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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바다낚시 입문 절차는 흔히 원투(던질)낚시 → 갯바위 낚시 순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처음부터 갯바위 낚시에 입문하기도 하고, 갯바위는 건너뛰고 선상낚시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난이도로 본다면 주변 고수의 도움 없이 혼자서 갯바위 낚시를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우리는 갯바위 낚시를 즐기기 전에 몇몇 사실을 꼭 숙지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갯바위 낚시에 도전하려는 입문자 또는 초심자를 대상으로 기본적인 이해와 팁을 소개할까 한다.
갯바위 낚시와 특징은?
1) 갯바위
2) 해변(모래)
3) 갯펄
삼면이 바다이고 주변 섬이 많은 우리나라는 해안선의 지질 형태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 화강암석으로 되어 있는 일반적인 갯바위
▲ 현무암석으로 된 제주도 갯바위
여기서 갯바위는 육지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화강암석의 바위이고, 일부 울릉도나 제주도처럼 화산섬으로 이뤄진 곳은 현무암 바위로 구성된다. 이 바위는 육지에서 바닷속으로 이어지면서 물속에서는 암초가 되고, 각종 해조류와 부착생물이 붙게 되며, 이로 인한 생태계와 먹이사슬이 형성되면서 물고기들이 모이는 안식처이자 활동 영역이 되어준다. 낚시에서는 이를 ‘포인트’라 불리며, 특별히 물고기가 많이 서식해 낚시가 잘 되는 갯바위(또는 그 아래 물속 지형)를 일급 포인트라 지칭하기도 한다. 갯바위 낚시는 말 그대로 갯바위에서 행해지는 낚시이며, 이 안에서 행해지는 모든 낚시(루어, 릴찌, 원투, 카고)를 통칭한다. 다시 말해, 갯바위에서는 릴 찌낚시 뿐 아니라 여러 다양한 낚시 장르가 공존한다. 하지만 갯바위 낚시의 꽃이라고 한다면, 결국 릴 찌낚시가 빠질 수 없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장에서는 릴 찌낚시를 위주로 소개하겠다.
▲ 국토최서남단이자 갯바위 낚시 천국인 가거도
▲ 동해권 여치기 낚시
▲ 추자 절명여에서 부시리를 낚은 필자
▲ 물 빠진 서해권 갯바위의 모습
갯바위 낚시, 어디가 좋을까?
갯바위 낚시는 동, 서, 남해 모두 가능하지만 특별히 낚시로 유명한 지역 혹은 섬이 있다. 대표적으로 3대 원도권인 추자도, 가거도, 거문도가 있다. 남해 동부권에는 거제도 서이말, 해금강, 지심도, 가덕도가 유명하고, 통영권은 한산도, 추봉도를 비롯한 내만 섬과 매물도, 국도, 욕지도, 좌사리도 등의 중거리섬이 유명하다. 여수 및 고흥은 금오열도권, 초도, 손죽도, 광도, 평도, 삼부도가 유명하고, 완도권은 가까운 신지도를 비롯해 청산도, 소안도가 유명하다. 서해권 갯바위는 사실 낚시 금지구역이 많고, 대부분 섬 근처에서 선상낚시가 대부분이라 특정 도서 지역을 꼽을 순 없지만, 신진도 일대 태안반도와 안면도권 갯바위가 낚시 마니아들이 찾고 있다. 동해권은 섬이 없고 해안선을 따라가다 나오는 갯바위에서 낚시가 행해진다. 제주도는 사면이 모두 포인트이고 지난 편에서도 알아보았듯 부속섬이 많아 갯바위 낚시 천국이라 불린다. 섬이 아닌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갯바위는 유난히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곳이 포인트일 확률이 높다.
배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것이 부담이라면, 걸어서 들어가는 소위 도보권 갯바위 포인트도 그 지역 출조점을 통해 진입하는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이 경우 섬이 아닌 육지 갯바위이기 때문에 유사시 퇴로가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곳에 따라 포인트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가 필요하다. 어느 갯바위 포인트이든 낚시 자리에서 약 10~15m 정도 던졌을 때 나오는 수심은 최소 3m 이상이라야 하며, 그 아래가 사니질(모래)이 아닌 여밭(암초)과 해조류가 자라는 곳이여야 한다. 서해의 경우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기 때문에 썰물 따라 드러나는 갯바위가 바다쪽으로 많을수록 포인트일 확률이 높고, 대게 썰물 포인트(물이 충분히 빠지고 나서 낚시를 시작해 간조와 초들물까지 노리는)일 확률도 높다.
▲ 갯바위 낚시 대표어종인 감성돔
▲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인기 있는 벵에돔
▲ 생활 낚시 대상어로 인기 있는 고등어
▲ 학공치
갯바위에서 주로 낚을 수 있는 어종은?
