼.
자연의 이치를 공부해야
그에 상응하는 인체의 이치도 깨치는 거야.
공부라는 한문을 풀이하면,
장인 工도 자는 하늘(-)과 땅(-)의 이치를
연결한 사람人이라는 뜻이고,
지아비 부츠夫자는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달아 우뚝 선(I) 사람人이라는 뜻이야.
그러니 공부라는 말을 의사들이 이해할 리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