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당시 미 육군 항공대는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3단계로 구성된 비행훈련과정을 마련하였다. 전투 조종사가 되려는 학생 조종사는 입문비행훈련, 기본비행훈련, 고등비행훈련을 거쳐 조종기술을 완전하게 습득하였다. 프로펠러 전투기가 주로 사용되던 2차 대전 당시 미 육군 항공대는 여러 종류의 훈련기(trainer)를 사용하였다.
대표적인 기종으로 PT-13/PT-17 입문훈련기(Primary Trainer, BT-13 기본훈련기(Basic Trainer), AT-6 고등훈련기(Advanced Trainer) 등이 있다. 이렇게 다단계로 구성된 비행훈련과정을 마련한 것은 점진적인 기량향상과 더불어 적성이 맞지 않는 학생 조종사를 조기에 판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다만 3단계 비행훈련과정을 마치고 바로 실전에 투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고등비행훈련을 수료한 전투조종사는 P-39, P-40 등 2선급 전투기로 공중기동, 사격 등 전투기술을 익히고 P-47, P-51 전투기 실전부대에 배치되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프로펠러 전투기가 제트 전투기로 교체되던 시기에도 조종사 비행훈련과정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비행속도가 크게 빨라진 제트 전투기의 조종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실전을 경험한 선임 전투기 조종사가 제트 전투기로 기종을 전환하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초창기 제트 전투기는 기종 전환을 위한 복좌형도 거의 없었다.
1947년에 미 공군이 육군에서 독립하고 전략 공군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2차 대전에 참전한 선임 조종사들이 점차 전역하고 세대가 교체되면서 미 공군은 대규모로 신임 조종사를 훈련시킬 필요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미 공군은 신형 항공기에 적합한 조종사를 훈련시키기 위해 비행훈련과정을 개편하고 이에 맞는 훈련기를 새로 개발하였다. 다만 3단계로 구성된 비행훈련과정의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하였다. 1950년대 초 미 공군의 학생조종사는 T-34 입문훈련기, T-28 기본훈련기, T-33 고등훈련기 등 3가지 훈련기로 비행훈련을 받은 다음 전투조종사로 선발되었다. 새로운 비행훈련과정은 이전과 비교할 때 제트 전투기의 실용화에 대응하여 T-33 제트훈련기로 고등비행훈련과정을 받는다는 점에서 변화가 있었다.
그렇지만 1950년대 중반에 항공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음속의 2배가 넘는 전투기가 실전에 배치되자 미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 수급에 문제점이 다시 발생하였다. T-33 고등훈련기는 2차 대전 당시 개발된 록히드(Lockheed) P-80 전투기를 복좌형 훈련기로 개조한 기종으로 기본적인 비행성능은 우수한 편에 속했다. 그러나 아음속 훈련기인 T-33 기종을 마치고 곧바로 초음속 제트 전투기에 탑승하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원래 미 공군의 전투기는 복좌형 전환훈련기가 별도로 없었고 F-84, F-86 제트 전투기도 기본적으로 단좌형만 있었다. 그렇지만 초음속 전투기 시대로 접어들고 비행기량이 높은 선임 조종사를 대신하여 신임 조종사로 세대가 교체되면서 새로운 비행훈련과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미 공군은 F-100 이후 개발한 센추리 시리즈(Century series) 전투기에 복좌형을 별도로 개발하여 비행훈련에 충당하도록 하였다. 특히 속도가 빠르기로 유명한 F-102 전투기를 복좌형으로 개조한 TF-102A 기종은 훈련기에 많이 사용하는 병렬(Side by Side) 방식으로 좌석을 배치하여 세심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개발되었다.
복좌형 전투기로 전환훈련을 실시하면서 제트 전투기의 심각한 비행사고가 많이 줄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었다. 문제는 초음속 전투기 시대로 진입하면서 신임 조종사가 빨라진 비행속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미 공군은 이러한 분석에 따라 초음속 제트 전투기 시대가 시작되었어도 학생조종사의 비행훈련과정은 2차 대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 공군은 근본적인 대책으로 제트 조종사의 비행훈련은 모두 제트 훈련기로 실시한다는 방침(All Thru Jet)을 정했다. 그 결과 입문비행훈련과정과 기본비행훈련과정을 통합하고 제트엔진을 사용하는 기본훈련기를 투입하여 조종사를 양성하였다. 이러한 조치에 따라 사용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T-34, T-28 훈련기를 대신하여 신형 기종인 T-37 제트 기본훈련기가 실전에 배치되었다. 그러나 T-37 제트 훈련기로 비행훈련과정을 개편한 다음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무엇보다도 처음 비행훈련을 받는 초보자에게 제트훈련기는 다루기 힘든 기종이었고 빠른 비행속도에 제대로 적응하기 힘들었다.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나자 미 공군은 T-41 입문훈련기를 도입하여 비행감각, 적성판별에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전투조종사를 양성하는 마지막 관문인 고등비행훈련과정에 사용할 기종이었다. T-33 기종은 고등훈련기로 큰 문제점이 없는 기종이었다. 문제는 아음속 T-33 고등훈련기와 초음속 제트 전투기 사이에 간격이 너무 넓다는 점이었다. F-84, F-86 제트 전투기는 복좌형으로 개조하더라도 아음속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에 레이더(radar)와 미사일(missile)로 중무장한 초음속 전투기는 복좌형으로 개조하더라도 고등훈련기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더구나 미 공군은 고등비행훈련과정에서 무장발사 훈련을 하지 않기 때문에 레이더와 같은 복잡한 장비는 필요가 없었다.