갯바위는 거의 모든 바닷물고기의 보고다. 깊은 수심에만 서식해 배낚시로 잡아내야 하는 심해성 및 준심해성 어류를 제하면, 거의 모든 어종을 노릴 수 있다. 원투낚시로는 흔히 도다리와 쥐노래미, 붕장어 등 바닥층에 서식하는 어종을 노릴 수 있고, 루어로는 농어와 부시리, 삼치 등을 노릴 수 있으며, 루어와 유사한 에깅낚시에서는 무늬오징어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릴 찌낚시는 수심층과 상관없이 갯바위를 터전으로 삼거나 회유하는 거의 모든 어종을 노릴 수 있다. 릴 찌낚시를 중점적으로 알아보면 감성돔과 벵에돔이라는 양대 산맥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갯바위 낚시가 돌아간다고 보면 되겠다. 이들 어종을 필두로 하여 참돔과 돌돔이 낚이며, 가까운 내만에서는 고등어, 전갱이, 망상어, 학공치, 볼락 종류가 잡힌다.
▲ 진입 장벽은 높지만 고길 낚았을 때 성취감이 높은 갯바위 낚시
갯바위 낚시의 장단점
지금부터는 갯바위 낚시의 대표 장르인 ‘릴 찌낚시’에 한정해서 소개할까 한다. 사실 갯바위 낚시 = 릴 찌낚시란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비중이 높지만, 장단점이 분명해 호불호가 갈리는 경향이 있다.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1) 갯바위 낚시 장점
- 감성돔, 벵에돔 같은 고급 어종을 잡을 수 있다.
- 얇고 탄성이 좋은 낚싯대를 쓰기 때문에 한 마리를 걸어도 손맛이 좋다.
- 다른 낚시 장르에 비해 잡을 수 있는 어종이 다양하다.
- 미끼는 동물성 플랑크톤인 ‘크릴’을 쓰기 때문에 생미끼 혐오도가 낮다.
- 포인트가 방대하고 낚시 여건도 다양하다.
- 물고기의 서식 조건이 좋아서 입질 받을 확률도 높은 편이다.
- 지형과 경사도에 따라 다르지만, 테트라포드보다는 안전하고 편한 편이다.
- 운치 있는 풍경에 둘러싸여 여유로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2) 갯바위 낚시 단점
- 갯바위 특성상 해상 날씨(풍속과 파도)에 민감하며,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 육지든 섬이든 갯바위 자체의 포인트 접근성은 방파제나 선착장보다 떨어지는 편이다.
- 낚시장비와 용품, 선비 등 출조 비용이 여타 장르보다 많이 발생한다.
- 포인트마다 유불리가 커서 일급 포인트는 새벽부터 자리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 선장, 가이드, 출조점 대표 등과의 친분과 인맥이 포인트 선점력을 좌우하다보니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 릴 찌낚시가 고난도의 기술과 경험을 요구하기 때문에 낚시 난이도가 어렵다.
- 선상낚시보다 조과가 떨어지고, 때로는 방파제 낚시보다 못 잡을 때도 있다.
- 자잘한 소품, 소모품이 많이 발생하며, 낚시짐이 많아 기동성을 떨어트린다.
어떻게 보면 장점보다 단점이 크게 와 닿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갯바위 릴 찌낚시 인구가 일부 이탈해 선상낚시로 옮겨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갯바위 낚시를 고집하는 이들은 다른 낚시 장르에선 느낄 수 없는 특유의 짜릿한 손맛과 돔 어종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갯바위 릴 찌낚시는 사실상 바다낚시의 꽃이자 끝판왕으로 언젠가는 경험해 보고 싶은 장르 1순위라 할 수 있겠다.
▲ 전형적인 벵에돔 낚시 채비와 흔히 쓰이는 갯바위 릴 낚싯대
▲ 갯바위 돔 낚시용으로 적합한 LB릴
▲ 미끌림을 방지하는 핀펠트 장화
▲ 하절기 갯바위 낚시 복장의 좋은 예
갯바위 낚시를 하기 위한 장비와 용품, 복장은?
갯바위 낚시는 기본적으로 1-530(1호 530cm)인 표준 낚싯대를 기준으로 0.8호와 1.2호 1.5호까지 쓰인다. 릴은 스피닝릴 2500~3000번을 쓰는데 여기서도 일반적인 드랙릴을 쓸 것인지 LB(레버 브레이크)릴을 쓸 것인지는 개인의 취향과 낚시 스타일에 맞게 선택된다. 원줄은 감성돔 낚시를 기준으로 2~2.5호를, 목줄은 1.5~1.7호가 많이 쓰인다. 찌는 막대찌와 구멍찌를 가장 많이 쓰는데 감성돔 낚시에서는 0.8~1.5호가, 벵에돔 낚시는 g2~0호, 00호 등을 많이 쓴다. 바늘은 어종에 맞는 전용 바늘을 쓰는데 감성돔은 2~4호 사이를, 벵에돔은 4~7호를 자주 쓴다. 그 외에 어종은 감성돔과 참돔 바늘이 많이 쓰인다. 미끼는 크릴이 일반적이나 잡어가 많은 여름~가을 시즌에는 잡어의 물어 뜯김을 견디거나 회피할 수 있는 옥수수, 게, 크릴 경단, 빵가루, 알새우, 민물새우, 멍게 등 어종에 맞는 대체 미끼를 한두 종류 챙기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수중찌(봉돌), 수중쿠션, 좁쌀봉돌, 면사매듭, v형 쿠션, 0형 쿠션, 민도래 8~10호가 필요하며, 밑밥통과 주걱, 주걱통, 두레박, 그리고 잡은 물고기를 살려서 보관할 수 있는 라이브웰(살림통)이나 살림망이 필요하다.
