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神曲)중
지옥(地獄) 이야기
김광한
남을 모함하지 말라 남의 자리를 찬탈하지 말라!사기 재판하지 말라 당신은 지옥에 간다 영원한 지옥에...'육에서 나온 것은 육이요, 영혼에서 나온 것은 영이다.''어떻게 사는 삶이 가장 올바른 삶인가, 인간은 죽어서 어디로 가며 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하는가.'
<<책 서문과 작품해설 중>>
단테(Alighieri Dnate, 1265~1321)는 호메로스, 세익스피어, 쾨테와 더불어 세계 4대 시성 중 한 사람으로 이탈리아가 낳은 당대 최고의 시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위대한 사상가였고 활동적인 정치가였으며 종교적 명상가이기도 하였다. 1321년 9월 14일, 56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그는 전 인류의 영원불멸의 거작이자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시가들 중 하나인 신곡(Divina Commedia(1307~21년으로 추정)을 자신의 조국 이탈리아에 바침으로써 중세의 정신을 종합하여 문예 부흥의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 또한 오늘날 인류 문화가 지향해야 할 하나의 보편적 목표를 제시해주었다.
단테의 작품들: "신생(1292)", "향연(1306~1308)", "리메", "칸토니에레", "속어론(1304~1307)", "제왕 론", "농경 시", "수륙 론", 최대의 걸작인 "신곡"은 단테의 상상의 결정체로서 "지옥 편"은 1304~1308년에, "연옥 편"은 1308~1313년에, "천국 편"은 1314~1321년에 각각 완성 되었다. 단테의 "신곡"은 밀턴의 "실락원"이나 버니언의 "천로역정"과 더불어 제 1급에 속하는 그리스도교 문학의 최고봉이다.
"단테 지옥여행기", "단테 연옥여행기", "단테 천국여행기" 3부작으로 되어 있으며 세계 고전문학의 정수로 손꼽히고 있는 단테의 "신곡"을 보다 읽기 쉽고 이해하기 좋도록 소설화시켜 놓은 작품이다. 14세기 당시의 종교, 문학, 철학, 정치 세계 등을 오늘의 현실 세계와 적절히 소화시켜 놓았다. 특히 그리스도교, 성서, 그리스 로마 신화,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식견을 갖추어야만 읽을 수 있었던 단테의 "신곡"을 교훈성과 윤리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흥미롭게 재 서술하고 있다. 단테의 "신곡"은 윤리의 필요성, 선과 악의 개념 신앙 사랑, 인간 공동체의 연대, 영원한 생명과 기쁨, 독창성 등이 완벽하여 이탈리아어의 기초로까지 이어진 작품이다. 단테의 "신곡"은 원래 모든 학문이 결집되어 일반인들이 읽기 쉽지 않은 어려운 내용의 책이다.
"신곡"은 내용적으로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관,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스콜라 철학, 그리스 로마 신화, 신구약성서, 신비주의, 낭만주의 등을 담고 있으며 인간적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이지적 비판의식 등이 나타나 있다. 또한 "신곡"은 현실 세계의 사물을 빌어 하느님의 존엄과 심판, 그리고 사랑과 구원의 진리를 투영하고 있으며, 현세의 인간들에게 하느님에게로 이르는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곡"이 오늘날 여느 작품들과 차별될 수 있는 위대성은 이 작품이 단순히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처벌과 구원의 문제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현세를 날카롭게 직시하는 사회 개혁적 내용을 저변에 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곡"에서 단테를 이끌고 지옥과 연옥을 안내하는 베르길리우스는 시인의 영혼이자 인간 이성과 철학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때문에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은 화려하고 융성했던 14세기 당시 피렌체 사회의 지식이이자 작가, 신앙인이었던 단테의 그리스도교적 인간관이요 세계관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중세 유럽의 정신을 대표하는 피렌체 지식인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등을 오늘의 시각에서 재음미해 볼 수 잇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준다.
연옥이야기에서 천국 이야기로 넘어가면 인간의 이성을 상징하는 베르길리우스가 사라지고, 단테가 어렸을 때부터 사랑했던 여인 베아트리체가 나타나 그를 인도한다. 천국을 안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이성적 능력보다 사랑이라는 보다 고결한 힘이 필요하게 되며 때문에 베아트리체는 단테에게 하느님에게로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1300년 부활 주일 전날 밤, 지옥답사기의 순례가 시작된다. 단테의 나이 35세, 성서에 의하면 35세는 인생 중반기를 의미하고 있다. 갑자기 그의 앞을 가로막고 나서는 세 마리의 짐승, 그것들은 정욕이 만들어낸 표범, 교만이 만들어낸 사자, 탐욕이 만들어낸 암 늑대였다. 이 상징을 넘어서서 캄캄한 숲 속의 의미는 인생의 반 고비에 접어 든 단테가 황제당과 교황당의 당쟁에 휘말려 고뇌, 번민하는 방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윽고 단테를 바른 길로 인도할 시성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마음으로 만들어낸 세 마리의 상징 짐승들로부터 구해준다.
베르길리우스는 로마 최고의 서사 시인으로서 베아트리체의 영혼으로부터 간청에 의해 기꺼이 단테를 구하러 왔음을 알린다. 역에서 단테는 인류의 영원한 대표자로 상징되고 베르길리우스는 인간의 이성과 철학을 암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스승과 제자가 되어 지옥문 안으로 들어서게 되고 본격적인 지옥 답사의 순례가 시작된다. 이들은 성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해질녘까지의 스물 네 시간동안 지옥상황을 생생히 보게 된다. 지옥에는 9개의 옥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림보로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게 된 어린아이의 영혼과 그리스도님 이전에 태어난 이들로서 살아생전 선으로 덕을 쌓은 위대한 시인과 철인들의 영혼이 있었다(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등).제 2옥부터 본격적인 지옥이 시작되며 제2옥은 과거 애욕에 눈먼 영혼들, 불륜을 저지른 파올로와 프란체스카가 있었다. 제 3옥은 탐욕한 자들, 제 4옥은 인색했던 자와 낭비를 일삼던 자들, 제 5옥은 분노로 죄를 범한 자들로서 제 2옥부터 제5옥까지는 무절제한 자의 영혼들이 형벌을 받고 있었다.
제 6옥은 스틱스 강과 플라제톤 강 사이에 있는 완충지대로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 의한 죄의 제 1부류와 제 2부류 사이에 있는 일종의 림보 같은 곳이었다. 이 곳에는 이교도들이 고통받고, 제 7옥에는 폭력을 사용하여 죄를 범한 영혼들이 있었다. 지옥 하층부에 해당하는 제 8옥에는 자신을 신뢰하지 않았던 자들과 사기죄를 범한 자들의 영혼이 있었고, 제 9옥에는 자신을 신뢰한 인물을 배반한 자들이 있었다.
지옥의 생생한 형벌의 상징성 대미는 스승 예수 그리스도님을 배반한 가리옷 유다가 대 마왕 루치펠로의 입 안에서 찢기고 짓이겨지는 형벌을 받고 있는 장면이었다. 지옥 한 가운데로서 지구의 중심부에는 대 마왕 루치펠로가 세 개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각 얼굴에는 증오, 무력, 무지를 상징하며 증우는 사랑에, 무력은 권능에, 무지는 지헤에, 상대적 삼위일체 대치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