1950년대 중반에 T-33 고등훈련기의 후속 기종으로 떠오른 기종이 F-100 전투기를 복좌형으로 개조한 F-100F 기종이었다. F-100 전투기는 F-86 전투기를 초음속으로 개량하여 개발된 기종으로 기본적인 비행성능도 우수하였고 레이더와 같은 복잡한 장비도 없었기 때문에 개조가 어렵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기종이 바로 노스롭(Northrop) N-156 전투기이었다. 노스롭에서 156번째로 개발하는 기종이라는 뜻에서 N-156이라는 명칭으로 개발하는 기종은 작고 가벼운 경량급 전투기로 저렴한 비용과 우수한 비행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N-156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P-51, F-86, F-100 전투기를 개발한 에드가 슈미드(Edgar Sumued)였다.
미 공군은 N-156F 전투기를 복좌훈련기로 개조하면 우수한 고등훈련기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바로 알아보았다. 미 공군은 N-156F 전투기를 복좌형으로 개조한 N-156T, F-100 전투기를 복좌형으로 개조한 F-100F 등 2가지 기종을 비교 평가하여 새로운 고등훈련기로 채택하기로 결정하였다. 두 기종의 비교평가 결과 N-156T 기종이 압승하였다. 미 공군은 단순한 구입비용이 아니라 훈련기를 유지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하는 전체 비용을 중시하는 경제성에 중점을 두고 평가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소형 엔진을 사용하는 N-156T 기종은 연료소비가 적고 정비도 간편하였다. 미 공군은 T-33 고등훈련기를 대체하는 신형 고등훈련기로 N-156T 기종을 T-38 탤런(Talon)이라는 명칭으로 정식으로 채택하였다.
T-38 고등훈련기는 T-33 고등훈련기에 비해 많은 점이 향상되었다. 우선 T-33 고등훈련기는 앞뒤 조종석의 높이가 같아서 뒤에 탑승하는 교관조종사의 시야가 좋지 않았다. 반면에 T-38 고등훈련기는 뒤쪽 조종석이 높게 설치되어 있어서 비행안전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아음속에서 초음속으로 가속할 때 거의 충격을 느끼지 않을 만큼 비행성능의 안정성이 높아서 학생조종사를 교육하기에 적당하다. 그리고 정비유지가 간편하고 연료의 소비가 적어 비용이 적게 든다. 그리고 음속의 1.3배에 달하는 최대속도를 가지고 있어 T-38 기종을 수료한 학생조종사가 바로 초음속 제트 전투기에 탑승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YT-38 시제기는 1959년 3월 10일에 초도비행에 성공하였고, 1961년 3월부터 미 공군에 실전 배치되었다. 미 공군은 고등비행훈련과정에서 고난이도 비행기술만 교육하고, 전투기동, 무장발사와 같은 전투기술은 별도로 전술입문기(LIFT, Lead-In Fighter Trainer)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소국가의 공군은 비용문제로 고등비행훈련과정과 전투입문과정을 통합하여 실시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이런 관계로 순수하게 고등비행훈련에만 사용하는 T-38 고등훈련기는 많이 수출되지 못하였다. T-38 고등훈련기는 독일, 포르투갈, 대만, 터키 공군만 구입하였고 많은 국가들은 전투임무가 가능한 F-5B 복좌형을 선택하였다. 우리나라 공군은 T-50 고등훈련기 개발에 따른 훈련기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T-38 고등훈련기를 10년간 한시적으로 임대하여 사용한 바 있다. T-38 훈련기는 YT-38 시제기 2대를 포함하여 모두 1,146대가 생산되었다.
미 공군은 T-38A 고등훈련기를 사용한 결과 무장투하훈련이 가능한 AT-38B 기종으로 일부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다. T-38 고등훈련기는 1960년대 이후 현재까지 장기간 사용 중이며 노후화에 따른 기체수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 공군은 노후화에 대응하여 기체 구조물, 전자장비, 엔진 등을 전면적으로 개량한 T-38C 기종을 현재 사용 중이다. T-38C 기종은 후속 기종인 미 공군 T-X 기종이 실전배치를 완료할 때까지 현역을 지킬 예정이다.