복장은 구명복과 갯바위 신발(단화 또는 장화)이 기본이며, 모자와 편광안경, 장갑, 히프커버(선택) 등이 필요하다. 상의와 하의는 여름이라고 반팔, 반파지는 금물. 자외선과 모기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긴팔, 긴바지 착용이 기본이며, 낚시 전용 복장을 갖추면 좋겠지만 금액이 부담된다면 아웃도어 상설매장 할인 등을 이용해 등산용 상하의를 구매하고, 반팔을 입겠다면 토시나 기능성 쿨링 런닝을 착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겨울에는 몸을 따듯하게 보호하기 위해 고어텍스 의류가 좋지만, 이 역시 동절기용 낚시 바지와 상의, 내피, 내복, 거위털 파카 등으로 대체할 수 있겠다.
▲ 위험한 갯바위 진입은 가급적 삼가고 퇴로가 없는 갯바위는 선장과 협의후 일기가 매우 양호할 때만 내린다
▲ 갯바위에 낀 이끼와 김발은 늘 조심하자
갯바위 낚시 주의사항
1) 하선
2) 짐정리 : 조수간만의 차를 고려해 만조시에도 안전한 곳에 짐을 모아둔다.
3) 주변 정리 : 다른 낚시인에 의해 포인트가 밑밥으로 더럽혀졌다면, 나중에 낚시하면서 미끄러질 수 있으니 청소부터 하는 것이 좋다.
4) 지형 파악 : 야간이 아니라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최대한 높은 지형에서 수중 속 지형을 내려다 보면서 여(암초)의 위치를 확인해 둔다. 갯바위가 바다로 들어가는 경사각을 고려해 대략적인 수심을 예상해 두는 것도 좋다.
5) 수심체크 : 민물용 봉돌이나 지우개 등 무거운 물체를 바늘에 꿰어 던지면 설정수심보다 깊은 경우 찌가 가라 안고, 설정 수심보다 얕으면 찌가 수면 위로 동동 뜨게 된다. 이 방법을 이용해 포인트 상하좌우 몇 군데를 던져서 대략적인 수심을 체크해 둔다.
6) 채비 : 어종과 현장 상황에 맞는 채비를 꾸린다.
7) 낚시를 시작한다.
8) 낚시를 마치면 짐을 정리하고 주변을 청소한다.
9) 철수 배를 기다린다.
갯바위는 크게 육지에서 연결된 해안선 갯바위와 섬 갯바위로 나뉜다. 갯바위는 다양한 지형과 구조, 경사도를 가지기 때문에 경험 많은 선장과 상의해 하선을 결정하게 되며, 이는 물때와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남해 일부 도서 지역을 하나로 묶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하선이 금지된 몇몇 섬들도 있기 때문에 선장과 승객은 이를 준수하여야 한다.
출항 시 인원점검이 따르므로 신분증 지참은 필수이며, 출조 전 해상날씨를 보고 파고 2m 이상, 풍속 12m/s 이상은 뒷바람이 아닌 이상 출조를 삼가는 것이 좋다. 갯바위에 하선할 때도 짐을 들고 내리기 보다는 몸부터 내리고 배에서 건네는 짐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갯바위에 접안한 뱃머리는 파도에 의해 지속적으로 상하 운동을 하게 된다. 이때 한 발은 갯바위를, 다른 한 발이 배에 있으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될 수 있으니 발을 걸치지 않도록 하며, 급하게 하선하기보다는 침착하게 타고 내리도록 해야 한다.
갯바위에 내리면 선장이나 가이드가 포인트 설명을 하는데 왼쪽 수심은 얼마이고, 오른쪽 수심은 얼마라고 알려줄 때 왼쪽과 오른쪽이 선장이 바라보는 기준인지 갯바위에 하선한 낚시인이 바라보는 기준인지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겠다. 알려주는 수심은 참고만 할 뿐, 결국 본인이 직접 수심 체크를 해서 알아낸 데이터를 가지고 해야 입질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만큼, 갯바위에 내리면 채비부터 하지 말고 아래와 같은 순서로 낚시를 준비하자.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현재 쯔리겐 필드테스터 및 NS 갯바위 프로스텝으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등이 있다.
기획, 편집 /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김지민 news@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