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학교를 떠나며`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쓰려고 했으나..
그 동안 눈물겨운 고생을 더 잘 표현해 줄만한 `구직활동`이라는 조금은 안되 보이는 단어를 쓰게 됐습니다. 저보다 더 성공적으로 취업한 선배들도 많고 더 가능성 있는 후배들도 있는걸 알기 때문에, 많이 쑥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미래를 계획하는 우리 호관경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글을 써봅니다 (교수님 이거 쓰면 자기소개 면제맞죠?ㅋㅋ)
취업에 중요한 요소를 몇 가지 꼽자면 - 학벌, 전공, 학점, 토익, 자격증, 사회경력, 봉사활동 - 이 있는데요. 제가 보기엔 이러한 요소들을 언제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알찬 대학생활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나중에 고생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요소들이 갖추어 지고 나면 최대한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자기 자신을 기업에 판매하는 과정이 구직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입학해서 1,2학년 때는 여느 저학년들과 마찬가지로 학점이 엉망이었어요.
남자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군대` 생각을 하니 정말 공부하기가 싫더군요;;
이때 학점관리 안 한 업보로 지금도 이 경영학원론을 듣고 있습니다^^::
대신에 제가 고등학교 때 많이 못해본 것들을 최대한 해보려고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자격증 취득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런저런 아르바이트였습니다.
고등학교 때 요리사를 꿈꾸면서 양식 조리사자격증을 땄었는데 입시공부땜에 그만두었던 요리공부를 다시 시작해서 1학년 때 한식, 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땄구요, 그 후에 TGIF를 비롯한 몇몇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1년 반정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취직할 때 이력서에 아르바이트를 경력란에 쓰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자기소개서에는 이런 이런 일을 했다... 는 식으로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보여줄 수 있고, 미리 사회를 접해보며 인맥을 넓히는 데에도 참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리고 군대를 갔습니다.. 조리사자격증 땜에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도 훈련소 취사병으로 눌러 살게 됐습니다 ㅜ.ㅜ 지금 보면 이때 취사병으로 일했던 경험도 절대 무시 못할 경력의 하나로 작용한 것 같아요. 군대 취사장중에서 최대규모 취사장(3,500명)이 었어서 사회에서의 학교나 병원에서의 일반적인 급식 규모와 비슷했거든요. (참고로 신세계푸드의 주력사업은 아직까진 단체급식입니다.)
제대하고 복학을 한 3학년부터는… 재수강 러쉬와 함께 조금 이른 감이 있었지만 토익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토익이 한물간다 하는 소문이 많긴 했지만 아직까진 비즈니스 영어 실력을 가늠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험이기에 학원도 다녀보고 교내특강도 들어보고 그룹 스터디도 해보고 하며 공부를 했구요, 3학년 1학기를 마친 후 900점을 넘길 때까지 계속 했습니다. 학교에서 장학금도 주고 좋았어요 ㅎㅎ 그러면서 재수강과 계절학기를 통해 2점대 중반이던 학점을 3점대 중반으로 올려놓고 한학기 휴학을 했습니다.(불일치 복학을 했었기 때문에)
휴학을 하고 계속 토익공부를 계속 해가면서 여기저기 아르바이트자리를 알아보던 중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할 기회를 잡아서 4달 동안 일했어요. 맡았던 일은 단순한 사무관리보조였지만 이력서에는 `금융권 공기업`에서의 경험이라는 꽤 괜찮은 경력으로 남게 되었구요^^::
