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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숙 작가가 ‘순교의 땅’ 전주를 조명한다. 평소 종교적 신앙에 대한 다양한 묘사를 통해 지역의 종교문화에 대해 연구해 온 작가가 이번에는 ‘순교’를 주제로 몇년째 이어져온 작업의 결과물을 펼쳐놓는다.
11일부터 21일까지 사진위주 문화공간 아트갤러리전주에서 열리는 사진전 ‘순교’. 작가와의 대화와 오프닝 리셉션은 13일 오후 5시에 이뤄진다.
바우배기 발굴현장
이번 전시는 앞서 작가가 보여주었던 미륵불 작업 이후 두 번째 ‘영원공존(Coeternity)’ 연작이다. 전시 작품 중에는 실제 유해 발굴 현장의 숭고한 모습을 눈앞에서 촬영한 작품도 있어 숙연해진다. 유 작가는 지난 2021년 3월, 초남이성지 미사 후 바우배기에 있었다. 200여 년 만에 한국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복자 권상연 야고보의 무덤이 발견되는 순간을 보게 된 것이다.
천주교 신자로서 순교자의 무덤 발굴현장 목도이후 작가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음날 석양 녘에 파헤쳐진 그 현장을 다시 찾았다. 유 작가는 주변을 돌아보며 그분들의 삶과 닮아 있는 남겨진 빈 대지를 먹먹하게 바라보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동백장 심장
붉은 동백꽃이 필 무렵이면 치명자산 유항검복자 가족묘지를 찾으며 ‘순교’의 깊은 뜻을 마음에 새기며 사진 작업을 해왔던 그에게 활화산처럼 불이 붙은 순간이다. 그렇게 무형의 ‘순교’를 어떻게 마주하고, 상상하고, 사진언어를 통해 ‘기억해야 할 타인의 죽음’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것인가 하는 고민은 매 순간마다 그를 감싸안았다. 최초의 순교자 터가 바라보이는 전동성당 지하에서 성곽을 쌓았던 돌을 촬영하면서 성곽 너머 바라보이는 그날의 하늘을 상상하곤 했다.
유 작가는 “‘사람 안에는 영원을 그리는 마음이 새겨져 있다’라고 믿는 제겐 순교 그 자체가 신념에 관한 예술이고 예술은 그 기억을 살려내는 수단이라 생각한다”면서 “부모 형제를 여의고 거친 하늘과 바람 속에 남으로 남으로 내려간 초남이 아기들을 생각하며 이 전시를 그분들께 바친다”고 말했다.
빛의 성상
박이찬 사진매체 편집자는 “유혜숙이 전하고자 하는 ‘순교의 기억’은 예술적 가치의 본질은 인식하는 ‘증거’와 상상하고 기억하는 ‘씨앗’으로 표현되고 있다”며 “작가는 ‘씨앗’ 그것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낮은 심도와 낮은 채도로 빛의 ‘음율’을 차용하고 있다”고 평했다.
유 작가는 서울카톨릭대학교 신학과와 전주대학교 사진전공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수의 그룹전과 개인전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아트갤러리전주 소속작가 모임인 ‘AP-9’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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