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정호승
내 집을 떠나 길바닥에 나앉은 것은
푸른 하늘을 끝없이 날던 종다리가 잠시 길바닥에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내 집을 떠나 길바닥에 나앉은 것은
봄바람에 흩날리던 민들레 홀씨가 길바닥에 내려앉아 드디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너를 떠나 기어이 길바닥에 나앉은 것은
길바닥에 나앉아 마음놓고 우는 아이만큼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 너를 떠나 길바닥에 나앉아 밤마다 개미집에 잠드는 것은
개미집에 켜진 조그만 등불 하나가 밤새도록 밤을 밝히기 때문이다
내 길바닥에 나앉아 눈을 뒤집어쓰고 고요히 기다리는 것은
눈내린 길바닥마다 수없이 새들의 발자국을 찍고 싶기 때문이다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길바닥!
이렇게 좋은 곳이 되기도 합니다.
민들레 홀씨도 뿌리를 내리고
착한 아이가 마음 놓고 울고
개미집에 등불이 켜지고
눈을 이불 삼아 새들이 발자국을 찍는 모습을 보는.....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가다가 지치면 철석 앉아 쉬기도 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언제나 받아들이는
길바닥!
누구나 쉬어 가는 길바닥처럼
편안한 사람이 되는 꿈을 꾸어 봅니다.
힘찬 한 주되시구요.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