이 일을 하던 중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의 경기운영시스템 계약사였던 쌍용정보통신의 아시안게임 운영요원 모집 포스터를 보고 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이 운영요원 선발과정이 제가 처음으로 경험했던 그럴듯한 면접이었습니다. 인성면접과 영어면접이 있었는데 영어면접에 자신이 없어서 사흘 정도 예상질문과 답을 달달 외웠는데 질문은 다른데서만 나오더군요..;; 이때 영어공부는 하루 이틀에 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운 좋게 합격이 되어서 세달 동안 돼지고기랑 술 못 먹으면서 카타르 도하에 있는 조직위원회 본부 상황실에서 일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어요. 이 경험도 `글로벌 마인드`와 `IT능력`이라는 기업이 선호하는 두가지 요소를 만족시키는 좋은 경험으로써 이력서의 경력 칸을 채우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4학년 복학 준비를 하면서 슬슬 취업시장 동향을 살펴봤는데.. 정말 암울하더군요 ㅜ.ㅜ 솔직히 우리학교가 대기업에서 선호하는 학교는 아니기 때문에 이를 커버할 다른 것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고, 무엇보다 남들보다 일찍이 준비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제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주한캐나다 관광청에서 인턴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습니다. 지원자들이 엄청 많았지만 급하게 인턴을 구하던 차에 제가 가장 빨리 연락을 받고 연락 받은 그날 면접을 보러 가서 얼떨결에 반쯤 취직을 하게 됐어요^^::
인턴근무를 하면서 취업증명서가 발급됐기 때문에 학교 수업의 출석을 인정받으면서 재학중임에도 제시간이 조금 많아졌습니다. 물론 시험성적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죠 ㅜ.ㅜ
제가 하는 일은 화분에 물을 주는 단순한 일부터 시작해서 번역, 행사 기획까지 다양했구요,
`외국정부기관에서의 인턴`이라는 점에서 이력서의 경력 란을 가장 그럴듯하게 채운 경험이 되었습니다.
인턴근무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대기업 인턴 공채를 찾아 다니며 지원서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대기업 인턴은 4학년 1학기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구요. 기업마다 인턴의 정직원 채용비율이 다릅니다.
첫 지원서를 낸 회사는 CJ였는데 CJ는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많이 보기로 유명한 회사이니 만큼 거의 일주일 동안 CJ근무하는 선배와 친구, 그리고 교수님의 조언을 받으면서 수도 없이 쓰고 고치기를 계속한 결과 첫 지원에 서류합격이라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자소서 초안을 보고 지적해 주셨던 교수님 말씀대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은 경험과 생각을 가지고도 얼마나 인사담당자의 눈에 먹음직스런 인재로 보이게 하느냐가 포인트였습니다.
비록 서류와 인,적성검사를 통과해서 면접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지긴 했지만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배운 좋은 경험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면접도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떨지 않고 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구요.
CJ에 탈락하고 나서 계속 공고가 뜨는 기업마다 지원서를 냈습니다.
SK네트웍스, 오토에버시스템(현대자동차계열), LG텔레콤에 지원을 했었는데 모두 서류탈락ㅜ.ㅜ
역시 전공과 경험에 잘 맞지 않는 회사들은 힘들다는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적성과 전공에 맞는 회사들만 찾아서 소신껏 지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세계, 삼성, 롯데 모두 외식이나 급식 쪽으로 계열사가 있었기 때문에 CJ에 냈던 자소서를 더 갈고 닦아 지원을 한 결과 모두 서류통과를 했습니다.(사실 삼성은 자격요건만 되면 서류 합격이고, 롯데는 학교, 전공, 학점, 토익 만 보기 때문에 자소서 덕분이라고 말하긴 좀 그렇네요^^:)
이제 신세계를 목표로 하고 공부를 시작했는데요, 지원자 500명 중에서 50명을 서류합격시키고 이중에서 5명 정도를 면접으로 뽑는 빡센 전형이었지만, 열흘 남짓 면접날짜가 남아있어서 시간도 충분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다음 카페를 통해 같이 면접을 보게 된 지원자들을 몇 명 모아서 서로 가상의 면접을 실시하고 평가해주는 면접스터디를 했는데 이 열흘 동안이 제 생애에 있어 어떤 한가지 일에 가장 크게 몰두했던 시기라고 자신할 수 있을 만큼 목숨을 걸고 했습니다.
그 결과 실제 면접에서는 예상했던 질문들만 나왔고 얼마 후 최종합격 통지를 받게 되었어요.