특징
기체
F-5A/B 전투기의 형제라고 할 수 있는 T-38 고등훈련기는 쌍발 복좌 초음속 항공기로 저익배치, 직선익 주익, 대형 수직미익 등이 특징이다. 충분한 면적으로 확보한 주익과 수직미익 덕분에 T-38 고등훈련기는 고속성능, 선회성능과 더불어 스핀(spin) 회복성이 우수하다.
기체 자체는 F-5B 복좌형과 비슷하지만 주익과 동체가 결합하는 부분과 공기흡입구 모양이 다르다. 비무장 비행훈련용이기 때문에 무장이 없고 주익 끝부분의 미사일 발사대도 없다.
엔진
F-5A/B 전투기보다 앞서 개발된 T-38 고등훈련기는 J85-GE-5A 쌍발 터보제트 엔진(turbojet engine)을 탑재하고 있다. T-38C 개량형은 엔진의 추력 부족을 보완한 J85-5R 엔진을 탑재한다.
연료는 모두 동체 내부에 적재하며 주익에는 연료탱크가 없다. 그리고 무장이 없는 고등훈련기의 특성상 외부연료탱크는 사용하지 않으며 공중급유도 불가능하다. T-38 고등훈련기의 모든 비행훈련은 내부연료만으로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무장
비행훈련이 주임무인 T-38 고등훈련기는 원칙적으로 무장을 탑재하지 않는다. 다만 1970년대 미 공군은 전술입문과정의 과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T-38A 고등훈련기에 무장훈련(폭탄 투하, 로켓탄 발사)이 가능하도록 동체 아래에 외부 파일론(pylon)을 설치하는 개조를 실시하였다. 개조된 기종은 AT-38B라고 불린다.
운용현황
T-38 '탤론(Talon)' 고등훈련기는 1961년 3월에 처음 미 공군에 배치되었으며 1971년까지 모두 1,146대가 생산된 생산되었다. T-38 고등훈련기의 주요 사용국은 미 공군을 비롯하여 독일, 포르투갈, 대만, 터키이다. 독일 공군은 T-38A 고등훈련기를 구입하여 미 공군에 조종사 비행훈련과정을 위탁하고 있다.
미 공군은 장기간 운영에 따른 기체 수명단축문제를 해결하고자 초음속 비행이 필요하지 않은 수송기, 급유기 조종사의 비행훈련은 별도로 분리하여 T-1A 훈련기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미 공군은 546대의 T-38C 고등훈련기를 전투기, 폭격기 조종사의 고등비행훈련과정에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비행사의 비행훈련용으로 T-38 고등훈련기를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군은 1999년 3월부터 임차로 도입하여 사용하였으며, 940명의 조종사를 양성하면서 무사고 비행을 기록하였다. 모두 30대가 임차로 도입되어 사용된 우리나라 공군의 T-38A 고등훈련기는 2009년 12월에 모두 미국에 반환되었다.
성능개량
장기간 운영에 따른 노후화 문제를 가지고 있는 미 공군 T-38 고등훈련기는 엔진성능, 전자식 조종실(glass cockpit), GPS 항법장비, 비상탈출 좌석, 주익, 동체 구조물 등 다양한 부분의 개량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전자장비의 전면적인 교체작업은 보잉(Boeing)에서 수행하였으며 개량된 기체는 T-38C이라고 구분한다. 개량된 T-38C 고등훈련기는 T-X 기종이 배치될 때까지 현역에 머무를 예정이다.
T-38A 고등훈련기를 장기간 사용하고 있는 터키 공군은 노후화에 대응하여 T-38M으로 개량하고 있다. T-38M 고등훈련기는 전자식 조종실을 중심으로 전자 장비를 개량하며 모두 55대가 개량될 예정이다.
개량형과 파생형
YT-38A : 최초의 시제기로 2대가 제작되었다.
T-38A : 최초의 양산형. 1,139대 생산
AT-38B : 무장훈련 개조한 기체
T-38C : 전자장비를 중심으로 성능개량. 445대 개조
T-38M : 터키 공군에서 독자적으로 성능개량
T-38N : 미국 NASA 우주비행사 훈련용 기체
제원 : T-38C
- 형식 : 쌍발 복좌 고등훈련기 - 전폭 : 7.70 m - 전장 : 14.14 m - 전고 : 3.92 m - 주익면적 : 15.8 m² - 최대이륙중량 : 5,466 kg - 엔진 : GE J85-GE-5R 터보제트 엔진 (Dry 995kg, A/B 1,497kg) × 2 - 최대속도 : M 1.23/10,973 m - 순항속도 : M 0.95/10,973 m - 상승한도 : 16,335 m - 항속거리 : 1,768 km(최대연료) - 이륙활주거리 : 762 m - 착륙활주거리 : 915 m - 승무원 : 2명 - 가격 : 756,000 달러(1961년)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