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찬란한 아침이다.
산과 들과 갯가의 풀까지 채색한
옅은 녹색이 엄청나게 아름다워 보인다.
간밤에 일찍 잠들어서인지
여의 대보다 훨씬 이름 새벽에 잠이 깼는데
다섯 시 반이면 해가 떠오르므로 일출보다는
늦은 기상이었지만 10℃ 가량의 선선한 기온에
스며드는 아침 기운의 삽상함이 온 몸에 스며 들면서
저 깊은 곳에 숨어 버렸을 진기를 끌어 올리는 느낌이다.
이 상쾌한 아침에 평상의 창을 꼭꼭 걸어 잠근 채
담배연기를 가득 채워놓고 어슴프레 앉아 스마트폰을
응시하는 차남의 그림자가 매캐한 매연과 더불어 음산해 보였다.
안타깝고 애닯고 깊은 나락에 빠져드는 기분이 엄습하였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면 호흡기에 나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이 쾌적한 공간에 역겨운 냄새가 배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편해진다.
담배를 밖에서 태우거나 아니면 환기를 시키도록 재차 당부한 다음
청명한 날을 한껏 활용하기 위하여 모아 둔 빨래를 세탁기에 넣었다.
레오를 데려다주고 와서 헴굼과 탈수를 한 다음 빨랫줄에 널어 두면
온종일 햇빛과 바람이 타월과 옷가지를 산뜻하게 말려 줄 것이다.
무려 열 달 동안 2층 복도에 방치해 두었던 드럼세탁기를
며느리가 아파트로 실어가서 가동하였더니 엄청 성능이 좋아
흐뭇해 하였다는 얘기를 듣고 그동안 보관했던 보람을 느꼈다.
5층의 비좁은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크기의 드럼세탁기를
들여놓고자 애탔던 할매의 <세탁기 사랑>에 이해가 갔다.
하지만 세탁기의 성능이 아무리 좋다 하여도 부피가 너무 커서
그 자리에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을 애닯할 게 뭐 있으랴.
지금 사용하는 통돌이 세탁기로도 아쉬움이 없는 것을...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사는 것이
평화롭고 행복한 길임을 체득하기가 그토록 어려웠을까?
욕심을 부리자면 끝이 없어 행복은 항상 산 너머로 숨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