삼성은… 인턴의 성격이 조금 다른데, 다른 기업들이 인턴을 거친 사원 위주로 채용을 하는 반면 삼성은 인턴이 끝난 후 면접이 또 있어서 인턴을 거친 학생을 채용하는 비율이 50%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지원의 우선순위에서는 물러나 있었지만 그래도 SSAT(삼성직무능력검사) 한번만 붙으면 여름 동안 인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별 기대를 안하고 지원했어요.
SSAT 시험은 IQ테스트 + 시사상식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일정 기준(정말 낮어요 에버랜드의 경우 학점 3.0 토익 800)만 되는 모든 응시자가 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20명 뽑는데 서울에서만 200명이 몰렸습니다. 대략 한 교실에 한,두 명 정도 합격하는 꼴.
신세계 면접을 준비하면서 신문을 정말 꼼꼼히 읽고 있던 중이라 시사, 상식은 정말 잘 풀렸고, 그래서 은근히 결과를 기대 하게 됐는데 정말로 합격이 됐어요^^::
롯데(TGIF)는.. 신세계와 삼성 최종발표가 나고 나서야 서류합격을 해서 면접은 보러 가지 않았습니다.
7년 동안의 대학생활을 요약하려니 쉽지가 않네요;;
아무튼 결국 전 이제 삼성 에버랜드를 포기하고 신세계 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푸드 입사를 앞두고 있고 6주간의 인턴과정을 마친 후 9월에 정식 입사하게 됩니다.
외식,유통 쪽에서는 최고의 연봉수준이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에 더 지원해볼 생각은 없구요, 아직 4학년 2학기가 남아있는데 학교를 나오게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1학년 학생들은 별로 와 닿지 않겠지만… 정말 회사 들어가기 쉽지가 않습니다ㅜ.ㅜ
전 능력보다는 운이 좋은 편 이지만,,^^:: 후배 여러분들이 지금부터라도 미리미리 적성에 맞는 진로를 발견하고 계획을 세워서 꼼꼼하게 준비를 해놓는다면 그 노력은 언젠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너무 교과서적인가요?)
그리고 구직활동을 함에 있어서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준비를 하되 실전(면접)에서는 오히려 넘치는 자신감을 가지고 경쟁자들과 맞서는 것이 성공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세부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물어보시구요~ 모두 성공하셔서 학교 이름을 드높이시길!!
첫댓글오늘 시험 볼꺼 공부하다가 조금 쉴겸 카페왔는데 좋은 글을 읽게 되네요. 공부보다 더 얻은게 많아요. ㅋ 진짜 잘 읽었고 느낀게 많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축하드리고 사회생활도 사회생활을 준비했던 것만큼 아니 보다 더 잘 하실꺼라 의심치 않습니다. 수고하셨고 하시는 일 계속 잘 되시길 바랍니다. ^^
첫댓글 오늘 시험 볼꺼 공부하다가 조금 쉴겸 카페왔는데 좋은 글을 읽게 되네요. 공부보다 더 얻은게 많아요. ㅋ 진짜 잘 읽었고 느낀게 많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축하드리고 사회생활도 사회생활을 준비했던 것만큼 아니 보다 더 잘 하실꺼라 의심치 않습니다. 수고하셨고 하시는 일 계속 잘 되시길 바랍니다. ^^
공부가 잘안되는 요즘인데...이글보니 느끼고 얻은 점이 많네^^ 신세계합격 정말 축하해!
우와아...생생한 글 잘 읽었습니다. 축하드리고요, 앞으로도 하시는 일 잘 되시기 바라요.^^
이야 대단하세요 나는 저렇게할수있을까 싶지만..선배님 글보고 많이노력해야겠단 생각듭니다 감사합니다~!
아~ 정말 좋은글 감사합니다~!! 학교생활 하면서 정말로 준비해야 할게 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좋은글 감사하구 합격 정말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다들 기말셤 대박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