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채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세월호와 흡사한 참사 소식을 접하고 말았다. 핼러윈 데이를 이틀 앞둔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톤호텔 일대 골목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친구나 연인을 잃은 시민들의 눈물로 사고 현장 일대가 슬픔에 잠겼다. 30일 주일 아침,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기준 146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2] 사망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필이면 주일 바로 직전에 일어난 비극이다.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아침에 일어나는 이들은 밤새 발생한 예기치 않은 대형 사고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설교학자로서 몇 시간 후면 주일예배 시 설교해야 할 설교자들의 고민이 예상된다. 뭔가 한두 마디라도 설교 중에 해야 할 텐데, 무엇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것이다.
[3] 페북에 보니 세 사람의 반응이 올라왔다. 맨 처음 A전도사는 설교 잘하는 내 여제자이다. 다음의 B목사는 내가 조금 아는 선배 목사님이다. C목사는 저자로 유명한 목사님이다. 그들의 각기 다른 반응을 보고 우리 그리스도인들, 특히 오늘 설교를 해야 하는 목사들이 어떤 반응을 교인들에게 보여야 할지를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하나씩 소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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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설교준비
아
이거 머지
심장떨린다 주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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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정각에 해골 귀신이 주렁주렁 달렸다
정말 끔직하다
아파트내의 어린이집에서 할로윈 행사를 한단다.
나는 “이게 뭐하는 짓이냐?
아이들 머리에 뭘 심어 넣느냐?”
급기야 철수를 했다.
지금 이태원에서 할로윈데이를 맞아 주점에
수십 명이 몰려 넘어져 수십 명이 사상을 당했다.
아주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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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설교자들이
이태원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아무 말 하지 말고
다만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애도만 하면 좋겠다.
지금은 다른 말 할 때가 아니다.
제발 이 사태에 대해
큰 껀수 잡은 것처럼
분노를 쏟아내는 일이 없기를
가슴 졸여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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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첫 번째 내용은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설교를 하는 전도사가 이 참사 사건을 언급하지 않고 준비된 내용으로만 설교할 순 없을 것 같은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심하는 글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내용은 핼러윈 데이를 맞아 미쳐 돌아가고 있는 행태에 대한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세 번째 내용은 20대의 아이들이 많이 희생되었기에 성경적으로나 신앙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자제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족들을 위로만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5] B와 C의 생각과 견해 모두 타당하다고 본다. 우선은 희생자가 150명을 넘어서는 국가적 대참사를 맞아 희생된 고인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과 그 유족들을 위로하는 기도를 했으면 좋겠다. 과거 내 나이 39살에 LA에서 담임 목회를 할 때 로마서를 차례로 강해설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911 테러가 발생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주범이었다. 로마서를 강해하다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6] “하나님의 은혜와 예수 그리스도 보혈의 능력은 오사마 빈 라덴보다 더 악한 사람의 죄도 회개하면 용서하실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설교를 들은 새신자 한 분이 교회 출석을 끊어버렸다. 여전도사님을 심방 보냈더니 설교 중에 내뱉은 바로 그 한 마디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나님 앞에 나의 부덕과 지혜 없음을 회개했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시의적절하게 활용했었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그 시점에 신앙 없는 초신자 앞에서 그리 말한 건 큰 실수였다.
[7] 당연히 설교 중에는 아이들이나 성인들에게 핼러윈의 유래와 비신앙적인 내용을 소개할 필요가 있겠지만, 고인들에 대해 하나님의 심판이라느니 저주라는 언급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이 사건이 좀 잠잠해지면 보다 확실하게 핼러윈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청소년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기독교 대체 문화를 개발함이 시급하다고 본다.
핼러윈 문화가 기독교에 유입된 유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8] ‘환락과 유희의 밤’으로 변질된 오늘날의 핼러윈은 아일랜드 켈트족의 삼하인이라 하는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삼하인은 죽음의 제왕인 샤먼을 섬기는 신성한 의식이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성인(聖人)의 날 하루 전날인 10월의 마지막 밤을 여기저기에서 온갖 요정들이 세상으로 나오는 날이라고 생각했으며, 인간이 ‘영(靈)의 세계’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날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9] B.C 601년, 교황 그레고리오 1세가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개종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그들이 믿고 따르는 귀신과 유령 놀이와 같은 그들의 토착신앙과 관습에 관한 칙령을 반포했다. 교황은 선교사들에게 토착신앙을 말살하기보다는 이용할 것을 권했다. 결국 9세기가 되자 미신적인 요소가 강렬하게 남아 있었던 삼하인 축제가 본격적으로 기독교 문화에도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10] 이번 이 참사는 어른들의 장사속에서 일어난 비극이기도 하지만, 교회와 신앙지도자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그들을 흡수할 수 있는 대체문화를 개발하지 못한 탓도 크다. 결과적으로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고 말았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다. 이 참사로 인해 적어도 당분간은 핼러윈 행사가 축소될 것이 내다보인다. 어른들의 부주의와 태만도 지적되어야 하겠고, 이 기회에 우리 한국교회와 신앙지도자들이 이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문화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11] 다가오는 성탄절부터 성경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의미 있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장을 각 교파와 교회에서 마련함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세상적으로 즐기고 누리고 퇴폐적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모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경건하고 감동적이고 깊은 의미를 남기게 해주는 차별화된 문화들 말이다.
‘주님, 그런 문화들이 속히 구상되어 젊은이들을 그 문화 속에 잠기고 물들게 하옵소서!’
첫댓글 어떻게 이런 일이...
너무 슬프고 아파서...
가슴 졸이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